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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토/하시마다]염향(染香) 二十二



二十二

 


사쿠라마치에 거의 도착할 무렵, 하시라마는 미리 분대를 나누어 풀고는 눈에 띠지 않게 사쿠라마치 주변을 탐색하도록 명했다. 하시라마에게 찾아왔던 부부는 자신들도 따라가게 해 달라 애원했지만, 하시라마는 그들에게 반드시 아이를 찾을 수 있을 테니 안심하라고 말해 진정시켰다. 그러나 무슨 일이 있을지 몰라 성에 남아있는 무사들에게 그들의 행동을 단단히 감시하라고 일렀다. 홀로 사쿠라마치의 대문을 지난 하시라마는 지체없이 스이센카야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쇼히, 하시라마 공께서 오셨습니다.”

 


마다라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붓을 들고 열심히 글씨를 쓰던 요우키는 얼른 화선지를 접어 옷 속으로 집어넣고 필기도구를 정리했다. 그를 기다렸다는 듯 문이 열리고 하시라마가 방으로 들어왔다. 마다라가 눈짓을 하자, 요우키는 하시라마에게 고개를 꾸벅 숙여보이고는 조용히 방 밖으로 나갔다. 마다라는 하시라마를 상석으로 안내했다.



“어서 오십시오, 센쥬 공.”

 


하시라마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마다라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바로잡아주었다. 마다라의 검은 눈동자가 살짝 커졌다.

 


“잘 지냈소.....?”

 


그를 가만히 쳐다보던 마다라는 미간을 조금 찌푸리며 토라진 표정을 했다.

 


“공께서는 짖궂으시군요. 지금 이 쇼히를 놀리시는 것이옵니까?”

“아니......그럴 생각은 없었소만.”

“소첩은 공께 서신이 올 때마다 늘 빼놓지 않고 답장을 보내고 있사옵니다. 어제도 보내지 않았사옵니까. 그때도 공은 잘 지내느냐고 물으셨지요. 소첩이 이리 공 앞에 있는데도 굳이 그런 물음을 하시는 연유가 궁금하옵니다.”

 


하시라마는 미안하다는 듯이 웃었다.

 


“기분이 상했다면 미안하오. 그러나 궁금한 것은 궁금한 것이니 물어야질 않겠소? 나는 항상 그대가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다오.”

“보시다시피 소첩은 별 일 없이 잘 지내고 있사옵니다. 만족하셨는지요?”

“몸은 그래 보이는구려. 하지만......다른 쪽은 어떻소?”

 


변함없이 무르게만 보이는데도 날카로운 남자다. 마다라는 대답 대신 나지미들을 접대할 때의 미소를 지어보였다. 다른 나지미들이었다면 당장 기분이 풀어졌을 텐데, 그는 여전히 진지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다면 공은 어떠신지요? 소첩과 떨어져 있는 동안, 잘 지내셨는지요?”

 


하시라마는 갑작스런 질문에 허를 찔린 듯한 표정을 지었다. 마다라는 짙게 웃으며 의기양양하게 그를 응시했다. 하시라마는 말을 고르는 것처럼 입을 다물고 있다가 결심한 듯 고개를 들어 마다라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가 입을 열려는 순간, 방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거기에는 마와시들이 외치는 소리와 자기가 깨지는 소리, 여자의 새된 외침 등이 섞여있었다. 마다라는 눈을 휘며 입꼬리를 조금 끌어올렸다. 놀란 얼굴로 방문을 응시하는 하시라마에게 마다라는 신경쓸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붉은 격자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예상했던 대로의 광경이 벌어지는 것을 확인하고는 소리내어 웃었다.

 


“아니......!!”

 


창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일어서 창가로 다가간 하시라마는 눈을 크게 떴다. 유곽 입구에 유녀와 유남들이 벌떼처럼 몰려들어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하시라마는 이내 그들 한가운데에 누군가가 갇혀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유남들은 마치 사냥감을 우리에 가두듯 그가 밖으로 빠져나갈 수 없도록 막고 있었다.

 


“이 천한 것들이!!!! 내가, 내가 누군 줄 아느냐!? 내 아버님이 누군 줄 아느냔 말이다ㅡ!!!”

 


유남과 유녀들 사이에 갇힌 남자가 소리를 질러댔다. 하지만 유남들은 그가 뭐라고 말하든 전혀 개의치 않았다. 유녀들은 남자를 이리저리 밀치며 야유하고 있었다. 남자는 너덜너덜해진 붉은 기모노를 입은 채 곳곳이 잡아뜯긴 산발머리로 여전히 악을 쓰며 몸부림치고 있었다.

 


“공께서는 운이 좋으시군요.”

“......저 자는 분명......”

 


몰골이 엉망이긴 했으나 하시라마는 그 얼굴을 알아볼 수 있었다. 바람의 나라 중신의 자제였다. 후계자는 아니었으나 학식이 높고 몸가짐이 바르다는 소문이 자자한 청년이었다. 그러나 그런 모습은 그저 가식이 불과했고, 실상을 아는 자들 사이에서는 숨은 난봉꾼으로 유명해 알려지지 않은 사생아가 대여섯이 넘는다는 말도 돌고 있는 자였다.



“실로 재미있는 구경거리지 않사옵니까?”

“대체 저건......?”

 


마다라는 담배연기를 뱉으며 말했다.

 


“벌이옵니다. 사쿠라마치의 규칙을 어긴 데에 대한.”

“사쿠라마치의 규칙?”

 


그 때, 카무로들과 신조들의 비명소리와 함께 문이 부서질 듯이 세게 열렸다. 그곳에는 흐트러진 차림의 아키하가 살기어린 눈으로 숨을 몰아쉬며 서 있었다. 그녀가 들어오자마자 카부토와 다른 마와시들이 곧바로 뛰어들어와 그녀를 붙잡았다.

 


“손님이 계신 앞에서 이 무슨 무례한 행동입니까? 여긴 노기쿠야가 아니라 스이센카야입니다! 앞뒤 가리지 않는 것도 작작 좀 하십시오!!”

“놔, 놔!!!!!이거 놓으란 말이야ㅡ!!!!!놔, 놓으라구!!!!”

“내버러 두어라.”

“하지만 오이란......!”

“내버러 두라고 하질 않느냐. 어차피 저리 발악하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것도 없느니라.”

 


마와시들이 그녀를 놓아주자, 아키하는 대번에 마다라에게 달려들어 멱살을 움켜쥐었다.

 


“이 더러운 남창새끼!!!! 너지, 다 네가 꾸민 일이지?!!! 그 멍청한 년이 감히 나한테 대들 생각을 했을 리 없어......나오, 나오가 날 배신하고 다른 년하고 붙어먹었을 리 없어. 네년이 바람을 넣은 거야, 그래, 너야!!!! 분명히 너라고!!!! 이 엉덩이 가벼운 남창새끼, 네가.....네가 감히 그이를 충동질해?!!!”

 


마와시들이 이내 그녀를 다시 붙잡아 끌어냈지만, 아키하는 여전히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마다라에게 차마 입에 담을 수 없을 욕설들을 퍼부었다. 마다라는 아무렇지 않게 구겨진 옷과 오비를 툭툭 두드려 폈다.

 


“개같은 년!!!!!찢어죽일 년!!!!!!창녀보다 천한 남창새끼 주제에ㅡ!!!!!!”

“정말 송구하옵니다, 센쥬 공. 소첩이 해결할 것이오니 조금만 기다려주시길.”

 


마다라는 방 밖으로 걸어나와 문을 닫고는 마와시들에게서 벗어나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아키하에게로 다가갔다. 그녀를 담담히 바라보던 마다라는 뻑 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아키하의 얼굴을 후려갈겼다. 그녀는 한순간에 마룻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지듯 쓰러졌다. 순간적으로 멍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아키하를 마주보며, 마다라는 한쪽 무릎을 끓고 그녀의 턱을 잡아당겼다.

 


“君情與妾意 그대의 정과 나의 마음

各自東西流 각자가 동서로 흘러가버리었구나

昔日芙蓉花 옛날에는 부용꽃이었는데

今成斷根草 지금은 단근초가 되었도다

以色事他人 아름다운 자태로 다른 사람 섬기다니

能得幾時好 그런 사랑 얼마나 갈 수 있으리오1

 

사쿠라마치에서 통용되는 것은 오직 사쿠라마치의 규칙뿐이다. 오이란에게의 정절 역시 그 중 하나니라. 규칙을 어긴 자는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아야 하는 법......아직까지 그것도 모르고 있었더냐?”

“으, 우흑, 우으으.......이, 썅년......이 암캐같은 년아!!!! 으허어어......”

 


마다라가 한번 더 뺨을 갈기자 그제서야 그녀는 입을 다물었다. 그는 허리를 숙여 피가 흐르고 있는 아키하의 입가를 손가락으로 쓸었다. 


 

“.....유령 놀이는, 재미있었느냐?”

“.....!!”

 


아키하의 얼굴이 굳었다.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커다랗게 뜨인 눈동자는 감히 떨 생각도 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마다라는 그런 반응은 보지도 못한 것처럼 말을 이었다.

 

“그러게......왜 날 건드리느냐. 왜, 또 이따위 피를 보게 만들어. 참고 있는데, 참느라 미칠 것 같은데...... ㅡ왜 쳐죽여버리고 싶게 만드느냔 말이다.”

 

조용하지만 엄청난 살기가 깔린 낮은 목소리에 아키하는 공포에 질려 다리의 힘도 풀려버린 채 덜덜 떨었다. 마다라는 몸을 일으키고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데려가라는 눈짓을 했다. 아키하를 거의 질질 끌고가다시피 하는 마와시들의 뒷모습을 보며, 마다라는 복도의 벽에 등을 기대었다. 백아든 남자든 똑같다. 빠져도 지옥, 빠지게 만들어도 지옥이다. 결국 창부는 창부일 뿐. 뭔가에 중독되면, 그걸로 끝이다.




 



  1. 이백(李白, 701~762)의 시 첩박명(妾薄命)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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