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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토/하시마다]염향(染香) 二十一



二十一

 



“부러 시간을 내어 주어 감사하오, 공. 다음에 제가 술이나 한 잔 대접하지요.”

“별 말씀을요, 토비라마 공. 도움이 되었다니 기쁩니다.”

 


부하에게 남자를 배웅해 보내라 지시한 후, 토비라마는 입가에 미소를 띠우며 오오츠츠키 상단에 대해 새롭게 얻은 정보를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오오츠츠키 상단을 불의 나라 최고의 상단으로 만든 여걸(女傑) 오오츠츠키 카구야가 있었을 때부터 상단에서 일해온 남자는, 카구야의 손자이자 현 상단주인 인드라를 측근에서 모시고 있었다. 충심만 있을 뿐 머리가 그리 빠르게 돌아가지 않는 그는 자신이 던진 미끼에 보란 듯이 걸려들어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털어놓았다.

  

“부르셨습니까, 토비라마 님?”

“오오츠츠키 상단의 코쿠오란 자에 대해 알아보아라. 작은 것이라도 알아내면, 곧바로 내게 알리도록.”

 


무사는 고개를 푹 숙이고는 빠르게 방에서 나갔다. 토비라마는 얼마 전의 연회에서 보았던, 느물느물 웃는 상을 하고 있던 남자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 때는 그리 눈여겨보지 않았거늘...... 그는 책상 위에 놓여있던 붓을 들어 손가락으로 빙글빙글 돌리며 생각에 잠겼다. 남자는 코쿠오란 자가 상단에 들어오면서 이유를 알 수 없는 지출이 늘어났을 뿐 아니라 주인의 분위기가 묘하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또한 그 코쿠오란 자는, 겉으로는 주인에게 깍듯이 예를 갖추는 듯하나 주제넘은 행동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했다. 토비라마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붓대 끝으로 책상을 툭툭 쳤다. 자신이 알고 있는 인드라란 남자의 성격상 그런 자를 내버러둘 리 없었다. 능력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긴 했다. 그는 능력이 있는 자에겐 관대함을 보이는 면이 있었으니까.

 


“토비라마 님!”

“?.....무슨 일이냐?”

“하시라마 님께서 방금 전 사쿠라마치로 출발하셨다고 합니다.”

“뭐라고?!”

 


토비라마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렇게나 말해뒀건만......!!

 


“군사들은? 몇 명이나 데리고 간 것이냐?”

“그것이, 그리 많은 수는 아니었......”

“많은 게 문제가 아니라 데리고 갔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얼마나 데리고 가셨느냐?”

“부, 분대(分隊) 둘만 데려가셨습니다. 영주 직속, 호위 분대로요.”

 


토비라마는 이마를 짚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데려간 것이 호위 분대였다는 점이었다. 여차하면 둘러댈 명분은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사쿠라마치에 분대 하나를 호위로 삼아 가는 영주는 없다는 것이었다. 사실 영주가 외출할 때는 그리 많은 호위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행차가 결정되면, 이미 목적지까지 가는 길 군데 군데에 병사들이 배치되어 만약의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호위랍시고 한 분대도 아니고 두 분대를 데리고 갔다면? 뭔가 구린 꿍꿍이가 있어 군을 끌고 왔다는 생각을 줄 가능성도 충분했다. 이럴수록 진정을 해야 한다. 토비라마는 잠시동안 가슴을 가라앉히는 데 집중했다.

 


“당장 마다라에게 연통을 넣어라. 형이 도착하면 곧바로 내게 알리고, 일거수일투족을 빼놓지 말고 지켜보라고 해. 어서 움직여라!”

 


자신도 설마 형이 막무가내로 사쿠라마치를 헤집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늘 만약을 대비해야 했다. 형은 무언가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는 거의 항상 신중했다. 거의를 굳이 덧붙이는 이유는 가끔씩, 과감하다 못해 무모해 보일 정도의 행동을 할 때가 있어서였다. 당장이라도 사쿠라마치로 말을 달리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자신까지 관저를 비우면 공무처리에 마비가 올 것이 분명했다. 토비라마는 깊은 한숨을 쉬며 그의 형이 제발 무모한 짓을 벌이지 않길 바랐다.









 

 

 

“스이센카야의 쇼히다!!”

“사쿠라마치의 오쇼쿠야!!”

 


헤이와쵸의 큰 길에는 긴 행렬이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평소에도 사람이 많은 사쿠라마치의 거리였지만, 발을 디딜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행렬을 구경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흔히 볼 수 있는 구경거리가 아닌 탓이었다. 사쿠라마치의 이름난 유곽 스이센카야, 그 스이센카야의 오쇼쿠인 쇼히의 도중(道中)은 아무리 사쿠라마치에 자주 드나드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한 해에 볼까말까한 것이었다.

붉은 기모노에 깜찍한 머리모양을 하고 맨 앞에서 걸어가는 카무로들 뒤에는 보다 화려한 차림을 한 후리소데 신조들이 따랐다. 후에 오이란의 자리에 오를 신조들 중에서도 특별히 가려 뽑은 소년소녀들이었다. 아직 손님을 받지 못하는 어린 유남 유녀들은 주변의 마와시들이 눈치챌새라 길 양옆을 채운 사람들을 조심스레 힐끔거렸다. 이윽고 행렬의 주인공이 등장한 순간, 그를 구경하던 사람들은 모두 탄식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사내의 얼굴은 아름다웠다. 그 아름다움은 순식간에 행렬의 앞에 있는 모든 소년소녀들의 얼굴이나 자태가 무색하게 만들어버릴 정도였다. 그 아름다움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그 사내가 걸치고 있는, 사쿠라마치의 중소 유곽 몇 개의 값은 훨씬 넘기고도 남을 듯한 화려한 의상이었다. 최상품의 비단으로 만든 겉옷은, 옷의 끝자락부터 허리 위까지 흐드러지게 피어난 벚꽃나무 가지들이 수놓여 있었으며 옷의 전체에 흩날리는 벚꽃잎들이 연홍색 비단실로 재현되어 있었다. 옷은 등 뒤부터 백색, 짙은 남청색으로 각각 나뉘어 낮의 벚꽃과 밤의 벚꽃을 모두 보여주고 있었다. 파도무늬가 그려진 검은 안감으로 만든 붉은색의 기모노는 황금빛의 국화꽃들로 장식되어 그 화려함을 한층 더해주었다. 검은 하늘에 오색 구름들이 떠 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오비는 말할 것도 없었다. 마와시의 어깨를 잡고 한걸음, 한걸음 발을 옮기는 그의 모습은 아무리 저명한 도학군자라 해도 책을 집어던지고 달려들 정도로 요염했다. 긴 옷자락 사이로 살짝 살짝 드러나는 흰 발목이 굽 높은 게다와 바깥으로 나선형의 원을 그리며 나아갔다.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몇몇 사람들은 그를 보며 멍하니 중얼거렸다. 그 행렬을 지켜보던 사람들 중 누구 하나 그에게서 눈을 뗄 수 있었던 자는 없었다. 그랬기 때문에, 구경꾼들 중 누구도 행렬 앞으로 나서는 한 남자를 보지 못했다. 마다라의 주변에 서 있던 마와시들이 그를 눈치챘을 때, 그는 이미 행렬 중앙으로 끼어들어 그 행렬의 주인공에게로 다가가고 있었다.

 


“쇼히!!”

 


그가 소리쳤다. 그는 허리춤에서 단검을 뽑아 그를 저지하려던 마와시 하나를 베어버렸다. 그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사람들에게 마구잡이로 칼을 휘둘렀다. 피가 흩뿌려지자 그제서야 상황을 인식한 구경꾼들이 비명을 질러댔다. 카무로들과 후리소데 신조들도 겁에 질린 목소리를 높이며 종종걸음으로 도망칠 곳을 찾았다. 한 카무로만은 마다라의 앞으로 달려가려 했으나, 다른 후리소데 신조들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쇼히......”

 


그는 피묻은 칼을 든 채 마다라에게로 다가갔다. 그러나 마다라는 아무런 동요도 공포도 드러내지 않은 채 물끄러미, 자신에게로 걸어오는 과거의 나지미를 지켜보고 있었다.

 


“나와 도망갑시다. 내, 그대를 여기서 꺼내 주겠소.”

“......우타마로 공.”

“그대 역시, 나를 연모하지 않았소? 어서, 어서 갑시다......”

 


마다라는 놀랍게도 입가에 미소를 띠우며 그의 손을 잡았다. 우타마로의 눈이 황홀함과 기쁨으로 가득 찼다.

 


“소첩을 위해 이렇게까지 해주시니 소첩이 얼마나 기쁜지 모르옵니다. 기꺼이 공을 따라 가겠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소첩의 청을 하나만 들어주시겠습니까?”

“그럼, 무엇이든 해 주겠소. 그대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마다라가 손짓하자 우타마로는 넋이 나간 얼굴로 그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바람을 세차게 가르는 소리와 함께 화살 대여섯 개가 그의 등과 어깨에 퍽퍽소리를 내며 박혔다. 그는 잠시 경직하는 듯 싶더니 이내 피를 뿜었다.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유녀들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숨을 들이켰다. 그의 손에 쥐어져 있던 단검이, 떨그렁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져 뒹굴었다. 마다라는 팔을 벌려 쓰러지는 그를 받아 안았다. 흔들리는 우타마로의 눈이 마다라에게로 향했다. 그는 환히 미소지으며, 우타마로의 귓가에 나직히 속삭였다.

 


“그럼, 소첩을 위해......죽어주십시오.”

 


검이 그의 등을 크게 베었다. 그의 피가 마다라의 흰 겉옷에 붉은 무늬를 새겼다. 그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땅바닥에 머리를 박았다. 예상치도 못했던 상황에 얼른 자리를 뜨지 못한 소수의 사람들은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피묻은 검을 든 카부토가 마다라의 품에서 시체를 끌어내어 바닥으로 던졌다. 마다라는 몸을 일으키며 옷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어냈다.

 


“......이리 되었으니 손님은 받을 수 없겠구나. 쇼히는 충격을 받아 요양이 필요하다고, 오늘의 손님은 죄송하지만 접대할 수 없겠노라고 전하거라.”

“굳이 이리 시간을 지연시킬 필요는 없었잖습니까. 부상자 없이 끝낼 수도 있었을 것을......”

 


카부토가 불만스러운 얼굴로 말하자 마다라는 짙게 미소지었다. 그 웃음은 여전히 요염하고 매력적이었지만, 그 안의 악의는 깊은 밤 속의 늪보다 더 어두웠다.

 



“ㅡ재미있지 않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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