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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토/하시마다]염향(染香) 二十三



二十三

 


카부토의 안내로 방을 옮긴 이후, 하시라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ㅡ놀라셨는지요?”

 


마다라가 물었다. 표면적으로는 질문이었으나 실상은 은근한 비꼼이 들어간 말투였다. 붉게 칠한 격자창에 머물러 있던 갈색 눈동자가 마다라를 응시했다. 미미한 흔들림조차 보이지 않는 그 눈을 마주보며 마다라는 속으로 칫, 소리를 냈다.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무리 깊은 수렁 속에 빠져도 자신은 더럽혀지지 않는다고 말하는 듯한, 저 가식적인 눈동자가.

 


“큰 실례를 범하였습니다. 다시 한번 사죄드리옵니다.”

“......방금 전과 같은 일이, 자주 일어나는 일이오?”

 


마다라는 살풋 웃었다.

 


“설마요. 사쿠라마치가 그리 불친절한 곳은 아니옵니다. 규칙에 관해서는 이곳을 방문하는 손님들에게 사전에 모두 말해둔답니다. 누군들 그런 꼴을 당하고 싶겠사옵니까? 감사하게도 대부분의 손님 분들께서는 규칙을 잘 지키시지요. 다만ㅡ”

 


마다라의 시선이 이제는 한결 조용해진 창 밖으로 향했다.

 


“여기가 아직도 『바깥』인줄 아는 얼간이들을 제외하곤 말이옵니다. 이곳은 손님답지 않은 자에게 손님 대접을 할 정도로 친절한 장소도 아니랍니다.”

 


그는 싱긋 웃으며 담뱃대를 입에 물었다. 회백색의 담배 연기가 방 안으로 퍼져나갔다. 하시라마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 바닥을 내려다보던 그의 눈은 닫힌 방문에 오랫동안 못 박혀 있었다. 마다라는 그가 문 너머, 마와시들에게 끌려간 유녀를 떠올리고 있음을 알았다. 그는 하시라마의 눈동자에 담긴 감정들이 안타까움, 슬픔, 분노로 변해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마다라는 이쯤 되니 정말 질린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싶은 것을 참았다. 저런 점잔빼는 자들 중 밤만 되면 온갖 변태같은 짓거리를 하는 놈들이 꼭 있었다. 아니, 자신이 직접 겪은 바에 따르면 거의 대다수가 그랬다. 경서(經書)의 군자라도 되는 양 있는 체란 있는 체는 다 하며 몸을 빼다가, 나중엔 더 불이 붙어 눈이 뒤집힌 채 제 욕망을 채우려 들었다. 마다라는 슬슬 내일 아침 제대로 움직일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는 헤야모치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받았던, 자신이 받았던 손님들 중에서 가장 최악이었던 남자를 떠올렸다. 그는 바람의 나라에서 이름난 유자(儒者)라고 했었다. 씨발, 유자는 얼어죽을. 마다라는 저도 모르게 까드득 이를 갈았다. 그는 하시라마가 의아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느끼고는 흠칫했다.

 


“왜 그러시오? 혹시 몸이 안 좋은 것이오?”

“아니옵니다. 잠시 과거의 일이 떠올랐던지라......송구하옵니다.”

 


과거라는 말에, 하시라마의 눈이 조금 흐려졌다.

 


“......그대도, 카무로였던 때가 있었겠지.”

“이미 오래 전의 일이옵니다. 지금은 거의 다 잊어버렸지요.”

 


마다라가 딱 잘라 말했다. 하시라마는 움찔하며 시선을 돌렸다. 그의 눈동자가 갈등하는 것처럼 일렁였다. 기다려 줘 볼까 생각하던 마다라는 그가 계속 입술을 달싹이는 것을 보고 결국 먼저 입을 열었다.

 


“말씀하시지요.”

“......?”

“소첩에게 원하는 게 있으시지 않사옵니까?”

 


하시라마가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마다라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머릿속에서 자동적으로 나올 만한 대답들이 마구 떠올랐다. 비단 끈, 붓, 부채......뭐 이정도야 양호한 편이다. 칸자시, 바늘......이건 좀 싫은데. 단도, ㅎ......젠장, 이건 정말 아니야. 그다지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들이 끌려나올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마다라는 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어찌되었든 오늘은 이 남자와 밤을 보내야 한다.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않는 편이 정신에 이로울 것이었다. 어차피, 무엇을 말할지 몰라도 새롭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 생각하며 담배를 피우던 마다라는 갑작스레 자신을 향해 무릎을 끓는 하시라마를 보고 한순간 담뱃대를 손에서 미끄러뜨릴 뻔했다.

 


“......센쥬 공, 이 무슨......”

“그대에게 어찌 말하면 좋을까 계속 고민하고 있었소. 하지만 나는 이 외의 부탁하는 방법은 알지 못하오. 부디, 나를 도와주시오.”

 


마다라는 뜻밖의 상황에 드러날 뻔했던 감정을 신속히 가다듬었다.

 


“......부탁이라 하셨사옵니까? 소첩에게?”

“그렇소. 그대의 도움이 필요하오.”

 


하시라마는 품 속에서 서찰처럼 보이는 것을 꺼내어 바닥에 펼쳤다. 펼쳐진 종이에는 글씨가 아닌, 남매로 보이는 어린아이 둘의 얼굴이 그려져 있었다. 마다라가 고개를 들어 하시라마를 쳐다보자, 그는 굳은 얼굴로 초상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어느 부부, 아니 한 여인이 내게 이 아이들을 찾아달라며 탄원을 해 왔소.”

“탄원이라 함은......”

“이 아이들의 어미는 그 여인의 여동생이오. 다 자라 처녀가 될 때까지 함께 살았으나, 먼 곳으로 시집을 가게 되면서 헤어졌다고 하더군. 여인은 동생이 시집을 간 후에도 자주 서신을 주고받으며 지냈고,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횟수가 줄긴 했으나 그래도 꾸준히 교류해왔다고 했소. 하지만 4년 전부터 서신이 더 이상 오지 않게 되었고, 그를 이상히 여겨 동생이 사는 마을 이웃에 살고 있는 지인에게 서찰을 보내 안부를 물어줄 것을 부탁했다 하오. 지인은 마을에 갔더니 전염병이 돌아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그 중에 여인의 동생 부부도 끼어있었다는 소식을 전했소. 동생의 죽음을 애통해한 여인은 동생의 아이들을 맡아 키우기로 결심했고 그 지인에게 아이들을 데려와 줄 것을 부탁했지. 그러나 석 달이 넘도록 아이들은 오지 않았고 그녀는 불길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소.”

 


깊게 가라앉은 하시라마의 시선이 마다라를 향했다. 그의 눈은 마치 자신이 아이들의 죽은 아비라도 되는 듯했다.

 


“지인은 친척을 방문하러 가는 김에 아이들을 데리고 떠났다 했소. 그곳에 도착했을 때, 우연찮게 친분이 있던 상인을 만났고 마침 같은 방향으로 간다고 말하기에 그에게 아이들을 맡겼다고 했지. 하지만 그 상인의 행적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소. 여인은 얼마 전에서야, 그 상인이 물의 나라에서 밀매업을 하다 도망쳐 온 죄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소.”

 


하시라마의 미간에 점점 깊은 골이 파였다. 마다라는 말없이 바닥의 그림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지아비는 꽤 이름이 알려진 외인 상인이오. 그의 도움을 받아 전국에서 아이들이 팔려올, 팔릴 만한 곳은 모두 뒤졌지만 그녀는 아이들을 찾지 못했소.”

“......이 아이들이 사쿠라마치에 있다는 말입니까?”

 


하시라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겐과 보우하치의 아내를 제외한 모든 여자는 사쿠라마치 출입이 금지된다. 다른 이에게 부탁한다 하여도 사쿠라마치의 유곽은 손님이 아닌 이상 건물에 들어갈 수 없고 카무로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오키야 밖으로 나갈 수 없다. 정말로 큰 손님이 아닌 이상 오키야에는 발도 들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니 이미 수백 명의 카무로 중 하나가 되었을 아이들을 찾을 방도가 있을 리 없었다.

 


“생각 같아서는 지금 당장이라도 군사를 투입하고 싶소. 하지만 나는 이곳에 손을 댈 수 없소. 불의 나라 영주의 후계자라는 이름도, 여기서는 아무런 쓸모가 없는 것이지...... 그러나 한 나라의 영주 대리를 맡은 자로서, 나는 이 문제를 결코 가벼이 넘길 수 없소. 그래서 그대에게 이리 부탁하는 것이오. 그대는 누구보다도 이곳에 대해 잘 알고 있지 않소?”

“......”

 


하시라마는 그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다시 한 번 정중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마다라는 말없이 그를 바라보다 입에 물고 있던 담뱃대로 담배통을 내리쳤다.

 


“무슨 일이십니까, 오이란?”

“요우키를 들라 하거라.”

 


얼마 지나지 않아 의아한 듯 눈을 동그랗게 뜬 요우키가 방 안으로 조심스레 들어왔다. 요우키는 마다라의 옆에 앉아있는 하시라마에게 꾸벅 인사를 했고, 힐끔힐끔 마다라의 눈치를 보며 다다미 위에 앉았다. 마다라는 종이를 요우키의 앞에 놓으며 물었다.

 


“이런 얼굴을 본 적 있느냐?”

 


요우키는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깜짝 놀란 얼굴을 하다 시선을 내렸다.

 


“어......본 적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하고......”

“흐음......”

“우왓!! 아, 쫌!!! 잘못한 것도 아닌데 왜 그래요! 난 뭐 동네북인가, 씨이..... 솔직히, 애들 얼굴을 어떻게 일일이 다 기억해요. 스이센카야에만 카무로가 몇 명인데......”

 


부채에 얻어맞은 머리를 문지르며 투덜대던 요우키는 문득 뭔가 생각난 것처럼 다시 그림을 바라보았다. 아이들의 초상을 뜷어져라 보던 소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다, 어디서 본 거 같은데, 보긴 본 것 같은데......막 낯설고 그런 얼굴이 아니에요. 근데 스이센카야는 확실히 아닌 것 같아요. 맞아, 스이센카야는 아니예요.”

“그를 어떻게 아느냐?”

“그래도 같은 유곽 카무로들 얼굴은 익숙하니까요. 그리고 같이 교육을 받아서 서로 안 볼 수도 없고요. 아, 생각나는 것도 같은데......본 적 없다는 말 취소해야 할 것 같......아얏!!”

“......처음부터 그리 말하면 되었을 것을.”

 


마다라는 궁시렁대는 요우키를 돌아보지도 않은 채 하시라마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 남매가 살던 곳은 어느 지역이옵니까? 혹시 북부 쪽이었는지요?”

“......! 맞소. 흙의 나라 국경과 인접한 곳이오.”

“탄원한 여인의 지인은 그 상인에게 아이들을 맡기기 전 서신을 보낸 것이옵니까?”

“그렇소. 그 때가 3년 전이라 했소.”

“가장 최근에 카무로가 들어온 곳이 어디냐?”

 


요우키는 시선을 위로 올리며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렸다.

 


“......스즈야랑 노기쿠야, 또.....하마나스야 정도인 것 같은데요. 그치만 코하루나 치요 할망구가 데려온 건지, 아님 다른 사람한테 끌려온 건지는 모르겠어요. 한번 알아볼게요.”

 


마다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가보라는 손짓을 했다.

 


“밑에 카부토가 있으면 손님이 가신 뒤에 올라오라고 말해라.”

 


요우키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문 밖으로 달려가듯이 나갔다. 마다라는 하시라마를 돌아보며 무뚝뚝한 말투로 말했다.

 


“공께서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조사해보기는 하겠으나, 결과는 장담할 수 없사옵니다.”

“내가 그대에게 없어야 할 부담을 지웠다는 것을 알고 있소.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하오.”

 


하시라마는 입가에 한결 부드러워진 미소를 띠우며 마다라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마다라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돌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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