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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토/하시마다]염향(染香) 四




 


한편, 사쿠라마치에서는 성대한 벚꽃놀이를 겸한 광가회(狂歌会)가 열리고 있었다. 사쿠라마치에서는 대문을 넘기만 하면 신분은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이 되었기 때문에, 다양한 출신의 사람들이 모여 문화적인 교류를 하는 일도 잦았다. 이 자리에는 유녀와 유남을 비롯해 지체 높은 무사, 관리, 상인, 심지어 농사꾼까지 참여해 서로가 지은 노래나 시를 읊으며 술잔을 부딪혔다.

마다라는 지루해 죽겠다는 표정을 한 채 초청된 게이샤(芸者)들의 춤을 마지못해 지켜보고 있었다. 달빛을 받아 빛나는 벚꽃나무에서 떨어지는 꽃잎들은 형편없는 춤도 우아한 춤사위로 보이게 만들어 주는 엿같은 재주가 있었다. 저걸 예인(藝人)이라고 갖다놓은 건가, 돈이 아깝다는 생각을 하며 게이샤들의 동작 하나하나를 뜯어보고 있던 마다라는 그들이 노래를 하기 시작하자 정말 당장이라도 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싶다는 심정을 절실하게 느꼈다.



“쇼히, 재미없어서 죽겠다는 얼굴이에요.”


 

옆에서 술을 따르던 요우키가 소곤댔다. 너나할 것 없이 술에 얼큰히 취한 손님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보는 것만으로도 쳐죽이고 싶은 허접한 몸짓을 춤이랍시고 춰댔고, 발음도 불명확한 돼지 멱따는 소리로 시를 읊었다. 마다라의 얼굴이 실시간으로 더럽게 변하는 것을 본 요우키는 여기서 과연 도망치지 않고 있어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귀가 썩는구나.”



 

마다라는 손에 들린 부채를 만지작거렸다. 여기에 앉아있느니 방에서 우타마로의 위에서 쿵덕쿵덕 몸을 찍어대는 게 훨씬 나았다. 마다라는 며칠 전, 그가 거의 아침까지 미친 듯이 박아댔던 것을 떠올리며 입맛을 다셨다. 한번 싸고 나면 체위를 계속 바꾸려고 했던 것, 자신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후배위에 가장 열광하는 점은 짜증났지만 그의 물건은 거근까진 아니어도 상당히 큰 편이었고 다른 곳에서도 많이 놀아보았는지 움직임이 꽤나 쫄깃했다. 다만 본인은 완전히 자신을 함락시켰다고 자신하는 듯 했지만, 애가 타 매달릴 정도는 아니었다는 게 가장 정확한 평이었다. 뭐 그래도, 뭣도 없는 주제에 체력만 믿고 달려드는, 머리에 뇌 대신 좆이 들어있는 대다수의 사내들에 비하면 장점이 있는 셈이었다.



 

“.....! 쇼히, 쇼히!”



 

애꿎은 불똥에 희생되는 것을 피한답시고 조금 떨어져 있던 요우키가 무언가를 보고는 급히 다가와 조그만 목소리로 마다라를 불렀다. 마다라가 얼굴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리려던 찰나, 익숙하지만 별로 듣고 싶지 않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 쇼히,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으신지요?”



 

소녀는 친한 언니에게 말을 걸듯이 천연덕스럽게 물었다. 생글생글 미소를 짓고 있는 그녀는 누구에게나 외인같다는 평을 듣는 옅은 갈색의 머리칼을 올려 부챗살처럼 둥그렇게 부풀린 모양을 하고, 금실을 써 움직일 때마다 황금빛이 반짝거리는 연분홍색 기모노를 차려입고 있었다. 그녀의 등장에 손님과 어울리던 유남들, 지루함을 애써 숨기고 술을 따르던 유녀들은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기대 반, 자신에게 화살이 가지 않았으면 하는 불안 반이 담긴 시선으로 이쪽을 힐끔거렸다.



 

“걱정해 주니 고맙구나. 하지만 네 얼굴을 보지 않으면 기분이 좀 더 좋아질 것이니라.”

“언니(お姉さん)께선 친절하기도 하셔라. 하지만 항아(姮娥)처럼 고운 모습을 하시고선 그런 말씀을 하시면 손님들이 언니를 오해할지도 모른답니다. 이 아키하(秋葉)는 언니에게 그런 일이 생기지 않길 바라요.”

“그런 염려까지 해주다니 정말 세심하구나. 우타마로 공도 너의 그런 점을 칭찬하셨지. 그렇지만 내 손님들도 어쩌면 다들 너처럼 그리 마음씨가 고운지, 내가 실수를 하거나 말을 잘못하여도 너그러이 받아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는 경우가 많으니라. 수지청무어(水至淸無魚)라고 하지 않느냐? 지나친 것은 부족한 것만 못할 수도 있는 법이지.”



 

아키하의 얼굴이 순간 구겨졌지만 이내 여유롭게 웃는 표정을 회복하고는 쇼히에게서 많은 것을 배운다며 옆자리에 앉아도 괜찮겠느냐고 물었다. 염병할, 재수 옴 붙었군. 마다라는 속으로 욕설을 퍼부으며 흐트러진 옷자락을 가다듬었다. 꼴에 도도한 무가 영애라도 되는 양 자신을 흝어보는 시선이 같잖기 그지없었다.



 

“그 아이가 쇼히의 카무로인가요? 더 어릴 줄 알았는데 잘못 알고 있었던 모양이에요. 저 정도면 몇 년 안에 후리소데 신조(振袖新造)1가 되겠는걸요. 하지만 그만한 재능이 있을지 모르겠네요. 언니가 거의 하루종일 데리고 있는 것에 비하면 영 마땅찮다고 하는 소문이 있어서요. 물론 헛소문이겠지만요. 그렇죠?”



 

아키하의 쏘아보는 듯한 눈길을 받자 요우키는 불안한 듯이 마다라의 눈치를 보았다.



 

“네 새 이름은 긴쇼우(銀称)라고 하면 되겠구나. 네 언니의 이름은 킨쇼우(金称)였으니까 말이야. 너도 마음에 들지 않니?”



 

마다라는 무시하기로 작정한 듯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고, 요우키는 마다라의 소매를 꼭 붙잡은 채 아키하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아키하는 아랑곳하지 않고 화제를 돌려 계속 말을 이어갔다.



 

“일찍부터 예술 하면 게이샤들이라고 들었는데, 실제로 보니 그런 것도 아니군요. 제 카무로가 저것보단 잘 추겠어요. 하물며 우치하류에는 댈 것도 못되지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세요?”



 

몰래 이쪽을 곁눈질하던 유남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고 술에 취해 있던 손님 몇몇도 주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변해간다는 것을 느꼈지만, 아키하는 여전히 만면에 자신만만한 미소를 띤 채 말하고 있었다. 마다라의 근처에 앉아있던 유남들은 긴장한 표정으로 마다라에게 시선을 던졌지만, 정작 마다라의 얼굴은 별 변화가 없었다. 물고 있던 담뱃대를 깊게 한 번 빨아들이고 연기를 내뿜은 그는 자리에서 일어서 스이센카야 유곽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유녀들은 무척 놀란 얼굴로 서로를 쳐다보았고 마다라가 벌인 깽판을 몇 번이고 본 적이 있는 유남들도 예상치 못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가 연회장을 벗어나 유곽 쪽으로 향하는 다리로 가려던 순간, 술에 잔뜩 취한 손님이 발걸음을 헛디뎌 그에게 부딪히고 말았다. 손님이 들고 있던, 술이 가득 든 술병이 하늘로 날았고 유녀들은 헉 소리를 내며 입을 가렸다. 술병이 깨지는 요란한 소리에 그때까지 흥겨웠던 연회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침묵으로 덮여버렸다. 아키하는 그를 곁눈질하며 재빨리 입을 부채로 가렸다. 마다라의 머리카락과 소매에서 반투명한 액체가 방울져 떨어졌고, 가슴과 어깨 부분에 진 얼룩은 서서히 아래로 옆으로 퍼져갔다.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말을 전해듣고 달려온 보우하치들도 감히 입을 열지 못하고 있을 때, 마다라가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입가에 웃음을 머금은 채 태연하게 은실로 구름 자수가 놓인 흑색 겉옷을 벗어던지고는 머리에 꽂혀 있던 칸자시 하나를 빼어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그가 선홍색 기모노의 젖은 앞섶을 흰 속옷과 함께 살에서 떼어내자, 희디흰 쇄골과 어깨선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 자리에 서 있던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그 모습에 눈을 빼앗긴 채 침을 꿀꺽 목구멍으로 넘겼다. 방금까지 게이샤들이 있던 자리에 선 마다라가 좌중을 둘러보며 앞으로 흘러내린 검은 머리칼을 쓸어내리듯 뒤로 넘기자 연회석 곳곳에서 탄식의 한숨이 새어나왔다. 자신을 겹겹이 감싸는 시선을 느끼면서, 그는 달콤한 꿀이 뚝뚝 떨어지는 듯한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손에 들고 있던 부채를 촤르륵 펼쳤다.



 

“벗을 얻음에 나와 같이 기뻐해주는 벚꽃이여, 오늘은 어제보다 색도 향도 더하는구나 友を得て なおぞうれしき 桜花 昨日にか はる 今日のいろ香は2.

나머지는 땅에 맡기고 이 몸을 쉬리니, 꾸미지 않더라도 내 자신이 풍류로다 大ていは 地に任せて 肌骨好し 紅粉を 塗らず 自ら風流3.“



 

춤을 추듯 우아하게 몸을 돌린 마다라는 허리춤에서 다른 부채를 하나 더 꺼내어 펼쳤다. 멍하니 그를 바라보던 사람들은 그가 기품있는 태도로 고개를 숙여보이자 소리를 높여 환호했다. 마다라는 싱긋 웃으며 한 쪽 손에 든 부채를 들어올리고는 천천히 발을 움직여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는 서두르지 않고 움직이며 다시 요염한 목소리로 노래했다.



 

“三月咸陽城 춘삼월 함양성은

千花晝如錦 온갖 꽃이 비단을 펴 놓은 듯.

誰能春獨愁 뉘라서 봄날 수심 떨칠 수 있으랴

對此徑須飮 이럴 땐 술을 마시는게 최고라네.

我歌月徘徊 내가 노래하면 달은 거닐고

我舞影零亂 내가 춤추면 그림자도 따라 춤추네.

醒時同交歡 함께 즐거이 술을 마시고

醉後各分散 취하면 각자 헤어질 뿐.

窮通與修短 곤궁함, 영달함과 수명의 길고 짧음은

造化夙所稟 태어날 때 이미 다 정해진 것.

一樽齊死生 한 통 술에 삶과 죽음 같아보이니

萬事固難審 세상 일 구절구절 알 게 무엇이겠는가.

醉後失天地 취하면 세상천지 다 잊어버리고

兀然就孤枕 홀로 베개 베고 잠이나 자면 그만일세.

不知有吾身 내 몸이 있음도 알지 못하니

此樂最爲甚 이게 바로 최고의 즐거움이라네4."

 



춤이 끝나자마자 사람들의 함성이 쏟아졌다. 그들은 너나할 것 없이 한 목소리로 마다라를 향한 찬탄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관객들에게 마무리 인사까지 끝낸 그는 곧바로 자신이 앉아있던 좌석 쪽으로 걸어갔다. 아키하는 예상치 못한 상황을 넋이 나간 눈으로 바라보다 정신을 차리고 뒤늦게 몸을 움직이려 했지만,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그녀의 정수리 위에 차가운 액체가 쏟아지듯 퍼부어졌다. 그녀가 비명을 질렀으나, 마다라는 빈 병을 버리고 연거푸 다른 술병을 들어 그 속의 술을 그녀의 머리 위로 전부 부어버렸다. 주변의 유남들이 그를 말리려 하자 그는 손에 들려 있던 빈 술병을 탁자에 내리쳐 박살내버렸다. 마다라의 손에 들린 병목에 그어진 금들이 붉게 물들어갔다. 그의 손에 들린 부채가 백분이 거의 다 흘러내려 더럽기 그지없어 보이는 얼굴, 술세례로 엉망진창이 된 머리카락을 한 아키하의 턱을 강제로 들어올렸다.

 



“金牀爲誰拂 누굴 위해 좋은 침대 먼지를 털까

繡被久已收 비단 이불 넣어둔 지 오래 되었으니

奎空寒月落 님 없는 쓸쓸한 방에 달마저 지고

但見螢火流 다만 날아가는 반딧불만 바라보지요5.“

“!!이......!!!!”



 

마다라는 그녀의 입에 물려 있던 담배를 빼앗아 자신의 입에 물며 요염하게 웃었다.



 

“담배가 젖지 않아 다행이구나. 맛도 괜찮군. 하지만 백연은 내 취향이 아니니라. 도로......가져가려무나.”

“......꺄아아아아!! 이, 이, 이 더러운 남창!!!!아아아악, 아아악!!!!!!!”



 

마다라는 살이 타는 냄새를 기분 좋은 얼굴로 음미하며 뒤집혀진 담뱃대를 몇 번이나 힘주어 뒤틀었다. 귀를 찢는 듯한 비명소리가 더욱 커졌다.



 

“솔직해서 좋구나. 처음부터 그렇게 말하지 그러지 그랬느냐? 그랬으면 그런 꼴이 될 일도 없었을 텐데 말이다.”

“아악!!!아팟, 아아악!!!!!!꺄아아악!!!!아파, 아파아!!!!!”



 

마다라는 여전히 비명과 욕설을 퍼부으며 손등을 붙잡고 있는 아키하의 얼굴을 잡아 올리고는 강제로 입을 열어 자신의 입술 연지와 피가 고스란히 묻은 담뱃대를 그녀에게 물려주었다.



 

“내 입술자국을 탐내는 사람들은 널리고 널렸단다. 영광인 줄 알려무나.” 

 











 

스이센카야를 향해 걷던 하시라마는 코를 찌르는 술냄새에 얼굴을 찌푸렸다. 헤이와쵸의 벚꽃나무들 밑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술병들이 쌓여있었고 곳곳에 펼쳐진 야외 연회장에서는 술에 취한 남자들이 어울려 도무지 가사를 알아들을 수 없는 괴성에 가까운 노래를 불러대며 유녀들을 끼고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비교적 얌전한 곳들도 더러 보이긴 했지만,하시라마는 볼거리가 많을 거라는 신하들의 말에 호기심을 가지고 온 것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벚꽃 마을인지 술 마을인지 모르겠군......”



 

마침내 스이센카야에 도착한 하시라마는 가게 앞에 모여있는 남자들 뒤로 다가가 유녀들이 앉아있는 격자 안을 살펴보았다. 유녀들이 앉아있는 방은 한눈에는 다 볼 수 없을 정도로 넓어 가게의 규모를 알 수 있었다. 이전에 갔던 가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유녀들을 살펴보던 하시라마는 문득 바로 옆에 똑같은 형식의 방이 붙어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그쪽으로 눈을 돌렸다. 그는 눈을 크게 떴다. 옆에 서 있던 남자가 그를 툭 치며 말했다.



 

“이봐, 여기 처음 오나?”

“그렇사오만......어떻게 알았소?”

“딱 봐도 그렇게 보였어. 여기 처음 오는 놈들은 꼭 유남들을 보고 놀라더라고. 다른 가게에서는 이렇게 유남들을 내놓지 않으니까.”

“여기가 특별하다.....는 말이오?”



 

막노동꾼처럼 검게 그을린 얼굴을 한 남자는 씩 웃으며 대꾸했다.



 

“특별하고말고. 사쿠라마치에서 여기만큼 남자들을 만족시켜주는 곳도 없지. 여기는 유녀도 괜찮지만 이곳의 진짜는 저기, 저-기 앉아있는 사내새끼들이야. 정말 죽여준다고. 특히 여기에서 가장 유명한 그......”

“쇼히 말이지.”

“맞아!”



 

더벅머리를 상투처럼 올려 묶은 남자가 황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난 오늘 그를 봤어. 내 눈으로 똑똑히 봤다구. 부채를 들고 춤추는 모습까지 봤다니까.”

“지랄, 구라치지 마. 쇼히는 나지미가 아니면 도중(道中)에서밖에 볼 수 없는데 네놈따위가 어디서 그를 봤단 거야?”

“씨발, 진짜라니까!!! 광가회, 오늘 열린 광가회에 나왔었어. 쇼히를 한 번 보려는 사람들로 바글바글하더구만. 정말 죽여줬다니까. 술에 흠뻑 젖어가지고서는 부채를 들고 벚꽃 아래서 춤을 추는데 아주 그냥......말로 표현할 수 없어. 혼까지 송두리째 뺏긴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알겠더라니까.”



 

그의 눈은 꿈 속의 낙원에서 주지육림이라도 즐기고 있는 것처럼 몽롱했다. 거리는 깊은 밤이 되었음에도 사람들로 꽉 차 있어 마치 살아있는 것 같았다. 가게 앞으로 한꺼번에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뒤에 붙어 구경하려는 남자들과 앞에서 유남을 고르고 있는 남자들 사이에 둘러싸여 꽉 끼어버린 하시라마는 일단 먼저 빠져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끙끙거리며 사람들을 헤치고 발을 움직였다. 불현듯 자신의 앞으로 불쑥 끼어든 흰 손 하나가 자신의 손을 잡고 밖으로 끌어당겼다.



 

“곤란해하시는 것 같아서 멋대로 도와드렸습니다.”

“적절했소. 고맙소.”



 

사람들 속에서 해방된 하시라마는 자신을 도와준 흰 손의 주인에게 인사를 건넸다.

흰 살무사처럼 생긴 남자는 비싯 웃으며 하시라마에게 고개를 살짝 숙였다.



 

“스이센카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센쥬 하시라마 공. 저는 이 유곽의 주인, 오로치마루라고 합니다.”

“나를......알고 있소?”

“부족한 몸이지만 꽤 큰 유곽을 운영하고 있어, 다른 손님 분들로부터 듣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저는 오늘 공을 처음 뵙지만, 공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가지를 들어 알고 있습니다.”

“가능하면 좋은 쪽이길 바라오.”



 

오로치마루는 싱긋 웃으며 하시라마를 가게 안쪽으로 안내했다. 그와 하시라마가 지나가자 복도에서 바쁘게 움직이던 마와시들이 얼른 고개를 숙이며 넓은 길을 열어주었다. 오로치마루는 그를 다홍색 잉어들이 뛰노는 모습이 문에 그려진 화려하기 그지없는 방으로 안내했다.



 

“공께는 최고로 좋은 오이란을 붙여드리고 싶습니다만, 안타깝게도 오늘은 이미 손님이 계셔서 그럴 수 없겠군요. 참으로 유감입니다.”



 

정말 아쉽다는 표정을 짓는 오로치마루에게 하시라마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쪽에 대해선 그리 신경쓰지 않아도 되오. 원래는 다른 것을 보기 위해 온 것이었으니까......나는 어색치 않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상대라면 족하오.”

“다른 것이라 하심은......?”

“신하들에게 듣기로는 이맘때쯤 사쿠라마치에서, 신분에 상관없이 교류할 수 있는 장이 열린다고 하더군.”

“광가회 말이군요. 그곳에 참석하기 위해서 오신 거였다면......외람된 말씀이오나 좀 많이 늦으셨습니다.”

 



하시라마는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멋쩍다는 듯 웃었다. 그 모임이라는 것이 매우 궁금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날이면 날마다 쌓이는 공무를 팽개치고 올 수도 없는 일이었다. 오로치마루는 듣던 대로 성실하신 분이라고 말하며 소리내어 웃었다.



 

“하지만 그렇다면 정말 아쉽군요. 오늘의 광가회는 공께 평생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을 수도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공께 붙여드리고 싶었던 아이가 연회를 완전히 휘어잡아버렸지요.”

“쇼히......라는 유남 말이오?”

“이미 알고 계시는군요! 예, 그 아이입니다. 정말 놀라운 아이죠. 공도 그 아이를 보시면 빠지실 수밖에 없을 겁니다. 팔방미인(八方美人)라는 말은 바로 그 아이를 위해 있는 말이지요.”



 

오로치마루가 그 쇼히란 유남에 대해 장황한 자랑 겸 설명을 늘어놓았지만, 하시라마는 그를 한 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버렸다. 오로치마루가 나간 후 그는 가게의 입구에서 보았던,유녀와 같은 복장을 하고 다소곳이 앉아 있던 유남들의 모습을 떠올렸다. 미소년을 선호하는 주 고객들의 취향에 맞춘 것인지, 수염도 솜털로 보일 법한 어린 나이의 소년들이 반 이상이었다. 하시라마는 토비라마가 좋아할 법하다고 생각하며 속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직은 한참 어린 나이지만 아들이 있어서일까, 하시라마는 아무리 아름다운 소년들이라고 해도 연애대상으로는 보기가 힘들었다. 하물며 자의와는 상관없이 몸을 파는 소년들에게 색욕을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덕분에 그는 오로치마루가 마음에 들지 않는 줄 알고 연달아 보낸 열 명의 유남들을 모두 돌려보내느라 고생해야만 했다.










 


  1. 15~16세의 견습유녀로 바쁜 오이란을 따라다니며 보조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후리소데(긴 소매의 기모노)를 입는다 해서 후리소데 신조라 부른다. 후리소데 신조가 되면 고급 유녀로의 데뷔를 보장받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2. 전국시대의 다이묘 모리 모토나리(毛利 元就, 1497~1571)의 사세구(辭世句, 죽기 직전에 남기는 시로 일종의 유언).
  3. 역시 전국시대의 유명 다이묘인 다케다 신겐(武田信玄, 1521~1573)의 사세구.
  4. 이백(李白, 701~762)의 시 월하독작(月下獨酌) 중 일부.
  5. 이곡(李穀, 1298~1351)의 시 첩박명용태백운(妾薄命用太白韻)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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