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내용으로 건너뛰기

[나루토/하시마다]Cineraria 65


 

107  

 

 

 

 

 

오랜......만이야.  

 

 

이즈나는 말없이 하시라마의 앞까지 걸어왔다. 토비라마는 그의 발걸음이 미묘하게 불규칙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는 이즈나였지만 눈빛은 차갑기 그지없었다.  

 

 

겉치레는 집어치우죠. 그럴 생각도 없었으니까. 하시라마 형, 형은 나랑 할 얘기가 있죠?  

뭐야, 이 자식은......형, 이 녀석 알아?

 

 

이즈나는 토비라마에게 고개를 돌리며 냉담한 어투로 말했다.  

 

 

제 3자는 꺼져주세요. 이건 하시라마 형과 우리 형 문제니까.  

뭐? 이 ㅅ......

토비라마, 가만히 있어라. 알았어. 다른 곳에서 얘기하자, 이즈나.

 

 

이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즈나는 나가서 기다리겠다는 말만 하고는 바로 교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토비라마는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 하시라마에게 시선을 돌렸다. 하시라마는 책을 집어넣은 가방을 한쪽 어깨에 둘러멨다.  

 

 

......형, 저 녀석 설마 우치하 마다라 동생이야? 형이랑 저 녀석이 무슨 할 얘기가 있다는 거야?  

나한테는 중요한 일이야, 토비라마. 먼저 간다. 아버지한테는 이미 할 말씀은 다 드렸어. 나머지는 아버지가 알아서 판단하실 일이라고 말씀드려라. 갈게.

잠깐만, 형!

 


 

 

 

 

 

 

108 

 

 

 

이즈나는 운동장 구석의 스탠드로 갈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시라마는 말없이 이즈나의 뒤를 따라 걸었다. 이즈나는 발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교 시간이 한참 지나서인지 운동장에는 멀리서 청소를 하고 있는 청소부 한 명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이즈나는 몸을 돌려 하시라마를 응시했다.  

 

 

한 가지만 물어볼게요.  

......?

형한테 고백했어요?

 

 

하시라마는 생각지도 못한 말에 놀란 나머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눈을 깜빡이고만 있었다. 이즈나의 눈썹이 찌푸려졌다.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한 거예요?  

 

 

하시라마를 바라보는 이즈나의 눈에는 뼛속까지 스며들 듯한 냉기가 흐르고 있었다.  

 

 

무슨 생각이라니...... 

남자끼리잖아요. 우리 형이면 괜찮겠지 생각하기라도 한 거예요?

......!!

우리 형이 그렇게 쉬워보였어요? 처음부터 형을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한 건가요? 어차피 남자는 익숙할 테니까, 상관없을 거라고?

그럴 리가 없잖아......! 오해야, 이즈나! 나는......

 

 

하시라마는 순간, 말을 멈췄다.  

 

 

이즈나, 너......알고 있었어......? 

......


 

 

이즈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미세한 핏발이 선 눈동자는 약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하시라마는 혼란스러운 눈으로 이즈나를 쳐다봤다.  

 

 

마다라는 분명히, 너한테는 절대 말하면 안 된다고...... 

......형보다 훨씬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숨기려고 해도, 숨겨지지 않는 게 있는 법이잖아요. 완벽한 비밀은 없어요. 게다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형에 대한 일이에요. 눈치채지 않는 게......더 이상하잖아요.

 

 

이즈나는 손이 떨리는 것을 감추려는 듯, 코트 자락을 꽉 쥐었다. 침묵을 지키고 있던 이즈나는 흥분을 가라앉힌 목소리로 말했다.  


 

 

.......죄송해요. 심한 말을 해서. 하지만 형에 관한 일이라서 냉정해질 수가 없었어요. 혹시라도 형이 우리 형을 남창으로 생각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어서......그렇게 생각하니까 참을 수가 없었어요.  

이즈나, 믿어 줘. 난 한 번도 마다라를......그렇게 생각한 적 없어. 난 마다라가 더럽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런 상황이 된 건 마다라의 탓이 아니잖아. 이즈나, 네 탓도 아니었고.

 

 

이즈나는 가만히 하시라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라고 묻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눈은 자조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즈나는 들릴 듯 말 듯 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그게 전부 내 탓이라고 생각했어요. 아무리 형이 내 잘못이 아니라고 해도, 그렇게 넘겨버릴 수가 없었어요. 내가 형처럼 강했더라면, 애초부터 그 녀석들한테 당할 정도로 약하지 않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계속 생각했어요. 그랬으면 그 사고도 없었을 거고, 형이 고아원에서 쫓겨날 일도 없었을 거고, 형이......그런 일까지 하면서 고생할 필요도 없었을 텐데.  

이즈나......

형이 몸을 판다는 걸 알았을 때는, 너무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어요. 다 싫었죠. 형한테 당장 그만두라는 말을 할 수도 없는 나도, 속이나 겉이나 만신창이인 주제에 항상 괜찮다고만 말하는 형도 싫었어요.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어요. 형을 만나는 게 무서웠어요. 형을 볼 때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어서. 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서. 그래서 결국엔 형한테도 상처만 줘버렸어요.

 

 

이즈나의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하시라마는 이즈나의 어깨에 손을 얹고 다독였다.  

 

 

누구도 네 탓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마다라도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너도 알잖아? 네가 없었으면 마다라는 지금까지 버티지도 못했을 거야. 마다라는 네가 옆에 있어줘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나도 그래. 네가 아니었으면......난 지금의 마다라를 만나지 못했을 테니까.  

 

 

하시라마는 진심을 담아 말했다. 이즈나는 고개를 들어 하시라마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한참동안 말없이 서 있던 이즈나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바보네요, 형은.  

에......?

 

 

하시라마는 약간 멍해진 얼굴로 눈을 깜빡였다. 

 

 

난 사실 형이 마음에 안 들었어요. 솔직히 지금도 그렇게 미덥진 않아요. 하지만......우리 형이 형을 만난 건,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

형 옆에 있어줘서, 고마워요.

 

 

이즈나는 고개를 숙였다. 하시라마는 당혹스러운 얼굴을 하며 이즈나에게 이러지 말라고 말했다. 몸을 일으킨 이즈나는 코트 주머니 속에서 휴대폰을 꺼내 열었다.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화면을 가까이 들여다보던 이즈나는 휴대폰을 닫으며 하시라마에게 눈을 돌렸다.  

 

 

코노하 대학병원 입구에서 공원 방향으로 가면 있는 사거리 아시죠? 우리 집까지 이어지는 주택가 골목 나오는 곳이요. 그쪽으로 가세요. 지금 시간이면 형 아마 그 근처에 있는 마트에서 장보는 중일 거예요.  

 

 

하시라마는 놀란 눈을 했다가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이즈나를 쳐다봤다. 이즈나는 팔짱을 끼며 덤덤하게 말했다.  

 

 

우리 형 좋아한다면서요. 한 번 더 기회 주는 거예요. 가서 잡아요.  

하지만 마다라는......내가 싫다고 했어. 다시는 날 보고 싶지 않다고......

 

 

하시라마가 자신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즈나는 어이없다는 얼굴을 했다. 

 

 

우리 형을 그렇게 몰라요? 진심이었으면 형이 얼굴 한방으로 깔끔하게 끝내줬을 것 같아요? 만약 그랬으면 형은 다음날 아침 전봇대 밑이나 병원 침대에서 눈떴을 거예요.  

그럼......

그래도 제대로 화난 건 맞아요. 그건 형 탓이죠. 형도 준비없이 그런 말을 막 하면 어떡해요?

 

 

위로 솟아있던 이즈나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형이 어떻게 자라왔는지, 어떤 일을 겪어야 했는지......형은 다 알잖아요. 아무리 형 말이라도, 형이 좋아한다, 사랑한다 하는 말을 그렇게 쉽게 믿을 것 같아요? 그런 얘기를 듣기만 해도 형은 치를 떠는데. 

......

배신감 느꼈을 거예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형이 그런 말을 했으니까. 형은 사랑 같은 건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다 거짓말이라고.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분명히 형은 그 때 지금까지 이 녀석과 내 관계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건가, 그렇게 생각했을 거예요.   

......!!  

 

 

이즈나는 차분한 눈으로 하시라마를 응시했다.  

 

 

우리 형을 그렇게 만든 사람은 형이니까, 원래대로 돌아오게 만들 수 있는 사람도 형밖에 없어요. 가서 다 털어놔요. 형이 우리 형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형이 우리 형한테 바라는 게 뭔지. 그 때 더 하고 싶었던 말이 있었을 거 아니에요. 맞을 때 맞더라도 끝까지 붙잡고 얘기해요. 형이 정면으로 부딪히면, 우리 형도 피할 수 없을 거예요.  

......

나는......우리 형이 마음껏 웃을 수 있기를 바라요. 이젠 나만 생각하지 말고, 형 자신도 좀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더 이상 날 지킨다는 이유로 고생하지 않았으면 해요......

 

 

이즈나는 말끝을 흐렸다.  

 

 

부탁해요, 형. 나만큼 우리 형을 아는 사람은 없어요. 우리 형은 형을 싫어하는 게 아니에요. 다시 만나고 싶지 않다고 한 건, 분명 진심이 아닐 거예요.  

이즈나......

난 형이 나 말고 다른 사람 앞에서 웃는 걸 본 적이 없어요. 형은 원래 감정 같은 걸 잘 표현하는 사람도 아니니까요. 하지만 형 앞에서는 웃었잖아요. 난 형이 그렇게 즐거워하는 거 처음 봤어요.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형이 있으니까 그런 거예요. 형이 있으니까 웃을 수 있고, 형이 있으니까 기쁜 거예요. 형만 우리 형이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에요. 형도 우리 형한테는 특별한 사람이고, 잃고 싶지 않은 사람이에요.

 

 

혼란스러움을 담고 있던 하시라마의 눈동자가, 크게 일렁였다.  

 

 

난 우리 형을 누가 빼앗아가는 건 싫지만, 형을 저렇게 두는 건 더 싫어요. 그러니까 빨리 가요, 형. 가서 우리 형을 좀 안아줘요. 더 이상 형이 혼자 괴로워하게 두지 마요.  

 


 

 

 

바라기눈 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

댓글

SNS 계정으로 간편하게 로그인하고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