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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토/하시마다]Cineraria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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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오늘 늦게 들어온다고 하지 않았어? 

 

 

 

이즈나가 놀란 얼굴을 하며 다가왔다. 나는 가방끈 한 쪽을 벗어 늘어뜨렸다.  

 

 

......그렇게 됐어.  

형, 얼굴이 왜 그래?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어?

 

 

내가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자 이즈나는 내가 어쩐지 우울해보인다고 말했다. 나는 픽 웃었다.


 

 

별 일 아냐. 그냥 약속이 취소된 것뿐이야. 

약속? 하시라마 형이랑?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즈나는 말없이 나를 쳐다봤다. 나는 교문 앞에서 봤던 하시라마와 미토의 모습을 떠올렸다. 처음 봤을 때도 생각했던 거지만, 그냥 봐도 커플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녀석은 좋아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고 했지만, 아마 다른 사람들이 그 모습을 본다면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형?

 

 

나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왜 이러지. 옷에 흙탕물이 튀었을 때의 기분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아니, 그런 느낌은 아닌가? 아무튼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왜......? 하시라마와 같이 놀지 못해서? 나는 고개를 저었다. 어린애도 아니고, 그런 일로 이런 기분이 될 리는 없다. 하시라마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말이다. 얼굴을 구기고 있는 나를 본 이즈나는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었다. 나는 간단하게 상황을 설명했다. 시험이 끝난 것과 하시라마와 함께 시험지 풀이가 끝나면 놀러가기로 했던 것, 그리고 교문 앞에 서 있던 미토의 일까지. 유심히 듣고 있던 이즈나는 눈썹을 좁혔다. 한참동안 말없이 앉아 있던 이즈나는 작게 뇌까렸다.

 

 

형 진짜 그 형 좋아하는구나.

......뭐?

 

 

나는 할 말을 잊은 채 멍한 얼굴을 했다. 어이, 대체 어떻게 하면 이 상황에서 그런 말이 나오는 거냐. 하지만 이즈나는 뭔가 단단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뚱한 표정을 지은 채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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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미리 제게 말씀해주시지 않은 겁니까?

이미 결정된 사항을 굳이 네게 통보해야 할 이유는 없지 않느냐. 그리고, 너도 이미 짐작하고 있지 않았느냐?

 

 

부츠마는 별 쓸모없는 것을 다 질문한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아들을 응시했다. 하시라마는 여전히 납득할 수 없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미토와 저는 친구입니다, 아버지.

아직도 그런 말을 하는 거냐?

이런 약혼은 저나 미토나 바라지 않습니다. 이런 건 관계를 끊는 것밖에는 되지 않아요!

그걸 어떻게 아느냐? 넌, 미토가 널 좋아하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고 말할 셈이냐?

 

 

하시라마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손을 힘주어 꽉 쥐었을 뿐이었다. 알고 있었다. 하지만 모른 체했다. 미토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시라마는 불안했다. 미토가 자신에게 그에 관해 어떤 말이라도 했다면, 지금까지 이어져 왔던 친구관계 역시 위태로워질 수 있었다. 가능하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랐다. 미토도 그런 자신의 마음을 알고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동시에, 하시라마는 그런 자신의 바람이 미토에게 더없이 잔인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하지만 자신이 미토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절교를 원한다면 기꺼이 그렇게 할 수 있었지만, 미토는 그런 걸 바라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진심이 아닌데도 미토의 마음을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하시라마가 생각할 때 그것은 명백한 기만이었고, 미토를 더욱 아프게 만드는 일이었다.  

 

 

넌 내년이면 바로 졸업하고 대학에 들어갈 거다. 성인이 된다는 말이다. 그 때면 슬슬 준비를 해야지. 이 약혼은 결코 이른 게 아니다.

 

 

부츠마는 손의 양주잔을 내려놓으며 예리한 눈으로 하시라마를 쳐다봤다.

 

 

아니면, 다른 여자가 있기라도 한 거냐?

......

대답하지 못하는 것을 보니 내가 허락할 수 있는 수준이 안 되는 것 같구나.

 

 

하시라마의 머리는 복잡했다. 부츠마는 이미 미토와의 약혼을 기정사실로 보고 있었다. 오늘 저녁, 예약이 되어있던 식사장소로 갔을 때 하시라마는 깜짝 놀랐었다. 부츠마, 토비라마뿐만 아니라 미토의 부모님도 와 있었던 것이다. 사실상 상견례나 다름없었다. 하시라마는 그 자리에서 약혼은 할 수 없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아버지와 미토의 부모님 모두 불편한 상황에 빠질 것이 뻔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이야기는 그만하자. 더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건 그렇고......

아버지......!

너는 내게 더 중요한 말을 해야 할 것 같다만.

 

 

하시라마는 말없이 부츠마를 응시했다. 부츠마의 시선이 날카로워졌다.

 

 

토비라마에게 다 들었다.

......!

대체 왜 그런 쓰레기같은 녀석과 사귀는 거냐?

......!!아버지!

나도 다 알아봤다. 학교 선생들에게 물어보니 그 녀석만큼 네가 친근하게 대하는 사람이 없다고 하더구나. 나도 이런 말은 하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정도라는 게 있어!

 

 

부츠마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겨우 19살밖에 안 된 애송이가 어떻게 그렇게 더러운 소문들만 달고 사는건지 했는데......내가 오늘 무슨 말을 들었는지 아느냐? 그 녀석이 우치하 타지마의 사생아라고 하더구나.그제서야 좀 이해가 가는 것 같았다. 우치하 타지마......그 피가 어디 갈 리 없지.

......!!

고아원에서도 쫓겨난 데다, 허구헌날 싸움질에 매춘까지......그 이야길 들으면서 민망해서 죽는 줄 알았다. 소문이라고는 하지만,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난다더냐? 네가 얼마 전 학교에서 했던 일을 내가 몰랐을 거라고 생각하느냐? 왜 네가 그런 녀석의 뒤처리까지 해야 하는 거냐. 네가 뭐가 부족해서 그런 녀석과 사귀지 않으면 안 되는 거냐? 다른 사람도 아닌 네가!

마다라의 잘못이 아닙니다!

 

 

부츠마는 놀란 눈으로 하시라마를 쳐다봤다. 주먹을 꽉 쥐고 있는 하시라마의 손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지만, 눈에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하시라마는 차분한 어조로 말했지만, 그 밑에는 흥분과 분노가 끓고 있었다.

 

 

마다라는 어렸을 때 버림받았습니다. 동생도 함께요. 마다라는 계속 동생을 돌봐줘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도와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지금까지 마다라는 동생과 단 둘이서만 살아왔습니다. 혼자 힘으로 모든 걸 해결하면서요! 마다라는 누구에게도 싸움을 건 적이 없습니다. 걸려온 싸움에 맞선 게 답니다. 제가 아는 마다라는 더러운 사람도 아니고, 쓰레기도 아닙니다. 아버지도 마다라의 성적을 보셨을 겁니다. 학교에서 마다라 이상으로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은 없어요. 생활비나 동생 치료비 때문에 밤늦게까지 코피를 흘릴 정도로 일을 해야 하는데도요. 그 녀석이 원하는 건 그저 조용히 일상을 보내는 것뿐입니다!

 

 

피투성이가 되어 비틀비틀 걸어가던 마다라의 모습이, 거리에 주저앉아 아이처럼 엉엉 소리내어 울던 마다라의 모습이 영상을 보는 것처럼 선명하게 떠올랐다. 미쳐버릴 것 같았노라고, 외치는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서 울리고 있었다. 가슴 깊숙한 곳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하시라마는 자신도 모르게 소리가 높아지는 것을 느꼈다.

 

 

잘못이라면 마다라를 버린 타지마 씨와 마다라의 어머니에게 있습니다. 마다라는 비난받을 이유가 없어요, 아버지.

 

 

부츠마는 헛웃음을 지으며 하시라마를 쳐다봤다. 하시라마는 눈에 힘을 담은 채 아버지의 시선을 받아쳤다. 어이없다는 듯한 빛을 띠고 있던 부츠마의 눈매가 꿈틀거렸다.

 

 

실망했다.

......

부끄럽지 않게 자랐다고 생각했건만.......네가 이렇게 어린애처럼 행동할 줄은 몰랐다. 주변의 시선이나 평판이 얼마나 중요한지 제대로 판단하지도 못하는 거냐?

 

 

부츠마는 하시라마를 지나쳐 서재 쪽으로 발을 옮겼다. 그 자리에서 못박힌 듯이 서 있는 하시라마에게 부츠마는 억양없는 목소리로 낮게 말했다.

 

 

두 번 말하지 않겠다, 하시라마. 다시는, 그 녀석과 어울린다는 말이 내게 들리지 않게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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