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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토/하시마다]Cineraria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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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서 뇌만 떨어져 허공에 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몸은 쉴새없이 움직이고 있는데, 머리는 몸을 따라가는 것은 고사하고 제대로 된 상황 파악을 할 수조차 없었다. 두꺼운 자물쇠를 채워 꽁꽁 묶어놓았던 몸의 리미터가 완전히 풀려버린 것 같았다. 몸이 이렇게까지 움직이는 것은 중학교 때의 그 날 이후로 처음이었다. 대체 거의 3년 내내 맞고만 다녔던 내게 어디서 이런 힘이 나오는지 스스로도 이상하게 생각할 정도였다. 공격이 올 때마다 몸은 어떻게 올 것인지 이미 다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이 민첩하게 움직였다. 손에 부딪히는 것은 살, 살, 살. 주먹에 닿는 느낌은 물컹하기도 했고 딱딱하기도 했다. 뿌득, 팔과 다리가 뭔가에 닿을 때마다 그런 작은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았다. 공포에 찬 듯한 비명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발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 가느다란 살덩이를 짓이기는 것처럼 밟아뭉갰다. 뒤에서 날아오는 주먹을 피하자마자 그 손목을 움켜쥐고 그대로 팔을 꺾어버렸다. 나는 뒤로 물러서며 욕을 지껄여대는 녀석을 잡아 벽에 머리를 박아버렸다. 녀석의 입에서 고통스러운 신음이 흘러나왔다. 한 번으로는 아무것도 생기지 않는다. 한 번, 두 번, 세 번......나는 벽에 붉은 자국이 생길 때까지 그 녀석의 머리를 벽에 찧었다. 바로 옆에서 막대기 같은 것을 집어들고 소리지르며 달려오는 녀석의 목을 움켜잡고는 바닥에 꽂아버렸다. 무언가가 떨어지는 듯한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내게 목이 잡혀버린 녀석은 숨구멍이 막혔는지 켁켁 소리를 내며 손을 떼어내려고 안간힘을 썼다. 목을 움켜쥔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갔다.  

 

 

 

죽어.  

죽어.

죽어.

 

 

 

죽어, 그 한 마디가 내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들려오는 목소리들은 마치 콜로세움에서 피에 미쳐버린 관중들이 환호를 하는 것처럼 들렸다. 내 밑에 깔려 있던 녀석은 발악하듯이 있는 힘껏 내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얼굴에 주먹이 부딪히면서 입 안의 살이 이빨에 쓸려 피가 났다. 나는 피가 섞인 침을 뱉었다. 나는 곧바로 주먹을 들어 녀석의 얼굴을 갈겼다. 녀석은 숨이 막혔는지 콜록거리며 다 죽어가는 고양이 같은 신음소리를 냈다. 나는 다른 손으로 그 녀석의 멱살을 거칠게 움켜쥐고는 다시 그 얼굴을 때렸다. 녀석의 입가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이제는 더 잡고 있을 필요도 없었다. 녀석은 거의 눈이 감긴 상태로 축 늘어져 있었다.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남아있는 한 녀석에게 시선을 돌렸다. 두려움에 덜덜 떨면서 나를 보던 녀석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뒤로 돌아서 도망치려고 했다. 나는 피식 웃었다.도망친다고? 내 앞에서? 녀석은 얼마 가지도 못하고 내게 목덜미를 잡혀 질질 끌려왔다. 녀석은 돼지 멱따는 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얼굴을 한 번 후려치자 녀석은 바닥으로 나동그라졌다. 간신히 몸을 일으키던 녀석은 벌벌 떨며 내게 빌었다.  

 

 

 

사....살려줘. 살려줘......!!  

......

다, 다 저 녀석이 시켜서 한 거야. 다시는! 다시는 안 그럴게. 제발......

 

 

 

살려달라.....고? 눈 앞의 풍경이 그 날, 골목에서의 광경과 겹쳐졌다. 쓰러져 있던 이즈나의 피투성이가 된 얼굴이, 망가져있던 다리가 떠올랐다. 검게 죽어있던 가슴에 불꽃이 타오르는 것 같았다. 나는 단숨에 그 녀석을 쓰러뜨리고는 미친 듯이 주먹을 갈겼다. 살려달라고? 용서해달라고? 너 같은 쓰레기들이 이즈나를 그렇게 만들었었지. 피투성이가 된 어린애가 아픔에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있을 때, 네 녀석들은 그 아이를 놔 줬었나? 용서해 줬었나? 내가 몸을 웅크린 채 속으로 숫자를 세면서 차가운 바닥에서 구르고 있을 때 네놈들은 나를 내버러 뒀었나? 내가 피를 뱉으면서 고통에 신음하고 있을 때......네놈들은, 나를 놔 줬느냔 말이다!  

 


손에 묻은 피가 내 옷과 얼굴에 튀었다. 그 녀석이 흘리는 피가, 바닥에 튀어있는 피가 클로즈업되어 내 시야를 꽉 채우는 것만 같았다. 눈 앞은 온통 붉은 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심장이 뛰는 소리가 귀 바로 옆에서 들리는 것 같았다. 갈아버리고 싶다. 찢어발기고 싶다. 얼굴가죽을 벗겨 그 안에 있을 혈관들을, 세포들을 조각조각 물어뜯어 으깨버리고 싶었다.지금의 나를 지배하는 것은 내 눈 앞에 있는 것들을 모조리 부숴버리고 싶은, 짓이겨 뭉개버리고 싶은 파괴적인 충동뿐이었다. 두 손은 이미 내가 통제할 수 없을 정도가 되어있었다. 아마, 이 녀석의 얼굴이 피곤죽이 되기 전까지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형상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철저히 짓밟아놓기 전에는, 멈추지 않을 것이었다.  

 

 

그럼 어때서? 

 

 

별로 상관없잖아.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달콤한 목소리가 이제 끝내버려-라고, 나지막히 속삭이고 있었다. 고민할 필요 없어. 죽여. 박살내버리면 되는 거야. 죽여버리면 다 끝나. 그래, 죽이면 돼. 죽이면...... 

 

 

 

 

 

그만해, 마다라! 이제 그만해......!! 



 

 

누군가가 그렇게 소리치며 나를 강하게 붙잡았다. 내가 몸부림을 쳐도, 뒤에서 나를 끌어안듯이 잡고 있는 그 사람은 필사적으로 나를 저지하고 있었다. 순간 머리에 피가 콱 몰리는 듯한 느낌과 함께 격렬한 분노가 솟구쳤다. 지금의 나는 눈에 뵈는 것이 없었다. 누구든 나를 방해하는 녀석은 내 앞에 널브러져 있는 이 녀석과 똑같이 피범벅이 될 수도 있었다.  

 

 

이거 놔!!! 

 

 

나는 완전히 이성을 잃고 소리치며 날 붙잡고 있던 사람을 무자비하게 뿌리쳤다. 그 사람은 얼굴을 맞았는지, 작은 신음소리를 내며 내게서 떨어졌다. 하지만 내 분이 풀리기에는 한참 부족했다. 피에 굶주린 야수처럼 그 사람에게 달려든 나는 그의 멱살을 거칠게 휘어잡아 벽에 내동댕이쳤다. 손을 들어올려 한방 갈기려는 순간, 나는 그만두라며 말하던 목소리가 어딘지 익숙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시선을 떨어뜨려 고통스러운 듯이 숨을 뱉고 있는 그 사람의 얼굴을 쳐다봤다.

 

 

마다라.....

 

 

하시라마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시라마는 얼굴을 찡그린 채 손을 들어 내 손목을 잡았다. 하지만 시선은 여전히 내게서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순간 목덜미에 얼음물을 끼얹는 듯한 느낌과 함께 시야가 넓어졌다. 주변의 풍경이 서서히 제 색을 되찾고 있었다. 나는 번개처럼 하시라마에게서 손을 뗐다. 내가 엄청난 충격을 받은 얼굴로 주춤거리며 물러서자 하시라마는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

 

 

마다라, 괜찮아......?

......가.

너, 얼굴이......

꺼지라는 소리 안 들려?! 가! 당장 여기서 꺼지란 말이야!!

 

 

지금은 내가 너한테 어떤 짓을 할지 모른단 말이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가슴 한구석을 서늘하게 만드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욕지거리가 절로 나왔다. 멍청한 자식. 미친 새끼. 내가 저지른 꼴을 보고서도 왜 나한테 온 거냐. 나는 하시라마에게서 돌아서 내가 짓이기고 있던 녀석이 있던 곳으로 눈을 돌렸다. 끙끙대면서 도망치려고 하던 녀석은 나를 보고 굳어버린 듯이 멈췄다. 나는 그 녀석의 머리카락을 인정사정없이 움켜쥐고 겁에 질린 시선을 위로 향하게 했다.

 

 

 

......내 동생한테 무슨 짓을 했지?

사, 사.....

입 닥치고 질문에나 대답해. 여기서 턱이 박살나고 싶어?

아, 안했어! 아무 짓도 안했어! 제발, 정말이야. 그쪽에 있는 녀석들이 연락하면 움직이기로 했었어. 그 전까지는 아무것도......

 

 

나는 그 녀석의 머리카락을 끌어당겨 내 얼굴을 보도록 했다. 핑핑 돌아가고 있는 나약한 눈동자 안에는 공포가 가득했다. 나는 핏물이 뚝뚝 떨어지는 듯한 살벌한 목소리로 말했다.

 

 

혹시나 내 동생한테 무슨 일이라도 있었다간......죽인다.

 

 

녀석은 미친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실금으로 녀석의 바짓가랑이는 비를 맞기라도 한 것처럼 젖어 있었다. 하지만 나에게 그런 것은 신경 쓸 만한 거리도 못 되었다.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센고쿠 중학교 쪽으로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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