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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토/하시마다]Cineraria 51

 

 

85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달리는 도중에도 머리의 어지럼증 때문에 발이 꼬여서 중심을 잃어버릴 뻔했다. 머릿속에는 이즈나에 대한 생각으로 꽉 차 있었다. 그 쓰레기 녀석이 거짓말을 했을 리는 없다. 하지만 그 패거리들이 연락이 오지 않는다고 멋대로 움직이기라도 했다면? 이즈나에게 손을 대기라도 했다면? 생각하기도 싫었다. 어떻게든 막아야 했다. 이즈나를 보기 전까지는, 안심할 수 없었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미친 듯이 달리는 것 밖에 없었다.  

 


 

 

『♬♪♬♩♪』  

 

 

 

나는 벽을 잡고 거친 숨을 내쉬며 휴대폰을 꺼냈다. 전화벨소리가 드문드문 끊겨 들리는 것 같았다. 휴대폰을 열자 화면에는 「동생」이라는 두 글자가 떠 있었다. 나는 황급히 통화 버튼을 눌렀다.  

 

 

 

이즈나, 이즈나......! 

『......형? 아직 집 안 들어갔어?』

이즈나 너......너, 지금 어디야?

『.....? 아직 학교야. 오늘 연습이 좀 길어져서 늦게 간다고 전화하려던 건데.』

 

 

 

감사합니다.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형?』 

이즈나, 너 괜찮은 거지......? 아무 일 없지, 응?

『......그럼 무슨 일이 있겠어? 새삼스럽게 왜 그래?』

 

 

 

눈물이 났다. 이즈나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눈물이 뺨을 타고 줄줄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다행이라고, 정말 다행이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입에서는 꺽꺽대며 볼썽사납게 흐느끼는 소리밖에 나지 않았다. 나오지 못한 목소리는 억눌린 울음소리와 섞여 괴상한 불협화음이 되어버렸다. 전화기 너머의 이즈나는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 같았다.이즈나의 목소리가 변했다.  

 

 

 

『형, 형? 무슨 일이야? 형 괜찮은 거야?』 

......

『형? 대답해!!』

아, 아무것도 아냐. 그냥, 갑자기 걱정이 돼서. 감기 기운이 있나 봐. 신경쓰지 마. 금방......들어갈게.

 

 

 

닫힌 휴대폰을 쥔 손이,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전화를 끊은 후에도 나는 멍하니 길 위에 주저앉아있었다. 나는 간신히 휴대폰을 주머니 속으로 밀어넣었다. 이즈나한테 집으로 간다고 했으니까.....바로 집에 가야 하는데. 일어서야, 되는데.  

 

 

감각의 마비가 서서히 풀리면서 몸 곳곳이 쑤셔왔다. 얻어맞아 부은 얼굴과 팔, 다리까지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소리내어 웃었다. 우치하 마다라, 아직 안 죽었군. 이런 몸으로 그런 짓거리까지 벌일 수 있었다니. 중학교 새끼들은 날 미친 개라고 했었지. 그 말이 맞아. 그 말이.....틀린 게 하나도 없어. 난 미쳤다. 한참 전부터, 미쳐버린 거다.이 위험한 줄타기를 해야만 했던 그 날부터.  

그런 주제에 희망이라는 것을 품었다. 어쩌면 아무 일 없이, 평범하게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마음 깊은 곳에서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병신이 따로 없었다. 어떻게,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있었던 거지? 나는 내 피와 누군가의 것일지도 모르는 피로 더러워져 있는 손과 팔을 응시했다. 이제는 허탈한 웃음조차 안 나왔다.  

 

 

이젠,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아무 답도 떠오르지 않았다. 이미 주먹을 내지른 이상 이렇게 될 것은 알고 있었다.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참을 수가 없었다. 더 이상은......더 이상은, 견딜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미 한계라면 몇 번이나 부딪혔었다. 보이지 않는 손이 내 목을 서서히 조여오는 것처럼, 숨을 쉬는 것이 점점 더 가빠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아직은 아니라고, 한계는 넘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어버릴 것 같았으니까. 이번에도 그렇게 하려고 했다. 그러려고 했었다. 하지만 완전히 제어장치가 부러진 몸은 미쳐 날뛰었고 나는 그걸 막을 수 없었다. 거센 물살을 간신히 막아놓았던 볼품없는 둑이 터져나가듯이, 가슴 깊숙한 곳에 묻혀있던 감정의 소용돌이가 나를 휩쓸었다. 아마 더 참았다면 나는 죽어버렸을지도 몰랐다. 내가 저지른 행동에 대해 후회는 하지 않았다. 이런 일을 저지른 것은 나니까, 나만 죽으면 되는 거다.이 일로 뭔가 생긴다면......그 때는 내가 죽으면 된다. 나만 사라져 준다면......아무 문제 없다.  

 

 

 

왜......? 

 

 

 

왜. 대체 왜? 격렬한 외침이 머릿속에서 울려퍼졌다. 왜 내가 그렇게 되어야 하지? 죽는 게 무서운 게 아냐. 죽어봤자 이 개같은 상황에서 숨만 멈추는 것에 지나지 않을 거다. 하지만, 어째서.....왜? 하고 싶은 것이, 함께 있고 싶은 사람들이 생겨났는데도, 살아있을 이유가 있는데도 왜 내가?  



 

 

왜......!!!  

 

 

 

누구나 행복을 꿈꾼다. 그게 소박한 것이든, 거창한 것이든 간에. 나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었다. 힘들었던 만큼 행복해지고 싶다고, 계속 바래왔었다. 지금은 힘들더라도, 나중에는 꼭. 행복해지고 싶다고, 그렇게 바랐다. 그냥 그것뿐이었다. 큰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왜, 나한테는 그것조차 허락되질 않는 건가. 한 순간만이라도, 아무 걱정 없이 있을 수만 있다면 그걸로 충분한데. 내 동생, 그리고......하시라마가 옆에 있어준다면 더 바랄 것도 없을 텐데. 욕심이 있다면 그것뿐인데. 나는 그걸 바랄 자격도 없다는 건가? 

 

 

머리에서 김이 나는 것 같았다. 빨갛게 달군 쇳물을 그대로 가슴에 들이부은 느낌이었다. 검붉은 화염 덩어리가, 폐 속에서 이글이글 타오르며 나를 태워버리고 있는 것 같았다. 꺼내고 싶은데. 당장 토해내고 싶은데도 나는 흐느끼며 우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가스실 안에서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죽어가는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괴로워서, 아파서, 정말 아파서ㅡ 미칠 것만 같았다.  

 

 

 

마다라...... 

 

 

 

나는 있는 힘을 다해 울음을 참았다. 단정한 발소리가, 뚜벅뚜벅 내 옆으로 다가왔다. 나는 벽을 잡고 힘겹게 일어섰다. 하시라마가 부축해 주려는 듯 손을 뻗었지만, 나는 그 손을 쳐냈다.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다.  

 

 

 

너......사람 말 못 알아들어? 꺼지란 말 못 들은 거냐? 

......

가. 이건 내 일이야. 너랑은......상관없어.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하시라마는 내 손목을 잡아끌며 조용히 말했다.  

 

 

 

......병원 가자. 너 너무 많이 다쳤어.  

집까지 걸을 수는 있어. 괜찮으니까 가.

 

 

 

그 순간, 하시라마의 눈빛에 불이 붙었다.  

 

 

지랄하지 마!!! 괜찮긴 뭐가 괜찮아? 

!

넌 항상 괜찮다, 신경쓰지 마라, 아무 일 없다고만 말해. 나한테도, 네가 그렇게 생각하는 동생한테도. 다른 사람한테는 아무 말도 안 하지. 일상이 무너질까봐, 동생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봐. 그게 무서우니까. 네가 얼마나 위태로워 보이는지 알기는 해?

......

네 동생을 빼면 너한테 뭐가 남아? 우치하 마다라는 대체 뭐냐고! 네가 인형이야? 마네킹이야? 힘들다는 말 하나 제대로 못하면서 대체 뭐가 괜찮다는 거야!!!

 

 

 

알고 있어.  

그런 건 말해주지 않아도 알고 있어.

사실은, 하나도 괜찮지 않았다. 괜찮다고 말하면서 괜찮았던 적은, 한 번도 없었어.

머릿속에 우치하 타지마와 우치하 히카쿠, 그리고 이즈나의 얼굴이 떠올랐다. 가슴 속의 불덩이가 더욱 거세게 타올라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나는 목을 쥐어짜내듯이 힘겹게 중얼거렸다.

 

 

 

......그래. 네 말대로다.  

......!

괜찮다는 말은.....전부 다 거짓말이었어. 지금까지 마음이 편했던 날은 하루도 없었어!!

 

 

 

숨을 몰아쉬는 나를 바라보는 하시라마의 눈동자는, 흔들리고 있었다. 말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더 이상 말하면 안 된다고, 머릿속의 누군가가 소리치고 있었다. 하지만 늦었다. 이 이상은, 막을 수 없었다. 이미 한계를 지난 지 오래였다.  

 

 

 

그래......그게 어쨌는데? 난들 거짓말을 하고 싶었을 것 같아? 매일 한 주먹거리도 안 되는 녀석들한테 맞으면서, 미친듯이 일하면서......동생한테까지 숨기는 게 쉬웠을 것 같아?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어.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전혀 없었단 말이야!! 털어놓으면 된다고, 기대면 된다고? 어떻게? 내가 말한다고 해서, 이 엿같은 상황이 나아져? 이 미친 사이클이 끊기냔 말이야!!!! 

......

우치하 마다라는 뭐냐고? 나한테 동생을 빼면 뭐가 남냐고? 아무것도 안 남아. 원래부터 나한텐 잃어버릴 것도, 뺏길 것도 없었어. 나한테 있는 건 동생밖에 없었다고. 그 애마저 잃을 순 없었어. 그래서 지켜주겠다고,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키겠다고 결심했어. 그런데, 지키지 못했어. 그것도 모자라서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까지 입혔어!! 그 상황에서 내가 뭘 할 수 있었을까?

 

 

 

눈 안을 메우고 있던 눈물이 턱을 지나 밑으로 떨어졌다. 가슴이 견딜 수 없이 아팠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고문이었다.  

 

 

 

다시는, 다시는 그렇게 만들지 않겠다고 다짐했어. 그랬는데...... 

 

 

 

이즈나의 상처 입은 눈동자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대체 자신이 뭘 알고 있느냐며 소리치던 괴로운 얼굴도.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무리다. 나에겐.....무리였다. 이젠 더 버틸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할 지도 알 수가 없었다. 깊고 깊은 미로 속에 완전히 갇혀버린 것만 같았다. 최선을 다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어째서 이렇게 되어버린 건가. 나는 나도 모르게 하시라마의 어깨를 꽉 움켜쥐었다.  

 

 

 

항상 막다른 곳에 몰려 있는 기분을 알아? 더 이상 갈 곳도, 있을 곳도 없는 기분을 알아......? 난, 항상 그랬어.  

마다라......

그래서......미칠 것 같았어. 미쳐버릴 것 같았다고!!!

 

 

 

나는 피를 토하듯이 소리쳤다. 순간, 가슴 속의 불덩이가 빠져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온 몸의 힘이 빠져버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엉망진창인 몸을 지탱하고 있던 힘도 이제는 다 소진되어버렸다. 내가 비틀거리자 놀란 하시라마가 팔을 잡는 것이 느껴졌다. 다시 몸을 일으키고 싶었지만, 힘이 없었다. 나는 이미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조금씩 흔들리던 시야는 조명이 하나 둘씩 꺼지듯이 점점 어두워지더니 마침내는 새까맣게 변해버렸다. 내가 눈을 감기 전 마지막으로 들은 것은, 나를 흔들며 내 이름을 다급하게 부르던 하시라마의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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