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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토/하시마다]Cineraria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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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다. 술을 진창 마셔댄 다음 날 눈을 떴을 때 머리가 아프긴 했지만, 기분은 훨씬 나아져 있었다. 하시라마에게 주정을 부린 걸로 봐서는 확실히 취했던 것 같은데, 기억은 비교적 온전하게 남아있었다. 중간중간 끊기는 부분이 있긴 했지만. 적어도 하시라마의 앞에서 토하지는 않았다는 생각에 안도했다. 아무리 바닥까지 보여줬다지만 그건 좀 아니었다.  

 

집에서 나올 때 이즈나의 모습을 발견하지는 못했지만 부엌과 화장실에는 간밤에 사람이 들렀던 흔적이 남아있었다. 그것만으로도 기분은 보통 이상으로 좋아졌다. 이즈나가......조금은 이해해 준 걸까. 알코올 때문에 시야가 빙글빙글 도는 상황에서 주절거린 것이었지만 내용은 한 치의 거짓도 없는 진심이었다. 걸어가는 도중 주머니에서 느껴지는 진동에 나는 휴대폰을 꺼내 열었다. 수신자는 이즈나였다. 

 

 

 

『오늘 저녁엔 들어갈게』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약간 졸음에 잠겨 있던 머리가 확 깰 정도로 기뻤다. 역시, 이해해 준 것 같다. 마침 오늘은 식당 아르바이트밖에 없는 날이다. 만약 손님이 많이 없으면, 주인 아저씨에게 부탁해 조금 일찍 들어가게 해 달라고 사정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즈나가 나보다 먼저 오긴 하겠지만, 저녁은 먹지 않았을 테니까 함께 밥을 먹을 수 있다.나는 이즈나가 좋아하는 카레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자습하던 책을 덮었다. 점심시간이 끝난 지 얼마 된 것 같지도 않은데, 벽에 걸려 있는 시계는 수업 종료를 알리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일찍 퇴근하려면 아르바이트 시간 전부터 일해 두는 게 나을 것이다. 오늘은 도서관에 들릴 수 있는 여유가 없을 것 같았다.  

 

나는 하시라마의 번호를 눌러 메시지 창을 열었다. 나는 문득 오늘 점심 하시라마의 모습을 떠올리고는 손가락을 멈췄다.  

 

 

뭔가......평소와는 달랐다. 단순히 풀이 죽어있는 거라면 또 버릇 도졌군 하고 넘어갈텐데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있는 하시라마는 장난기 하나 없는 얼굴이어서 더 신경쓰였다. 아예 입을 다물고 있던 것은 아니었지만 말수도 적었고 어째서인지 내 시선을 피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가 대놓고 무슨 일이 있냐고 물었지만 하시라마는 별 일 아니라며 신경쓰지 말라고 말했다. 대체 왜 그러는 건지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혹시 내가 어제 뭔가 했나 싶었지만 하시라마가 왔을 때부터 나를 집에 데려다줬을 때까지의 기억은 완벽하게 머리에 남아있었다. 적어도 하시라마가 저런 반응을 보일만한 짓은 안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그 의문은, 아르바이트를 하는 내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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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눈 떴나 본데.  

 

 

 

몸이 단단한 벽에 내던져지는 것을 느낌과 동시에 머리에서 묵직한 아픔이 느껴졌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해보려고 애썼지만, 생각나는 것은 무언가를 강하게 때리는 듯한 둔탁한 소리와 까맣게 암전된 시야였다. 손을 올려 뒷머리를 더듬자 상처가 났는지 피가 나고 있었다.  

 

 

 

 

생각보다 빠르잖아. 한참 뒤에나 깨어날 줄 알았는데. 젠장, 귀찮아지네. 

어이, 여긴 위험해. 사람들이 지나다닌다고.

알 게 뭐야? 이 시간에 누가 이런 골목에 들어오겠냐?

맞아, 그냥 여기서 끝내버려.

 

 

귓가에서 목소리들이 마구 섞여 들어오는 것 같았다. 익숙하지만 결코 반갑지는 않은 목소리가 그곳에 있었다. 나는 희미한 통증을 참으며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떠올렸다.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조금 들뜬 기분으로 장을 보러 평소 집에 가는 길과는 다른 길로 갔었던 것까지는 기억이 났다. 그리고......그리고, 누군가가 내 뒤를 밟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었다. 하지만 뒤를 돌아보려고 했을 때는......나는 곧바로 내가 무슨 상황에 처해 있는지 깨달았다. 가로등 불빛에 비친 형체들을 제대로 응시하기도 전에 머리카락이 잡혀 강제로 얼굴이 들어올려졌다. 명백한 악의가 녹아있는 시선들이 기뻐하며 나를 보고 있었다.  

 

 

오랜만이잖아, 우치하 마다라. 우리가 없어서 심심하진 않았어? 

지랄, 이 녀석 센쥬랑 놀잖아. 다른 일 하느라 바빴을 걸?

 

 

머리를 움켜잡은 녀석이 역겹게 웃었다. 휘어잡힌 부분의 두피가 뜯겨져나갈 것 같은 아픔에 나는 얼굴을 찡그렸다. 몸을 움직이려고 해봤지만, 이미 뒤에 있던 녀석들이 내 팔을 단단히 결박하고 있었다. 히죽이죽 웃던 녀석들 중 하나가 내 배에 힘껏 주먹을 꽂았다. 눈 앞에서 하얀 불꽃이 튀는 것 같았다. 복부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통증에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으!.....헉, 헉......

왜 그래? 아직 멀었어. 네 상대를 해 줄 사람이 아주 많다고? 벌써 이렇게 되버리면......안 되지!!

 

 

용서 없는 발길질이 허리를 걷어찼다. 나는 본능적으로 몸을 웅크리고 얼굴을 팔로 가렸다. 몇 명이 있는지는 파악할 수도 없었다. 나는 그저 나를 철저히 짓뭉개려는 발들을 막아내는 것으로도 급급했다. 온몸이 화끈거리며 붉게 달아올랐다. 펄펄 끓는 물이 들어있는 옷을 두르기라도 한 것 같았다. 나는 저절로 흘러나오는 신음소리를 억누르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 나를 둘러싸고 있던 녀석들은 바닥에 쓰러져 있던 나를 붙잡아 일으켜 세웠다. 시선을 들기도 전에 녀석들은 다시 나를 무자비하게 때리기 시작했다. 특히 얼굴을 심하게 때렸다. 얻어맞은 뺨은 찢어져 피가 흐르기 시작했고, 얼굴은 물을 먹은 것처럼 부어올랐다. 나를 가장 신나게 때리던 녀석이 내 머리를 거칠게 벽에 박았을 때, 내 얼굴은 이미 피투성이가 되어있었다. 간신히 숨을 몰아쉬고 있는 나를 보던 녀석은 조롱하듯이 말했다.

        

 

 

 

지난번에 개기던 깡은 다 어디로 간 거냐? 이번에도 한 번 협박해보지 그래?

그럴 힘도 없을 걸. 네가 놓기만 해도 이 녀석 쓰러져서 못 일어날 테니까.

 

 

잡을 필요도 없다고 느꼈는지 팔을 놓고 뒤에 서서 구경하던 녀석들은 킬킬 웃었다. 나는 눈동자를 굴려 내 머리를 잡고 있는 녀석의 얼굴을 응시했다. 그 때, 그 골목에서 내뺐던 다섯 녀석 중 한 명이었다. 내 시선을 알아차린 녀석은 의기양양한 눈으로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뭔가, 이상했다. 기력이 모조리 빠져버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화도 나지 않았다. 지난번에 얻어맞을 때만 해도 내내 피가 끓는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마음 속에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얼마 안 가 이렇게 되리라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런 걸까. 그래서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느껴지는 건가? 될 대로 되라고, 내심 그렇게 생각하고 체념해 버렸기 때문인가? 살이 뒤틀리는 것처럼 느껴졌던 몸의 통증들은 어느 샌가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않고 있었다. 나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꼈다. 뭐지? 왜 이러는.....거지? 

 

 

더러운 새끼, 눈 깔아. 남창 새끼 주제에.

 

 

손이 날아와 얼굴을 때렸다. 턱과 뺨이 경련을 일으키는 것 같았다. 나는 갑자기 정신이 든 사람처럼, 눈을 깜빡였다. 고막이 윙윙거렸다. 남창. 더러운, 남창.

 

 

 

......그 얘기 진짜였냐? 개소린 줄 알았는데.

멍청한 새끼, 그럼 괜히 그런 소문이 나겠냐? 그리고 애초부터 그게 무슨 상관이야? 이 새끼가 그런 소문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거슬린다고.

하긴, 존나 기분 나쁘긴 하네. 호모 새끼란 거잖아. 씨발, 나 지금 이 녀석한테 호모균 옮은 거냐?

닥쳐. 생각만 해도 토나온다, 젠장. 하여간 변태같은 새끼들 많다니까.

 

 

내 머리카락을 쥐고 있던 녀석은 혐오스럽다는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뒤에 서 있는 놈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마치 내가 길바닥에 늘러붙은 징그러운 벌레라도 되는 것 같은 시선이었다. 나는 바닥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정신을 놓고 있었다. 알고......있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얼마나, 알려진 거지? 언제부터 퍼진 거지? 문득, 눈 앞에 하시라마의 모습이 스쳐지나갔다. 하시라마도, 알고 있었던 건가? 그래서......그렇게......?

 

 

뭐가 부족하다고 같은 거 달린 녀석이랑 그 짓을 하지? 그것도 이런 녀석이랑. 미친 새끼들 아냐?

야, 그래도 이 새끼 얼굴은 반반한 편이야. 너도 봤잖아? 이 새끼 동생. 이 새끼랑 존나 똑같이 생겼더라. 더 기생오라비같이 생겼어.

  

 

 

망치로 정수리를 후려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즈나. 이 녀석들이 어떻게 이즈나를 알고 있지? 가슴이, 쿵쿵거리며 미친 듯이 박동치기 시작했다. 혈관을 흐르는 피가 모조리 증발하는 것 같았다.

 

 

 

야, 동생한테 죽고 못 산다는 얘기가 맞긴 한가보네. 이 녀석 눈이 변했는데.

잘됐네. 너무 반응이 없어서 재미도 없어지던 참이었는데. 조금만 있으면 볼 만하겠구만.

 

 

 

 

주변에 서 있던 녀석들이 한 발짝씩 다가서며 히히덕댔다. 하지만 내게는 어떤 말도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나를 붙잡고 있던 녀석은 비웃듯이 입꼬리를 움직이며 말했다.

 

 

 

얌전히 기다리기나 하라고, 네 동생도 곧 여기로 올 테니까. 제 발로 올지......질질 끌려올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순간, 모든 것이 정지했다.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았다. 머릿속도, 숨소리도, 간신히 삐걱이며 돌아가고 있던 사고회로도, 더 이상 움직일 수 없게 되어버렸다. 귓가에는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눈 앞에 보이는 것은, 언젠가 본 적이 있었던 커다란 감옥과 그 안에서 흉폭하게 날뛰고 있는 괴물의 모습뿐이었다.

 

 

 

아니, 안이......아니다.

 

 

괴물은 더 이상 안에서 몸부림치고 있지 않았다. 감옥은 이미, 완전히 부서져 있었다.

사납게 번뜩이는 눈을 한 괴물이 내게 달려들었다. 광기로 가득 찬 붉은 눈동자가 나를 집어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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