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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토/하시마다]Cineraria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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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헉......

 

 

『안녕하세요, 혹시 이즈나 형 되는 분이세요?』

 

 

나는 숨이 차오르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미친 듯이 뛰었다. 휴대폰 너머 머뭇거리는 듯 했던 목소리의 위화감은 이미 잊어버린 지 오래였다. 빨리 이즈나를 봐야만 한다는 생각이 끊임없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이렇게 달리고 있는데도, 이즈나의 학교로 가는 길은 유난히 멀게만 느껴졌다.

 

 

헉.....하아, 하아......

 

 

『저는 이즈나의 담임 되는 사람입니다. 혹시 지금 학교로 와 주실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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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나!

 

 

교무실이라는 팻말이 붙어있는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나는 바둑판처럼 책상이 붙어있는 교실 안을 빠르게 살폈다. 안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내게 집중된 것이 느껴졌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이즈나를 찾아 두리번거리고 있는 나에게 안경을 쓴 검은 머리의 여성이 다가왔다.

 

 

이즈나 형이세요?

아....네. 저, 그런데......

 

 

당황해 말을 더듬거리는 나를 보던 그 여성은 교무실 뒷문 바로 옆에 있는 소파로 나를 안내했다. 그녀는 내게 자리를 권했고 종이컵에 물 한 잔을 따라 내밀었다. 나는 어색하게 그것을 받아들었다. 나를 찬찬히 뜯어보던 그녀는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즈나는 제가 잠시 나가 있으라고 했습니다. 친구들이 옆에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그런가요.

저는 이즈나의 담임입니다. 시즈네라고 해요.

아.....! 실례했습니다. 우치하 마다라입니다.

 

 

그녀는 입가에 살짝 미소를 지었다.

 

 

이즈나가 형을 닮았군요. 당황하는 모습이 똑같네요.

 

 

내가 벙찐 얼굴로 눈을 깜빡이고만 있자 그녀는 싱긋 웃으며 앞에 놓여 있던 녹차를 마셨다. 하지만 반 정도 비어버린 컵을 내려놓은 그녀의 얼굴에는 조금 전까지의 미소가 아닌 근심과 걱정이 어려 있었다. 그녀는 손에 깍지를 낀 채 엄지손가락을 만지작거렸다.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할지 모르겠네요. 이즈나가 이런 적이 없었는데......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선생님, 이즈나가 정말 그 애를 일방적으로 때렸나요?

그게......반 애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애가 먼저 주먹을 쓴 건 아니라고 해요. 그 전에 이즈나를 놀리는 것처럼 말했던 것 같기는 하지만요.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어렸을 때부터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이즈나가 그저 시답잖은 놀림 때문에 싸움을 일으킬 리 없었다. 담임 선생인 그녀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평소에 이즈나는 차분한 성격이라 뭔가 다른 이유가 있었을 것 같은데......물어봐도 말을 안 하네요. 방금 전까지도 그냥 앉아만 있다가 나갔어요.

......맞은 애는, 어떻게 됐습니까?

너무 걱정하진 마세요. 이즈나가 시작하긴 했지만 걔가 맞기만 한 것도 아니고, 서로 주먹 휘두르면서 싸운 거라 둘 다 책임이 있거든요. 다른 곳에서 반성문 쓰고 있으라고 했고, 본인도 말을 좀 잘못한 것 같다고 말하니까 큰 문제는 없을 거예요. 물론 이즈나보다는 벌이 약하겠지만.

......

이즈나도 길어봤자 이주일 정도 교내 봉사하는 걸로 끝날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여전히 풀리지 못한 의문은 머릿속에서 맴돌고만 있었다. 이즈나가 대체 왜......담임 선생은 나를 가만히 바라보다 말을 꺼냈다.

 

 

사실 이즈나가 요즘 좀 이상한 것 같아요. 선생님들이 예전만큼 수업에 집중도 안 하는 것 같고, 계속 멍하니 있어서 지적받을 때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최근에 이즈나한테 무슨 일이 있었나요?

 

 

내가 대답하지 못하고 앉아만 있자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오히려 그 질문을 하고 싶은 것은 나였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즈나에게 특별히 무슨 일이 있었던 적은 없었다. 요즘 들어 유독 늦게 들어오는 날이 많아지긴 했지만, 밴드 연습 때문이라고 하길래 별 말을 하지 않았었다.

 

 

제가 집에 가서 얘기해보겠습니다.

그러세요. 수업은 신경쓰지 마시고, 이즈나 좀 잘 다독여주세요. 사실 오늘 부른 것도, 형한테는 말하지 않을까 생각해서 그런 거니까요. 부탁드립니다.

 

 

......죄송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78

 

 

 

집에 오는 내내, 이즈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즈나의 뺨에는 살색 반창고로 고정시킨 커다란 거즈가 붙여져 있었고, 입가에는 피가 굳어 생긴 딱지와 푸른 멍이 남아 있었다.오는 길에 계속 말을 걸려고 노력했지만, 이즈나는 짧게 대답하고 다시 침묵하기를 반복했다. 나는 초조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이즈나는 내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깊은 상처를 입은 것 같은 이즈나의 우묵하게 파인 눈동자는, 먼 곳만을 응시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집으로 들어오자마자 이즈나는 한 마디 말도 없이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나는 황급히 이즈나의 어깨를 붙잡았다.

 

 

이즈나, 얘기 좀 하자.

......다음에 해, 형. 나 피곤해.

아니. 지금 해야겠어. 너 대체 무슨 일이야?

 

 

이즈나는 얼굴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나는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이즈나가 왜 이러는지, 이유를 알기 전까지는 한 발짝도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요즘은 계속 늦게 들어오고, 아침에도 말없이 나가고......집에 들어오면 말도 별로 안 하고. 너 평소엔 이러지 않았잖아.....! 뭐가 문제야?

......왜, 지금까지 형이 했던 걸 내가 하니까 이상해?

뭐......?

 

 

나를 보는 이즈나의 눈에는 온기가 보이지 않았다. 차갑기만 한 푸른 불꽃이, 눈동자 속에서 고요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나는 할 말을 잊은 채 이즈나를 쳐다봤다.

 

 

이즈나, 너......무슨......

내 말이 틀렸어? 형은 항상 그러잖아.

그건......너도 알잖아, 나는......

 

 

안다고, 내가? 뭘 아는데? 내가 대체 뭘 아는데?

 

 

이즈나가 격앙된 목소리로 소리쳤다.

 

 

 

......형이 날 알아? 날 한 번이라도 제대로 생각해준 적 있어? 매일 날 위해서라고만 말하면서, 정말 내 기분이 어떤지 한 번 물어보기라도 했어? 대체 나에 대해 형이 뭘 안다는 거야!!

 

 

토해내듯이 말을 마친 이즈나는 순간적으로 멈칫했다. 검은 눈동자가 당황했다는 듯이 마구 떨리고 있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입 바로 뒤까지 차오른 말들은 입술이 열리자마자 애초부터 없었던 것처럼 사라졌다. 어떤 말이든 해야 하는데, 벙어리라도 되어버린 것처럼 말은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나는 나도 모르게 한 손을 뻗어 이즈나의 얼굴에 가져갔다. 하지만 이즈나는 고개를 돌려 버렸다. 숨기듯이 돌린 얼굴에는, 괴로움과 고통이 짙게 배어 있었다.

 

 

부탁이니까......날 좀 내버러 둬.

 

 

이즈나는 그대로 몸을 돌려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나는 돌이 되어버린 것처럼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나는 천천히 손을 왼쪽 가슴에 얹었다. 베인다. 가슴이, 수십 개의 칼로 저며지는 것 같았다. 이즈나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예리한 비수로 변해 내 심장에 꽂혀 있었다. 나는 쓰러지듯이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들켰다. 들켜버린, 거다.

 

 

어떻게 안 거지? 그 남자가 이즈나를 만나기라도 한 건가? 아니면 우치하 히카쿠가? 그 때 내게 강요했던 그 더러운 말들을 이즈나에게도 다 말해버린 걸까? 나는 고개를 저었다.아니, 아니다.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 그 남자는 분명 내가 문제를 일으키지만 않는다면 손을 대지 않겠다고 했었다. 이즈나가 그 일을 알 리 없다. 절대로,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착각이다. 그냥......착각일거다.

 

나는 멍하니 창문의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성긴 달빛을 바라보았다. 어차피, 터질 일이었다. 지금의 우리는 과거 서로에게 아무런 비밀도 없던 어린 날의 우리가 아니었다. 예전과 같은 생활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서로에게 농담을 하고 장난을 치면서도 우리의 사이에는 단단한 벽이 쌓여가고 있었다. 나도 이즈나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즈나는 계속 그 벽을 부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나는 모른 척했다. 그 벽이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려고 했다. 그 벽을 만든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였는데도.

 

이즈나는 지친 것이다. 더 이상, 괜찮다고 말하는 연기를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는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전부, 내 탓이었다.

 

 

 

나 때문에.

 

 

가슴이 쩌저적 소리를 내며 부서지는 것 같았다. 나는 움직이지도 못한 채 그 자리에 인형처럼 앉아있었다. 눈물 한 방울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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