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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토/하시마다]Cineraria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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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거짓말이군. 나는 피식 웃었다. 술이 근심을 잊게 한다는 소리를 누가 했는지 모르겠지만 입을 꿰매서 돌을 매달아 바닷가에 던져버려야 할 것 같았다. 개소리를 지껄였으니 그 정도 대가는 받아야겠지. 나는 눈 앞에 늘어서 있는 병들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하나, 둘, 셋......아무래도 돈을 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날 이후, 이즈나와 얼굴을 마주하는 일은 더 줄어들었다. 아예 밤을 새고 아침에 들어오는 일도 생겼다. 다행히 문자나 전화를 하면 바로바로 답이 왔지만, 이즈나가 나를 피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실해져 우울해지기만 할 뿐이었다. 이즈나가 바라는 게 뭔지는 알고 있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즈나가 들어오지 않은 날은 거의 밤을 샜다. 입맛도 떨어지고, 집중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일에도 지장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오늘도 접시를 닦다가 졸아서 점장 아저씨에게 한 소리를 듣고 말았다.  

 

 

결국 다른 건 몰라도 잠은 보충해야겠다 싶어 조금 일찍 집으로 돌아왔는데, 누워도 잠이 오기는커녕 불안감에 신경이 더 날카로워지기만 했다. 이도저도 할 수 없어 답답한 나머지 밖으로 나왔다. 힘없이 거리를 걷던 나는 눈에 띠는 가게 중 아무 곳이나 들어가 술을 시켰다. 나를 의심스럽게 쳐다보던 가게 주인은 다행히 별 말 없이 술을 가져다 주었다.  

  

 

처음 마셨을 때는 목이 타들어가는 것 같았는데, 계속 마시다보니 아무렇지도 않게 되어버렸다. 정신을 차려 보니 내 앞의 빈 병은 세 개가 되어 있었다.  

 

 

술도......별 거 아니네. 

 

 

나는 한 병을 더 따서 술잔을 가득 채웠다. 이 정도로는 턱도 없다. 머릿속을 뿌옇게 만드는 것은 고사하고 필요없는 기억까지 또렷하게 만들고 있었다. 아직......부족해서 그런 건가?더 마시면 다 잊어버릴 수 있나.....? 나는 낮게 웃으며 두 번째의 잔을 비웠다. 전혀 웃을 기분은 아닌데, 속에서는 계속 웃음이 터져나왔다. 미친 것 같다, 정말로. 나는 주머니 속을 뒤적여 핸드폰을 꺼내고는 충동적으로 숫자를 눌렀다. 휴대폰에서는 통화 신호 대신 익숙한 컬러링이 흘러나왔다. 『Cineraria』......내 컬러링과 똑같은 곡이었다. 좋다더니, 진짜로 바꿔버린 건가. 문득 이즈나가 이 노래를 내게 처음 가르쳐줬을 때 했던 말이 떠올랐다.  

 

 

 

형, 그거 알아? 이 노래 이름......꽃 이름에서 온 거래. 

......꽃?

응. 가사도, 꽃말을 보고 작사한 거라고 그랬어.

무슨 꽃말인데?

 

 

「희망 있는 괴로움」이래......뭔가, 멋있지 않아? 

 

 

 

왜 하필 지금 그 말이 생각나는 걸까. 그 때, 난 그 말이 전혀 멋지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희망이 있는데 어째서 괴롭지? 그런 걸 진짜 괴롭다고 말할 수 있는 건가? 바보 같았다. 그런 일 따위 있을 수 없다. 나는 피식 웃으며 다시 잔을 채웠다. 새빨간......거짓말. 괴로움은 발을 움직여 벗어나려고 해 봐도 끝없이 빠져드는 늪과 같았다. 어둠만이 친구가 될 수 있는 구멍이었다. 희망이 없기 때문에 괴로움이 생겨나는 것이다. 더 나아질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없으니까, 검은 구덩이 속에서 바늘구멍에 들어갈 빛조차 볼 수 없기 때문에 괴로운 것이다.  

 

 

『여보세요, 마다라?』 

......하시라마......

『.....?! 목소리가 왜 그래? 너 혹시 지금 밖이야?』

......응.

『이 시간에 안 들어가고 뭐하는 거야! 설마 아르바이트 아직도 안 끝났어?』

 

 

나는 쿡쿡 웃었다. 빛깔 없는 풍경들 속에서, 휴대폰 너머에 있는 하시라마의 목소리만이 강렬한 색을 띠고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하시라마..... 

『마다라? 너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하시라마,

『......?』

 

 

나는 비어있는 술잔에 술을 따르며 휴대폰을 들고 있는 쪽으로 머리를 기울였다. 당혹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을 하시라마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좀 나와라. 나.....상대 좀 해줘.  

 

 

 

 

 

 

 

80

 

 

 

하시라마를 기다리며 계속 술을 마시다보니 머리가 슬슬 몽롱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이러다간 하시라마가 도착했을 때쯤이면 헤롱헤롱 취해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긴, 상관없나. 그 녀석이라면. 그 녀석한테는 이미 보이지 말아야 할 모습을 너무 많이 보여줘버렸다. 부끄러운 모습도, 쪽팔리는 모습도.  

 

 

하시라마와 만나고 1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도, 언젠가부터 그 녀석이 내 옆에 있는 것이 당연하게 되어있었다. 이즈나의 담임 선생으로부터 전화를 받아 당황했을 때도, 하시라마는 교무실에는 자신이 알아서 말해줄 테니 어서 가보라고 말했었다. 생각해보면, 최근 힘들었을 때를 떠올리면 항상 그 녀석이 옆에 있었다. 내 아픔을 느끼지는 못해도, 옆에 있어주었다. 그 사실에, 얼마나 많은 위로를 받았을까.  

 

 

마다라!  

 

 

밝은 색의 남방을 걸친 하시라마가 저편에서 달려오고 있었다. 나는 설핏 웃었다. 하시라마가 내게 다가오는 패턴은 언제나 똑같다. 저렇게, 이름을 부르면서......대부분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나를 본다. 처음 만났을 때는 헤실헤실 웃고다니기만 해서 재수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저 녀석은 언제부터......저런 얼굴을 더 많이 보이게 된 걸까?  

 

 

그만 마셔! 

 

 

하시라마가 반쯤 찬 술병을 기울이려는 내 손을 붙잡았다. 하시라마의 시선이 내 얼굴로 향했다가, 내 앞에 놓여있는 비어있는 술병들에 닿았다. 하시라마의 눈이 경악으로 커졌다. 

 

 

너 미쳤어? 빈 속에 왜 이렇게 술을 많이 마셨어!!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하시라마를 쳐다봤다. 익숙해진 단정한 얼굴과, 떨림을 숨기지 못하는 상냥한 검은 눈동자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배시시 웃으며 빈 술잔을 들어보였다.  

 

 

잠이 안 와서. 잠이......안 와. 자고 싶은데 아는 방법이 이거밖에 없었어. 

......!

빌어먹을......어떤 새끼가 술 마시면 잠 온다고 했어? 다 거짓말이야......씨발. 알아, 하시라마? 다, 전부 다......거짓말이라고.

마다라, 너 취했어. 데려다 줄 테니까 빨리......

 

 

나는 하시라마의 말이 끊고 술잔에 술을 따라 하시라마에게 내밀었다. 당황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는 하시라마를 보며 나는 비싯 웃었다. 하시라마가 손을 뻗자 나는 다시 술잔을 내 쪽으로 끌어당겼다.  

 

 

네가 안 마시란다고......안 마실 거 같냐? 

 

 

나는 손에 들고 있던 술잔을 들어 한 번에 마셔버렸다.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눈꺼풀에 쇳덩이가 붙은 것처럼, 무거워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낮게 웃음을 터뜨리며 놀란 얼굴을 하고 있는 하시라마를 쳐다봤다. 술을 마셔서 긴장이 풀려버린 탓인지, 말이 멋대로 튀어나오는 것 같았다. 나는 하시라마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중얼거렸다. 

 

 

다, 너 때문이야...... 

......?

하시라마, 다.....너 때문이라고......

 

 

하시라마는 가라앉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스스로를 비웃었다. 터무니 없는 소리를 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멈출 수가 없다. 24시간 내 행동을 통제하는 제동장치의 나사가 맛이 간 것 같았다. 취했다는 게, 이런 느낌이었나. 술에 쩔어 애꿎은 사람에게 주정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이 한심했다.  

 

 

진지한 얼굴 하지 마......그냥, 나오는 대로 지껄이는 것 뿐이니까. 개소리라고 생각하고 넘겨.  

......

네 탓 아냐......내 탓이지. 다, 내가 잘못한 거야......나 때문이야......

 

 

힘없이 웃던 나는 고개를 밑으로 떨어뜨렸다. 이마에 닿은 팔목이 뜨거웠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것 같았다.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그냥......여기서 자버리고 싶었다.  


 

 

......가자. 

 

 

 

하시라마는 나를 일으켜주면서 조용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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