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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토/하시마다]Cineraria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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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각이 없어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분명 입으로는 뭔가 들어가고 있는데, 무슨 맛인지 하나도 느껴지는 것 같지 않았다. 어쩌면 나는 맛을 느끼는 것을 거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릎 위에 놓인 손이, 떨리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맛이 없나?  

 

지금 정말로 몰라서 저따위 정신나간 질문을 하고 있는 걸까. 나는 피가 스며나올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

 

그가 나와 하시라마를 데리고 온 곳은 딱 봐도 고급 식당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곳이었다. 고급스러운 양복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점원은 깍듯하게 인사를 하며 우리를 가장 안쪽에 있는 방까지 안내해주었고, 가는 길에 몇 명씩 서 있던 사람들은 그가 지나가자 하나같이 허리를 굽혔다. 머리 위에서는 수백 개의 다이아몬드가 반짝이는 것 같은 샹들리에가 은은하게 빛을 내고 있었다. 발을 딛는 곳마다, 눈이 닿는 곳마다 이곳은 내가 지금까지 있던 곳과는 다른 세계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시선이 움직이는 것을 막으려고 노력했다. 

 

흰 접시 위에 놓여 있는 음식은 마치 식욕을 자극하기 위한 아름다운 공예품처럼 보였다. 냄새도 모양도, 손님에게 최대한 충만감을 안겨주는 데 그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에게 그런 것들은 아무 효과도 발휘하지 못했다. 이 상황을 버티는 것만으로도 나는 힘이 들었다.  

 

......컨디션이 안 좋아서, 입맛이 떨어졌을 뿐입니다.  

아까부터 안색이 창백한 것 같기는 하군. 괜찮은가?

 

입 닥쳐. 하마터면 그렇게 소리칠 뻔했다. 속에서 금방 먹은 음식이 목을 타고 올라올 것 같았다. 하시라마는 포크를 내려놓은 채,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마다라, 너 계속 무리하면서 공부해서 그런 거 아니야? 어제 혹시 밤이라도 샜어.....?  

......그런 거 아니야. 괜찮으니까 신경쓰지 마.

 

솔직히 말해 밤을 샌 건 맞다. 하시라마와 헤어진 후 나는 다른 날들처럼 거리로 나갔었고, 몇 명의 ‘손님’을 받았다. 마지막 ‘손님’은......말할 것도 없이 그 남자의 옆에 앉아있는 히카쿠라는 남자였다. 그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평소의 모습대로 행동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나는 그가 나에게서 완전히 시선을 떼는 일 따위는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 시선은 여느 때와는 달리 불안과 왠지 모를 어떤 감정을 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가 나를 어떻게 바라보든 내 알 바는 아니다. 알고 싶지도 않고 관심도 없다. 하지만 그의 시선을 견디는 것은.....꽤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무시할 수 있다면 무시하고 싶다. 아무 관계도 없는 것처럼 연기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적어도 겉으로는 그렇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결국 그를 완전히 신경쓰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 나는 가능한 자연스럽게 보이려고 노력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  

 

여기에 더 있다간, 숨이 막혀 견딜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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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을...... 

 

나는 화장실 유리를 주먹으로 내리치려다 움켜쥐듯이 그 앞에서 손을 말아쥐었다. 우치하 타지마의 물건을 보는 듯한 감정 없는 시선이, 우치하 히카쿠의 옷을 벗겨내는 것 같은 그 시선이, 아직도 몸에 달라붙어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시선이 닿은 살가죽을 모조리 벗겨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평소와는 다른 시선으로 나를 지켜보고 있던, 그 남자의 시선이 떠올랐다. 

 

우치하 히카쿠.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우치하 타지마 이상으로 나는 그 남자가 싫었다. 그는 내가 어떤 인간인지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내 유일한 가족이자 동생인 이즈나보다, 처음으로 친구가 된 하시라마보다 그는 나를 잘 알았다. 내가 얼마나 더러운 모습을 보일 수 있는지, 어느 정도까지 망가져버렸는지, 어떻게 썩어가고 있는지를 알고 있는 사람은 그 남자 뿐이었다. 그를 보자마자 나는 어젯밤의 내 모습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을 쇠몽둥이로 찍어누르는 듯한 답답함과 괴로움을 느꼈다.  

 

 

「아.....아, 아앗......! 아......」  

「힘을 좀 더 빼......」

「흐으, 으응.....아! 아아! 아윽......!」

「그 쪽이 아니야. 이 쪽이다. 시선을, 돌리지 마.」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있던 손톱이 두피에 파고드는 것이 느껴졌다. 머리를 통째로 표백해버리고 싶었다. 그렇게 되면, 적어도 이런 기억 같은 걸 떠올릴 수 없게 될 덴테. 제기랄......나는 머리를 흔들었다. 그 남자는 여전히 내가 그의 여자라도 되는 것처럼 대한다. 나는 그의 그런 태도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혐오스러웠다. 아니, 그보다 내 자신이 더 혐오스럽다고 생각했다. 어느 샌가 그 남자의 행동에 적응해버린 자신을 깨닫고 있었다. 그 약간의 온기가 내가 생각하는 호의나 따뜻함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으면서도 순간 순간, 나도 모르게 마음을 놓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다. 무의식적으로 경계가 느슨해지고, 감정을 드러내고, 그러다 팔을 뻗어 목에 감는다. 어젯밤 역시, 마지막에는 그에게 매달리고 말았다.  

 

스스로가 약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뼈져리게 느끼고 있었다. 이즈나를 제외하고는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어 보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일상을 힘겹게 넘길수록 나는 따스함을 갈망하고 있었다. 나는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고 단정지으려 할 때마다 누군가에게서 온기를 나누어 받고 싶은 마음은 날카로운 유리조각처럼 내 마음을 더욱 깊게 파고들었다. 눈을 돌리고 싶어도, 돌릴 수가 없었다. 이런 자신이 싫어 참을 수가 없는데도, 어쩔 수가 없었다.  

 

자조와 섞인 웃음이 입가에 맺혔다. 이 얼마나 이율배반적인가. 동생을 제외한 누구의 마음도 믿지 못하는 주제에, 전부 다 거짓이라고 생각해버리는 주제에 정작 바라고 있는 것은 타인의 관심과 온도다. 누군가 따스하게 대해준다고 해도 끝까지 믿는 일은 없다. 가장 먼저 하게 되는 일은 의심이다. 그 다음이 판단이다. 그런 상황에서, 대체 나는 무엇을 바라고 있는 건가? 

 

누구든 자신이 하는 말은 모두 진심이라는 투로 지껄인다. 그러나 그런 인간들을 지겹게 봐 온 나에게는 기분 나쁜 구토만 유발할 뿐이다. 하지만 그 남자는 적어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포장하는 일 따위는 하지 않았다. 필요 이상의 쓸데없는 말은 하지 않는다. 그런 점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우치하 타지마의 충견이라는 점만 제외한다면.  

 

...... 

 

그냥 장사일 뿐이라고 생각하면 별 문제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애초부터 그를 따라간 것부터 모든 게 꼬여버렸다는 생각이 들고 있었다. 원래는 없어야 하는 감정의 소모가 너무 심했다. 나는 물기가 어린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넘겼다. 거울 속에, 오래 전의 잔상들이 겹쳐진다. 깨진 거울 속의 내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눈을 깜빡이자 눈 앞에는 조금 더 나이가 들고, 교복을 입고 있는 지금의 나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 때, 우치하 타지마를 만났던 그 날과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여전히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고, 이즈나를 지켜줄 수도 없다. 이즈나가 다리를 저는 것을 볼 때마다 고개를 돌리고 싶었다. 어떻게든 다시 온전한 다리로 걷게 만들겠다고 다짐했었다. 비록 그 아이가 다치는 것은 막을 수 없었지만, 또래의 아이들과는 다를 바 없이 자랄 수 있게 만들어 주고 싶었다. 못난 형이지만, 이즈나만큼은 부족함을 느끼는 일이 없기를 바랐다.

 

늘 최선을 다해왔다고 생각한다. 코피를 밥먹듯이 흘려도 공부를 게을리하는 일은 없었고 돈 관리에 있어서는 철저했다. 적은 액수이기는 해도, 번 돈에서는 꾸준히 저축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은 턱없이 부족했다. 그 남자의 도움을 받지 않을 수는 없었다. 더럽고 눈도 마주치기 싫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으로서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긴장을......늦춰서는 안 된다. 적어도 내가 완전히 그 남자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때까지는 그래야 한다. 그 남자를 자극하는 일은 최대한 피해야만 했다. 그러려면 접점을 아예 없애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어떻게......? 그와 조금이라도 연관될 수 있는 사람과는 말도 섞지 않으면 되는 걸까. 내 주변에 그런 사람은 둘 뿐이었다. 우치하 히카쿠와......하시라마.

 

나는 화장실의 벽에 기댄 채 눈을 감았다.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파왔다. 이런 고민은 더 하고 싶지 않았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지친다. 잘 수만 있으면 당장이라도 여기에 누워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적어도 잠을 자는 동안에는 모두 잊을 수 있으니까. 전부 다. 우치하 타지마도, 그 남자......우치하 히카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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