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내용으로 건너뛰기

[나루토/하시마다]Cineraria 41

 

 

69

   

 

 

아~이제야 끝났네.

 

 

평상복으로 갈아입은 하시라마가 팔을 돌리며 지친 듯이 말했다. 나는 뜨거운 햇살에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하시라마를 응시했다. 하시라마의 어깨에는 터질 듯이 팽팽하게 부푼 스포츠 가방 하나가 매달려 있었다.

   

 

......배고프냐?

응......지금 아사하기 직전이야.......

   

   

하시라마는 기운이 빠진 얼굴을 하고 있었다. 격렬했던 시합 때문에 몸의 이곳저곳이 뭉쳤는지 연신 손으로 팔을 주무르고 있었다. 나는 하시라마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오늘 아르바이트 더 없지?

   

 

하시라마가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 없다고 대답했다. 하시라마는 기쁘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나는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는 척했다.

   

 

너 시상식은 안 가냐? 우승해놓고.

안 가도 돼. 어차피 나중에 학교나 집으로 와.

   

 

하시라마는 전혀 걱정할 것 없다는 듯이 말했다. 나는 조금 어이가 없었다. 우승자인 녀석이 아무렇지도 않게 저런 소리를......익숙하다는 건가. 자뻑하는 거냐고 대놓고 묻자 하시라마는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런 게 아니고 그냥 별 관심 없는 것뿐이야. 원래 대회 같은 건 안 좋아하니까.

싫어한다고?

시끌벅적하고.....뭐라고 할까, 정신없잖아. 수련이 더 나아.

......그럼 이번에는 왜 나간 거야?

 

   

하시라마의 눈빛이 조금 흔들렸다.

   

 

아버지 때문에.

아버지?

예전에도 몇 번 대회에 나가라고 하신 적이 있는데 내가 계속 안 나갔거든. 이번에는, 나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한 얼굴을 했다. 이런 대회에서 우승할 정도의 실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분명 다른 대회에서도 선전할 것이다. 고등학생이고 수험생이라곤 하지만, 하시라마는 공부 외의 다른 일로 페이스가 쉽게 무너지는 사람이 아니다. 하시라마의 아버지도 그 사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잘난 자식 둔 부모로서는 자식이 보다 많은 대회에 나가기를 바라는 것이 당연하다.

   

 

......아버지하고는 왜 같이 안 가?

   

 

나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하시라마의 말대로라면 분명 이 녀석을 보러 왔을 텐데. 먼저 가기라도 한 건가?

   

 

안 오셨어.

뭐......?

아버지는 회사 일도 있고 해서 항상 바쁘시거든. 집에도 늦게 들어오실 때가 많아.

그렇지만......

   

 

나는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센쥬는 작은 회사가 아니다. 그만큼 바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주말인데도 그런 건가. 하시라마는 평소에는 동생이 대신 오지만, 오늘은 동생도 일이 있어서 올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녀석도 참 운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축하해준 사람이 없었던 건 아니다. 내가 위에서 보고 있었을 때, 같은 반 친구처럼 보이는 녀석들이 몰려와 하시라마에게 헹가래를 해줬고, 뒤에 서 있던 여자애들은 작은 선물이나 꽃을 건네주었다.

 

하지만 똑같은 말이라도 타인에게 듣는 축하말은 가족에게 듣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다. 한 명이라도 왔으면 좋았을 텐데. 문득, 나도 아직 축하를 해주지 못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멋있었다.

   

 

하시라마는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이런 말을 하는 건, 역시 익숙하지 않다.

   

 

특히 결승전 마지막, 최고였어. 우승......축하한다, 하시라마.

   

 

하시라마는 말없이 눈을 깜빡거리고만 있었다. 웃지도 않았다. 나는 순간 민망해졌다. 그냥 평범하게 축하의 말을 해주고 싶었던 것뿐인데 왜 저런 멍청한 얼굴을 하고 있는거지. 좀 일반적인 반응을 보이면 안 되는 거냐.

   

 

......고마워, 마다라.

   

 

하시라마가 밝게 웃으며 말했다. 정말 기쁘다는 듯한 그 얼굴에, 나도 피식 웃고 말았다.

   

   

 

 

 

.......하시라마 군?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나와 하시라마는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전통의상을 입고 있는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뒤에는 그의 비서처럼 보이는 남자가 있었다.  순간, 심장이 끝없이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70

   

 

 

 

왜, 저 남자가 여기에 있는 거지? 대체......왜?

   

 

머리에서는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뭔가를 생각하려고 해도, 금방 부서지듯이 사라져 버린다. 남자는 나를 보고 있었다. 어떤 감정을 띠고 있는지, 나는 알 수 없었다. 눈을 마주치는 것 조차도 할 수 없었다. 지금 그를 봤다간 당혹스러워 하는 감정이 그대로 드러날 것이다. 그의 뒤에 서 있던 남자는 조금 당황한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스스로에게 속삭였다. 침착해. 침착해라.......얼굴에 감정을 드러내선 안 된다. 나는 시선을 들어 평정을 가장한 표정으로 남자를 응시했다. 남자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는가 싶더니 나와 하시라마가 있는 쪽으로 걸어왔다.

   

 

여기서 또 보는군. 어딜 가는 길인가?

   

 

남자는 하시라마를 보며 싱긋 웃었다. 나는 옆에 서 있던 하시라마를 쳐다보았다. 생각이 마구 뒤엉키고 있었다. 너무 혼란스러워서 뭐라고 해야 할지도 알 수 없었다. 친근한 말투다. 서로 잘 알지 못하면 이런 말투는 쓸 수 없다. 이 남자는 하시라마를 알고 있다. 어떻게.....? 하시라마는 전부터 이 남자를 알고 있었던 건가?

   

 

밖에서 점심이나 먹으려던 참이었습니다.

   

 

하시라마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역시.......아는 사이다. 하시라마는 뒤에 서 있던 남자에게도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이네요, 히카쿠 씨.

   

 

히카쿠라고 불린 남자는 말없이 하시라마에게 고개를 살짝 숙여 보였다. 히카쿠의 앞에 서 있던 남자의 시선이 내게 닿자, 하시라마는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마다라, 이쪽은 우치하 타지마 씨야. 타지마 씨, 이쪽은 제 친구예요.

반갑네. 우치하 타지마일세.

   

 

정말 초면인 사람을 보기라도 하는 것처럼 태연하게 구는 태도에 나는 기가 막혔다. 당장이라도 입꼬리를 비틀며 그 연기를 비웃어주고 싶었지만, 하시라마가 있는 한 멋대로는 행동할 수 없었다. 연기라. 나는 속으로 실소를 지었다. 못할 거 없지. 나는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우치하 마다라입니다.

잘생긴 청년이로군. 부모님 인물도 만만치 않겠어. 그렇지 않나, 히카쿠?

아,.....예.

   

 

뭐 이런, 개새끼가......나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조금이라도 입을 열면 내가 알고 있는 욕이란 욕은 다 튀어나올 것 같았다. 속에서 화가 가슴 언저리까지 치밀어올라 부글부글 끓었다. 하지만 겉으로는 눈썹 하나 까닥하지 않았다. 드러내면 안 된다. 여기서는, 안 돼. 절대로. 그 남자는 입만 웃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다 하시라마에게 말했다.

   

 

하시라마 군, 혹시 점심 먹을 곳이 마땅하지 않으면 같이 가지 않겠나? 이번에 좋은 곳을 하나 찾았는데 말이야. 물론, 마다라 군도 같이 말일세. 

 

 

 

 

 

바라기눈 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

댓글

SNS 계정으로 간편하게 로그인하고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