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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토/하시마다]Cineraria 40

※ 실제 검도의 호구 중 머리에 쓰는 것은 호면, 손에 끼는 장갑은 호완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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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가 연결되지 않아 삐 소리 이후 음성사서함으로......』

 

   

나는 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며 얼굴을 찡그렸다. 요즘은 왜 이렇게 뛰어다니는 일이 많은지 모르겠다. 원래부터 별로 여유가 없기는 했지만 이렇게 숨가쁘게 이리저리 움직이고 싶지는 않다. 혹시 모르는 곳이거나 먼 곳이면 교통비가 들 것 같아 걱정했는데, 학교 체육관이라 그런 걱정은 없었다. 수업 말고 다른 일로 학교에 온 것은 휴대폰을 잃어버렸을 때를 제외하면 처음이었다.

 

관람석으로 달려가며 시계를 확인했을 때 이미 시간은 1시 반을 넘어가고 있었다. 끝나자마자 온다고는 했는데 역시 끝물에 올 수밖에는 없었던 것 같다. 넓은 체육관은 세 번의 시합이 한 번에 진행될 수 있도록 구역이 나뉘어 있었는데, 내가 도착했을 때는 그 중 한 곳에서만 시합을 하고 있었다. 사람이 많긴 했지만 그래도 뻥뻥 뜷려 있는 좌석들이 있어 서 있을 필요는 없어 보였다. 나는 가장 아랫줄로 내려가 통로 옆의 비어있는 자리에 앉아 숨을 돌렸다. 땀 때문에 찝찝하긴 했지만 체육관 안은 시원해서 마르는 데 얼마 걸릴 것 같지 않았다.

   

 

『야, 너 지금 어디』

   

 

문자를 보내려던 나는 밑에서 낯익은 모습을 발견하고는 손을 멈췄다. 머리에 수건을 두르고 있는 하시라마는 금방 시합을 마친 것 같았다. 하지만 면갑과 장갑만 벗어놓았을 뿐 여전히 호구를 다 풀지 않은 채 무릎을 끓고 앉아 있었다. 아직 안 끝난 거였나? 나는 주변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다 내 옆자리의 사람이 들고 있는 대전표를 발견했다.

   

 

......!!

   

 

그 대전표에는 진 사람들의 이름 위에 검은 볼펜으로 줄이 그어져 있었는데, 남아있는 이름은 네 개 밖에 없었다. 내가 그걸 지켜보는 사이에 또 다른 이름 하나가 없어졌다. 결승전으로 올라가는 두 이름 중에 한 이름이 결정난 것 같았다. 하시라마의 이름은 다른 이름과 함께 다른 그룹에 있었다. 이 녀석 준결승까지 올라간건가......? 밑을 내려다보니 하시라마가 보이지 않았다. 옆에서는 막 시합이 시작되려는 참이었다. 벌써 시작인가? 나는 죽도를 들고 서 있는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누가, 하시라마지?

 

마주보는 선수들의 가운데에 주심이 손을 내리며 시작 신호를 보냈고, 심판의 팔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왼쪽에 있던 선수가 검을 뻗었다. 하지만 상대편의 선수가 머리를 살짝 기울여 피한 탓에 검이 내려가 어깨에서 튕겨나갔고, 그 틈을 타 오른쪽의 선수는 한 발짝 물러났다가 기합을 지르며 정확하게 손목을 가격했다. 쓸데없는 움직임 따위는 없었다. 뒤이은 시합에서도 그는 마찬가지로 머리를 공격하려는 상대의 빈틈을 노려 허리를 때렸고, 상대편이 자세를 다시 잡기도 전에 머리를 가격했다. 2분도 안 되는 시간에 승부는 나버렸고,나는 감탄에 찬 눈으로 그 선수를 바라봤다.

   

 

어이, 이번에도 순식간이야. 저 녀석, 우승할지도 모르겠는데......!

   

 

옆에 앉아있던 남자가 호들갑스럽게 말했다. 바로 결승전이 있는지 그 선수는 면갑을 벗지 않은 채 체육관 가장자리에 서 있었다. 방금 전 그에게 패한 선수는 옆으로 물러나 장갑을 벗은 손으로 막 면갑을 풀고 있던 참이었다. 그 선수는, 하시라마가 아니었다.

주심이 서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이미 결승전에 진출한 두 선수가 서서 시합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시라마는 왼쪽에 서 있었다. 나는 앞으로 몸을 내민 채 심판의 손과 두 선수를 뜷어지게 응시했다. 주변이 조용해진 것을 보니, 관람객들도 시합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는 것 같았다.

 

먼젓번의 시합과는 달리, 시작 신호가 떨어져도 대치하고 있는 두 사람은 쉽사리 공격하려고 하지 않았다. 소리없이 발을 움직이면서, 서로의 빈틈을 면밀히 탐색하고 있는 것이었다. 순간 오른쪽에 서 있던 선수가 번개같이 죽도를 내질렀고 하시라마는 간발의 차로 타격을 피했다. 피하자마자 허리를 노린 공격이 들어왔고 플라스틱을 강하게 때리는 소리와 함께 주심과 부심들이 깃발을 들어 득점을 표시했다.

 

나는 주먹을 쥔 채 하시라마를 바라봤다. 철로 된 면갑의 앞부분 때문에 얼굴은 볼 수 없었지만, 동요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다시 시합이 시작됐고, 상대는 하시라마의 페이스가 흐트러졌다고 여겼는지 바로 치고 들어왔다. 하지만 하시라마는 죽도를 내리면서 몸을 틀었다. 하시라마는 곧바로 검을 들어 머리를 노렸고 상대는 간신히 피했다. 하지만 그가 숨을 돌리기도 전에 하시라마는 머리 가까이에 있던 손목을 공격했고, 주심과 부심이 일제히 깃발을 들었다.

 

1대 1......이번 시합으로 승패가 갈리는 건가. 나는 손에 힘을 주었다. 심판의 손이 올라갔다. 처음 시작했을 때처럼 가만히 공격할 때를 노리던 오른쪽의 선수는 재빠르게 하시라마의 손목을 공격하려고 했지만 하시라마의 움직임이 더 빨랐다. 옆으로 움직여 타격을 피한 하시라마는 죽도를 들어 상대의 머리를 내리쳤다. 두 죽도가 부딪히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나는 침을 삼켰다. 손바닥에 땀이 나는 것이 느껴졌다. 두 선수가 죽도를 맞댄 채 멈춰 있는 잠시동안은 칼끝 위를 걸어가는 듯한 팽팽한 긴장이 흘렀다. 떨어지는 순간 서로 빈틈이 생길 것이다. 누가 먼저 득점에 성공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다. 저 자세에서 머리를 때리기는 힘들 거고, 손목도 쉽지 않아 보인다. 어떻게 할 생각이지......?

   

 

그렇게 생각한 순간, 다른 선수가 하시라마의 칼을 밀어내고 죽도를 틀어 허리를 공격했다.

   

 

허리!

   

 

하시라마의 기합소리가 들리자마자 커다란 타격음이 체육관 안을 울렸고, 주심의 깃발이 올라갔다. 나는 멍하니 칼을 내리는 하시라마를 바라봤다. 하시라마는 한 손으로 죽도를 들고 있었다. 저 타이밍에, 한 손으로 공격할 생각을 하다니. 그것도 저렇게 가까운 거리에서......관람석의 사람들도 감탄하며 환호를 했다. 몇몇 사람들은 박수를 치기도 했다. 나는 나도 모르게 따라 박수를 쳤다.

 

상대편의 선수와 서로 인사를 하고 물러나온 하시라마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장갑을 벗어던졌고, 그 자리에서 뒷머리의 매듭을 풀어버리고 면갑 안에 갇혀 있던 머리를 빼냈다. 머리수건을 푸르자마자 하시라마는 고개를 들어 관람석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치 이미 내가 온 것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하시라마는 내가 앉아있는 쪽을 바라보며 빙그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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