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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토/하시마다]Cineraria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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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물어보네.

   

 

나는 무슨 말이냐는 얼굴로 하시라마를 쳐다봤다. 하시라마는 물고 있던 빨대에서 입을 떼면서 말했다.

   

 

미토에 대해서 물어볼 줄 알았어.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사실 물어보고 말 것도 없었다. 분위기도 그렇고 하시라마가 편하게 대하는 걸로 봐서는 내 추측이 맞는 것 같았으니까. 하시라마가 남녀 가리지 않고 인기가 많은 편이라곤 하지만 성별을 가리지 않고 똑같이 대하지는 않았다. 조금 더 예의를 차린다고 해야 하나, 신사도를 지킨다고 해야 하나. 어느 쪽이든 조금 더 거리를 둔다는 의미는 동일했다. 하지만 미토라는 여자와 함께 있을 때의 분위기는 그런 분위기와 달랐다. 부드럽다고 해야 할까. 보다 가깝고, 친근한 느낌이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연인 사이에서는 그런 분위기가 나는 게 아닐까 싶었다.

   

 

잤냐?

   

 

순간 하시라마는 마시던 음료수가 목에 걸린 듯 기침을 해 댔다. 겨우 기침을 가라앉힌 하시라마는 당혹 반, 놀람 반이 섞인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마다라, 너......생각보다 굉장히 직설적이구나.

   

 

직설적인 것과 관계가 있는 건가? 난 비교적 일반적인 질문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하시라마는 별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여자친구가 있으면 당연히 한 번은 자는 거 아니었나? 솔직히 지금 고등학교에 있는 녀석들 중에 동정 안 뗀 녀석들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중학교 때 첫 경험을 치른 녀석들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그런 녀석들은 잤을 때 기분이 좋았는지 별로였는지를 부끄러운 기색이라고는 하나도 없이 떠들어대곤 했다. 내 기억으로는 지금까지 내가 본 녀석들 중 그러지 않았던 녀석이 없었다.

   

 

안 잤어?

   

 

하시라마는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당연하잖아!

......왜?

 

 

당황한 빛이 역력한 하시라마와는 달리 내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순수한 의문에서 나온 질문이었다. 그렇지만 하시라마가 저런 반응을 보일 줄은 몰랐다. 태연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잘못 짚었나 보다. 하시라마는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만지작대며 말했다.

   

 

그건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

하고 싶다고 해서 함부로 하는 건 잘못된 거야. 그리고 마다라, 미토하고 나는......

너하고 자기 싫대?

......뭐?!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 사람 인생이 달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신중해야 하는 건 당연한 거잖아.

   

 

하시라마는 말할 필요도 없다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나는 웃음이 터져나오려는 것을 겨우겨우 억눌렀다. 탄복했다. 이 녀석은 정말로 정석에서 벗어나질 않는다. 성교육 교과서에서 나올 법한 이야기를 이렇게 육성으로 들을 줄이야. 내 입가에 웃음기가 묻어 있는 것을 보고 하시라마는 부끄럽다는 듯이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그리고 미토는 내 여자친구가 아니야.

......?

   

 

내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쳐다보자 하시라마는 한숨을 쉬며 옥상의 철책에 소리나게 등을 기댔다.

   

 

원래 어렸을 때부터 친했어. 소꿉친구거든. 내 동생이랑도 잘 아는 사이고. 그러다 보니까 다른 사람보다 훨씬 편해서, 같이 놀러다니기도 하고 연락도 자주 하는 편이야. 하지만 사귄다는 말은 꺼낸 적도 없어. 미토도 말한 적 없고. 네가 생각하는 그런 여자친구랑은 거리가 멀다고.

   

 

오해.......라고 말하고 있는 건가. 글쎄, 내 눈에는 별 차이가 없어보였다. 하시라마의 말을 들어봐도 공인만 안 했지 사귀는 사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덤덤한 시선을 던지자 하시라마는 질린다는 얼굴을 했다.

   

 

제발, 마다라. 너까지 그러지 마. 이젠 설명하는 것도 지쳤어.

네가 자초한 거잖아. 충분히 그렇게 보일 수 있다고.

알아. 그렇다고 미토한테 딱딱하게 대할 수는 없어. 알고 지낸 지 10년이 넘었는걸.

   

 

고민에 빠져있는 듯한 하시라마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나는 억양없는 말투로 말했다.

   

 

싫은 게 아니면, 상관없는 거 아닌가?

......응?

특별히 거부감이 있는 게 아니면 사귀어도 나쁘진 않잖아? 좋은, 여자처럼 보이던데.

   

 

나는 이즈나처럼 사람의 감정을 파악하는데 능숙한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내 눈앞에 있는 사람이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 정도는 알 수 있었다. 내가 본 미토라는 여자는, 얼굴도 예뻤지만 그 부드러운 분위기만큼이나 성품도 따뜻해보이는 여자였다. 그렇다고 수동적인 여자인가 싶으면 그렇게 보이지도 않았다. 강단이 있어보인다고 할까. 여러 면에서 하시라마와 닮은 여자였다. 결혼한다면 하시라마에게 분명 행복을 가져다 줄 것 같은, 그런 여자.

   

 

......모르겠어.

하시라마......?

너 어른들하고 똑같은 말 하고 있는 거 알아? 아, 다르긴 다르구나. 어른들은 너처럼 물어보지도 않거든. 벌써 나하고 미토가 약혼이라도 한 것처럼 구니까 말이야.

   

 

약혼.......뭔가, 다른 세계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단어다. 그러고 보니 이 녀석 도련님이었지. 하시라마는 하늘을 쳐다보다 시선을 내렸다.

   

 

다들 그렇게 말해. 사귀어 보면 알 거라고. 하지만......

하지만?

미토한테는 느껴본 적이 없어. 물론 같이 있으면 편하지만......뭐라고 할까, 그......좋아한다는 느낌?

.......

   

 

하시라마는 뭐라고 설명해야할지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설마 가슴이 뛴다던가, 손을 잡으면 떨린다든가 하는 걸 말하는 건가. 이 녀석......어울리지도 않게 그런 걸 고민하는 건가?설마 그런 감정이 없으면 아예 사귈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나는 하시라마의 얼굴을 쳐다봤다. 아무래도 이 녀석, 진심인 것 같다.

   

 

그런 감정이 드는 상대가 아니라면, 사귀는 건 쉽게 결정해선 안 된다고 생각해.

......배부른 고민이군.

   

 

하시라마는 조금 놀란 표정을 지으며 나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나는 하시라마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결혼하기 좋은 여자를 만나는 건 적어도 쉬운 일은 아니지. 집안에서도 인정받고, 조건도 좋은 사람을 만나는 건 말할 것도 없어. 성격까지 좋을 확률은 한없이 낮지.

......!

솔직히 네 여자 친구 같은 경우는 더 이상적일 수 없을 정도다. 만약 내가 네 위치에 있었다면, 난 네 친구와 결혼까지 가려고 했을걸.

   

 

하시라마는 말없이 나를 바라보기만 했다.

 

   

마다라, 너는.......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하고 싶지 않아?

   

 

사랑......이라. 나는 무의식적으로 눈살을 찌푸렸다.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

그런 거라니......

평범하게, 아무 일 없이 살 수만 있으면 그걸로 족해. 그런 가정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상관없어.

   

 

스스로 말하면서도 실소가 배어나왔다. 결혼 같은 것을 할 수 있을 리 없다고, 내가 여자와 사귀는 일 따위는 절대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평범함은 나에게 주어질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만약, 만약이지만 누군가와 결혼할 수 있다면, 이런 나라도 조용하고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도록 해 줄 수 있는 여자가 있다면, 그 사람과 결혼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싫은 감정이 있는 사람만 아니라면 누구라도 좋았다. 애초에 감정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었으니까.

   

 

......넌 언제나 네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말해, 마다라.

.......

나는 네가 계속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 늘 괜찮다고 말해도, 넌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아.

   

 

하시라마는 무거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시라마의 눈을 보고 있으면, 시선을 돌리고 싶어도 돌릴 수가 없게 되어버린다. 또, 나에게 그 질문을 하려는 건가. 몸이 나도 모르게 긴장하는 것을 느꼈다. 나는 하시라마를 똑바로 쳐다봤다. 만약 여기서 하시라마가 내가 예상하는 대로 말을 한다면, 나는 이 녀석과 관계를 끊어야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하시라마는 더 말하지 않았다. 나는 속으로 깊게 안도했다. 짧은 침묵이 흘렀고 어쩐지 분위기가 어색해진 것 같아 나는 입을 열었다.

   

 

그럼 넌, 네가......좋아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면 사귀지도 않을 거냐?

......뭐, 그럴 것 같은데. 가볍게 여길 일도 아니잖아?

   

 

하시라마는 담담하게 말했다. 나는 하시라마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하시라마의 위치는 눈에 띠지 않을래야 띠지 않을 수 없는 위치다. 학교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학생회장인데다, 성적도 최상위권이고 도련님이기까지 하다. 여자아이들은 허구헌날 하시라마에 대해 얼굴을 붉히며 떠들어댔다.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학교 밖에서도 하시라마에게 접근하는 여자들은 널리고 널렸을 것이다. 적지 않은 여자들을 봤을 것이고, 이야기도 해봤을 것이다. 그 많은 여자들 중에서, 정말 한 번도 그런 감정을 느껴보지 못했을까?

   

 

지금까지 한 명도 없었냐? 그런 사람은.

   

 

하시라마는 잠시 생각에 잠긴 얼굴을 했다. 차분하게 가라앉은 검은 눈동자는 오래 전의 기억을 더듬어 찾는 것처럼 보였다. 하시라마의 시선이 내 얼굴을 건드렸다. 한 순간, 하시라마의 눈동자가 깊어졌다. 그 눈은 누군가를 안타까워하는 것만 같은 빛을 띠고 있었다. 하지만 그 빛은 이내 사라져 버렸다.

   

 

없었어.

   

 

하시라마는 그 말밖에 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왜인지는 나도 알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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