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내용으로 건너뛰기

[나루토/하시마다]Cineraria 39


 

66

   

 

 

다녀왔습니다.

형, 아버지가 찾아.

   

 

식탁에서 늦은 밥을 먹고 있던 토비라마가 말했다. 하시라마는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가방을 맨 채 안방과 연결되어 있는 커다란 서재로 발걸음을 옮겼다. 서재로 들어가려던 하시라마는 가까이에 있던 책장을 노크하듯이 두드렸다. 이내 들어오라는 목소리가 들렸고, 하시라마는 입에 미소를 띠우며 안으로 들어갔다.

   

 

부르셨습니까?

   

 

센쥬 부츠마는 눈을 들어 첫째 아들을 쳐다봤다.

   

 

하시라마, 우치하 타지마와 무슨 일이 있었느냐?

   

 

타지마의 이름에 하시라마는 잠깐 놀란 얼굴을 했다. 부츠마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오늘 만났는데 네 얘기를 하더구나.

아......

나중에 한 번 만날 일도 있을 것 같다고 말하던데, 어떻게 된 거냐?

   

 

부츠마는 눈살을 찌푸렸다. 하시라마는 대답없이 아버지를 응시했다. 아버지가 무슨 말을 할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우치하 쪽의 사람들과는 가능하면 가까이 지내지 말아라. 사업 외에 일부러 쓸데없는 친분을 만들 이유는 없다.

   

 

부츠마는 생각만 해도 기분이 나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어떤 사업이든 우치하의 사람들은 우수한 능력을 가지고 요직에 있는 경우가 많아 부츠마로서는 사업을 하다 보면 좋든 싫든 우치하 가와 관계를 맺지 않을 수 없었다. 센쥬와 가까운 명문가 우즈마키 역시 우치하와는 뿌리깊은 우호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어디서도 우치하를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그런 우치하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명문가라면 거의 예외없이 혈통을 중요히 여기긴 하지만, 우치하만큼 그를 중시하는 가문은 없었다. 같은 혈족 간의 네트워크와 결속력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하지만 그만큼 혈족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지나칠 정도로 뚜렷히 선을 긋는 경향이 있어 비난을 받곤 했다.

   

 

.......

겉으로는 점잖은 체해도, 실제로 뒤가 더럽지 않은 녀석은 한 번도 못 봤다. 서로서로 뒤를 봐주는 짓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말이야. 본가 사람들은 더하지. 자기 이름만 믿고 거만하게 구는 꼴은 정말 꼴불견이란 말이다. 솔직히 이 일만 아니었다면, 그 집안과는 연도 맺지 않았을 거다.

   

 

하시라마는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우치하 본가에 방문한 적이 있는 사람들은 예외없이 우치하의 안과 밖은 천지차이라고 말하곤 했다. 하시라마 역시 어렸을 때 초대받아 간 적이 있었고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우치하에는 우치하만의 규칙이 있었다. 하지만 하시라마는 그것이 단점이라고만 생각하지는 않았다.

 

우치하 가의 사람들이 대부분 외부인에 대해 배타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이나 혈연을 지나치게 중시하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집안의 전통과 가업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이유가 있었다. 우치하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가문의 명예와 권위였다. 그들이 보기에 부정한 행동을 저지른 사람들은 외부에서 뭐라고 하기 전에 먼저 우치하 내부에서 배척당했다. 때문에 본가의 사람들은 무슨 일이 생겨도 최대한 집안에 누가 되지 않도록 하려 했고, 우치하의 가주는 특히 그런 성향이 강한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하시라마는 굳이 그 말을 꺼내 논쟁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타지마 씨는 예전부터 알던 분이고 이번에는 사과드릴 것도 있었던 차에 우연히 만난 것뿐입니다. 학교 생활에 대해서 충고도 해주셨고......

충고라니, 네가 충고를 받을 만한 상황이 있었단 말이냐?

경험이 많은 어른의 이야기는 뭐든 도움이 되니까요.

   

 

하시라마는 태연하게 말했다. 부츠마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얼굴로 아들을 바라보다 컴퓨터 화면으로 시선을 옮겼다.

   

 

내 말을 그냥 넘기지는 마라, 하시라마.

......예.

   

 

미토와는, 잘 지내는 거냐?

   

 

하시라마는 멈칫하다 잘 지내고 있다고 대답했다. 부츠마는 얼굴을 풀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가봐라.

   

   

 

 

 

 

   

67

   

 

 

죽도들이 서로 세차게 부딪치는 소리가 넓은 체육관 안에 울렸다. 검은 호구를 입은 사람들은 세 명씩 한 줄로 서서 머리, 허리, 손목을 치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죽도가 허리부분을 가격할 때마다 커다란 소리가 났다. 지도 선생처럼 보이는 사람이 한 손을 들자, 연습을 하던 사람들은 발을 멈추고 체육관 한 쪽에 모여 앉았다. 이제 끝난 건가? 열린 체육관 문 앞에 서 있던 나는 한 발짝 앞으로 다가섰다.

 

앉아 있던 사람들은 입는 것도 꽤나 복잡해 보였던 호구를 빠르게 벗었다. 면갑을 벗고 머릿수건을 풀자 약간씩 눌린 머리와 격한 운동으로 상기된 얼굴들이 드러났다. 나는 그 사람들 가운데 긴 머리카락을 묶고 있는 사람을 발견하고는 시선을 고정시켰다. 머리를 저렇게 기르고 다니는 사람은 이 학교에서 그 녀석밖에 없다. 나는 손에 들고 있는 음료수를 흔들면서 안을 계속 들여다봤다.

 

잠깐동안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명상을 하던 사람들은 서로 인사를 한 뒤 짐을 챙겨 뿔뿔이 흩어졌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밖으로 나가 조용해지자 하시라마는 가방을 옆에 내려놓은 채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팔을 푸는가 싶었는데 이번에는 뒤로 드러누워 팔짱을 끼었다. 뭐 하는 거지, 저 녀석. 나는 어이없는 눈으로 녀석을 쳐다보다 체육관 안으로 들어갔다.

   

 

어이.

   

 

눈을 감고 있던 하시라마는 깜짝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머리맡에서 무릎을 굽히고 있던 나는 손에 들고 있던 스포츠 음료를 내밀었다. 하시라마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마다라......!

팔 떨어진다. 빨리 안 받냐.

   

 

아, 미안-하시라마는 기쁘다는 듯이 웃으며 음료수를 받아들었다. 나는 바닥에 쪼그려 앉은 채 하시라마를 쳐다봤다. 포니테일로 한 머리가 찰랑찰랑 흔들리는 게 신기했다.

   

 

여긴 어떻게 왔어?

그냥 지나가다가......너 같이 생긴 녀석이 있길래 구경하고 있었지.

 

 

하시라마는 일주일에 한 두 번씩 도서관에 나오지 않을 때가 있었다. 규칙적인 것은 아니었고 일주일 내내 도서관에 나올 때도 있었지만 적어도 요즘은 그랬다. 부활동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걸 하는지는 몰랐었다. 하지만 도서관에서 나와 바로 옆에 있는 체육관 쪽을 지나가다가 우연찮게 누군가 기합을 지르는 소리를 들었고, 문득 호기심이 생겼다. 입구에 다가가 안을 들여다보던 나는 검도복을 입고 서 있는 하시라마를 발견했고, 그냥 구경만 할까 하다가 끝나는 시간도 거의 다 됐겠다 싶어 죽치고 있었다.

   

 

고마워, 마다라. 진짜 시원하다.

   

 

하시라마는 밝게 웃었다. 음료수를 가져온 게 잘한 일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시라마에게 뭔가 해주고 싶다는 생각은 계속 하고 있었다. 나는 이즈나를 제외한 사람들에게 뭔가를 줘 본 적이 없는 인간이지만 하시라마에게는 음료수와 캔커피, 노래방 요금 등을 비롯해 받은 것도, 신세진 것도 많아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하시라마는 신경 쓸 필요 없다고 했지만, 아무래도 뭔가를 받은 이상 돌려줘야 하는 게 맞다는 게 내 생각이었다.

   

 

여기 앉아. 왜 그러고 있어, 불편하게.

 

 

하시라마가 옆자리를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나는 못본 척 하시라마의 맞은편에 털썩 주저앉으며 질문을 던졌다.

 

 

......검도는 언제부터 배운 거냐?

 

   

하시라마는 구겨진 옷자락을 펴면서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을 지었다.

   

 

잘 기억이 안 나는데.

......?

진짜 어렸을 때부터 배워서 말이야. 봐.

   

 

하시라마는 양 손바닥이 보이도록 손을 내밀었다. 손바닥 중앙을 가르는 손금 윗부분의 넓은 살에는 다른 부분보다 진한 살색을 띠는 굳은살이 단단하게 박혀있었다. 잘 보니 손등과 팔에도 푸른 핏줄이 유난히 두드러지고 있었다. 이 녀석.....팔 힘이 만만치 않겠군. 문득 하시라마가 나를 끌고 양호실에 갔을 때가 떠올랐다. 그 때도 악력이 약하다고 생각하진 않았지만......이런 이유가 있었던 건가.

   

 

......재미있어?

그런 것보다는 그냥......생활이지. 너무 습관처럼 되어버려서, 지금은 하루라도 움직이지 않으면 뭔가 빠진 것 같은 느낌이 들거든.

흐응.

   

 

나는 흥미롭다는 눈으로 하시라마를 쳐다봤다. 하시라마는 아침마다 혼자 타격 연습을 하거나 동생과 가볍게 대련을 한다고 했다. 따로 할 일이 없을 때도 죽도를 들고 뛰는 일이 많아 검을 쥐는 것 자체가 자연스럽다는 모양이다. 하시라마는 손 옆에 놓여져 있던 죽도를 집어들어 내게 내밀었다. 새까맣게 때가 탄 손잡이가 눈에 띠었다. 학교에서까지 이런 걸 하면 지겹지 않냐고 묻자 하시라마는 한숨을 쉬었다.

   

 

그렇지만 우리 학교에서는 부활동을 안 할 수가 없으니까. 그래서 그냥 이름만 올려놓은 거야. 익숙하기도 하고.......솔직히 싫은 건 아니지만 여기서까지 하면 짜증날 것 같거든.

......

그래서 평소에는 잘 안 나가. 이번에도 대회만 아니었으면.....

대회?

포스터 못 봤어? 얼마 전부터 여기 저기 붙어있었는데.

   

 

내가 어리둥절한 얼굴을 하자 하시라마는 하긴, 너는 신경 안 쓸 것 같긴 하다-라고 말하며 쿡쿡 웃었다. 지난번에 여자애들이 떠들어대던 게 그거 때문이었나? 하시라마는 뭔가 생각났다는 듯이 내 쪽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너 올래? 내일인데.

......내일?

   

 

하시라마가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빠르면 12시 전에 끝나고 늦어도 2시에는 끝날 거야. 순서를 봐야 알겠지만......

아침부터 하는 거야?

응. 내일도 아르바이트 있어?

   

 

나는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아침에는 식당 아르바이트가 있었고 주말인데다 가게 준비와 청소 때문에 6시까지 나가야 했다. 빨라야 정오에 끝날 텐데......그 시간에 가는 건 무리다.하시라마의 순서가 맨 뒤까지 밀리면 모를까. 내 말을 들은 하시라마는 잠깐 고민하더니 끝나고 와도 괜찮으니 걱정하지 말고 오라고 했다.

   

 

......그럴 거면 뭐하러 가냐?

같이 밥이나 먹으면 되지. 딱 점심 때잖아?

   

 

하시라마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나는 할 말이 없다는 눈으로 하시라마를 쳐다보다 묶여 있는 머리카락을 잡아당겼다.

   

 

아야야, 아파!

옷이나 갈아입고 나와. 지금 몇 신줄 아냐?

귀찮아......그냥 갈 거야. 넌 어쩔건데?

......난 일 가야지.

   

 

하시라마는 부루퉁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쳐다봤다. 나보다 키도 큰 녀석이 저러고 있으니 기분이 참 묘했다. 분명히 평소에는 어른스러운 것 같은데, 애 같아 보일 때도 있어서 좀 혼란스럽다. 비척비척 일어선 하시라마는 기지개를 켜더니 바닥에 굴러다니던 가방을 집어들어 한쪽 끈을 어깨에 걸쳤다.

   

 

하시라마.

응?

그, 대회라는 거......잘하는 녀석들만 나가는 거 아니냐?

   

 

잘 모르지만, 그렇다고 들었던 것 같다. 하시라마는 고개를 저으며 그렇지는 않다고 대답했다.

   

 

꼭 그런 건 아냐. 큰 대회일수록 잘하는 사람들이 많기는 하지만.

......자신 있냐?

   

 

하시라마는 빙긋 웃으며 나를 쳐다봤다.

   

 

궁금하면 보러 오면 되잖아?

 

 

 

 

바라기눈 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