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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토/하시마다]Cineraria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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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말해줄 수는 없는 거야?』

   

 

나는 한숨을 쉬며 필기 노트를 덮었다. 나를 바라보던 하시라마의 얼굴이 떠올랐다.

   

 

『여기까지야, 하시라마.』

   

 

할 말을 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후회같은 건 하지 않는다. 대놓고 선을 그을 의도는 없었지만 어차피 해야 했던 일이었다. 그렇게 잘라 말하지 않았다면, 나는 쓸데없는 말을 해버렸을지도 모른다. 거기서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해서는 안 될 말을......그 녀석에게 털어놓았을지도 모른다. 나는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하시라마에게, 어떻게 그런 말을 하라는 건가.

   

 

무슨......?

   

 

나는 순간 자신의 생각에 놀랐다. 왜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어떻게 그런 말을, 이라니? 나는 당황했다. 내 주변의 이 빌어먹을 상황을 하시라마에게 말할 필요는 없다. 말할 이유도 없을뿐더러 말해봤자다. 하시라마에게 말한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질 수 있단 말인가? 하시라마가 알게 된다면, 그 성격에 분명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운이 없다면 꽤 성가신 일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말하지 않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었다. 지극히 이성적인 판단이다. 하지만, 하지만.......그것 말고도 이유가 있기라도 하단 말인가?

 

 

오늘 포스터 붙은 거 봤어?

   

 

귀에 들려오는 호들갑스러운 목소리에, 나는 정신이 들었다. 같은 반의 여자아이 하나가 친구처럼 보이는 다른 반 여자아이와 이야기하고 있었다.

   

 

당연하지! 하시라마 선배 나온다면서?

완전 멋있겠다......! 나 수업 끝나자마자 갈거야. 너도 갈거지?

응!

   

 

뭐지. 들뜬 목소리로 소곤대던 여자아이들은 시끄럽게 웃으며 교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나는 복습을 끝낸 노트를 가방 속에 집어넣으면서 생각에 잠겼다. 분명히 포스터......라고 그랬던 것 같다. 포스터하고 하시라마가 무슨 상관이지? 나는 아침에 등교할 때 뭔가 본 게 있었나 생각해봤지만 기억나는 게 없었다.

 

포스터가 붙었다는 건 뭔가 행사 같은 게 있다는 얘긴데. 다음 수업의 교과서를 꺼내려던 나는 가방을 열어둔 채 휴대폰을 열었다. 하시라마로부터 문자가 와 있었다. 휴대폰 화면을 빤히 바라보던 나는 자판을 꾹꾹 누르기 시작했다.

   

 

『야』

   

 

전송 버튼을 누른 순간 불현듯 너무 간단하게 보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 생각을 하기도 전에 문자 도착 알림음이 들렸다.

   

 

『답 참 늦게 보낸다』

   

 

어이가 없었다. 수업하는 중에 보낸 게 누군데......

   

 

『그럼 보내질 말든가』

『헐ㅜㅠ』

『너 오늘 뭐 있어?』

   

 

『♬』

   

 

『왜ㅋㅋ데이트 신청?ㅋㅋ』

   

 

뭐래, 이 새끼가.

   

 

『ㅗ』

『헐』

『헐은 무슨 헐이야 나 오늘 알바있거든』

『ㅠㅠ끝나고 바로?』

『ㅇㅇ도서관 들렀다가』

   

『♬』

   

『아, 마다라......근데』

『?』

『나 오늘 도서관 못갈 것 같아』

   

 

바로 확인 버튼을 누르려던 손가락이 멈칫했다. 다시 버튼을 누르려는 찰나 교실 문이 열렸고, 수학 선생이 들어왔다. 나는 하시라마의 문자가 떠 있는 화면을 말없이 쳐다보다 휴대폰을 가방으로 던져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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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다라, 미안하지만 너도 나와서 주문 좀 받아라. 오늘따라 손님이 많아서......

   

 

주방으로 들어온 주인 아저씨는 미안하다는 눈을 하고 있었다. 나는 별 말 없이 들고 있던 그릇을 싱크대에 내려놓고 퐁퐁이 묻어있던 고무장갑을 털었다. 장갑과 앞치마를 벗자 아저씨는 주문서와 볼펜을 내게 건네주었다. 메뉴칸을 다 확인하기도 전에 주문 벨이 울렸고, 나는 거의 떠밀리다시피 해서 밖으로 나가야 했다. 아저씨는 8번 테이블이라며 빨리 가라는 손짓을 했다. 나는 작게 한숨을 쉬며 발걸음을 옮겼다. 계속 주방 구석에서만 있다보니 식당 홀은 낯설기만 했다.

   

내가 이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것은 얼마 전이었다. 3개월......정도일까. 처음에는 지난번 패스트푸드점처럼 들어가자마자 잘릴 줄 알았다. 심지어 첫날 출근했을 때도 얼굴에 멍을 훈장처럼 달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무뚝뚝해 보이기만 했던 주인 아저씨는 별 반응 없이 주방에서 접시나 닦으라고 했다. 나는 그 후로부터 서빙하는 일 없이 주방에서 잡일만 도맡아 했다. 솔직히 내게는 서빙같은 사람들을 직접 대하는 일보다 그런 일이 더 편했다. 호기심을 담은 시선을 받을 일도, 불필요한 관심을 끌 일도 없는 것이다. 주인아저씨에게는, 정말 감사하고 있었다. 내가 소년가장이라는 것을 우연찮게 알고 난 다음부터, 아저씨는 내게 조금이나마 더 잘해주었다. 가끔씩은 우유를 사주기도 하고, 동생 주라고 음식을 싸주기도 했다. 다른 건 몰라도, 여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것은 행운이었다. 여기서 일할 때만큼은 마음이 좀 편해지는 느낌이었다.

 

나는 손에 들고 있던 메뉴판으로 시선을 내렸다. 낯익은 음식들이 하나도 없다. 이름도 쓸데없이 길어서 짜증이 나려고 했다. 그렇게 고급 레스토랑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지나온 홀이나 곳곳의 디자인들을 보니 아주 고급은 아니더라도 중간 정도는 쳐줄 수 있는 곳인 듯 싶었다. 메뉴판 옆에 붙어있는 가격을 보고 나는 혀를 내둘렀다. 0이 몇 개나 들어간 거지......이건 사치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낭비다. 솔직히 이런 음식을 먹느니 차라리 그 돈으로 초밥 재료를 사서 배터지게 먹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주문 도와드리겠습니다.

   

 

메뉴판을 건네려는 순간 나는 굳어버렸다. 테이블 앞에 앉아있던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남자의 눈이 커졌다.

   

 

.......마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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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시라마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 나는 당황스러운 눈으로 하시라마를 쳐다봤다.

   

 

너 아르바이트 하는 곳이 여기였어?

   

 

하시라마는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놀란 얼굴이었지만, 입가에는 반갑다는 듯한 웃음이 떠 있었다. 나는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원래라면 하시라마와 나 둘 다 도서관에 있을 시간이다. 그렇지만 도서관으로 가는 도중 주인아저씨에게 일찍 올 수 있으면 와 달라는 말을 들어 바로 여기에 온 것이었다. 사실, 어쩐지 오늘따라 별로 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기도 했었다. 나는 의아한 눈으로 하시라마를 바라보았다. 하시라마가 못 온다는 말을 들었을 때 또 학생회에서 뭔가 불려갈 일이 생긴 게 아닌가 생각했었다. 시선을 돌려 하시라마를 응시하던 나는 하시라마의 맞은편에 누군가 앉아 있는 것을 깨달았다. 여자......? 하시라마는 여자가 앉아있는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이쪽은 미토야.

안녕하세요.

   

 

여자는 다소곳하게 고개를 숙이며 내게 인사를 했다. 하얀 얼굴에는 점 하나 보이지 않았고, 양 옆으로 동그랗게 틀어올린 갈색 머리카락에서는 윤기가 흘렀다. 미소짓고 있는 얼굴에서는 부드럽고 여성스러운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나는 잠깐동안 할 말을 잊은 채 그 여자를 쳐다봤다.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미토가 웃으며 말했다. 순간 정신이 확 들었다. 이야기? 무슨 이야기를 들었다는 거지? 하시라마가 나에 대해 뭔가 말했나......? 아니, 그보다 이 여자는 누구지. 왜 하시라마랑 같이......아. 나는 속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거였나.

   

 

마다라, 아르바이트 언제 끝나?

   

 

하시라마가 물었다.

   

 

왜.

아니, 그냥. 같이 놀자고. 오늘은 같이 도서관 가지도 못했잖아?

   

 

또 그 소린가. 싱글거리는 하시라마를 나는 어이없다는 눈으로 쳐다봤다. 놀자는 얘기를 몇 번이나 들은 건지 기억이 안 난다. 나는 8시가 넘어서야 아르바이트가 끝난다. 내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걸 하루 이틀 본 것도 아닐 텐데 저런 소리나 하고 앉아있다. 방학이니 그렇게 이상한 소리도 아닌가 싶었지만 고 3 수험생들에게 방학은 있으나 마나한 얘기였다. 말이 방학이지 수업은 버젓이 있었다. 일단 내일부터가 주말이 아닌지라 아침부터 나가야 할 처지였다. 학교를 안 가는 것도 아니면서 저런 말을 하다니, 대체 저 녀석의 머릿속에는 뭐가 들은 건지 궁금했다.

   

 

일찍 들어가서 잠이나 자.

12시 안까지만 들어가면 되니까 상관없어.

......넌 나 보면 놀자는 말밖에 생각이 안 나냐?

   

 

시간이 안 맞을 때가 많으니까 어쩔 수 없는걸ㅡ하시라마는 여전히 웃는 얼굴을 한 채 나를 바라봤다. 나는 미토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미토는 입가에 살짝 미소를 띤 채 하시라마를 바라보고 있었다. 보면 볼수록, 참 예쁜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예쁘기만 한 게 아니라, 귀한 집 아가씨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자연스러운 기품이 몸에 흐르고 있었다. 미토의 눈이 내 눈과 마주치자, 나는 무의식적으로 시선을 피했다.

   

 

마다라! 거기 멍하니 서서 뭐하는 거야? 주문 기다리는 손님들이 많다고!

아, 네!

   

 

나는 금방 가겠다고 말한 뒤 하시라마에게 바쁘니까 빨리 주문하라고 말했다. 메뉴판을 흝어보던 하시라마는 뭔가 음식 이름을 말했지만 정신이 없어서인지 말을 놓치고 말았다. 당황한 내 모습을 보던 하시라마는 메뉴판에 있는 음식 사진 중 하나를 톡톡 두드렸다. 어쩐지 민망해졌다. 주문을 받는데 쩔쩔매다니. 젠장, 아르바이트를 해 온 게 몇 년인데.나는 딱딱하게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손님‘이라고 말한 뒤 그 자리를 빠르게 벗어났다. 뒤에서 하시라마가 부르는 것 같았지만 못들은 척했다. 몇 개의 테이블을 돌며 다른 주문을 받고 카운터로 돌아왔다. 받아온 주문을 일일이 다 불러주고 나서야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친구냐?

   

 

카운터 앞에 서 있던 아저씨가 물었다. 하시라마와 이야기하는 것을 본 모양이다. 나는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아저씨는 시선을 계산대의 컴퓨터로 내리고는 더 묻지 않았다. 나는 조리실로 돌아가려다 8번 테이블 쪽을 쳐다봤다. 하지만 벽에 가려져 있어서 보이지는 않았다. 아저씨는 이제 괜찮으니 주문받지 말고 들어가서 하던 일을 하라고 말했다. 애초부터 그럴 생각이었다.

   

 

거품으로 뒤덮인 그릇들과 고무장갑 사이에서는 뿌득거리는 소리가 났다. 닦은 그릇들은 건조대 위에 크기별로 가지런히 올려놓았다. 슬슬 뻐근한 감을 보이는 어깨를 빙글빙글 돌리던 나는 테이블에 앉아 있던 하시라마의 모습을 떠올렸다. 갑자기 피식, 웃음이 나왔다. 여자친구라. 원래 그런 쪽은 사생활이라고 생각해 물어볼 생각도 안했었는데 이렇게 우연찮게 알게 될 줄은 몰랐다. 생각해보면 하시라마같은 녀석에게 여자친구가 없을 리 없었다. 매력이 있는 사람일수록 일찍부터 노리는 사람이나 들이대는 사람이 많은 법이니까.

 

미토는 한 눈에 봐도 귀티가 흐르는 아가씨였다. 어떤 집안인지는 모르지만 그곳도 보통은 아닐 것 같았다. 하시라마도 그렇게 보이지는 않지만 센쥬의 도련님이었다. 선남선녀, 라는 건가. 내가 봐도 완벽하게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

   

하여간, 복도 많은 녀석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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