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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토/조각글]Promise


※ 원작 베이스입니다.

※ 커플링이 들어간 것처럼 보이는 건 눈의 착각입니다.

※ 설정상 히카쿠는 마다라보다 6살 위입니다.

 


 

 

 

 

스르륵ㅡ

 

 

자리에 누우려던 히카쿠는 몸을 일으켰다. 탁, 소리와 함께 닫힌 문 앞에는 작은 소년이 고개를 숙이고 서 있었다. 소년은 이내 시선을 들어 히카쿠 쪽을 쳐다봤다. 얼굴의 반을 차지하는 것 같은 검은 눈동자가, 희미한 달빛을 담고 출렁거렸다. 금방이라도 아장아장 걸어올 것처럼 보였던 소년은 어째서인지 우두커니 그 자리에 서 있기만 했다. 의아한 낯빛을 띤 히카쿠가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순간, 소년은 튕겨나오듯이 히카쿠의 품 속으로 뛰어들어왔다.

 

히카쿠는 일순 놀랐지만, 침착하게 소년의 작은 등을 쓸어주었다.

 

 

 

마다라님.

......

 

 

 

소년은 대답 없이 히카쿠의 등을 꼭 붙든 채 더욱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제 손 안에 충분히 잡힐 정도로 작고 하얀 손이 옷자락에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히카쿠는 자신의 품을 점령하고 있는 이 조그만 불청객을 당황 반, 부드러움 반이 섞인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한동안 품 안에서 숨을 죽이고 있던 소년은 꼬물꼬물 움직이며 얼굴만을 빼곰 들어올려 히카쿠를 바라보았다.

 

 

 

......왜 안 잤어?

 

 

 

우물대는 작은 목소리였다. 밤이 깊은 시각이기는 했다. 하지만 불침번을 비롯하여 내일 전투에 나갈 닌자들은 여전히, 언제 습격해올지 모를 적에 대비해 눈을 부릅뜨고 있을 것이었다. 자신도 그 닌자 중 하나다. 히카쿠의 나이 열 셋, 전투의 상시병력으로 투입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였다. 내일도, 전투가 있다. 전투가 있기 전날 밤은 언제나 잠들기 힘들었다.

 

 

 

나도, 내일 전투에 나간대.

......!

아버지가 그랬어. 이제 때가 됐다고, 닌자 한 사람으로 싸울 때가 됐다고......

 

 

 

히카쿠는 입을 다문 채 소년을 내려다봤다. 아직 젖살도 빠지기 전인 하얗고 부드러운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항상 뻗쳐 있는 듯한 제멋대로인 머리카락은 목 바로 뒤까지 내려오고 있다. 하지만 손을 올려 쓰다듬으면, 그 머리카락은 솜털을 만지는 것처럼 부드러웠다. 덜 자란 자신의 품 안에 완전히 안길 정도의 작은 몸은 무척이나 가늘어 보였다. 자리에서 일어선다면 그 몸은 자신의 허리까지밖에 오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나......죽이겠지?

 

 

 

누구를, 이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그런 말은 전투에서 필요없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기 때문이다. 방해가 된다면 죽인다. 적이라면, 누구든 술법의 대상이 된다.

 

 

 

설령, 그 대상이 어린아이라 할지라도.

 

 

히카쿠는 소년의 손이 조그맣게 떨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고개를 숙이고 있어 소년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이 있다. 히카쿠는 소년을 자신의 무릎 위에 앉게 했다. 자신의 가슴에 머리를 비비는 소년을 보며 히카쿠는 탄식했다. 이 소년은 아직 너무나도 어리다. 이렇게나 여리고, 순수한 아이를 전쟁터에 내보내야만 하는 것일까. 그게 과연 옳은 것일까? 이런 생각을 해도 달라지는 것은 아마 없으리라. 전투에 임하는 닌자들은 오히려 이 소년을 내보내는 것이 너무 늦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전력에 도움이 된다면, 이제 겨우 걸음마를 뗀 아이라고 해도 전장에 투입하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히카쿠는 얼굴을 미세하게 찌푸렸다.

 

 

 

......무서우신가요?

 

 

 

소년이 얼굴을 들어 물끄러미 자신을 쳐다보았다. 물기 어린 눈동자가 위아래로 흔들린다. 저 작은 끄덕임에 얼마나 많은 감정이 담겨 있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도망치고 싶은데도 손끝하나 움직일 수 없는, 온몸이 경직되는 듯한 공포. 죽음이 바로 눈 앞에 다가왔다는 사실에 대한 두려움. 부모, 형제와 떨어지고 싶지 않다는 애착. 그들을 더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슬픔.

 

 

 

나 무서워, 히카쿠......무서워.

......

전쟁에서 죽을 수도 있대. 그렇지만 그건 명예로운 거라고 했어. 일족을 위해서 죽는 거니까, 가족을 지키려다 죽은 거니까......무서워하면 안 된대. 도망치려고 해도 안 된대. 다들 그래. 그렇지만 나......무서워.

......마다라님.

아버지한테는 아무 말도 안 했어. 아버지가 한심한 녀석이라고 할까봐. 겁쟁이라는 소리 들을까봐. 사실은, 무섭다고 하고 싶었어. 가기 싫다고 하고 싶었어......

 

 

 

히카쿠는 소년을 안아들고 조심스럽게 눕혀주었다. 옆에 눕자마자 소년은 자신을 꼭 끌어안아왔다.

 

 

 

저도, 무섭습니다.

 

 

 

소년이 놀란 눈으로 자신을 바라봤다. 설마 나까지 그럴 줄은 몰랐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히카쿠는 입가에 희미한 웃음을 띠었다.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드러내려고 하지 않을 뿐이죠. 마다라님, 당신이 약하거나 겁이 많은 게 아닙니다. 제 발로 사지에 나가는데 멀쩡할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

하지만......싸우지 않으면, 이기지 않으면 저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까지 죽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죽게 됩니다. 그러니까 무서워도 싸우려고 하는 겁니다. 어떻게든 버티려고, 그들을 지키려고 하는 겁니다......설령 전투 중에 죽는다고 해도 말입니다. 마다라님께도, 그런 사람들이 있으시지 않습니까.

 

 

 

그림자가 진 소년의 눈동자가 약하게 흔들렸다. 불안과 공포가 짙게 어려있던 검은 눈동자가 조금씩 빛을 되찾고 있었다. 히카쿠는 소년이 자신의 말을 이해했을 거라고 믿었다. 아직 어리고, 마음이 여리긴 했지만 소년은 평범한 아이가 아니었다. 소년은 팔을 뻗어 히카쿠의 목에 감았다.

 

 

 

......히카쿠.

예.

나, 동생들을 지키고 싶어. 어머니도, 아버지도 지키고 싶어.

 

 

 

마다라님이라면 할 수 있으실 겁니다ㅡ, 히카쿠는 그렇게 말하며 소년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히카쿠, 난 너도 지키고 싶어.

......!

나 강해질 거야. 지금보다 더, 더 강해져서.....네 말대로 다른 사람들을 지켜줄 거야.

 

 

 

소년의 눈이 또렷하게 빛났다. 소년은 강했다. 소년과 수련을 할 때마다, 히카쿠는 소년의 안에서 타오르는 빛을 볼 수 있었다. 소년은 자신보다 훨씬 더 강해질 수 있었다. 누구보다도, 강한 닌자가 될 수 있었다. 히카쿠는 자신을 끌어안고 있는 소년의 팔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난 지금 약해......약하지만, 그래도 힘낼 거야. 죽지 않을 거야. 어떻게든 살아남을 거야. 그러니까, 너도 죽으면 안 돼. 죽지 마, 히카쿠.

마다라님......

넌 내 말이면 뭐든지 들어준다고 했잖아. 내가 안 된다고 하면, 넌 절대 못 죽어. 멋대로 죽으면 절대 용서 안할 거야. 지금 여기서 약속해, 죽지 않는다고!

 

 

 

되도 않는 억지를 부리고 있으면서도, 소년의 눈은 한없이 진지했다. 히카쿠는 소년이 진심으로, 필사적으로 그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자신을 잃고 싶지 않다는, 끝까지 옆에 있어 달라는 외침이 소리없이 메아리치고 있었다. 그런 소년의 앞에서, 히카쿠는 웃음을 지을 수 없었다. 약속하겠다는 말을 하고 나서야 소년은 안심했다는 듯이 웃었다. 그래도 불안이 완전히 가시지 않았는지, 몇 번이나 확인을 하는 소년을 보며 히카쿠는 가슴 한쪽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히카쿠, 이 아이를 부탁해요.』

 

 

 

강보에 싸여 잠들어있던 아기를 처음으로 봤을 때, 그녀는 자신을 보며 그렇게 말했었다. 자신의 아이를 지켜달라고, 이끌어달라고 말했었다. 하지만 그 아기를 본 순간, 히카쿠는 그녀의 말이 아무 쓸모도 없는 말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애초부터 자신은 그 아기에게서 떨어질 수 없었으니까.

 

아이를 본 순간부터 자신은 이미 그 아기에게 사로잡혀 있었던 것이다.

 

 

 

히카쿠는 자신의 품 안에서 잠들어 있는 소년을 바라보았다. 아이는 소년이 되었고, 소년은 이제 더 이상 소년으로만 있을 수 없었다. 풀냄새가 나던 검은 소매에는 피비린내가 배일 것이고, 죽음과 살육을 경험한 눈동자는 더욱 깊고 어두워질 것이다. 소년은 청년이 되고, 마침내는 상처투성이의 어른으로 성장할 것이다.

히카쿠는 적어도 그 때까지는 죽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 소년이 자신을 필요로 할 때까지, 자신은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남겠다고 결심했다. 자신이 죽을 때는 아마도, 자신의 목숨으로밖에 그 소년을 구할 수 없는 때일 것이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두려운 마음은 들지 않았다.

 

 

 

『......지키겠습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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