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내용으로 건너뛰기

[나루토/하시마다]염향(染香) 三十







三十

 


사쿠라마치에서의 지난 사건 이후, 형의 분노를 그대로 받는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았던 토비라마는 지금까지 조직에 대해 알아낸 정보를 정리해 얌전히 하시라마에게 보고했다. 번개의 나라와 협상한 내용을 살펴보던 하시라마는 말없이 토비라마가 올린 두루마리를 펼쳤다.

 


“......도적질만으로 먹고 살던 자들이 잘도 이렇게까지 세력을 불릴 수 있었군.”

 


토비라마도 그 의견에는 크게 동의하는 바였다. 만약 그 당시에 단순한 도적단이라 여기지 않고, 제대로 뿌리뽑으려 했었다면 그들의 잔당이 남아 도망치는 것을 막았을 테고 외인과 손잡고 백아를 들여오는 것 역시 없었던 일이 되었을지도 몰랐다. 보고서에서 오오츠츠키와 관련된 부분을 살펴보던 하시라마의 눈이 살짝 찌푸려졌다.

 


“이 코쿠오라는 자는 인드라 공의 최측근일 텐데.”

“맞아. 하지만 내부 정보통에 따르면 그가 그렇게 된 건 몇 년 되지 않았다고 했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언제부터 인드라 공이 그렇게 사람을 잘 믿었지?”

“네 말은, 그가 이 모든 상황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냐?”

 


토비라마는 조금 생각에 잠긴 얼굴을 하다 하시라마를 응시했다. 그럴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적어도 토비라마의 판단은 그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그 자가 조직과 연관되었다는 것은 확실해. 틀림없이 남은 간부 다섯 중 한 사람일 거야.”

“그렇다면 그 선인이라는 자도 옆에 있을 가능성이 크겠구나. 만약 이전까지의 추적과 조사에도 꼬리를 밟히지 않은 것이 오오츠츠키의 공이라고 한다면, 조직에 있어서 이 이상의 중요한 동맹은 없을 터다. 성의를 보이지 않으면 곤란할 테지.”

 


토비라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시라마는 한쪽 손으로 턱을 괸 채 미간을 좁혔다. 정말 그가 주도한 것인가. 하시라마는 공식 석상과 사적인 자리에서 몇 번 마주쳤던 인드라의 얼굴을 떠올렸다. 아버지를 그리 닮지는 않았었다. 그는 오히려 초상화로만 보았던 그의 조모를 더 닮아있었다. 성정도 그녀를 닮았다면, 납득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다른 가능성은 생각해보지 않았느냐? 협박일 수도 있지 않으냐.”

“형은 오오츠츠키가 그런 놈들의 협박으로 움직일 거라고 생각해? 아무리 세가 있었다고 한들 상단의 지원이 없었으면 그놈들은 오합지졸에서 끝났어. 그리고 오오츠츠키가 그런 경우를 예상하지 못했다고는 생각할 수 없어. 설사 그놈들이 약점이 될 만한 걸 잡았다 한들 그건 도박밖에 안 돼. 차라리 굽신거리는 편이 유리하지 않겠어? ......뭐, 지금은 생각이 달라진 모양이지만.”


 

멍청하게도. 토비라마는 입꼬리를 올렸다. 좀 컸다고 건방을 떠는 모양인데 같잖기 그지없었다. 이왕이면 내부분열까지 일어나 주면 좋으련만. 이쪽에는 그만큼 좋은 상황이 없을 텐데 말이다.

 


“지금 하마츠의 상황은 어떠냐?”

“아직은 괜찮아. 놈들이 하마츠를 손에 쥐려면 저 고토 놈부터 어떻게 해야 될텐데 그게 어떻게 안 되니까. 빚으로 어떻게 묶어버리려는 것 같은데 하마츠에 들어오는 돈을 생각하면 사실 무리지. 이젠 크게 쓸 일도 없을 테고...... 게다가 대신들 쪽도 쿠라마 덕에 호의적으로 돌아선 것 같아. 참, 운도 좋은 놈이야.”

 


토비라마가 비아냥댔다. 하시라마는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입을 다물고 보고서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었다. 토비라마의 말대로라면 굳이 손을 댈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불의 나라에서 공적으로 낙인찍힌 이상 조직을 붙잡고 있을 필요성 역시 떨어진다. 더군다나 불어난 세를 믿고 오만방자하게 군다면 오오츠츠키 입장에서는 그만한 눈엣가시가 없을 터였다. 내부분열이 일어날 경우 승자는 두말할 것 없이 오오츠츠키다. 그 때를 노려 토벌한다면 아무 문제도 없다. 오오츠츠키는 기꺼이 자신의 허물을 덮기 위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

하지만....... 하시라마는 뭔가 더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토비라마는 오오츠츠키의 조직과의 연관성에 대한 단호한 부정을 빨아먹을 단물이 아직 남아서 그런 것이라고 표현했다. 장사하는 상대에게는 뜯어낼 수 있는 데까지 뜯어내는 것이 상인들 아닌가. 의심을 받더라도 확실한 증좌가 없으면 이쪽을 건드릴 수 없다는 사실을 그들이 모를 리 없다. 그들에게 민심을 조작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실컷 빨아먹고 버린다 쳐도 그들은 아쉬울 것이 없다. 오히려 상단의 평가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터였다. 그렇지만, 아직도 뭔가 빠뜨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주 중요한, 무언가를.

 


“그보다 형, 그 얘기 들었어?”

“......?”

“고토 놈이 기어이 쇼히를 미우케하려는 모양이야. 이미 한참 전부터 성에 방을 꾸며놓으라고 지시했다더군. 그렇게 호화로운 신방(新房)이 따로 없다지.”


 

순식간에 굳는 형의 얼굴을 보며 토비라마는 말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이 참에 확실히 관계를 끊어버리면 서로 좋은 일이다. 어차피 그런 유남에게 진심따위 있을 턱이 없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각기 다른 사람에게 연모한다는 말을 남발하는 자들이다. 형에게는 조금 미안했지만 이것이 옳은 길이었다. 처음부터 이렇게 했어야 했다.

 

 

 









꽤나 오래 전의 일이 기억났다. 그 사람도 자신도 아직 어렸던 시절이었다. 나가토가 어딘가에서 주워왔다며 내민 병아리를 보고 그는 웃었다. 나가토와 자신은 그를 허락의 의미로 받아들였다. 회초리 소리와 호소할 곳 없는 고통만으로 가득했던 생활에서 작게 삐약거리는 어린 새는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는 자그마한 빛이었다. 나가토와 자신은 교육이 끝나면 곧바로 방으로 달려가 병아리를 쓰다듬고 밥을 주고 똥을 치우기 바빴다. 왜 이제야 왔냐는 듯 삐약삐약 보채는 소리를 들으며 자신은 나가토와 서로 웃음을 주고받았다. 병아리는 언제쯤 닭이 될까, 좀 더 크면 어디로 옮겨야 할까, 달걀은 얼마나 많이 낳을 수 있을까, 새로운 병아리들이 태어나면 누가 더 많이 가져갈까. 그런 이야기를 이불 속에서 괜히 들떠서는 도란도란 떠들어댔더랬다. 하지만 며칠 후 방에 돌아왔을 때,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그 어린 새의 난도질당한 시체였다. 그 때 자신은 미움을 몰랐고 시기를 몰랐다. 같은 감옥 속에서 조금이라도 더 입구와 가까운 곳에 앉으려 치열히 다투는 싸움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명색이 선배 카무로라는 그들이 자신에 비해 상대적으로 온순해 보이는 나가토에게 병아리의 피가 묻은 면도칼을 들이대려 했을 때, 자신은 이 곳의 규칙을 이해했다. 올라가지 않으면 떨어진다. 죽이지 않으면 죽는다. 그놈들을 모조리 때려눕히고 칼을 빼앗아 그놈들이 죽인 병아리처럼 만들어 주려 했을 때, 자신을 저지한 것은 그 사람이었다. 그 사람은 병아리의 무덤을 제대로 만들어주자고 했다. 달이 어스름하게 뜬 밤, 그 사람은 몰래 자신과 나가토를 데리고 나게코미데라 근처의 큰 나무로 갔다. 시체를 묻으면서 나가토는 다시 히끅거리며 울었다. 자신은 저렇게 울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서툴게 쓴 글씨가 쓰여진 묘비를 세우다 결국 눈물을 떨구고 말았다. 그 사람은 조용히 자신과 나가토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는 병아리가 좋은 곳에 가기를 빌며 노래를 불렀다. 그의 노래를 가만히 듣고 있으니 왜인지 웃음이 나왔다. 훌쩍이던 나가토도 눈물이 맺힌 눈이었지만 입은 웃고 있었다. 그 사람은 자신과 나가토를 안은 채 계속 노래했다. 그의 입가에도 엷은 미소가 떠 있었다.

 


그 때 자신은 그 사람이 그렇게 갈 것이라고는, 

나가토가 그리 될 것이라고는 조금도 상상하지 못했었다.






 

 

 



마다라는 담뱃대를 문 채 손 안의 서신을 들여다보았다. 모든 것이 준비되었다. 이제는 아슬아슬하게 매달려있는 끈을 자르는 일만이 남았을 뿐이다. 그는 어깨를 들썩이며 쿡쿡 웃었다. 벌써부터 고토의 얼굴이 기대되어 참을 수가 없었다. 그가 어떤 표정을 지을지 눈에 똑똑히 새겨둘 생각이었다. 생각만으로도 즐거워졌다. 마다라는 백아를 물에 희석해 다른 약초들과 섞은 약이 든 사기병을 품 속에 넣었다. 평소보다 백아의 양을 조금 더 늘린 것이었다. 약에 내성이 생긴 것인지 나가토는 이전보다 통증에 시달려 자주 괴로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최근에는 꽤 나아진 듯 했지만, 그래도 준비는 해 두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어차피 자신이 그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라곤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것뿐이었다.

복도를 걸어가던 중 마다라를 발견하고 다가온 미오리는 그의 얼굴을 보고 무슨 좋은 일이 있느냐고 물었다. 마다라는 대답없이 웃기만 했다. 기분이 좋았다. 이곳에서 이렇게 즐거운 기분이 든 것은 거의 처음이었다. 나가토는 자신의 표정변화에 민감했다. 그는 틀림없이 무슨 일이 있는지 물을 것이었다. 나가토에게는 말할 수 있다. 분명 걱정하겠지만, 안심시킬 수 있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자신이 조금 더 살기로 했다는 것을 알면, 그는 기뻐할 테니까.

 


“쇼히......!!”

 


요우키가 새파래진 얼굴로 달려왔다. 검은 눈동자가 눈물로 가득 차 있었다. 울음섞인 목소리로 말하는 요우키의 음성이 왜인지 멀리서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자신에게 매달려 엉엉 우는 요우키를 내버러 둔 채, 마다라는 왼손에 쥐고 있던 부채를 꽉 쥐었다. 기분이 좋다. 오늘은 정말로, 기분이 좋은 날이다.


 

 








 

하시라마는 술병을 기울여 잔을 채웠다. 혼자 마시는 술만큼 처량한 것이 없다지만, 오늘은 그리 마시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는 잔을 비우며 천천히 방 안을 흩었다. 두 번째로 와 본 그의 방에서는 더 이상 화려함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가구와 걸려있는 옷들, 하다못해 벽과 방문을 장식하고 있는 무늬조차 돈을 온몸에 칠한 것처럼 빛났다. 이 방에서는 그 어떤 것도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것처럼, 마치 새것인 것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그러나 하시라마는 방 안 전체에 짙게 배어있는 어떤 감정을 읽을 수 있었다. 고독. 그것은 참을 수 없는 고독감이었다.

 


‘혹여 쇼히가 무례를 저지르더라도 오늘만, 공이 너그러이 넘어가주십시오.’

 


그 말을 듣고, 자신은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어졌다. 순간 스스로가 떠올린 표현에 헛웃음이 나왔다. 생각할 수 없어졌다니, 애당초 자신은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이곳에 온 게 아닌가. 오로치마루로부터 당부의 말을 듣기 전까지, 자신의 머릿속에 맴돌고 있던 것은 쇼히가 미우케를 받아들일 것이라는 토비라마의 말뿐이었다. 하시라마는 말없이 벽에 걸려있는 죽화를 바라보았다. 그에게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혹 몸이라도 상한 것은 아닐까. 지금은 그런 질문들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실례하옵니다.”

 


그는 평소와 다르지 않아 보였다. 오히려 기분이 좋아보이기까지 해 하시라마는 조금 놀랐다. 웃지 않는 것은 아니었으나 무표정하거나 심드렁한 표정도 자주 지었던 그의 얼굴에서는 오늘따라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하시라마는 그를 다행이라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몹시도 위화감을 느꼈다.

 


“그대에게 무슨 일이 있을까 걱정했는데 아무래도 기우였던 듯 싶소.”

“공께서는 항상 소첩을 걱정하시지 않사옵니까. 이번엔 무엇 때문이셨는지요?”

“오로치마루가 그리 말하더군. 그대가 내게 어떤 무례를 저지르더라도 오늘만은 참고 봐 달라고 말이오. 하지만 지금 그대를 보니 왜인지는 모르나 기분이 좋아 보여 조금 의아하게 생각했소.”

 


마다라는 풋, 웃으며 하시라마의 목에 손을 감았다. 그의 눈이 커지는 것을 보며 마다라는 짙게 미소지었다.

 


“공께서는 소첩이 웃는 것과 웃지 않는 것, 어느 쪽이 더 좋다고 생각하십니까?”

“......물론 그대가 웃는 것이 좋소. 누구든 웃음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지 않소?”

“그렇지요. 그래서 소첩은 웃는 것이랍니다. 소첩은 언제든 손님들이 원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니까요. 오늘은 공께서 소첩의 손님이시지요. 그러니 소첩은 공이 웃으라 하면 웃고, 옷을 벗으라 하면 벗고, 다리를 벌리라 하면 벌릴 것이옵니다. 공께서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것, 그것이 소첩의 일이니까요.”

 


하시라마는 마다라의 손목을 잡아 아래로 끌어내렸다. 그의 눈은 웃음기 하나 없이 고요하게 빛나고 있었다.

 


“......내가 원하는 대로 한다고 했소? 그렇다면 당장 그 웃음을 지우시오. 나는 그대가 거짓으로 꾸민 표정을 짓는 것을 원하지 않소.”

“그럼, 공께서는 무엇을 원하시는지요?”

 


하시라마는 마다라를 똑바로 바라보며 대답했다.

 


“진심이오.”

“......”

“그게 무엇이든 간에, 나는 그대의 진심을 보고 싶소.”

 


마다라는 그 말을 듣고 처음으로 소리내어 웃었다. 이 남자가 하는 말을 들으면 웃지 않을 수가 없어진다. 진심이라고. 내가 왜 그걸 당신에게 보여줘야 하지?

 


“공께서는 한낱 유남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시는군요. 하지만 어쩌지요. 지금 소첩의 웃음에 거짓은 거의 없사옵니다. 소첩은 지금 무척이나 기분이 좋답니다. 공께서 소첩에게 무슨 부탁을 하시더라도 들어드릴 수 있을 만큼 말입니다. 이런 기회는 자주 오는 것이 아니랍니다, 센쥬 공.”

“어떤 부탁이라도......말이오?”

 


마다라는 싱긋 웃었다. 하시라마는 조금 주저하는 듯 싶더니 그에게 처음 연회에서 만났을 때 추었던 춤을 보여달라고 청했다. 마다라는 곧바로 품 속에서 부채를 꺼내어 들었다. 검은 부채와 흰 부채가 동시에 펼쳐졌고, 그는 우아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검은 부채를 머리 위로 올리며 발을 옮겼다. 흰 부채 속에 가려졌던 얼굴이 흔들리는 옷자락 사이로 수줍게 드러났고 펼쳐져 있던 부채는 부드럽게 접혔다. 열린 창문 사이로 달빛이 흘러들어와 그의 흰 옷에 스며들었다. 옷에 수놓인 붉디붉은 동백꽃이 어둠 속에서 피어 향기를 내뿜는 듯 했다. 그의 왼손에 들려 있던 검은 부채가 다시 펼쳐졌다. 바닥에 쓸린 옷자락이 사르륵거리며 울었다. 하시라마는 말없이 그를 지켜보았다. 부채를 펴는 손놀림, 가볍고 부드러운 발동작, 약간 흐트러진 검은 머리카락, 여전히 입가에 걸려 있는 웃음까지도 놓치지 않았다. 춤추는 그는 아름다웠다. 시간이 멈췄다고 느껴질 만큼, 이 모든 것이 꿈이라고 느껴질 만큼 그는 아름다웠다. 그러나 하시라마는 감탄하지도, 미소를 짓지도 않은 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춤이 끝나자, 그는 조용히 입을 열어 말했다.

 


“最好不相見 如此便可不相戀 만나지 않는 것이 제일 좋았으니, 사랑하지 않았을 것을

最好不相知 如此便可不相思 알지 못하는 것이 제일 좋았으니, 그리움에 아파하지 않았을 것을

最好不相對 如此便可不相會 대면하지 않는 것이 제일 좋았으니, 이렇게 만나지 않았을 것을

最好不相依 如此便可不相偎 의지하지 않는 것이 제일 좋았으니, 매달리지 않았을 것을

最好不相遇 如此便可不相聚 우연히 만나지 않는 것이 제일 좋았으니, 함께하지 않았을 것을

 

但曾相見便相知 相見何如不見時 이미 보고 알았으니 어찌 못 보았을 때와 같으랴1“

 


하시라마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왜일까......”

“......”

“그대는 여전히 웃고 있는데, 춤추는 그대는 슬퍼보이는군. 지난번에도 그랬지......나는 줄곧 그게 신경쓰였소. 오늘은, 한층 더 그리 보이는군. 마치 통곡하고 싶은 것을 억지로 참는 사람처럼 보이오.”

 


마다라의 눈이, 한순간 흔들렸다. 하시라마는 그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품속으로 끌어안았다. 마다라가 몸을 움직이며 벗어나려 하는 것이 느껴졌지만, 하시라마는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조금만, 내 말을 들어주시오.”

“......!”

“나는 이제 이 마을이 결코 아름답기만 한 마을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소. 겉만 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깊은 암흑이 있는 것도 말이오. 그대는, 이곳에서 살아왔지. 어쩌면 살아남았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소.”

“......”

“그대는 이곳에서 무엇을 보며 살아왔소? 이 감옥 같은 곳에서 어떻게 지내온 것이오? 그대는......어떤 사람이오?”

 


마다라는 양 손으로 그의 어깨를 밀치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공께서는 이미......소첩의 이름을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 이름은 그대에 대해 아무 것도 가르쳐주지 않소. 나는 아직도 그대를 전혀 모르고 있소.”

“......”

“그대가 믿을지는 모르나 나는 그대 앞에서 진심이지 않았던 적이 없소. 그대를 알고 싶다는 것, 그게 내 진심이오. 그러니 부디, 그대도 내게 말해주시오.”



마다라는 눈을 들어 하시라마를 바라보았다. 그의 손이 자신을 끌어안고 있는 하시라마의 손목을 잡았다. 그 손에는 힘이 들어가 있지 않았다. 하시라마는 손을 풀었다. 여전히 시선을 그에게 고정시킨 채, 마다라는 천천히 옷을 벗어내렸다. 노란색의 오비가 풀려 소리없이 아래로 떨어졌고, 흰 기모노와 검은 속옷이 차례로 바닥에 내려앉았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몸으로 마다라는 한 발짝, 하시라마에게 다가섰다. 그를 조용히 바라보던 하시라마는 마다라의 머리에 꽂혀 있는 칸자시와 장신구들을 하나 하나 빼냈다. 남색의 비단끈과 함께 그의 검은 머리카락이 아래로 풀어져 내렸다. 하시라마는 마다라를 금침 위로 눕히며 그에게 얕게 입을 맞추었다. 마다라의 팔이 하시라마의 목에 감겼다. 그의 눈에서 한 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하시라마는 가만히 그 눈물을 닦아주었다. 더 이상 눈물을 흘리지 않게 하려는 것처럼 눈을 감은 마다라를, 그는 안타까운 얼굴로 바라보며 속삭였다.

 


“......심술궂은 사람.”







 



  1. 제 6대 달라이 라마 창양가초(倉央嘉措,1683~1706)의 십계시(十戒詩) 중 일부.



바라기눈 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