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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토/하시마다]Cineraria 28


 

48 

 

 

여기 앉아도 돼?  

 

 

나는 젓가락을 움직이던 것을 멈췄다. 하시라마가, 내 앞에 식판을 들고 서 있었다. 나는 멍하니 있다가 기계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시라마는 고맙다는 말과 함께 내 앞자리에 앉아 수저를 들기 시작했다. 우리는 한동안 말없이 밥을 먹었다. 나는 하시라마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 녀석의 얼굴은, 평소와 별 차이가 없었다. 내 시선을 느꼈는지 수저를 멈춘 하시라마가 고개를 들었고, 나는 황급히 시선을 내렸다. 이번에는 상황이 반대가 되어버렸다.  

 

 

마다라. 

......

 

 

나는 녀석의 부름에도 시선을 식판에만 고정시키고 있었다. 순간 나는 내가 왜 이러고 있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 녀석이 말을 걸어온다고 해서 내가 꺼릴 이유는 없지 않은가. 나와 하시라마는 그냥 밥을 같이 먹고 있는 것뿐이다. 나는 고개를 들어 하시라마를 바라보았다. 하시라마는 젓가락과 수저에서 손을 뗀 채 나에게 시선을 두고 있었다.  

 

 

이제야 이쪽 보네.  

 

 

하시라마는 어쩐지 나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나는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뭐야. 

그냥. 혹시 또 어디 아픈가 해서. 그런데 괜찮아 보이네.

 

 

하시라마는 기쁘다는 듯이 웃었다. 이건 완전히 환자취급을 받는 느낌이다. 나는 못마땅하다는 눈으로 하시라마를 응시했다. 하시라마는 여전히 집에 잘 들어가서 다행이라는 둥의 말을 하고 있었다. 녀석에게 본의 아니게 휴대폰 번호를 뜯긴 그 날 저녁, 문자가 왔었다. 발신자는 하시라마, 제대로 집에 잘 들어갔냐는 내용이었다. 나는 그 문자에 답을 해야 하는 건지 고민하다 결국 『ㅇ』이라는 한 글자만 써서 보냈었다.  

 

 

지난번에 네가 한 말......생각해 봤는데 말이야.  

 

 

하시라마가 생각에 잠긴 듯이 말했다. 나는 말없이 하시라마를 쳐다봤다. 나한테 할 말이라도 있다는 건가. 하긴 그렇지 않았으면 이렇게 내 앞에 앉아있을 이유도 없다. 이 녀석이 바보도 아니고, 분명 나에 대한 이야기는 들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내 말이 무슨 뜻인지는......이해하고도 남았을 거라 생각했다.  

 

 

마다라, 내가 너랑 친해지고 싶어하는 게 그렇게 싫어? 

......뭐?

 

 

나는 순간 벙찐 채 하시라마를 바라보았다. 이 녀석은 또 무슨 개소리를 지껄이는 건가. 왜 이야기가 그쪽으로 가는 거지. 설마 장난을 치는 건가 하는 눈으로 하시라마를 쳐다봤지만 하시라마의 표정은 진지했다. 아니, 진지한 게 문제가 아니라 어쩐지 이 녀석 낙담하고 있었다.  

 

 

내가 그렇게 호감형이 아니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이봐, 하시라마......!

귀찮게 해서 미안해......안 그럴게, 이제.

 

 

축 쳐져 있는 하시라마의 모습은 처음이었다. 풀이 죽은 듯한 모습에 나는 진심으로 난감해졌다. 이럴 때 나는 대체 어떻게 말해야 되는 거지. 나는 나도 모르게 입을 열어 말했다.  

 

 

그런 게 아니야! 멋대로 넘겨짚지 말라고. 애초부터 좋고 싫고의 문제가...... 

 

 

하시라마가 눈을 반짝이며 나를 쳐다보았다.  

 

 

......진짜? 내가 싫은 건 아니야......? 

그래, 아니......이 말이 아니라......

진짜지?

 

 

하시라마는 나에게 한없이 진지한 어조로 재차 물었다. 빼앗긴 사탕을 보고 있는 어린아이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그 녀석의 시선에 나는 식은땀을 흘렸다.  

 

 

.....그래.  

그럼 나랑 친구하자.

뭐?

 

  

평소의 웃는 얼굴로 돌아온 하시라마가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나랑, 친구하자고.  

 

 

순간 멍해져 있던 나는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하시라마는 싱긋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내 팔을 잡아끌었다.  

 

 

하시라마, 너......! 난 아직 다 먹지도 않았다고! 

한 숟갈 정도밖에 안 남아 있었잖아. 매점 가자, 매점. 오늘은 내가 사줄게!

뭐......?

 

 

나는 얼떨결에 하시라마의 손에 끌려 식당을 빠져나왔다. 하시라마는 식당 바로 옆에 있는 유리로 된 건물로 나를 데려갔다. 하시라마는 손을 놓고 그 건물 안으로 들어가 내게 손짓했다. 나는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커다란 편의점과 별 다를 바 없는 내부였는데도 내게는 생소하게만 느껴졌다.  

 

 

안녕하세요~ 

어서 와라, 하시라마. 뭐 줄까?

 

 

매점 주인으로 보이는 뚱뚱한 중년 여자는 하시라마와 잘 아는 사이인 듯 했다. 하시라마는 나를 돌아보며 물었다.  

 

 

마다라, 뭐 마실래?  

......아무거나.

 

 

하시라마는 어깨를 으쓱하며 뭔가를 주문했고 매점 주인은 음료들이 가득 들어있는 냉장고를 열어 두 병의 연녹색 음료수를 꺼내 건네주었다. 나는 매점 안을 걸어다니며 물건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음료수를 손에 든 하시라마가 내게 손짓을 했다. 나는 하시라마가 서 있는 카운터 쪽으로 다가갔다.  

 

 

하시라마, 이 학생은 누구냐? 처음 보는 것 같은데...... 

 

 

나에게 음료수를 건네던 하시라마는 그 말을 듣고 놀란 얼굴을 했다.  

 

 

......너 설마 매점에 와 본 적 한 번도 없어?  

 

 

나는 잠깐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나는 수업받는 교실과 화장실, 식당까지 가는 길을 제외하면 거의 학교 지리를 몰랐다. 코노하 고등학교는 부지가 넓은 편인데다 코노하 대학의 면적까지 합하면 엄청난 크기를 자랑했다. 다른 녀석들은 쉬는 시간마다 학교 탐방이랍시고 돌아다니는 모양이지만, 나는 그럴 시간도 없었고 그럴 바에야 엎어져 자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보통은 교실이 있는 본관으로 이어지는 출구를 사용해서, 매점이 있는 이 식당 출구를 이용한 것도 처음이었다.  

 

 

마다라, 너 정말 공부밖에 안했구나......  

 

 

하시라마가 탄식하는 어조로 중얼거렸다. 매점 주인은 웃음을 터뜨렸다.  

 

 

이거이거, 학창 시절을 제대로 못 보내고 있는 학생이구나. 얼굴도 이렇게 잘생겼는데 말이야. 하시라마, 넌 뭐했니?  

 

 

나는 묘한 기분을 느끼며 서 있었다. 분명 칭찬을 들은 것 같은데 욕도 먹은 것 같고.....? 지금까지 학교 다니면서 쓸데없는 짓을 한다고 욕먹은 적은 없었는데. 하시라마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게요. 실은 만난 지 얼마 안 됐어요...... 

아, 그래? 난 엄청 친한 친구인줄 알았다. 어쩐지 굉장히 자연스러운 분위기라서 말이야.

 

 

매점 주인은 신기하다는 듯이 나와 하시라마를 바라보았다. 자연스럽다고......? 나는 하시라마의 시선이 내게 향하는 것을 느꼈다.  

 

 

......곧 그렇게 될 거에요, 아마.  

 

 

하시라마는 나를 보며 빙그레 웃고 있었다. 나는 어색함을 느끼며 하시라마를 마주보았다. 하지만 그렇게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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