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내용으로 건너뛰기

[나루토/하시마다]Cineraria 27


47  

 

 

다녀왔어. 

.......

 

 

문으로 이어지는 현관에 이즈나가 서 있었다. 내가 신발을 벗고 들어오자 이즈나는 재빨리 내 이마에 손을 얹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긴장했다. 아직 기분이 풀리지 않은 건지 이즈나의 눈은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열은 확실히 떨어졌는데도,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열, 떨어졌네.  

어? 응.

 

 

이즈나는 내 이마에서 손을 떼고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어떻게 된 거야? 병원 갔다 온 거야? 

아니, 그건 아닌데......

그럼?

 

 

이즈나는 설명이 필요하다는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 입을 뻐끔거렸다. 이즈나는 내가 얼버무리려는 줄 알았는지 얼굴을 찌푸렸다. 

 

 

그냥 갑자기 열이 짠 내렸습니다라고는 하지 마. 형이 무슨 마법사라도 돼?  

 

 

나는 할 수 없이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털어놓았다. 그늘이 져 있었던 이즈나의 표정은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점점 풀어져 갔다. 이야기 

가 거의 끝나갈 쯤이 되었을 때 이즈나의 입가에는 웃음이 떠올라 있었다.  

 

 

......진짜 좋은 친구 뒀네, 형. 나한테는 왜 얘기 안 했어?  

친구 같은 거 아니야. 같은 반도 아니라고. 그냥......아는 녀석이야.

 

 

이즈나는 습관처럼 귀 옆의 머리카락을 만지작댔다.  

 

 

형을 양호실로 끌고갔다며? 그냥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으면 그렇게까지 안 해. 진짜 형을 걱정하니까 그런 거라고.  

......

게다가 형이 끌고 간다고 해서 그냥 끌려갈 사람이야? 아무리 아팠었다고 해도.

 

 

이즈나는 싱글싱글 웃으면서 나를 보고 있었다. 구구절절 다 맞는 말이라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 나는 복도에서 봤던 하시라마의 얼굴을 떠올렸다. 화가 난 것 같았지만 걱정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었던 표정이었다. 이즈나는 기운이 갑자기 샘솟는지 벌떡 일어나 온 거실을 돌아다니면서 만세를 불렀다.  

 

 

이즈나, 너......! 

아웃사이더가 아니라서 다행이야, 형!

 

 

이즈나는 밝게 웃었다. 저런 얼굴을 하는 것도 오랜만인 것 같다. 그것보다 내가 아웃사이더......틀린 말은 아니지만, 어쩐지 욕을 듣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즈나는 이내 지쳤는지 내 앞에 털썩 주저앉았다. 체력이 느는 것은 그렇게 쉽지 않은 듯하다. 이즈나는 웃는 낯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형, 그 친구랑 친하게 지내면 좋겠다. 좋은 사람인 거 같아.  

 

 

나는 말없이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좋은 사람이라. 무슨 일이 있냐고 묻던 하시라마의 모습이 눈 앞을 스쳐지나갔다. 처음부터 호감이 있었던 건 아니다. 틀림없이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불량한 녀석들에게 린치를 당하는 것이 일상적인 나에게 접근하는 사람은 없었다. 행여라도 불똥이 튈까봐 조심할 뿐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누군가 나에게 접근하면 나는 그 녀석을 수상하게 볼 수밖에 없었다. 하시라마 역시 그랬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나는 그 녀석의 웃는 얼굴이나 말투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도중에 말을 걸어오는 것도, 함께 공부하다 내가 틀린 문제를 웃으며 맞았다고 보여주는 것도, 그러다 결국 말싸움 비슷한 것이 일어나는 것도 말이다. 마치 예전부터 나를 알았던 것처럼, 꾸밈없이 나를 대하는 녀석이 신기했다. 아무렇지도 않게 나와 친해지고 싶다고 말하는 그 녀석의 말을 들었을 때, 마음 속 어딘가에서 나는 기뻐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 녀석은 다르다,고. 지금까지 내게 접근했던 사람들, 내 몸에 눈독을 들이는 녀석들이나 나를 이용해먹으려는 녀석들과는 다르다고 말이다. 이 녀석은 정말로 좋은 녀석인 거다. 양호실에서 하시라마와 이야기했을 때, 나는 내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랑 친하게 지내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니야』 

 

 

그래서, 그런 말을 했다. 그 녀석과 친구가 되면 깊은 관계까지 가는 데는 얼마 걸리지도 않을 것이다. 기대고 싶어질 것이고, 가슴을 무겁게 하는 말들을 털어놓고 싶어질 것이다.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결국엔 그렇게 되어버리고 말 것이라고. 나는 고개를 저었다. 내가 어떤 녀석인지 하시라마가 알게 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나는, 위험했다.  

 

언제 무슨 일을 당할지 몰랐다. 하지만 나는 밑바닥의 밑바닥까지 굴러 본 녀석이었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비교적 잘 넘길 수 있다. 다치는 것은 일상이다. 그러나 하시라마는 다르다. 나와 가깝다는 이유만으로도 해를 입을 수 있었다. 나는 아직 멍이 들어있는 손등을 응시했다. 

 

 

......형? 

아, 어. 아무것도 아니야.

 

 

다른 녀석들과 다름없이 평범하게 살고 있던 녀석이다. 내가 그 녀석의 일상을 망가뜨릴 수는 없었다. 다른 건 몰라도 그것만은 피하고 싶었다.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이런 고민까지 해야 하는 내가 한심했다. 

 

 

 

 

바라기눈 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