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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토/하시마다]Cineraria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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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열리자마자 이즈나의 얼굴이 보였다. 이즈나는 내가 현관으로 들어오자 웃음을 지으며 양 손을 내밀었고, 나는 어깨에 메고 있던 가방을 건네주었다. 이즈나는 절뚝거리며 거실로 걸어갔다.

 

이즈나는 이제 목발을 쓰지 않는다. 여전히 발 한쪽을 끄는 것처럼 움직일 수밖에 없고, 옆에서 보면 부자연스럽게 보이는 걸음으로 발을 옮겨야 했지만 이즈나는 기뻐서 어쩔 줄 몰라했다. 나 역시 기뻤지만, 이즈나가 너무 무리해서 다치는 일이 생길까 좀 걱정이 되기도 했다. 이즈나는 예전보다 더 많이 움직일 수 있어서인지 웃음이 많아졌고, 말도 조금은 더 많아졌다. 여전히 내가 다쳐서 들어오면 얼굴이 어두워지긴 했지만, 이내 밝은 미소를 지으며 나를 맞아주곤 했다.

   

 

오늘 저녁은 내가 했어, 형!

   

 

의기양양하게 손을 들어 보이며 말하는 이즈나를 보고 나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식탁 위에 놓여 있는 접시 위에는, 꽤 단정한 모양을 한 유부초밥들이 가지런히 늘어서 있었다. 돌아오자마자 바로 밥을 차려야 하는 내 수고를 덜어주려고 한 모양이었다. 이즈나는 기대 반, 불안 반이 섞인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고생했구나.

먹어 봐, 형. 나 지금 엄청 긴장하고 있어.

   

 

나는 목 위로 올라오는 웃음을 삼키며 유부초밥 하나를 집어들었다.

   

 

......

어때......?

   

 

한 입 씹은 순간, 나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매우 난감해졌다. 맛있다......라는 말과는 거리가 좀 있었지만, 그렇다고 토나온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도 아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먹을 만했지만 다시 먹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는, 그런 맛의 유부초밥이었다. 나를 뜷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이즈나를 보며, 나는 식은땀을 흘렸다.

   

 

괜.....찮네.

   

 

망했다. 나는 순간 머리를 쥐어뜯고 싶은 충동에 빠졌다. 이즈나는 풀이 죽은 얼굴로 고개를 떨어뜨렸다.

   

 

역시, 형처럼은 안 되는구나......미안해, 형.

이, 이즈나......내 말은......

그거 내가 다 먹을게.......

   

 

그 말에 나는 재빨리 내 몫의 접시를 낚아챘다. 이놈의 입방정......나는 한숨을 푹 쉬었다. 아주 못 먹을 음식도 아닌데 왜 그런 소리를 해버린건지. 머리를 긁적이는 나를 보고 있던 이즈나는 손을 뻗어 내가 들고 있던 접시를 빼앗으려고 했다. 나는 깜짝 놀라 손을 뒤로 뺐다.

   

 

이리 줘, 형! 내가 다 먹는다니까......!

내 거였잖아. 내가 먹을게, 이즈나.

싫어! 맛없는 걸 형한테 줄 순 없단 말이야. 다음에는 제대로 성공해 보일 거니까, 그 때 먹어!

내가 먹겠다니까.....!! 이즈나, 너!

   

 

결국 서로가 접시를 빼앗고 지키려는 웃기지도 않은 실랑이를 한참동안 벌인 후, 내가 내 몫인 유부초밥의 반만 먹는 것으로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34

   

 

이즈나, 그런데 저건 뭐야?

응?

   

 

유부초밥 쟁탈전이 끝난 다음, 어쩐지 굉장히 지친 채 의자에 앉아 있던 나는 식탁의 한쪽 옆에 쌓여있는 꾸러미를 발견했다. 각각 색깔이 다른 포장지로 싸여 리본으로 가지런히 묶여 있는 선물 뭉치들은 식탁의 한쪽 구석을 꽉 채우고 있었다. 얼마 전에도 비슷한 선물더미를 본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때는 저렇게 많지 않았었는데. 내가 의아한 눈으로 이즈나를 보자, 이즈나는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내렸다.

 

......여자애들이 멋대로 주고 간 거야.

흐응ㅡ.

아, 진짜! 형, 신발장을 열자마자 쏟아져서 어쩔 수 없었다니까.....! 매일 쌓여 있는 걸 어떻게 해. 버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헤실대며 웃자 이즈나는 억울하다는 얼굴을 했다. 이런 말을 하는 것이 부끄러웠는지 귀까지 빨갛게 되어 있는 것이 참......뭐라고 해야 할까, 형으로서 동생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웃음이 터져나오는 것은 막을 수가 없었다. 이즈나는 어쩔 줄 모르는 얼굴로 귓가의 머리카락을 만지작댔다. 나는 여전히 소리 내어 웃으며 이즈나를 바라보았다. 하긴, 이즈나 정도라면 이런 일이 있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지.

   

 

그만 웃어, 형! 나 화낼 거야!

뭘 그렇게 부끄러워하는 거야, 이즈나? 좋은 일이잖아, 인기가 많다는 건. 형으로서 부러운데......?

놀리지 말라니까.....!!

   

 

아아, 다행이다. 나는 빨개진 얼굴로 식식대는 이즈나를 바라보며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즈나는 괜찮다. 잘 지내고 있는 거다. 처음 이즈나가 중학교에 들어갔을 때는 혹시 나처럼 되어버리는 게 아닌가 싶어 걱정했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기우였다. 천성부터 나와는 달리 부드럽고, 싸움을 싫어하는 성격을 가진 이즈나였다. 내 앞에서는 어리광을 피우는 어린아이처럼 굴었지만, 어디에서나 당돌했고 무언가 잘못되었다 싶으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았다. 특히 다른 사람의 감정을 파악하는 데 있어 이즈나만큼 뛰어난 사람은 없었다. 이즈나는 누군가의 말을 듣고 있을 때면 결코 끼어드는 법이 없었다.

   

 

이즈나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아이다.

나와는......다르다.

   

 

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이즈나는 언제나 돋보이는 아이였다. 누구와 있어도 불편한 관계가 생기는 일은 없었고 눈에 띠더라도 시기 같은 것은 받지 않았다. 중학교에 들어가서도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고 그 중 몇몇은 정말 좋은 녀석들이라면서 나에게 함께 찍은 사진들을 보여주기도 했다. 사진 속에서 웃고 있는 이즈나는 여느 아이들과 다를 바 없는 혈기 왕성하고, 사소한 것에도 행복해하는 소년이었다.

 

나는 이즈나가 행복해지기를 바랐다. 지금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사진 속에서처럼 천진난만하게 웃는 모습을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고 싶은 것이라면 뭐든 해보고, 그 속에서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찾았으면 했다. 내가 이즈나에게 입힌 상처만큼, 잃어버린 한쪽 눈만큼 행복해지기를 바랐다. 아니, 그 이상으로 행복할 수 있기를 바랐다. 그것을 위해서라면,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형......혹시 다음 달 공연할 때 올 수 있어?

   

 

나는 고개를 들어 이즈나를 쳐다봤다. 이즈나는 더 말하기를 주저하는 듯한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다.

   

 

형이 바쁜 건 아는데......공부하느라 힘든 것도 아는데......한 번은, 와 줬으면 해서.

   

 

이즈나는 학교 안의 밴드 동아리에 보컬로 들어가 있었다. 재미 반 호기심 반으로 본 오디션에 붙어버려 얼떨떨해하는 이즈나를 축하해주었던 기억이 났다. 이즈나는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으면서 밴드 활동도 열심히 했다. 노래를 부를 때마다 가슴이 떨린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무척 기뻤었다. 이즈나는 어렵게 입을 떼며 계속 말했다.

   

 

나, 정말 열심히 연습했고....지금도 하고 있어. 형이 꼭......봐 줬으면 좋겠어.

......

잠깐만이라도 좋으니까......

   

 

나는 말없이 이즈나를 바라보았다. 무슨 잘못을 비는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나를 보는 이즈나의 눈빛에, 나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언젠데?

!!.....토요일! 넷째 주 토요일이야! 형 올 수 있는 거야?

   

 

갑자기 눈을 반짝반짝 빛내는 이즈나를 보고 나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시선을 피했다.

   

 

노력은......해 볼게. 아니, 늦게라도......갈게.

응! 약속했어, 형? 나 기다릴게!

   

 

이즈나는 얼굴 가득 밝게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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