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내용으로 건너뛰기

[나루토/하시마다]Cineraria 16


 

27

   

 

 ......형, 휴대폰 꺼 놨었어?

   

 

집에 들어오자마자 거실에 앉아있던 이즈나가 딱딱한 어조로 물었다. 지난번 늦게 들어온 날 이후 이즈나와 내 사이는 조금 서먹해져 있었지만, 이즈나는 그래도 꼬박꼬박 전화를 하고 문자를 했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만족했다. 평소보다 건조한 음성을 하고 있었지만 이즈나의 목소리 속에는 여전히 나를 향한 걱정과 염려가 있었다.

   

 

휴대폰?

전화했었는데......안 받아서.

   

 

이즈나는 말끝을 흐렸다. 이즈나는 내가 공부하고 있을 때는 전화하지 않는다. 오늘은 일이 너무 바빠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낼 틈도 었었다. 아마 꺼 놓은 채로 가방 안에 넣어뒀을 것이다. 나는 눌러쓰고 있던 모자와 함께 점퍼를 벗어 의자에 올려놓았다. 이즈나는 새로운 상처가 생긴 내 얼굴을 보고 순간 얼굴이 험악해졌지만, 입을 꾹 물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가방을 열고 책을 내려놓으면서 늘 휴대폰을 넣어놓던 작은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

   

 

없다. 주머니는 텅 비어있었다. 나는 충격을 받은 채 멍하니 서 있다가 가방에 들어있던 책을 모두 꺼내고 가방 안을 샅샅히 뒤졌다. 하지만 휴대폰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이즈나는 의아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왜 그래......? 형, 혹시 잃어버렸어?

   

 

나는 잠시동안 완전한 공황상태에 빠졌다. 미쳤다. 미친 거다. 잃어버릴 게 따로 있지. 빌어먹을!! 나는 그대로 가방을 바닥에 내팽겨친 채 현관으로 달려나갔다.

   

 

형!

   

 

제기랄.

   

   

 

 

 

 

28

   

 

 응?

   

 

동생의 방에 들어왔다가 침대 구석에 아무렇게나 놓여 있던 검은색 휴대폰을 발견한 하시라마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것을 집어들었다.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물건이었다. 동생이 휴대폰을 바꾼 건가 생각했지만 책상 위에 놓여있는 은색의 물건은 계속 봐왔던 휴대폰 그대로였다.하시라마는 주인을 알 수 없는 휴대폰을 손에 든 채 생각에 잠겼다.

   

 

형, 뭐해?

   

 

문이 열리며 머리를 감은 건지 수건을 머리에 감은 토비라마가 들어왔다. 하시라마는 손에 들고 있던 휴대폰을 보여주며 물었다.

   

 

이건 어디서 난 거야? 처음 보는 건데.

아, 그거......

   

 

하시라마의 말에 토비라마는 기억을 되짚어보듯이 미간을 좁혔다.

   

 

아, 생각났다. 도서관에서 주웠어.

도서관? 학교 도서관 말하는 거야?

   

 

토비라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시라마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너 도서관 잘 안 가지 않았었나?

오늘은 갔었어. 다음 주까지 수행평가로 책 읽어야 될 게 있어서.

   

 

젠장, 왜 그딴 걸 내주고 지랄이야-토비라마는 투덜대며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털었다. 하시라마는 그런 동생을 보며 피식 웃었다.

   

 

주인을 못 찾았으면 분실물 센터에라도 갖다 줘야지.

형이 말하기 전까지 완전히 까먹고 있었어. 지금은 어디서 주웠는지도 기억 안나는데.

   

 

토비라마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하자 하시라마는 한숨을 쉬며 휴대폰을 열어보았다. 휴대폰은 꺼진 상태였다. 휴대폰을 켜자 나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기본 화면이었다. 화면에 떠 있는 것은 오늘 날짜와 시간, 요일이 전부였다. 옆에서 머리를 기울이고 있던 토비라마가 말했다.

   

 

이거 분명 선생이 잃어버린 걸 거야. 요즘 이 모델 쓰는 사람 없는데......완전 구식이야. 통화하고 문자 정도밖에 안 될걸.

   

 

주소록이라든지 개인적인 것들이 들어있어 보통 걸려 있는 비밀번호도 이 휴대폰에는 없었다. 하시라마는 지나치게 깔끔한 주소록이 떠 있는 화면을 말없이 응시했다. 주소록에 떠 있는 이름은 하나밖에 없었다. 아니, 사실대로 말하면 이름도 아니었다.

   

 

어떻게 주소록에 동생 하나밖에 없지? 그것도 이름이 아니라 그냥 동생이라고 되있네.

......전화를 해 봐야 될 것 같다.

   

 

토비라마는 못마땅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뭐하러 그렇게까지 해? 그냥 내일 아침 학교에 갖다 줘. 잃어버렸다는 거 알면 알아서 찾아가겠지.

그래도 주웠으면 주인을 찾아 주는 게 맞는 거다. 주소록에 이름이 하나밖에 없다는 건 이 휴대폰 주인 인간관계가 넓지 않다는 거겠지. 이 번호로 전화하면 아마 주인은 바로 알 수 있을 거야.

   

 

토비라마는 한숨을 쉬며 졌다는 얼굴을 했다. 하지만 하시라마가 통화 버튼을 누르자 나온 것은 통화음이 아니라 휴대폰이 꺼져 있다는 메시지였다.

   

 

거 봐. 그냥 내일 학교에 갖다 주라니까.

   

 

토비라마의 말에, 하시라마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휴대폰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29

   

 

 여기에 없으면 없는 거예요. 죄송합니다.

   

 

도서관 직원은 정말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알겠다고 말한 뒤 인사를 하고 도서관을 나왔다. 한숨이 나왔다.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도서관에 없다면 다른 곳에서도 쉽게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뭣보다 도서관 말고는 내가 잃어버릴 만한 장소가 없었다. 분명 이즈나에게서 문자를 받다가 실수로 꺼버린 후, 책들 사이에 잠깐 놔뒀다가 잊어버린 게 틀림없었다. 다른 경로로 잃어버렸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웠다. 무엇보다 내가, 아무리 정신이 빠져 있었을지언정 휴대폰이 바닥에 떨어진 것을 눈치채지 못할 리 없었으니까.

   

 

젠장, 어쩌란 말이야......

   

 

나는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오늘따라 흐린 하늘을 응시했다. 언제나 피곤했지만 오늘은 휴대폰 때문에 밤을 설친 바람에 몸도 가누기 힘들 정도였다. 거의 뜬눈으로 밤을 보내고 도서관이 열릴 시간이 되자마자 바로 달려왔던 것이다. 코노하 고등학교의 도서관은 코노하 대학 도서관이기도 해서 주말에도 일찍부터 문이 열려 있었다. 모처럼 일찍 올 필요가 없는 휴일인데도-아르바이트는 여전히 있었지만- 학교에 와야 한다니 고역도 이런 고역이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이즈나가 없는 돈을 모아 입학 선물로 사 준 휴대폰을, 잃어버린 채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제길. 그냥 있을 수는 없어......찾을 수 있는 방법이 분명 있을 텐데. 나는 어제, 내가 나오기 직전의 열람실을 떠올리려 애썼다. 하지만 도서관에 들어가면 공부 외의 것은 신경을 쓰지 않던 터라 생각나는 것이 별로 없었다. 다른 학생들은 야간자율학습에 들어갔을 시간이고, 이미 저녁이 된 시간이라 사람이 별로 없었던 것은 기억이 났다. 하지만......

   

 

혹시.......?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학내 공중전화가 있는 도서관 지하로 달려갔다.

   

   

   

 

 

 

30

   

 

 『......』

   

 

나는 전화기에서 울리는 통화음에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누구라도 좋으니 제발 좀 받아줬으면 싶었다. 사실 가능성은 별로 없었다. 주운 사람이 있다고 해도 도서관에 안 돌려준 사람이라면 기대를 할 수 없었다. 게다가 별 생각 없이 꺼진 상태로 놔두었을 수도 있다. 나는 점점 초조해졌다. 내 휴대폰을 주웠을 사람이, 일부러 꺼져 있는 휴대폰을 켜 누구 것인지를 확인하고, 전화가 오겠지 싶어 기다릴 확률은 매우 적었다.그런 사람이라면 아마 주소록에서 이즈나의 번호를 발견하고 먼저 전화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확률이고 뭐고를 따질 때가 아니었다. 이대로는 이즈나에게 무슨 일이 생겨도 연락을 하는 것 자체가 아예 불가능했다. 나는 조금이라도 빨리 휴대폰을 찾을 수 있다면 어떤 방법이든 다 써보고 싶은 상황이었다. 하루, 어쩌면 일주일 이상을 기다려야만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다려도 대개 그렇게 잃어버린 물건이 돌아오는 일은 없었다. 지금의 나로서는 누군가가 이 전화를 받아주기만을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여보세요?』

   

 

받았......다......!

   

 

『여보세요?』

『......아......』

『여보세요?』

『......저기......그러니까, 그, 그 휴대폰 무사한 거 맞죠......?』

   

 

나는 순간 내가 잠시 정신을 놓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쿡쿡......네, 무사하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나는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것을 느꼈다. 급하게 말하려다 보니 바보같은 소리를 지껄여 버렸다.

   

 

『빨리 전화주셔서 다행입니다. 막 도서관 직원한테 맡기려던 참이었거든요.』

『아......』

『직원 분 말로는 아침부터 찾으러 온 사람이 있었다는데, 많이 급하셨나 봐요.』

   

 

웃음기 섞인 낮은 목소리가 차분하게 말했다. 나는 서서히 마음이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아무래도 어제는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저.....감사합니다. 정말......』

『그 인사는 제가 아니라 제 동생한테 해주세요. 휴대폰을 주운 건 제가 아니고 제 동생입니다. 그 녀석이 까먹어 버리는 바람에 제가 대신 가져오긴 했지만요.』

『그래도.......아무튼 정말 감사합니다. 그, 폐를.....』

『신경쓰지 마세요. 그렇게 폐라고 할 만한 것도 없었으니까......』

   

 

뜻하지 않게 낯선 사람에게서 감동을 받고 말았다.  정말, 좋은......사람이다. 이런 사람도 있었나.....? 학생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지금 여기에 있다는 건 아침이 되자마자 바로 여기에 왔다는 말인데. 휴일에 주인도 모르는 휴대폰을 갖다주러 일부러 여기까지 왔다는 건가...... 나는 목소리밖에 듣지 못한 이 친절한 사람에게 뭔가 작은 것이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저도 지금 도서관에 있습니다. 혹시......괜찮으시면 바로 갖다주실 수 있으신가요? 아니면 어디 계신지 말씀해주세요. 제가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아니요, 그렇게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직원에게 맡겨 놓을테니까, 바로 찾아가시면 돼요.』

『하지만 찾아 주셨는데......뭐라도 해 드리고 싶어서요.』

   

 

진심이었다. 전화기 너머에 있는 이 사람은 나에게 보답을 받아야만 했다. 그는 충분히 그럴 만한 일을 했다. 이 친절한 사람은 대체 어떻게 생긴 걸까 하는 호기심도 조금 있었다.

 

 

『저도 거절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 뒤에 다른 일이 있어서 금방 가봐야 하거든요. 』

『아......』

『그러니까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잠깐이라고 하려는 순간 전화는 끊어져 버렸고, 나는 망연히 전화기를 계속 귀에 대고 있었다. 나는 한숨을 쉬며 전화기를 내려놓고 들어오자마자 들렀던 도서관 창구로 향했다. 나에게 사과를 했던 그 직원은 나를 보자 웃음을 지으며 손에 들고 있던 검은 휴대폰을 내밀었다. 휴대폰을 열자 발신자 표시 제한으로 새 문자가 와 있었다.

   

   

『다음에는 잊어버리지 않게 꼭 주머니에 넣고 다니세요』

   

 

나는 조금, 웃고 싶은 기분이 되었다.

   

   

   

 

 

 

31

   

 

『문자 전송이 완료되었습니다』

   

 

형 왜 이렇게 늦었어? 미토 씨가 기다리잖아.

 

미안하다. 빨리 갔다오는 편이 좋을 것 같아서.

 

 

 

 

바라기눈 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