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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토/하시마다]Cineraria 12

   

 

20

   

 

형 그러고 보니까 무슨 면담 같은 건 없어?

   

 

이즈나가 밥을 우물우물 씹으며 물었다.

   

 

......면담?

왜 있잖아......형도 이제 3학년이니까, 진로 관련이라든가......뭐 그런 거 있을 것 같은데.

   

 

그러고 보니 다음 주부터 뭔가 한다는 것 같기는 했다. 부모님을 데려오라는 말에 아예 신경을 꺼버렸던 탓에 잘 듣지 못한 모양이다.

   

 

그 때 어떤 대학에 갈 건지, 과는 어디로 갈 건지 막 물어보지 않아?

그렇겠지.

   

 

이즈나는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더니 다시 먹던 밥으로 시선을 내렸다. 내가 아직 진로를 정하지 못한 것으로 생각한 듯 싶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툭 던지듯이 말했다.

   

 

의대에 갈 거야.

   

 

이즈나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깜짝 놀랐는지, 눈이 커다랗게 뜨여 있었다. 순간 나는 뭔가 큰 말실수를 해버린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정말이야 형?

그래. ......아마도.

   

 

나도 스스로 놀라고 있었다. 사실 진로에 대해서는 정말 별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냥 적당히 성적을 맞춰서 가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무엇보다 그런 고민을 하기에 지금의 내 상황은 그렇게 여유가 있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도 왜 의대에 간다는 말이 갑자기 튀어나왔는지는 내가 생각해도 미스터리였다. 나는 중얼중얼 둘러댔다.

   

 

그.....뭐, 의사는 돈도 잘 버는 직업이고......난 공학에는 취미도 없고......생물도 좋아하는 과목이니까......

   

멋지다......

......응?

   

 

이즈나는 갑자기 나를 와락 끌어안으며 소리쳤다.

   

 

멋있어! 형, 진짜 멋있어!!

......어이, 이즈나? 갑자기 뭐야......?

멋있잖아! 생각도 못했어......의사라니. 형이 의사라니. 완전 잘 어울릴 것 같아! 왜 그 때 생각이 안 났지?

   

 

흥분한 상태에서 횡설수설하는 이즈나를 보고 있으니 내 머리가 어지러워지는 것 같았다. 그보다 뭔가 충격적인 소릴 들은 것 같은데......내가 의사에 잘 어울린다고.......? 나는 어이없는 눈으로 천장을 응시했다. 싸움질이 좋아서 하고 다닌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나는 싸우고, 맞는 거라면 지겨울 정도로 겪어본 사람이었다. 패기도 많이 팼고, 맞은 적은 헤아릴 수도 없었다. 사라지지 않을 흉터가 몸 곳곳에 있었고, 여전히 몸에선 피가 마른 적이 없었다. 상처를 치료하기는커녕 내는 데, 입는 데에 익숙한 사람이 나였다. 그런 내가, 의사에 어울린다니. 사람을 치유하는 직업에 어울린다니......어불성설처럼 들렸다.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쳐다보는 나에게 이즈나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형, 상처가 있는 사람이 상처를 잘 안다는 말이 있잖아. 직접 상처를 입어본 사람은, 그게 얼마나 아픈지 안댔어. 그거 의사들한테도 굉장히 중요한 거래......공감하는 거 말이야.

......

난 형이 환자들을......다른 사람들보다 잘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형은......상냥한 사람이잖아.

   

 

아니야.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이즈나.

   

나는, 거짓말쟁이다. 너에게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는, 겉모습만 좋은 형에 불과하단 말이다. 너를 지켜준다고 약속하고도, 끝내 너를 다치게 만들어 버린 녀석이다. 너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어떤 더러운 일이라도 할 수 있는 겁쟁이, 위선자일 뿐이다.

   

 

난 절대로......상냥한 사람이 아니야.

   

   

   

 

 

 

21

   

 

지친다. 걸을 때마다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 같다. 입술이 따끔거린다. 나는 얼굴에 말라붙은 피딱지를 만져봤다. 가운데에 붉은 액체가 맺혀 끈적거렸다. 간신히 딱지가 생긴 곳이 찢어져 또다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오늘은 아르바이트 시간에 닿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지난번에도 늦은 적이 있어서, 점장의 얼굴을 보는 것이 민망했었다. 가능하면 일할 때는 확실히 하고 싶은 심정이다.

하늘은 이미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이제는 완연한 겨울의 낌새가 느껴졌다. 차가운 공기가 옷 안으로 스며들어 멍든 곳을 찔렀다. 몸에서 느껴지는 자잘한 아픔에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소매를 걷자, 시퍼런 멍이 손바닥만하게 들어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무표정하게 멍든 자리를 내려다보다, 거의 검게 변해 있는 부분을 손으로 꼬집었다. 따가웠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조금 더 세게 잡아당겨봐도 마찬가지였다.

   

 

이젠 아픈 것도 익숙해진 건가.....?

   

 

좋아할 일인지, 싫어할 일인지 모르겠다. 나는 검게 멍든 살을 다시 잡아당기면서 생각했다. 이걸 더 세게 꼬집으면, 살갖이 찢어져 피가 나오게 될까. 그렇게 되면 팔 한쪽은 완전히 피투성이가 되겠지. 피는 계속 나오는 걸까.....? 그렇게 되면, 그 상처로 죽을 수도 있을까.

   

 

미쳤군.

   

 

나는 실소를 지었다. 우치하 마다라, 정말 미쳐가는구나. 그런다고, 네가 죽을 수 있을 것 같기라도 한 거냐? 절대로, 못 죽지. 이즈나가 있는 한은. 그 아이가 있는 한은, 나를 필요로 하는 한은, 지옥에서 살든 그 밑바닥에서 살든 절대 죽을 수 없지. 누구 마음대로.

   

 

『의대에 갈 거야.』

   

 

나는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웃었다. 정신나간 소리였다. 웃겨서 참을 수가 없었다. 의사라니. 내가? 어떻게 나는 그런 미친 소리를 할 수 있었단 말인가. 이 피투성이 손으로 누구를 치료할 수 있다는 건가? 대체 누구를. 나 자신도 치유하지 못하는 주제에. 누구를......

   

정신을 차려 보니, 나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편의점 앞에 서 있었다. 가게 안에 있던 점장이, 나를 발견하고는 밖으로 나왔다. 점장의 시선이 소매가 걷혀져 있는 팔로 향했다. 나는 황급히 올려져 있던 소매를 내려 멍을 감췄다. 나는 의아한 얼굴로 점장을 쳐다봤다. 여느 때라면 빨리 들어와 옷을 갈아입으라고 했을 텐데, 지금은 그냥 우두커니 서 있을 뿐이었다. 점장의 손에는 뭔가가 들려 있었고, 얼굴에는 자애롭게 보이려 애쓰는 표정이 드러나 있었다. 나는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날지 깨달았다. 피식, 웃음이 흘러나왔다.

   

 

우치하.....

......

정말, 미안하지만.......일, 그만 둬 줬으면 좋겠다.

   

 

점장은 안절부절못하는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나는 대답 없이 그의 얼굴을 응시하고 있었다. 점장은 내 시선을 계속 받지 못하고 눈을 피했다. 가게 안에는 이미, 다른 녀석이 바쁘게 움직이며 가게 청소를 하고 있었다. 나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음을 알았다. 내가 한쪽 손을 내밀자,점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들고 있던 봉투를 쥐어주고는 가게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나는 정처없이 거리를 걸었다. 금요일 밤의 거리는, 각양각색의 네온사인과 불빛으로 휘황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나는 계속 걸었다. 눈이 아플 정도의 빛에 얼굴이 찡그려졌다. 밤인데도, 거리는 이렇게나 눈부시다.

   

주변은 바쁘게 걸어다니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기 넘치는 표정으로 누군가와 이야기하거나 전화를 하고 있다.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사람도 있고,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음악에 몸을 맡기고 있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있다.

   

 

어디를 둘러봐도 사람들이 있다. 그게 누구든 간에 어디에나 사람들은 있다.

   

   

 

......그런데 왜, 나를 봐주는 사람은 없는 걸까.

   

 

누구도, 나를 봐주지 않는다. 누구도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느끼는지, 어떤 것을 바라는지 물어보지 않는다. 그들이 보고 있는 것은 내가 아니다. 나는 거기에 없다. 우치하 마다라는, 거기에 없다.

   

 

나는 누구지?

나는 왜......이런 곳에 혼자 서 있는 거지......?

   

 

썩어넘칠 정도로 많은 것이 사람인데. 한 명쯤은. 적어도 한 명쯤은 나를 봐 줄 수도 있을 텐데. 한 명이라도 있어준다면, 나는 얼마든지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은데. 이것보다 더 비참한 지옥이라도, 견뎌낼 수 있을 것 같은데.

   

 

추웠다.

바람이 불지 않는데도, 몸이 떨렸다.

   

 

사람들의 활기와 열이 넘쳐나고 있는 거리에서 나 혼자만 냉기로 몸을 감싸고 있었다.

울고 싶었다. 누가 쳐다본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실컷 울어서, 모든 것을 씻어버릴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가슴의 욱신거림을, 아픔을, 조금이라도 잠재울 수 있다면 그걸로 좋았다. 하지만 내 눈에는 눈물은커녕 물기조차 오르지 않았다. 나는 인형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망가진, 인형이.

   

눈 앞이 흐릿해지고 있었다. 어렴풋한 네온사인들의 빛만이 둥근 형태로 시야를 채우고 있었다. 이대로 잠이 들 수 있다면 좋겠다. 하지만 나는 절대 잠들 수 없을 거라는 사실을 안다.

   

 

누가.

누가.

누구라도 좋으니까 제발.

   

 

누군가가 팔을 붙잡는 것이 느껴졌다. 흔들리는 시야 속에,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보이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애초부터 누구든 상관 없었으니까.

   

 

너, 얼마야?

   

   

누구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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