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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토/하시마다]염향(染香) 三十六



三十六

 

 

“......의외로군요.”

 


무표정한 얼굴로 담배를 피우던 마다라가 고개를 들어 오로치마루를 응시했다. 오로치마루는 피묻은 주머니의 무게를 가늠해 보며 히죽 웃었다.

 


“당신은 쓸 수 있는 패라면 다 모으는 성격이잖습니까. 아직은 이용가치가 충분할 거라고 판단했습니다만. 당신답지 않은 행동이었단 얘깁니다.”

“필요한 패가 뭔지 알고 있을 때는 해당되지 않는 말이니라. 내가 조종할 수 있는 패가 아니라면 오히려 위협이 될 수도 있음이야. 게다가......이젠 다른 패를 더 찾을 필요도 없느니라.”

“호오......?”

 


마다라는 입꼬리를 올리며 담뱃대를 입에서 떼었다.


“변동은 없다. 모두 예정대로다. 그리고 네게는 어차피 아무래도 좋은 사실이 아니냐? ㅡ보상은, 확실할 테니 말이다.”

“그렇지요. 하지만 신경이 쓰이긴 하는군요.”


오로치마루의 말에 마다라는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드물게도 꽤나 진지한 것처럼 보였다.


“......당신이, 이곳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입니다.”

“......!”

“물론 그런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만, 제 예감은 꽤 잘 맞는 편이라서요.”


마다라는 말없이 담배 연기를 뱉으며 무릎 위의 부채를 손 안에 쥐었다. 짜증나는 놈이다. 그 자신의 말대로, 예전부터 저 뱀같은 놈은 눈치가 빨랐다.


“여기를 떠나 어디로 갈 수 있단 말이더냐?”


돌아갈 곳도, 갈 곳도 없다. 그는 기실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다. 그렇기에 이 곳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단 한 가지뿐임을 안다. 이제, 조금이면 된다. 조금만 있으면......편해질 수 있다. 그것만큼은, 누구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다. 마다라는 그리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정말이냐? 확실한 거겠지?”

“방금 전 연통이 왔습니다. 틀림없습니다.”


토비라마는 입이 절로 벌어지는 것을 느끼며 주먹으로 책상을 탕 내리쳤다. 이걸로 됐다. 그는 시종이 건넨 보고서를 받자마자 펼쳐 읽어내려갔다. 종이를 뜷어져라 바라보던 그의 미간이 조금 찌푸려졌다.


“......오오츠츠키 쪽 녀석은 없는 것이냐?”

“보고서에 적힌 대로가 다라고 들었습니다. 따로 다른 말을 듣지는......”

“제기랄!”


토비라마는 격분한 얼굴로 책상을 내리쳤다. 시종은 깜짝 놀라며 무릎을 끓고 고개를 숙였다. 토비라마는 신경질적으로 붓을 돌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이래서는 확실한 물증이 될 수 없다.


“시무라에게 지금 당장 잡은 놈들을 심문하라고 말해라. 옥에 가두지 말고 바로 진행하라고 해. ......최대한 빨리, 입을 열게 만들라고 해라.”

“하지만, 하시라마 님께서는 지난번에 처음부터 고신을 쓰지 말라고......”

“이 일에 대해 형님은 모든 권한을 내게 위임하셨다. 중요한 건 단서를 잡아내는 일이야. 보고도 내가 하고 책임도 내가 진다!”


시종은 더 말을 듣기 전에 고개를 푹 숙여보이고는 황급히 밖으로 나갔다. 토비라마는 이마를 꾹꾹 눌렀다. 미리 명령을 해 두는 편이 더 좋았을까. 자신이 따로 말하지 않아도 시무라라면 알아서 움직여 줄 것이다.

그는 한숨을 쉬었다. 형이 어떤 반응을 할지 걱정이 되긴 했지만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다. 부러 그리 둔 것이긴 했지만 어쨌든 하마츠가 놈들의 손에 넘어간 것이나 다름없게 되었다. 역시 후환이 될 만한 놈은 모조리 죽여두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마츠의 실권을 쥔 것은 겉으로 봤을 때 쿠라마이긴 했지만 실제로 그를 움직이는 것은 오오츠츠키 상단, 그와 연결된 『달의 눈』일 터였다. 이대로 두었다간 지금까지 몰아붙인 노력이 쓸모없게 된다.


“......끝까지 멍청한 놈.”


고토의 시체가 사쿠라마치에서 발견되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실소를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하마츠의 가장 높은 위치에 있었던 놈이, 그까짓 돈 몇 푼을 들고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이 유곽이라니. 자질이나 지금껏 해 온 짓거리를 보면 진작에 죽어도 싼 놈이었지만, 용도로 따져보자면 이용할 만한 가치는 있는 놈이었다. 만약 살아있었더라면 꽤나 다루기 좋은 말이 되었을 것이다. 이미 죽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경국지색(傾國之色)이란 건가.”


지금 죽은 고토보다도 신경이 쓰이는 것은 그 유남이었다. 고토가 그토록 중히 여기며 아끼고, 최후까지 보려 했었다던 그 사내. 고토를 파멸로 이끈 것이나 다름없는 그 사내. 그 역시 이 일과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닐까. 지나친 생각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왜인지 그 유남에게서는 수상한 냄새가 났다. 토비라마는 몇 년 전, 인드라가 그에 대해 말했던 것을 떠올렸다. 일생 그 마을에 갇혀 유남으로 살기에는 아까운 사내라 했다. 그 당시에는 과장이라 생각하며 넘겼었지만 오오츠츠키 인드라, 사람에 대한 평가가 인색하기로 유명한 그가 그리 말할 정도란 것이다.

더구나 어린 시절 외에는 연정과 거리가 멀었던 형, 한없이 부드러워 보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자신의 형을 그리 빠져들게 만든 사내였다. 토비라마는 기분이 급격히 나빠지는 것을 느끼며 얼굴을 구겼다. 한낱 남창에 지나지 않는 남자가 이 일에 영향을 주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게 아무도 없느냐?”

“부르셨습니까, 토비라마 님!”

“마다라는 아직도 돌아오지 않은 것이냐?”


짜증스러운 기색이 완연한 토비라마의 말투에 시종은 그의 눈치만 보다 더듬더듬 입을 열었다.


“저.....그것이......중요한 할 일이 있다고, 돌아오면 토비라마 님께 보고할 것이 많아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니 기다리시면 된다고.......”


토비라마는 어이없다는 얼굴로 헛웃음을 지었다. 변함없이 건방진데다 제멋대로인 놈이다. 그런 주제에 자신이 한 말에 있어서는 칼같다. 만약 자신이 명령한다면 그는 분명 따를 것이다. 개처럼 무릎을 끓으라면 끓을 것이고, 신발을 핥으라고 하면 핥을 것이다. 사람을 죽이는 일에도 전혀 거리낌이 없는 녀석이란 것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아마 자신이 봉사하라고 말한대도, 그는 두말없이 옷을 벗을 것이 틀림없다.

그런 주제에 눈은 당당하기 그지없었다. 모든 것은 자신이 결정한다는, 지금 하는 행동은 그저 필요에 의해 이용하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는 듯한 눈빛. 마치 토비라마 자신도 이용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하는 것 같은 그 눈이 심히 거슬렸다. 토비라마는 의자에 등을 기대며 담뱃대를 물었다. 그래, 기다려 주지. 어차피 너는 내 손 안이니까.




좁은 골목길로 작은 발소리가 탁탁거리며 뛰어왔다. 높게 솟은 유곽 건물들 사이로 몸을 바싹 숨기고 있던 마다라는 시선을 돌려 그쪽을 바라보았다. 이윽고 검은 머리의 카무로 소년이 주변을 둘러보며 살금살금 이쪽으로 다가왔다. 마다라를 발견한 소년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밝게 웃었다. 마다라가 입에 손가락을 대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내자 소년은 얼른 입을 다물고 그의 뒤를 따라 걸었다.

하급 유곽 건물들 사이에 있어 잘 보이지 않는 공터로 접어들자, 소년은 기다렸다는 듯이 마다라의 옷자락을 장난치는 것처럼 흔들며 물었다.


“지난번엔 왜 안 왔어요? 무슨 일이 있나 했다구요. 막 다쳤다거나 뭐 그런 거 아니죠?”

“그런 건 아무러면 어떠냐. 그보다......”

“어허, 이 아저씨가 큰일날려구!! 젊었을 때일수록 몸을 아껴야 된다구요! 어릴 때 몸 막 굴리는 것만큼 멍청한 짓은 없댔어요.”


양 손을 허리에 얹고 훈계하듯이 말하는 소년을 바라보던 마다라는 피식 웃고 말았다. 처음 봤을 때도 그리 생각했지만 이상한 소년이었다. 이 곳에 잠복해 있으면서 많은 카무로들을 보았지만, 눈앞의 이 소년은 그 아이들과는 달랐다.

바깥의 아이들이 모두 형제자매들과 뛰어놀고 있을 때, 살기 위한 경쟁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소년소녀들의 눈에는 서서히 슬픔과 독기가 스며들었다. 요우키의 나이만 되어도 유곽의 카무로들은 스스로의 위치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었다. 위로 올라가기 위해 동기조차도 헌신짝처럼 버리는 선배 유남 유녀들을 보고 자란 그들은 빠르게 계산적, 가식적으로 변해갔다.

하지만 요우키는 달랐다. 소년은 밝고 잘 웃었다. 감정을 숨길 줄 몰랐고 숨기려 하지도 않았다. 이미 입에 배어버린 앵화(櫻話)를 제외한다면, 소년은 밖의 아이들과 다를 바 없어 보였다. 적어도 겉으로는 그랬다.


“그 말도 네 오이란이 한 말이냐?”

“어라, 어떻게 알았어요? 신기하다.”

“넌 항상 그 남자 이야기밖에 안 하잖아.”


소년은 배시시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마다라는 소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저 나이대의 카무로들에게는 그리 드문 일은 아닐 것이다. 어린 나이에 주변에는 아무도 없고, 의지할 곳이라고는 선배 유남들뿐이니 당연한 것일지도 몰랐다.


“무슨 일이 있었나?”

“......쇼히가 갑자기 시킬 게 있다고 하는 바람에요. 먹 갈고, 안마에다, 서책 정리까지......팔이 빠져서 덜렁덜렁 늘어지는 줄 알았어요. 게다가 기껏 정리해놨더니 마음에 안 든다고 다 뒤엎어 놓고! 어휴.....하여간 진짜 까다롭다니까요.”


정말 질린다는 얼굴로 한숨을 푹푹 쉬는 요우키를 보는 마다라의 눈은 아주 조금, 평소와는 다른 부드러운 빛이 감돌고 있었다.


“그동안, 별다른 일은 없었느냐?”

“......항상 똑같죠, 뭐.”


뜸을 들였다 대답하는 요우키의 얼굴은 그리 밝지 않았다. 소년은 여전히 죽음에는 익숙해질 수 없는 듯했다. 지난번에 만났을 때, 요우키의 눈은 퉁퉁 부어 있었다. 아마 다카오라는 유남이 죽은 이후, 계속 울었던 것이리라고 생각했다. 아는 사람의 죽음, 그것도 자신이 계속 돌보았던 사람의 죽음은 소년의 마음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혔을 것이었다. 마다라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들어 요우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럼. 내가 계속 옆에 있어줄 거야.’


그 사람도 자주 이렇게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었었다. 자신은 그 손길이, 너무나도 좋았었다.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이즈나.‘


손에 뭔가 닿는 느낌에 마다라는 시선을 내렸다. 자신의 손을 잡은 소년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아저씨.......왜 그래요?”

“......뭐가.”

“울 것 같은 얼굴이잖아요.”


소년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자신을 바라봤다. 그때 자신도 그 사람을, 이렇게 올려다봤을까. 그 사람은 늘 자신을 향해 웃어주곤 했다. 하지만 지금의 자신은 그렇게 웃을 수 없었다. 진심으로 웃었던 적이 언제였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순간, 작은 손이 예고없이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파고들었다.


“이렇게 하면 기분이 좀 좋아질지도 몰라요. 내가 울고 있으면......가끔씩 쇼히가 이렇게 해주거든요.”


누군가를 보듬어주기에는 아직 이를 그 손길은 서툴기 그지없어 단순히 머리를 헤집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소년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마다라를 빤히 바라보던 요우키는 헤헤 웃으며 말했다.


“아저씨 잘 보니까 쇼히를 조ㅡ금, 아주 조오금 닮은 것도 같아요. 아저씨는 거의 눈만 빼꼼 내놓고 다니니까 잘 몰랐는데. 음, 분위기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게 좀 닮았어요.”

“......유남을 닮아서 좋을 게 뭐가 있다고.”

“왜 없어요?! 쇼히가 얼마나 예쁜데요? 여기 오는 손님들은 말할 것도 없구, 유곽에 있는 다른 언니들도 거의 매일 보는데도 볼 때마다 넋을 놓는다구요. 그뿐인 줄 알아요? 얼마나 잘하는 게 많은데요. 화도, 향도, 서예, 코토, 샤미센, 비파, 장기......진짜 못하는 게 없다구요. 이건 돈 주고도 못 듣는 특급 칭찬이에요! 아저씨는, 한 번도 쇼히를 본 적 없어요?”


......본 적이 있을 턱이 없었다. 오이란, 그 중에서도 가장 높은 지위인 타유급의 유남과 유녀는 한 번 보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돈이 필요하다. 유곽으로서는 최고의 상품인 셈이다. 때문에 그들은 항상 깊고 깊은 유녀옥 속에 앉아 격에 맞는 손님이 오기 전까지는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밖으로 나오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해도 좋았다.

스이센카야의 오쇼쿠이자 과장을 좀 보태 사쿠라마치 그 자체로 여겨지는 불세출(不世出)의 유남. 그야말로 꽃 중의 꽃. 소문을 들어본 적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사실 사쿠라마치에서 그에 대한 말을 듣지 않기란 불가능했다. 특히 스이센카야의 근처에 몸을 숨기고 있을 때면 여지없이 그에 대한 말들이 귀로 쏟아져 들어왔다. 하지만 마다라는 별 관심을 갖지 않았다. 이전까지는, 그랬다. 그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조직과 내통해 사쿠라마치에서 백아를 밀매하던 무리가 잡혔을 때, 자신은 조금이나마 단서를 얻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생각했다. 저장고에 있던 백아의 양은 자신이 예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그는 백아의 암거래 역시 활발했을 것이라는 근거가 되었다. 금지된 거래를 벌이던 고객들은 그저 하룻밤의 쾌락을 위해 이곳을 찾는, 그저 그런 유곽의 손님과는 다를 터였다. 비밀을 유지하고 나아가 그를 유지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진 고객이어야 했다. 그런 자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마다라의 추측으로 그들은 조직 자체와도 연관되어있을 확률이 높았다. 그 고객들을 알아낼 수 있다면 큰 수확이었다.

하지만 잡히자마자 바로 심문을 받은 마와시들은 초장부터 살이 타고 뼈가 부러지는 고문을 받으면서도 조직과의 연관성을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눈물콧물을 질질 흘리며 벌벌 떨면서도 그저 돈이 필요해서 그랬다는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계속된 고신으로 이미 한 말을 너덧 번이나 뒤집기도 했지만 그들은 끝내 이쪽에서 원하는 대답을 주지 않았다. 마다라는 그 자들이 이미 완전히 조직의 손아귀에 잡혀 있다는 사실을 납득해야만 했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다. 외부의 고객을 잡을 수 없다면, 내부의 고객을 잡아야 했다. 그는 분명 중개자 역할도 겸했을 것이다. 자신은 그 자를 찾아야 했다. 감히 마와시들이 가까이할 수 없는 고객들에게 선을 놓아주었을, 이 사쿠라마치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그 자를.


‘정말, 그 때 생각했습니다. 그 남자는 절대 건드리면 안 된다고요. 손을 대는 것만으로도 큰일이 날 거라고요. 그게 확 느껴지는 겁니다.’


정보 수집으로 돌아다니던 중 만났던 남자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는 덜덜 떨면서 그리 말했다.


‘주변이 피바다가 되는데도 그 유남은......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습니다. 아시겠습니까? 눈 앞에서 사람이 피를 뿜으면서 죽었는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단 말입니다.’


그 유남에 대해 정보를 모으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일이었다. 처음 그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을 때 마다라는 놀랐다. 단 한 발자국, 원래 알던 정보에서 단 한 발만 앞으로 옮겼을 뿐이건만. 자신이 지금껏 들어 알고 있던 남자와는 완전히 다른 자처럼 보였던 것이다. 마다라는 그가 왜 사쿠라마치의 상징으로 불리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다섯 나라의 어느 곳보다 아름답다는 이 마을은, 동시에 다섯 나라의 그 어떤 곳보다 추악하고 끔찍한 어둠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는 이 마을의 빛이고 그림자였다. 그 어둠에 빠져들고도 살아난 자는 없었다.

마다라는 허리춤의 칼자루를 꽉 움켜쥐었다. 그 유남은 분명 백아와 관련이 있었다. 요우키에게 들은 것을 비롯해 유곽 내를 계속 탐문하며 조사한 결과 그에게는 의원에 준할 정도로 뛰어난 약 제조 능력이 있었고, 마취제나 수면제 제조는 그 이상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사실은 그의 다른 자질에 가려 잘 알려지지 않은 듯 했다. 어쩌면 그것이 그가 의도한 바일지도 몰랐다.


‘중독성은 위험하긴 하지만......잘만 하면, 마취약으로 유용하게 쓸 수 있을지도 몰라. 이것저것 첨가해야 하긴 하겠지만. 조합이 중요하지. 독성이 남아있으면 쓸 수 없으니까.’


아수라는 백아에 대해 알아낸 것을 적어 보낸 서신에서 그렇게 말했었다. 게다가 그 유남은 백아를 쓰지 않는다. 가지고 있음에도 일절 쓰려 하지 않는다고 했었다. 그는 곧 백아의 위험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는 돌려 말하면, 백아를 가장 잘 다룰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말도 된다. 만약 자신이 조직과 내통한 마와시였다면, 틀림없이 그를 끌어들이려 했을 것이다.


“.......아저씨?”


마다라 자신은 유남에 대해 잘 몰랐다. 때문에 그가 노리는 것이 무엇인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짐작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사내로 불릴 수 없는 사내. 계집보다 비천하게 살아야 하는 이곳에서 과격한 감정을 가지기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터였다. 그렇다면 단순히 분노를 표출하고 싶은 것인가? 아니다, 그런 것치고는 행동도 처신도 너무 침착하다 못해 냉정하게 보였다. 그게 아니라면, 역시 돈이란 건가?


“ㅡ아저씨!!!!!”

“......!? 아아. 왜?”

“계속 불렀는데 대답도 안하고! 아까부터 뭘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거예요?”


소년은 뿔이 난 듯 팔짱을 끼고는 입을 삐죽거렸다.


“미안하다. 잠깐 생각난 게.......”

“어? 아저씨, 잠깐만요. 머리에 뭐가 붙었어요.”

“내가 떼마.”

“어허, 가만 있어보라니까요. 머리 좀만 숙여봐요.”


그 남자와 만나지 않는 이상, 어느 것도 추측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결론은 접촉해야 한다는 것인가. 하지만 어떻게......? 마다라는 뭐가 붙었는지 모르지만 잘 떼지지 않는 것인지 미간을 찌푸리고 자신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훔쳐내고 있는 소년을 바라보았다. 불현듯, 소년의 머리에 달려 있는 인조 꽃장식에 시선이 닿았다. 마다라는 순간 눈을 크게 떴다.


“다 됐다! 에, 왜, 왜 그래요? 혹시 저한테도 벌레 붙었어요?”

“.......”

“아저씨?”


흰 끈처럼 보이는 것이 그 장식의 뒷부분에 묶여 있었다. 마다라는 그를 조심스레 풀어 펼쳤다. 끈이 아닌, 가늘게 접은 종이였다.


“하......”


그 안에는 매우 수려한 필체로, 단 한 문장이 쓰여 있었다.


「天下莫無料 飮馬投錢」

『세상에 거저는 없으니, 말에게 물을 마시게 하려면 그 값을 지불해야 합니다.』


헛웃음이 나왔다. 이 남자는, 이미 눈치채고 있었단 말인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잘 된 일이다. 그 쪽에서 먼저 접근해온다면 이 쪽에도 좋은 일이다. 마다라는 자리에서 일어나 요우키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 주고는 밖을 향해 뛰었다. 발걸음이 점점 빨라졌다.

일단 센쥬 토비라마에게 알려야 한다. 그는 어디서 어떻게 접촉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는 곧, 이미 오는 길은 알고 있을 테니 찾아오라, 는 뜻이었다. 순간 가슴이 턱 막히는 듯한 느낌에 마다라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을 뻔했다. 숨이 너무 빨랐다. 지나치게 혹사당한 폐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는 눈을 감고 통증이 가시길 기다렸다. 아픔이 다소 가라앉자 마다라는 다시 뛰었다. 양아버지와 의붓형의 얼굴이 잠시 떠올랐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어 털어버렸다. 이런 통증따위는 아무렇지도 않다. 그 남자가 무엇을 원하든 간에, 그와 접촉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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