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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토/하시마다]염향(染香) 三十四






三十四

 



하시라마는 눈을 감으며 손을 모았다. 귓가에는 절 특유의 잔잔한 종소리가 울렸다. 갓 불을 붙인 향 냄새가 코 안으로 스며들었다.

 


“......정말 이상한 도련님일세.”

 


하시라마는 입가에 웃음을 띠며 몸을 돌렸다. 그곳에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꽃장수가 보였다.

 


“그리 이상하오?”

“그럼 이상하지 않겠소? 댁같은 무가 도련님이 뭣 때문에 이런 사람들에게 꽃을 바치고, 향을 피워준단 말요? 내 머리가 반백이 다 되었는데, 댁같은 사람은 정말 처음 보는구려. 거 참......”

“가끔은 그런 사람도 있어야지 않겠소. 그러는 그쪽도 꽤 보기 드문 꽃장수일 것 같소만?”

 


꽃장수는 하시라마가 꽃 값으로 지불한 돈을 만지작거리며, 멋쩍은 듯 헝크러진 머리를 긁적였다.

 

“매년 여기 드나들다 보니......어째 짬이 나면 들리게 되더구만. 남은 꽃도 있으니......”

“......사쿠라마치에 있는 사람의 부탁으로 여기 드나든다 하지 않았소?”

“그렇소. 늘 밑에 있는 꼬마가 대신 나와서 얼굴은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꽤나 유명한 유남인 모양이오. 선배였던 유남이 죽어서, 기일이 될 때마다 명복만이라도 빌어주고 싶다고 했소. 그 이름이 아마......히스인가 그랬지. 그래, 그 이름이 맞을 게요.”

 


히스이......낯설지 않은 이름에 하시라마는 토비라마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우치하류의 히스이라 불렸던, 쇼히 이전에 사쿠라마치에서 가장 유명했던 유남. 그에게 춤과 부채를 물려준 장본인. 이미, 죽은 사람이었던 것일까. 그는......어떤 사람이었을까.

 


“쯧쯧......”

“혹시 그 히스이란 유남에 대해 알고 있소?”

“잘은 모르오. 그 유남도 춤으로 유명했다지......그리고, 사쿠라마치에서 도망치려다 잡힌 적이 있다고 들었소. 듣기로는 같은 유곽에 있던 유녀와 정을 통하다 함께 도망치려고 했었다는구려. 그 뒤로는 어떻게 되었는지.......이런 저런 소문이 있지만, 필시 비참하게 죽었을 게요.”

“소문?”

“내 아들놈이 하마츠에서 일하고 있소. 근데 그놈이 글쎄, 일하던 도중에 손님들이 말하는 걸 들었다더구만. 왜, 몇 년 전에 하마츠 수령의 아내가 갑자기 죽었다는 말이 있잖았소? 그 때는 갑자기 병이 나서 죽은 거라고 알려졌었는데, 실은 그게 아니었단 게지. 그 아내란 여자가......이것 참, 말이 안 되는 얘기라 정말 그렇게 들었나 싶은데.......”

“말이 안 된다니, 그게 무슨 말이오?”

“그러니까 끝까지 들어보시오. ......그놈 말론, 수령의 아내가 바람이 났었다고 하더구만. 그런데 그 상대가, 남편이 데려온 유남이었단 게요. 이게 어떻게 말이 되겠소?”

 


꽃장수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 때 수령의 아내를 홀린 유남이 이 사람이라고들 이야기한다 하더구만. 정말 별별 헛소문이 다 퍼진다고 생각했지......하지만 그리 좋게 죽지 않은 것은 사실일 게요. 유남들은 다 그렇지.”

 


꽃지게를 진 그가 가버린 후, 하시라마는 거의 다 탄 향이 꽃혀있는 향로를 응시했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냥 소문일 뿐이라고 했지만, 왜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의문에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 말대로라면 고토는 히스이란 유남을 미우케한 셈이다. 그리고 지금......그는 쇼히의 나지미이고, 그를 미우케하려 한다. 쇼히는 히스이와 관계가 있었다......이 모든 것이 우연처럼 보이지 않는 것은 지나친 생각일까? 그럴 리 없었다. 하시라마는 자신의 직감을 믿었다. 이 상황은 분명 누군가의 의도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하지만 누가? 무슨 목적으로? 무엇 때문에?

 


......쇼히.


 

절의 종소리는, 이미 멈춰 있었다. 절의 지붕 뒤에는 핏빛으로 물든 석양이 하늘에 번져나가고 있었다.









 

 

 

“似花還似非花 꽃인 듯 또 꽃이 아닌 듯

也無人惜從敎墜 떨어지게 하여도 아쉬워하는 사람 없구나

抛家傍路 집 버려두고 길가에 뒹군다해도

思量却是 생각해보니 도리어

無情有思 무정하나 그리움이 있는 듯 하구나“

 


코토를 튕기는 소리와 함께 낮고 그윽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인들의 맑고 높은 음색과는 달랐으나 그 이상으로 감미롭게 들리는 목소리였다. 하시라마는 천천히 노랫소리가 들려오는 방으로 발을 옮겼다.

 


“縈損柔腸 얽히고 상처입은 연약한 마음이여

困酣嬌眼 실컷 피로에 지친 아름다운 눈이여

欲開還閉 뜨려고 하니 도리어 감기는구나

夢隨風萬里 꿈 속에서 바람 따라 만 리를 날아

尋郞去處 님이 간 곳 찾으려 하였건만

又還被鶯呼起 그만 또 꾀꼬리 울음소리에 깨고 말았네1“

 


목소리만으로도 가슴이 뛰었다. 이 문 너머에서, 그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 하시라마는 가슴이 저도 어찌할 수 없는 기쁨과 설렘으로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악기를 퉁기는 소리가 잠시 멈췄다가, 이내 다른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하시라마는 방문에 손을 대려다 멈칫했다. 그가 연주하는 것을 보고 싶었지만, 방해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문틈으로 새어나오는 부드러운 향 냄새처럼, 그는 노래했다.

 


“古寺門前又送春 옛절 문에 기대 봄을 다시 보내노니

殘花隨雨點衣頻 비를 좇아 지는 꽃 옷 위에 점을 찍네

歸來滿袖淸香在 돌아올 때 소매 가득 푸른 향기 남아서

無數山蜂遠趁人 나풀나풀 산나비 멀리까지 따라오네2“

 


하시라마가 문을 열자 마다라는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보았다. 열린 창을 등진 채 앉아있는 그는 첫 밤을 보냈을 때와 같은, 새빨간 동백꽃이 수놓인 희디흰 기모노를 입고 있었다. 그는 설핏 웃으며 무릎 위의 코토에 두 손을 올려놓았다.

 


“......사내의 목소리는 그리 듣기 좋은 것이 아니라 생각하옵니다만.”

“충분히 듣기 좋았다고 생각하오.”

 


하시라마는 마다라의 옆에 마련된 자리에 앉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오늘의 그는 어딘가 달라 보였다. 주로 화려하고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선명한 색의 차림을 하는 평소와는 달리, 상대적으로 수수한 차림이었다. 그는 악기를 옆에 내려놓으며 하시라마 쪽으로 몸을 돌렸다.

 


“카부토에게 듣긴 하였으나 정말 이리 오실 줄은 몰랐사옵니다.”

“그대는 솔직하지 않군. 하지만 나도 공범이니 추궁하지 않겠소. 그대를 보고 싶어 온 건 나니 말이오.”

“공께서는 너그러우시군요. 소첩은, 공의 그런 점이 좋사옵니다.”

 


하시라마는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고 헛기침을 했다. 연모한다는 말을 들은 것이 아님에도 가슴이 순간적으로 떨려왔었다. 그는 가만히 손을 뻗어 마다라의 얼굴을 만졌다. 그는 눈을 감고 하시라마의 손에 응석부리는 것처럼 뺨을 비볐다. 하시라마는 마다라를 품 속으로 끌어당겨 안았다. 마다라의 손이 하시라마의 등을 감쌌다. 그가 이리 자신의 품 안에 있다는 것이, 무서울 정도로 행복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의 감정에 다가갈 수 없다는 것에 괴로워졌다.

 


“그대의 벗은......어떤 사람이었소?”

“......!”

“요우키에게 들었소. 내가 왔던 그 날에, 그대의 벗이 죽었다고 말이오. 방금 전 그대가 부른 노래는 이곳에 없는 이를 그리는 노래요. 마음이......괴롭소?”

 


하시라마는 몸을 떼고 마다라와 마주보았다. 군주로서, 사람을 읽는 법은 반드시 익혀야 하는 소양 중 하나였다. 스스로 자신의 능력은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검은 눈은, 그의 감정은 유난히 읽기가 힘들었다.

 


“괴로움으로 가득 찬 것이 세상이옵니다.”

 


마다라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 말에는 어떤 한탄도 느껴지지 않았다. 체념 역시 아니었다. 그에게 그것은 부인하고 싶어도 부인할 수 없는, 날것 그대로의 사실이었다.

 


“무엇이 그리 괴롭소? 벗을 잃은 것 때문만은 아닐 터......이곳에서 갇혀 지내야만 했던 것 때문이오? 아니면......그대가 유남이라는 것 때문에?”

“......공은, 어찌하여 쉬운 길을 놔두고 힘든 길만 가려고 하시는지요.”

“그대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오. 계속 말하지 않았소, 나는 그대를 알고 싶다고 말이오.”

 


마다라의 눈이 순간적으로 이채를 띠었다. 그는 자신을 바라보는 갈색 눈동자를 마주보았다. 위험한데다 성가시다. 정말로 귀찮은 남자다. 왜 자꾸, 자신을 이리 건드리는 걸까. 왜 항상 모른 척 자신에게서 고개를 돌리지 않는 것일까. 저런 눈빛을 하는 것이 싫다. 그런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지 말았으면 했다. 눈앞에서, 꺼져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마다라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하시라마에게 얼굴을 가까이 했다.

 


“진정, 소첩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으신 것이옵니까?”

 


하시라마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조금만 기다려 주시옵소서. 공께서는 오늘 그를 알게 되실 것이옵니다.”

 


그리고 다시는 이곳에 발을 들이려 하지 않겠지. 그 편이 좋아. 마다라는 그리 생각했다. 






 




  1. 북송의 문인 소식(蘇軾, 1036~1101)의 시 수룡음(水龍吟).
  2. 임억령(林億齡, 1496~1568)의 시 시우인(示友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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