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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토/하시마다]염향(染香) 三十三






三十三

 

 



‘미안하다.’

 


그 때, 그 사람은 잘못한 것도 없으면서 자신에게 그렇게 말했다. 용서해달라고도 했다. 그 때 자신은, 왜 그런 말을 하느냐고 묻고 싶었다. 당신이 무슨 잘못이 있어서, 대체 뭐가 그렇게 미안해서. 잘못한 것은, 정말로 쳐죽여야 할 년은 그 여자인데. 당신 앞에 엎드려 빌어야 할 것은 그 여자인데. 하지만 그는 분한 표정도, 억울한 표정도, 절망에 빠진 표정도 짓지 않았다. 만신창이가 된 채 상처에서 피를 흘리며 묶여있으면서도 그의 얼굴은 평온했다. 그 모습에 자신은 가슴 속에 꾹 담아두고만 있던 화를 폭발시키고 말았다. 바보, 얼간이, 병신. 나한테는 도망치지 말라고 했던 주제에, 도망가려고 했었으면 제대로 도망갔었어야지. 내가 죽었다는 말조차 들을 수 없도록, 멀리멀리 도망가서 살았어야지. 이렇게 잡혀올 거였으면, 이 따위 모습이 될 거였으면......차라리 그냥 얌전히 있었어야지. 그 사람은 자신이 퍼부어대는 말을 그저 듣고만 있었다. 그 검은 눈에 담겨 있는 것은 오직 자신을 향한 미안함과 안타까움이었다.


‘마다라.’

‘......’

‘이게, 마지막일지도 모르겠구나.’

 


그는 자신이 어떻게 될지 이미 알고 있었다. 손발의 힘줄이 끊긴 채 라쇼몬의 골방에 갇히는 신세가 될 뻔한 그를 구해준 것은, 이전부터 열렬하게 그를 연모해왔던 나지미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선뜻 미우케를 하겠다고 했지만 오로치마루는 생각해보겠다고만 말했다. 하지만 그것은 이미 확정사안이나 다름없었다. 오로치마루는 그저 가격 조율을 보다 높은 선에서 하려 뜸을 들인 것뿐이었다. 그는 아마도 내일, 인형처럼 깨끗이 씻겨져 아름답게 단장된 꽃으로 돌아갈 터였다. 그의 주인이 될 사내를 위한 꽃으로.

 


‘한 가지만, 부탁해도 되겠느냐?’

‘......’



‘다 잊거라. 모두, 잊어다오.’

 


잔혹하기 그지없는 부탁이었다. 하지만 자신은 그가 자신을 위해, 자신이 더 다치는 것을 막기 위해 그리 말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랬기에 그 부탁은 그토록 잔인했던 것이었다. 잊어주리라 다짐했다. 그 사람이 그리 말하지 않아도 깨끗이 잊어주리라 마음먹었다. 자신은 그 때, 눈 바로 아래까지 차오른 눈물을 참으며 뒤로 돌아섰다.

 


‘기억하느냐? 네가 내게 진짜 이름이 뭔지 물었던 것을.’

‘......!!!’

‘너를 만나기 전까지, 나는 줄곧 잊고 있었다. 계속 여기서 벗어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정작 내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곳에서 간직할 수 있는 단 한 가지, 진정 내 것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인데도.’

 



그가 어떤 얼굴을 하며 그 말을 했는지, 자신을 볼 수 없었다. 돌아서버리면 안 되었다. 돌아선 순간 자신은 눈물을 참지 못했을 것이었다. 



‘나에 대한 것은 전부 잊어도 된다. 하지만......기억해다오. 한 번이라도, 네가 떠올려준다면 나는 무척.....기쁠 것이다.’

 


입을 닥치라고 하고 싶었다. 왜 이제와서 내게 그런 말을 하느냐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돌아서면 안 된다. 입을 열어서도 안 된다. 이젠, 한계였다.


 

‘내 진짜 이름은......’

‘.......‘


‘히카쿠, 라고 한다.’


 

결국 새어나오고 만 눈물이, 뺨을 타고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끝까지 그토록 잔인한 사람이었다. 자신이 그를 잊을 수 없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잊으라 말하고, 자신 따위를 기억할 리 없으면서도 기억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이었다. 마지막까지 자신은 그에게서 마음을 끊어낼 수 없었다. 히카쿠, 그 이름은 쓰디쓰면서도 달콤하기 그지없는 속박이었다. 그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날, 자신은 울지 않았다. 한 가지 자문만이 새하얗게 변한 머릿속을 채웠다. 왜, 자신은 한 번도 그에게 말하지 못했던 것일까. 당신을 연모한다고. 이렇게나 당신을 원한다고.

 


그랬다면, 이렇게 아프지는 않았을 텐데.









 

 

 

“오이란, 카부토입니다.”

“들어와라.”

 


마다라는 겉옷만 벗어 걸어놓고 방석에 몸을 기댄 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담뱃대를 쥐지 않은 손은 검은 부채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카부토는 그의 무릎 아래로 시선을 내리다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래, 뭐라 하더냐?”

“당신 생각대로 될 것 같습니다.”

 


마다라는 잘 되었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그는 해가 서서히 지고 있는 창 밖을 내다보며 담배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이제 기다리는 것만이 남았다. 오늘로 반절. 나머지 반절도 이제 곧이었다.

 


“쇼히.”

“뭐냐.”

“아무리 당신 밑의 카무로라지만 너무 봐주는 것 아닙니까?”

 


카부토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세상 모르고 잠들어 있는 요우키를 응시했다. 마다라는 소년의 머리에 삐뚤게 올려져 있는 물수건을 밀어 바로잡아주었다. 아름다운 폭군은 때때로 자신의 시동에게 지나치게 관대한 태도를 취할 때가 있었다. 아무리 쇼히를 동경한다 한들, 다른 카무로라면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허구헌날 얻어맞고 욕먹으면서도 꿋꿋이 쇼히의 옆에 꼭 붙어있으려는 저 꼬맹이도 난놈이긴 했지만.

 


“총애가 지나치면 화를 부르는 법입니다.”

“고작 내 개새끼가 부러워 낑낑대는 주제에 말은 참 곱게들 하는군 그래.”

“말이 그렇단 겁니다. 하지만 새겨들을 필요는 있잖습니까? 그 꼬마를 위해서도 말입니다. 지금에야 당신이 무서워 다른 녀석들도 말 못하고 있지만, 당신은 언젠가 미우케를 받아 이곳을 나가게 될 거고 그 꼬마는 혼자 남겨질 겁니다. 언제까지 응석만 받아줄 참입니까?”

 


마다라는 자신의 무릎에 기대어 잠들어 있는 요우키를 힐긋 내려다봤다. 평소에 비해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색색이며 숨을 뱉고 있었지만, 입가에는 편안하다는 듯 희미한 웃음이 떠올라 있었다. 마다라는 그 뺨을 주욱 잡아당겼다. 요우키는 신음소리를 내며 얼굴을 찌푸리면서도 꼬물꼬물 그의 배 쪽으로 파고들었다.

 


“그러는 네놈은?”

“......?”

“언제까지 내게 놀아날 셈이냐?”

 


마다라의 손이, 카부토의 뺨에 난 흉터를 쓰다듬었다. 안경 아래의 눈이 움찔거리며 흔들렸다. 마다라는 비싯 웃으며 입고 있는 기모노의 깃을 벗어내릴 듯 만지작거렸다. 얼굴에서 내려와 목 주변을 배회하던 손길이 아래로 향했다.

 


“......당신은 가치가 없는 상대에게 몸을 주지 않잖습니까.”

“물론.”

“그렇다면 이런 장난은 그만두십시오.”

 


마다라는 쿡쿡 웃었다. 붉은 화장으로 요염함이 맴도는 눈매가 휘어졌다. 카부토의 입술과 불과 한 치도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서, 그가 낮게 속삭였다.

 


“장난?”

 


치명적인 향기가 카부토의 머리를 어지럽게 만들었지만 그는 간신히 정신을 붙잡고 마다라를 밀쳐냈다. 마다라는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며 입가에 미소를 띠웠다. 정말 방심할 수 없는 사내란 것을 통감하며 카부토는 그 자리에서 도망치듯 몸을 뺐다. 방에서 나가려던 그는 문득 발을 멈추고 뭔가 할 말이 있는 듯한 얼굴로 마다라를 돌아보았지만, 결국에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말았다.

 


“카부토.”

“......!”

 


마다라의 눈이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의 얼굴에서는 웃음기 한 자락도 찾아볼 수 없었다.

 


“끝나면, 제대로 정리해라. 핏방울 하나도 남기지 마.”

 


카부토는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익숙한 일이다. 비단 그의 명령 때문이 아니더라도, 그렇게 할 생각이었다.

 

 









 

“형님은 어디로 가신 거냐?”

“그......그것이.......”

 


토비라마는 욕설을 내뱉으며 머리카락을 흐트려뜨렸다. 역시 아예 만나게 하지 않는 편이 나았었다. 아니, 처음부터 그 얘기를 하지 말 걸 그랬다. 이 정도까지 형을 사로잡을 줄 알았다면.......

 


“토, 토비라마 님!!! 토비라마 님!!!”

“무어냐, 왠 소란이냐?”

“크, 큰일 났습니다!! 하마츠에서.......”



토비라마는 한순간 말을 잃었다. ......어떻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렇게 갑자기? 그것도 이런 때에? 전부, 눈속임이었단 말인가? 토비라마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지금은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당장 군대에 명을 내려라. 하마츠로 간다!”

 


급히 달려나가려는 발소리 대신 둔탁한 타격음과 함께 무언가가 바닥에 떨어지는 묵직한 소리가 들려왔다. 토비라마는 고개를 들었다. 시종은 기절한 채 책상 아래에 쓰러져 있었고, 그 뒤에는 한쪽 손을 들고 있는 마다라가 서 있었다.

 


“가면 안 됩니다.”

 


그는 침착하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마다라의 흔들림 없는 눈을 바라보던 토비라마는 마음이 천천히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어째서냐?”

“당신의 목적이 『달의 눈』을 끝장내는 데 있다면, 가선 안 된다는 겁니다. 만약 이 일이 조직과 관련이 있다면, 그들이 당신이 움직일 것을 예상하지 못했겠습니까?”

“......!”

“이를 내란으로 규정하게 되면 대규모의 군대가 움직이게 됩니다. 그들은 조직을 향한 감시에 빈틈이 생기는 것을 노릴 것입니다. 지금 당신이 하마츠로 군을 이끌고 간다 해도, 내란죄로 쿠라마를 처단해 그곳의 권력을 중앙으로 되돌릴 수는 있을지 모르나 조직에 미치는 타격은 미미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저 상황을 그대로 놔두란 말이냐? 네 말이 맞다면, 쿠라마는 조직의 장기말에 불과하다. 이를 묵과하면 저놈들에게 하마츠를 넘겨주는 꼴이 된단 말이다!”

 


마다라의 눈이 순간, 싸늘하게 빛났다.

 


“넘겨줘버리십시오.”

“......!!”

“어차피 조직을 잡으면 하마츠는 넘어오게 되어 있습니다. 당신이 손을 쓰지 않는다면, 쿠라마는 당신이 자신의 편이라 생각하고 명분을 알려 인정을 받으려 들지 않겠습니까? 당신은 평소에도 고토 공을 눈엣가시처럼 여겼으니 그리 이상하게 생각지 않겠지요. 당신이 그를 받아들인다면 한시름 놓을 겁니다. 하마츠 이상으로 거점이 되기에 좋은 곳은 없지요. 그들은 분명 그를 중심으로 세력을 다시 키워나가려 들 겁니다.”

“......잡으려면 뱀의 대가리, 라는 건가.”

 


마다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토비라마는 밖에 대기하고 있던 다른 시종들을 불렀다.

 


“사루토비에게 하마츠로 군을 움직이라고 해라.”

“.....!!”

“이쪽이 속셈을 알고 있다는 걸 드러낼 이유는 없지. 나는 움직이지 않는다. 하지만, 놈들이 방심할 여지는 줘야겠지. 거기 너, 당장 형님께 이 상황을 알려라.”

“......제가 가겠습니다.”

 


토비라마는 약간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마다라는 바로 몸을 돌려 방을 빠져나왔다. 일단은 최대한 빨리 사쿠라마치에 가야 한다. 가서, 제대로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아직까지는 그저 심증에 불과하다. 하지만...... 마다라는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센쥬 하시라마. 그는 뭔가 알고 있을까? 어쩌면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전혀 몰랐을 수도 있다. 하지만 더 이상은 그럴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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