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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토/하시마다]염향(染香) 三十二






三十二

 


하고로모는 신경질적으로 붉은 얼룩으로 더러워진 옷을 벗어던졌다. 그의 옷은 계속 피가 흘러나오고 있는 시체 위로 떨어져 그를 덮었다. 하고로모는 장 속에 미리 준비되어 있던 옷으로 갈아입고 아무렇지 않게 자리에 앉아 소반 위에 놓여있던 고기를 뜯었다. 다 먹은 뼈를 그릇 위로 떨구며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 따분한 것도 따분한 것이지만 이렇게 방에만 앉아 있으니 답답해서 돌아버릴 것 같았다. 마음같아서는 지금이라도 그 점잔빼는 고토란 놈의 목을 따 개먹이로 던져주고 그 시체를 벌거벗겨 도시 한복판에 전시해놓고 싶은 심정이었다. 물론 실제로는 그것보다 더 근사한 계획을 세워두고 있었지만, 이 이상 기다리다가는 정말 그렇게 해 버릴지도 몰랐다.

하고로모는 사이켄이 가져온 그림을 빤히 쳐다보았다. 매일같이 동이 나기 일쑤라는 그 그림에는 화려한 옷차림을 한 유남이 그려져 있었다. 종이의 오른쪽 하단에는 쇼히 타유라는 말이 쓰여 있었다. 하고로모는 보면 볼수록 꼴리는 년이라 생각하며 입맛을 다셨다. 눈꼬리도 제법 도도하게 치켜 올라간 것이, 깔아뭉개는 맛도 보통이 아닐 것 같았다. 그는 알몸으로 자신의 물건을 끝까지 먹은 채 발정난 암코양이처럼 학학거릴 남창을 생각했다. 단박에 다리 사이에 피가 몰리는 듯 했다. 하고로모는 유카타 사이로 불뚝 솟아난 제 음경을 움켜쥐고는 손을 위아래로 움직였다. 곧 희뿌연 액체가 눈을 뜨고 있는 여자의 얼굴 위로 흩뿌려졌다.

 

 

“ㅡ형님!”

 


방 안으로 들어오던 코쿠오는 눈 앞의 광경에 흠칫했다. 여자의 시체 세 구가 여기 저기 흩어져 있었고 그 중 두 구는 머리가 몸과 따로 놀고 있었다. 잘린 여자의 얼굴은 칼로 난도질당해 눈코입을 알아보기가 힘들었다. 코쿠오는 두려운 눈으로 술사발을 마시는 하고로모를 곁눈질했다. 그의 두목은 변함없이 여자를 싫어했다.

 


“여기 치울 놈들을 불렀는데 왜 네가 온 거냐?”

“형님께 드릴 말씀이 있어서 그랬습니다.”

“흐음?”

 


하고로모는 한쪽 눈썹을 올리며 코쿠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코쿠오는 품 속에서 서신 하나를 꺼내며 말했다. 그의 눈은 마침내 올 것이 왔다는 듯 묘한 흥분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쿠라마에게서, 연통이 왔습니다.”

 


하고로모의 입가에, 악마같은 미소가 피어올랐다.

 

 









 

“어떻게 오셨소?”

“맡긴 것이 있어 찾으러 왔습니다.”

 


노인이 몸을 돌리기도 전에, 안쪽 방의 문이 벌컥 열리며 머리에 하얀 천을 묶은 청년이 걸어나왔다. 청년은 그를 찾아온 남자를 보자마자 입가에 웃음을 띠우며 손을 흔들었다. 남자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는 것으로 인사를 했다. 그는 노인에게 눈짓을 했고, 노인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피했다. 남자는 한 시도 경계를 늦출 수 없다는 듯 날카로운 눈으로 주변을 몇 번이나 둘러보았다.

 


“그렇게까지 몸에 힘 주고 있을 필요는 없다, 마다라. 너도 알잖아? 여기에 뭔가를 맡기러 오는 사람은 너 외엔 없어.”

“예방차원일 뿐이야. ㅡ알아냈어?”

“......대략은.”

“물의 나라지?”

“그래. 거기까진 짐작하고 있었던 거냐?”

“그냥 추측이었어. 정확히, 어디야?”

 


청년은 지도를 펼쳐 한 지점 주변으로 작은 원을 그렸다. 지도를 내려다보던 남자, 마다라는 눈을 가늘게 떴다.

 


“백아와 비슷한 성질을 가진 풀들이 가장 많이 자라는 곳이다. 개중에는 여기서밖에 자라지 않는 작물도 있지. 이 지방의 흙은 다른 곳과 좀 다르거든. 하지만 이곳에 백아를 재배하는 밭이 있다고 해도 내가 말한 것처럼 그리 규모가 클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만......”

“......”

“그 정도라면 누군가가 이미 발견하지 않았겠어? 불의 나라에서 세작을 파견하지 않은 것도 아닐 테고......그리고 그렇게 대량을 재배하려면 필요한 인력도 만만치 않을 거다. 그냥 인력도 아니고 숙련된 인력 말이야. 아무리 『달의 눈』이라 한들.....”

“사유지(私有地)라면?”

 


마다라의 손가락이 원의 가장자리를 꾹 눌렀다.

 


“누군가, 세력 있는 자나 그런 가문이 소유하고 있는 토지라면, 허가되지 않은 사람이 아니면 출입할 수 없고 함부로 얼쩡댈 수도 없을 거야. 눈을 피하는 일도 상대적으로 수월하겠지. 인력은 노예로 충당하면 그만이고. 그들은 모두 여기에 상주하고 있을 테니 비밀이 새어나갈 염려도 없을 터......”

“......마다라, 너......설마?”

 


마다라의 검은 눈이 고요하게 빛났다.

 


“안타깝게도 그 설마야, 아수라 형.”

“!!”

“형은 믿지 않으려고 하겠지만, 오오츠츠키는 분명 이 일에 관여하고 있어. 아직 확실한 증좌는 없지만, 정황적 근거가 적지 않아. 센쥬 토비라마는 이미 상단주를 의심하고 있어. 그 끄나풀들이 눈에 불을 켜고 물증을 찾아내려 하고 있다고.”

 


아수라라 불린 청년은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멍하니 서 있었다. 미간을 찌푸리며 한동안 주먹을 꽉 쥐고 있던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형님이 그런 일을 하셨을 리 없어.”

“......”

“난 인드라 형님을 안다, 마다라. 형님이 상단의 손익에 있어 다소 냉정한 면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형님은 결코 오오츠츠키의 이름을 더럽힐만한 일을 하시지 않아. 어렸을 때부터 할머님께 철저히 교육받으신 탓도 있지만, 형님 자신이 그 어떤 일이라도 가문에, 할머님께 부끄러운 일이 생기는 것은 용납하지 못하신단 말이다. 뭔가 착오가 있는 게 분명해. 형님은 절대......”



마다라는 한 손을 들어올려 그의 말을 끊었다.

 


“진정해, 형. 나도 그렇게 생각해.”

“......!”

“이 모든 일을 주도한 것은 인드라 공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렇게 판단하기에 지금 이 상황은 이상해. 아귀가 맞질 않아. 적어도 나는 그렇게 보고 있어. 하지만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지. 오오츠츠키에 반감이 있는 자들이라면 더더욱.”

 


마다라는 아수라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길게 보든 짧게 보든 간에, 오오츠츠키를 위해서는 이 일의 진상을 제대로 알아내야만 해. 그래서 형의 도움이 필요한 거야.”

“......내, 도움?”

“인드라 공은 모든 진상을 알고 있을 거야. 그 진상은 필시 『달의 눈』과 깊은 연관이 있을 거고. 어쩌면......협박을 당하고 있을지도 몰라. 형은 상단에 드나들 수 있잖아. 인드라 공과 만난다고 해도 저지할 사람은 없을 테고.”

“......하지만 형님은 내게 말해주시지 않을 거다.”

“직접 물어보란 소리가 아니야, 형. 그랬다간 형이 의심받을 거야. 실마리만 잡아낼 수 있어도 충분해.”

 


아수라는 잠시동안 고민하는 듯하다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상단에는 암암리에 『달의 눈』과 연결된 사람들이 적지 않을 거야. 조심해야 해, 형. 그리고 형이 신경써야 할 사람은 그런 아랫놈들이 아니야. 인드라 공 옆에 붙어있는 놈들이지. 특히 코쿠오란 남자. 그 남자를 잘 살펴봐.”

“......그 남자가, 조직과 연관되어 있다는 거냐?”

“연관되어 있는 정도가 아닐 거야. 아마도, 남아있는 다섯 간부 중 한 명일거라고 생각해.”

 


그에 대해 전해들은 정보와 하는 일들을 따져보았을 때, 그가 그저 꽤 입지 있는 조직의 일원이라고 보기는 힘들었다. 오오츠츠키 인드라와 직접, 그것도 별 제약 없이 접촉할 수 있다는 것이 결정적이었다.

 


“......그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의심해봐야 되겠구나.”

“응. 조심스러운 놈이라 다른 자들을 잡아도 알아낼 수 있는 건 별로 없겠지만.”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처음 보는 자와 이야기하고 있는 걸 봤었는데......그 남자도 한패였던 건가?”

 


아수라는 상단의 사람이 아니었지만, 인드라를 만나기 위해 종종 상단에 들렀기에 출입하는 사람들의 얼굴은 거의 다 알고 있었다. 마다라는 의아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키도 크고 건장한 편이어서 처음엔 호위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이야기하는 걸 얼핏 들으니 주종관계는 아니더군. 인상이 별로 좋은 편이 아니었어.”

“......어떻게 생겼는데?”

 


두근, 갑자기 심장이 죄여드는 듯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왜인지 가슴의 박동이 빨라지고 있었다. 마다라는 주먹을 으스러져라 꽉 쥐었다.

 


“너처럼 얼굴의 반이 머리카락으로 가려져 있어서 정확한 얼굴을 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각진 턱에 입술은 얇고, 눈썹은 짙은데 눈이 움푹 들어가 있더구나. 여자들이 적지 않을 것 같은 얼굴이긴 했지마는 눈이나 풍기는 분위기가 상냥함과는 거리가 멀었어. 오히려 그 반대라면 반대였지......마다라?!”

 


한순간 휘청거리는 마다라를 보고 아수라는 놀라 그의 팔을 붙들었다. 하지만 그는 아수라의 손을 떼어내며 아무렇지 않다는 듯 자세를 바로잡았다. 그러나 마다라의 미간은 찌푸려져 있었고, 이마에는 땀방울들이 맺혀 있었다. 그의 안색을 살피던 아수라는 경악스러운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마다라, 너......”

“최근에 이런 저런 일이 있다 보니 피로가 좀 쌓였나봐. 조금만 쉬면, 괜찮아져.”

“......조금만 쉬면, 이라고? 네 몸 상태를 제대로 알고서 말하는 거냐? 넌 다른 사람과 다르다. 네 나이대의 보통 남자가 조금 지칠 정도로도 그 자리에서 쓰러질 거란 말이다!! 무리하지 말라고 그토록 말했는데......”

“지금은 그 때와 달라, 형. 그동안 나도 의원을 찾아가보지 않은 게 아니야. 단련도......”

“단련이 문제가 아니야!! 아버지가 너를 구했을 때, 의원이 뭐라 말했었는지 잊어버린 거냐? 네가 지금 이리 살아있는 것도 기적이란 말이다. 넌.......아버지와 내 생각은 하지도 않는 거냐?”

 


아수라는 분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울 것 같은 얼굴을 하며 마다라를 응시했다. 한참동안 입을 다물고 있던 그는 서글픈 목소리로 말했다.

 


“나나 아버지께 네 뜻을 꺾을 권리는 없다. 네가 하는 일이 네 입장에서는 지극히 당연하다는 것도, 그래야만 한다는 것도 알고 있어......하지만, 적어도 걱정하지 않게 해 달라는 부탁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버지는......너를 정말 아들이라고 생각하고 계셔. 그건, 너도 잘 알고 있을 거다.”

“......”

 


마다라는 쓰고 있던 복면을 천천히 목까지 내렸다. 한쪽 얼굴을 뒤덮은 흉터를 본 청년의 눈이 흔들렸다. 흉터가 아로새겨진 눈꺼풀 아래의 검은 눈동자는, 마치 살아있는 것이 그뿐이라는 듯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 눈은, 지독히도 지쳐 보였다.

 


“......나한테는, 다른 방법이 없어.”

“......!”

“아수라 형, 알아? 난 사쿠라마치에 있으면서 제대로 잠을 잔 적이 한 번도 없어. 몇 번이고 그 대문을 들락거렸는데도, 아직도 나게코미데라를 지날 때면 그쪽을 아예 쳐다볼 수가 없어. 새벽이 되면, 밖에서 사람들이 걷는 소리가 들려. 조금 있으면 나무문이 삐걱거리면서 열리는 소리가 들리지. 나게코미데라로 이어지는 쪽문이 열리는 거야. 내가 있는 곳에서는,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밖에는 안 들려. 하지만......가끔은, 뭔가가 던져지는 소리가 나. 퍽, 퍽. ......시체가, 떨어지는 소리 말이야.”

“......”

“그럴 땐 눈이 번쩍 뜨여. 혹시나, 혹시나......저 시체들 중에 있는 건 아닐까. 이미 뼛조각이 돼서 저기 어딘가에 파묻혀 있는 건 아닐까. 하지 않으려고 하는데도, 계속 그런 생각이 드는 거야. 그러면 정말......미칠 것 같아. 미쳐버릴 것 같다고......”

 


마다라는 희미하게 떨리는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무서웠다. 무서워서 돌아버릴 것 같았다. 분명 살아 있을 거라고, 거의 죽은 것이나 다름없었던 자신도 이렇게 살아 있는데, 그 사람이라면 반드시 살아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 사람과 자신을 이리 만들어 버린 원수를 쫒으면서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문득 문득 머릿속을 스치는 상상은 자신을 끝없는 공포와 절망으로 몰아넣었다.

 


“살아있을 거다. 분명히, 살아 있을 거야. 찾을 수 있어......마다라.”

“......”

“하지만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어. 네가......”

“참을 수가 없어서 그래. 내가, 견딜 수 없어서 그런 거야. 누가 어찌 말하든 상관없어. 나는......끝을 볼 생각이니까.”

“들어, 마다라. 널 비난하려는 게 아니다. 네 행동을 멈추려는 것도 아니야. 난 단지 네가 걱정될 뿐이다. 네가 어떻게 생각하든 간에, 너는 내 가족이야. 네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나는 나를 용서할 수 없을 거다.”

“......형 잘못이 아니야. 멋대로 뛰쳐나온 것도 나고, 아버지를 속인 것도 나고, 형한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도 나야. 내가 한 일들에 대해서는 그 책임도, 결과도 내가 혼자 감당할 몫이야. 애초부터 그럴 각오로 나왔어. 그리고 이젠......거의 다 됐어.”

 


마다라의 입에는 엷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손의 떨림은 이미 멎어 있었다. 그는 복면을 끌어올리고 목 뒤로 넘어가 있던 삿갓을 올려 썼다. 마다라는 인사의 의미로 손을 살짝 들어보이고 들어온 쪽으로 걸어나가려다 멈칫했다.

 


“.....아버지껜,”

“아무 말 안 했고, 안 할 거다. 걱정 마.”

“......고마워.”

 


아수라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물었다.

 


“토비라마 공은, 알고 있는 거냐?”

“......아직 내게 이용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 만큼은, 알고 있지. 나한텐 아직 그가 필요하니까.”

 


마다라의 모습이 사라지고 빛바랜 녹색의 휘장만이 흔들리는 것을 바라보며, 아수라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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