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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토/하시마다]염향(染香) 二十四



二十四

 


사쿠라마치에서 돌아온 후 하시라마는 몇 시간 사이에 5년은 늙은 얼굴을 하고 있던 토비라마에게 엄청난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그 스스로도 다소 경솔한 행동을 했다는 것은 알고 있었기에 그저 조용히 입을 다물고 화가 난 동생의 말을 열심히 듣는 척했다. 한참동안 집나간 남편 바가지 긁듯 쓴소리를 퍼부어대던 토비라마는 더는 할 말도 없는 것인지 목이 아픈 것인지 잠깐 입을 다물었고, 하시라마는 그제서야 사쿠라마치에서 했던 일을 말할 틈을 잡을 수 있었다.

 


“ㅡ그 쇼히한테 그런 부탁을 했다고?”

 


토비라마는 놀랍다기보다는 황당하다는 표정이었다. 그는 대체 어떻게 하면 그런 엉뚱한 생각을 해낼 수 있는지 신기하다며 중얼거렸다. 비록 결과에 그다지 확신을 가지는 것 같지 않았지만 일단 긍정적인 대답을 했다는 말을 듣고, 토비라마는 어이없다는 듯이 픽 웃었다.

 


“아마 그 남자도 형 같은 손님은 처음 봤을 거다. 하기사 뭐 그 유남한테는 잃는 거 없는 장사지. 대충 말해주더라도 단단히 한 몫 받아챙길 수 있을지 모르고......영주 후계자나 되는 손님을 꽉 잡을 수 있을테니까. 그 남자도, 형한테 탄원서 낸 그 부부도 참 운이 좋아. 안 그래?”

 


하시라마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마저 처리할 서류를 집어들었다.

 


“정말 운이 좋았다면 그런 일들이 그들에게 일어나지 않았을 테지.”

 


토비라마는 골치아프다는 듯이 머리를 긁적이며 한숨을 쉬었다.

 


“......형, 감상적으로만 생각할 문제는 아냐. 이번에 형이 분대를 끌고 간 것 때문에 흙의 나라도 그렇고 다른 나라들도 형이 뭐 좀 안 일으키나 이쪽만 예의주시하고 있을 거라고. 얼마 전에 자객 들었던 얘기로 둘러대서 망정이지.”

“그게 아직도 먹히는 모양이구나.”

“그렇지 뭐. 확실히 낮게 보이는 게 장점이 없는 건 아냐. 티는 안 내도 그쪽에서는 형을 깔보고 있으니까 말야. 형이 맨손으로도 자객 세 명쯤은 거뜬하다는 걸 알면 어떤 표정일지 궁금한데.”

 


하시라마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웃었다. 잠시 웃는 낯을 했던 토비라마는 다시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어쨌든,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거야. 굳이 알아서들 약점 보이고 싶으시다는데 이쪽에서 마다할 이유는 없는 거잖아? 이용할 수 있는 건, 최대한 이용해야지. 상황이든, 사람이든 간에 말이야. 지금같은 상황에서 문제될 만한 일은 최대한 만들지 않는 편이 좋다고.”

“......글쎄, 그렇게 말하는 것 치곤 너도 꽤 대담하더구나.”

 


하시라마는 서류에서 눈을 떼고 동생을 올려다보았다. 토비라마는 순간적으로 흠칫한 얼굴을 하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하시라마는 피식 웃으며 시선을 다시 아래로 내렸다.

 


“오오츠츠키 상단 말이다.”

“......!”

“『달의 눈』과 연결되어있다는 증좌(證左)를 찾으려 하고 있지 않으냐? 상단주가 그를 돕는 이유도 말이다. 만약 그들이 정말로 조직과 연관이 있고 계획적으로 백아를 유통시킨 거라면, 그들 내부의 협력을 얻어내는 것이 『달의 눈』을 붕괴시킬 수 있는 결정적인 열쇠가 될 수 있을테니......”

 


토비라마는 아쉽다는 듯 칫, 잇소리를 냈다.

 


“형도 참 짓궂단 말이지. 젠장, 뭔가 좀 보여주려고 하면 이미 다 알고 있고 말야. 그러면서 아무것도 모르는 양 시치미 떼고. 재미가 없어, 재미가.”

“후계자 교육의 성과란 게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그 정도 가장도 하지 못한다면 어찌 되겠느냐? 나로서는 네가 더 열심히 할 테니 그리 나쁜 것도 아니라 생각했다만.”

 


하여간 말은, 토비라마가 툴툴거렸다.

 


“그래서, 알아낸 것은 좀 있느냐? 오오츠츠키는 의심이 간다고 해서 함부로 건드릴 수 있는 상대가 아니잖느냐. 확실한 증좌가 없다면 몰아붙일 수 없다.”

“아직 특별한 것은 발견하지 못했어. 하지만......실마리는 잡았을지도 모르겠군. 그렇다 해도, 섣불리 속단할 순 없지.”

 


하시라마는 동의한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마지막 남은 공문서를 검토한 후 결재한 서류더미의 산 위로 시원스레 던졌다. 자리를 털고 일어난 하시라마는 기지개를 켜며 목을 툭툭 두드렸다. 그는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듯 입을 다물고 있던 토비라마를 돌아보며 물었다.

 


“그 상인에 대한 조사는 어떻게 되었느냐?”

“일단 그 애들을 팔아넘겼다는 사실은 인정했어. 문제는 사쿠라마치가 아니란 거지. 거래를 한 조직에 대해서는 입을 꾹 다물고 있더군. 살해당할까봐 불안한 눈치였어. 증언 받아내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 같아. 어차피 고신(拷訊)이 시작되면 실토하지 않을 수 없을테니까.”

 


하시라마는 무겁게 가라앉은 눈으로 토비라마를 바라보았다.

 


“지난번처럼 증언을 받아내기 전에 죽는 일은 없어야 한다.”

“다른 증언을 확보해두면 문제없겠지. 그놈하고 같이 잡힌 패거리 놈들도 하나같이 고문도구만 봐도 오줌 지리는 놈들이라 말이야. 인두질 몇 번 해주면 연기 잘할 걸. 이왕이면 패는 많은 게 좋잖아?”

 


하시라마는 미간을 조금 찌푸렸지만 반대하지는 않았다. 중요한 것은 인신매매를 자행하고 있는 조직을 잡는 일이다. 꾸며낸 증언이라 할지라도 그 효력은 진짜와 다르지 않다. 어차피 어디서 잡히든 한 일로 보면 처형을 피할 길 없는 범죄자들뿐. 밖에서 죽으나 여기서 죽으나 그 끝은 정해져 있었다. 하시라마는 눈을 감았다. 공포에 질린 어린 남매의 처절한 비명소리가 귓가에서 울리는 듯 했다. 그는 문득, 쇼히를 떠올렸다. 그는, 어떻게 사쿠라마치에 오게 된 것일까. 혹 이 남매와 다르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그 마을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자신이 철없는 질문을 했을 때, 그가 지었던 냉소적인 얼굴이 떠올랐다. 누군가를 잃었느냐는 질문에 일순 굳어지던 표정도. 화려한 감옥이나 다름없는 그곳에서, 그는 무엇을 보고 어떻게 살아왔을까. 무엇을 얻고, 무엇을 버렸을까. 생각해보면 자신은, 쇼히란 이름 외에는 그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형, 이번에 오오츠츠키 상단과 협상하는 건에 대한 건데. 이건 내 생각이지만, 괜찮으면 형이......”

“저, 하시라마 님. 하시라마 님 앞으로 서신이......”

“그 건은 아직 시간이 있으니 나중에 이야기하도록 하자꾸나. 내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말해주거라.”

 


토비라마가 잡기도 전에 하시라마는 시동을 따라 휑하니 나가버렸다. 집무실 안에 덩그러니 남겨진 토비라마는 열린 문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찾았느냐?”

 


카부토가 고개를 끄덕였다. 주홍빛 나비가 그려진 진남색 유카타만 걸치고 있던 마다라는 찌르는 듯한 시선으로 카부토를 응시했다. 카부토는 남매의 초상이 그려진 그림을 꺼내보이며 말했다.

 


“이 얼굴에 북부 지방 억양과 사투리가 말투에 남아있을 거라고 하셨지요?”

“그래.”

“시기가 적절했습니다. 조금만 늦게 찾으려고 했어도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앵화(櫻話)1는 아무리 늦어도 5년이면 완전히 입에 배어버리니까요.”

“그래서, 어디냐?”

 


카부토는 미간을 살짝 좁히며 노기쿠야라고 대답했다. 그는 남매가 처음부터 한꺼번에 팔려와 같은 유곽에 들어갔었다고 말했다. 자신이 팔려온 것이라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던 카무로들이 으레 그렇듯이 두 아이 모두 유곽에서의 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는 모양이었다. 매일 울고 잠시도 서로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통에 마와시들이 억지로 떼어놓아야 했다고 했다. 마다라는 급격하게 기분이 더러워지는 것을 느끼며 뭐라도 집어던져 박살내버리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다.

 


“어쨌든 둘 다 있기는 하다는 거로군.”

“......작년까지는, 그랬지요. 남동생 쪽은 얼마 전에 죽었답니다.”

 


마다라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 만약 그의 손에 장죽이 쥐어져 있었다면 아마 분명 바닥으로 곤두박질 쳤을 것이다.

 


“노기쿠야의 마와시 말로는, 도망치려다 난간에서 떨어져 죽었다는군요.”

“하......”

 


마다라는 헛웃음을 절로 나오는 것을 느꼈다. 카부토도 자신이 전한 말이 어이없다는 사실을 아는지 대놓고 빈정대는 어조였다. 마다라는 가슴 속에서부터 웃음이 터져나오는 것을 숨기지 않았다. 꼴에 꾸민답시고 지껄이는 말인가. 거짓말을 하려면 제대로 된 거짓말을 만들면 될 것을. 마다라는 검지와 중지로 찌푸려지려는 미간을 꾹 눌렀다. 서너 살짜리 코흘리개도 아니고 여덟 살이나 된 남자아이가, 그렇게 끔찍이 여기는 누나를 두고 혼자 도망을 치려 한단 말인가? 좆까고 있네. 마다라는 여자아이의 얼굴이 꽤 보아줄 만 했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 정도면 다소 나이가 많더라도 후에 후리소데 신조가 될 카무로로 키우려 했을 터다. 하지만 오이란으로의 길이 예정된 후리소데 신조가 될 기회를 갖는 카무로는 열 명 중 한두 명도 되지 않는다. 타고났든 그렇지 않든, 가진 것이 많으면 질투와 시기는 반드시 뒤따라온다. 분명 적잖은 괴롭힘을 당했을 것이다. 사람이란 남보다 혈육을 지키려 하는 법이다. 의지할 사람이 서로일 뿐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었다.

 


“ㅡ큭!!!”

“쇼히!? 괜찮습니까?”

 


자신을 부축하려 하는 카부토에게 마다라는 한 손을 들어 물러나라는 뜻을 표했다. 제기랄, 또냐. 머리가 여러 개의 송곳에 꿰뜷리는 것처럼 아파왔다. 서 있는 것도 아니고 앉아 있을 뿐이건만, 마치 비틀거리는 것처럼 시야가 흔들렸다. 분명치 않은 눈 앞에,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모를 장면이 불쑥 튀어나왔다. 또다시 비명소리가 들린다. 물이 출렁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한 남자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그가......그가 뭔가를 하려는 것 같았다. 그 남자를 생각하자 머리가 다시 얇은 쇠고리로 꽉 조이는 것 같은 통증이 일었다. 그의 얼굴엔 흉터가 있었다. 칼로 베인 듯한, 커다란 흉터가. 그 남자가 자신을 바라보았다. 그의 입이 아주 재미있는 여흥거리라도 보고 있다는 듯 비스듬히 비틀렸다. 안 돼. 순간적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안 돼, 제발. ......는 안 돼. 젠장,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마다라는 머리를 감싸쥔 채 통증을 참으며 괴롭게 숨을 몰아쉬었다.

 


“쇼히, 주인님을 불러오겠습니다.”

“......필요 없다.”

“지금 당신 얼굴이 어떤 줄 알고 그런 소릴 하는 겁니까?”

“닥쳐!!!필요 없다고 했잖아!!!!”

 


상감을 한 값비싼 자기가 벽에 부딫혀 산산조각났다. 카부토의 뺨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마다라는 통증이 조금씩 가시는 것을 느끼고는 손을 내렸다.

 


“......계속해라. 그럼 누이 쪽은, 아직 노기쿠야에 있는 것이냐?”

“예.”

 


카부토는 흰 천을 뺨에 가져다 대며 평소와 다름없는 얼굴로 대답했다. 마다라는 숨을 고르며 짜증난다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마다라의 시선을 피하지 않으며 말했다.

 


“틈을 잡기가 까다롭긴 하겠으나 이곳으로 데려오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그쪽의 보우하치가 알면 분명 가만있지 않겠지요. 안 그래도 스이센카야와 주인님을 눈엣가시로 보는 사람이니 말입니다. 아키하 오이란의 일도 있으니, 분명 앙심을 잔뜩 품고 있을 겁니다.”

“그 문제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일단 그 아이를 그쪽에서 빼내거라. 내 방에 데려다 놓는 편이 좀 더 시간을 벌 수 있을 거다.”

 


카부토는 고개를 끄덕이며 방 밖으로 나갔다. 홀로 남은 마다라는 시험삼아 이마를 움켜쥐듯 잡아보았다. 두통은 확실히 사라져 있었다. 이번에야말로 그 남자의 얼굴을 기억해낼 수 있을까 했는데, 여전히 흉터 외에는 흐릿했다. 떠올릴 때마다 점차 뚜렷해져가는 이 기억들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인지, 마다라는 아직도 알 수가 없었다. 그는 더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고 지필묵을 꺼내어 바닥에 펼쳤다. 붓을 쥔 마다라의 손이 일필휘지로 종이를 채워나갔다. 한 다경(茶頃)도 못 될 짧은 시간에 붓을 뗀 그는 빠르게 서신을 밀봉하고는 밖에 서 있던 마와시를 불러 그를 건네주었다.

 


“적어도, 유시(酉時)가 끝나기 전까지는 반드시 오셔야 한다고 전해라.”

 


시간은 많지 않았다. 이 마을의 문이 닫히기 전에, 이 곳에서 두 번 다시 벗어날 수 없게 되기 전에, 그 아이를 내보내야 한다.



 



  1. 에도시대의 유곽마을에서는 廓詞라 하여 유녀들만이 쓰는 독특한 말투가 있었다. 여기서는 앵화(櫻話)로 바꿨다. 이런 말투가 입에 배면 출신지를 알기 힘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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