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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토/하시마다]염향(染香) 二十


二十

 



“과연, 불의 나라를 대표하는 상단이라 할 만하군. 아주 융통성이 있어.”

“오오츠츠키 상단 말씀이시옵니까?”

 


고토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의 미간은 방에 들어왔을 때부터 줄곧 찌푸려진 채였다. 마다라는 그에게 다가서며 넌지시 물었다.

 


“왜 그리 기분이 좋지 않으신 것이옵니까?”

“몰라서 묻는 것이냐?”

 


마다라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눈을 깜빡였다. 그, 고토와 눈이 마주치자 그의 입가가 호선을 그렸다. 기분이 크게 상한 얼굴을 하고 있던 고토는 마다라에게 달려들다시피 하여 그를 품 속으로 끌어넣었다.

 


“대체 왜 미우케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것이냐? 그 쿠라마가 네게 부탁까지 하였거늘......그는 나에 대한 충성 때문이 아니었다면 결코 너를 보려고 하지도 않았을 것인데.”

“그렇지요. 드러내지 않으려 애는 쓰더군요.”

“네가 다시 나지미를 맞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내 마음이 어땠는 줄 아느냐? 내가 손댈 수 없는 자였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그놈에게 결투를 신청할 뻔했다. 지금도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단 말이다. 정녕 내 마음을 모르겠느냐?”

 


센쥬 하시라마를 떠올리며 마다라는 작게 코웃음을 쳤다. 그 높은 분께서 이마와 입술에 입맞춘 것 외에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는 걸 알면 당신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마다라는 고개를 돌려 고토의 뺨에 가볍게 입술을 갖다대고는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소첩이 몇 번이고 말씀드리지 않았사옵니까. 소첩의 대답은 정해져 있다는 것을요.”

“너무 지나치다 생각하지 않나, 나는 지금이라도 당장 너를 가마에 태워 이곳을 나가고 싶단 말이다!”

 


마다라의 눈이 흐려지자 고토는 멈칫했다. 마다라는 그의 품에 얼굴을 묻으며 울먹거리듯이 중얼거렸다.

 


“조금만, 조금만 더 기다려줄 수는 없는 건가요 미치......?”

“!”

“당신도 알잖아요. 당신이 없으면 난 여기서 외톨이나 다름없다는 거......당신이 내게 오기 전까지 날 버틸 수 있도록 해 준 건 다카오예요. 그가 사쿠라마치를 나가서 다시 돌아올 때까지 무슨 일을 겪었는지, 당신에게 다 말해줬잖아요. 그는 이제 얼마 살지 못한다는 것도......”

“그렇다고 해서 네가 그 남창의 뒷바라지를 계속 해줄 건 뭐란 말이냐? 다른 자에게 맡겨도 되는 일이 아니냐?”

 


마다라가 고개를 살짝 들었다. 붉어진 그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소문이 돌고 있어요.”

“소문?”

“같은 후리소데 신조였을 때, 내가 그를 시기해서 충동질해 도망치도록 만들었다고요. 그와 함께 도망쳤던 애인을 몇 번 마주친 적이 있다는 이유로 말이에요.”

 


마다라는 긴 옷소매로 눈가를 닦으며 애써 괜찮은 척 눈을 내리깔았다.

 


“하지만 그런 소문따윈 아무래도 좋아요. 나는 신경쓰지 않아요......그렇지만 그를 내버러둘 수는 없어요. 내가 떠나버리면, 그는 정말 혼자가 되어버리니까. 혼자 쓸쓸하게 마지막을 맞아야 할 테지요. 내가 참을 수 없는 건 그것이에요.”

“쇼히.......”

“하지만 그것보다 더 참을 수 없는 게 뭔지 아나요?”

 


마다라는 그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나 때문에 당신의 평판이 나빠지는 것이에요. 나도 잘 알고 있어요, 미치. 당신이 나를 맞아들이려고 하는 일 때문에 가신들과 계속 다투는 것을......”

“네가 신경쓸 일이 아니다.”

“어떻게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있나요? 당신과 관련된 일인데, 나한테 신경을 쓰지 말라고 하는 거예요?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당신은 아나요?”

 


마다라가 식식거리며 숨을 몰아쉬었다. 그는 고토의 팔을 뿌리치며 그에게서 떨어졌다.

 


“......나는, 차라리 당신이 미우케를 물렀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적어도 당신의 이름에 누가 되는 일은 없을 테니까!”

 


말없이 자신에게서 고개를 돌린 마다라를 바라보던 고토는 그에게 다가가 다시 한번 그 몸을 꽉 끌어안았다.

 


“내가 정말 그러길 바라느냐? 쇼히......”

“......”

 


고토는 연인의 얼굴을 돌려 약탈하듯 그의 입술을 탐했다. 그를 밀어내려는 작은 움직임에도 그는 꿈쩍하지 않았다. 한참 후에야 마다라에게서 떨어진 고토는 그의 귀 밑에 자리한 문신을 사랑스럽다는 듯이 핥으며 말했다.

 


“나는 기필코 너를 맞아들일 것이다. 내 것으로 만들고 말겠단 말이다. 나를 믿어라, 쇼히. 너는 무슨 일이 있어도 내 것이 될 것이다.”

 


마다라는 대답 없이 그의 입술에 다시 한번 자신을 맡겼다. 그의 눈에서 참을 수 없는 기쁨을 연기하는 베일이 걷히며 차갑게 빛나는 것을, 고토는 보지 못했다. 마다라는 그를 향해 웃으며 생각했다. 그래. 당신의 것이 되어주지. 그러니 안심하고 기뻐하라고. 적어도 당신이 죽을 때까지, 나는 당신의 것이니까.








 

 

 

“쇼히.”

“......카부토냐.”

 


문이 열리고 카부토가 방 안으로 들어와 앉았다. 마다라는 담뱃대를 입에 문 채 서신을 읽으며 요우키의 안마를 받고 있었다.

 


“몸은 괜찮으신지요? 고토 나리께서......”

“예약된 손님이 있다고 말해두어 동침하지는 않았느니라. 그보다, 새로운 손님이라는 자에 대해서나 말해보아라. 어떤 자이냐?”


 

카부토는 안경 뒤로 예리한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저도 자세하게는 알지 못하나, 지난번에 오오츠츠키 상단주가 열었던 연회가 있잖았습니까. 당신은 나가지 못하셨지만 말입니다.”

“그래.”

“그 곳에서 코쿠오 공이 데려와 소개시킨 자라 합니다. 이름은 하고로모라 하더군요. 아시다시피, 코쿠오 공은 오오츠츠키 상단에서 중책을 맡고 있지 않습니까. 얼굴은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상인으로서는 뛰어난 자라는 소문입니다.”

“네가 보기에는 어땠느냐?”


 

카부토는 잠시 생각하는 듯 싶다가 입을 열었다.


 

“얼굴 한쪽이 완전히 머리카락으로 가려져 있다시피 하여 전체적인 인상은 볼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눈을 보니 결코 진중한 자처럼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호색한(好色漢)도 그런 호색한이 없을 것 같아보이더군요.”

“ㅡ흐응.”

“그날 그를 상대한 유남만 다섯이었는데, 전부 그 다음날 내내 앓아누워 있었다고 하더군요. 성격도 그리 얌전하지 않은 게 분명합니다.”


 

마다라는 재미있다는 듯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그런 놈일수록 애태우는 재미가 있는 법이지. 카부토가 초조한 눈으로 서둘러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하자 그는 따분함이 역력한 얼굴을 했다.


 

“......나가기 싫어지는군. 어차피 또 귀찮은 일만 늘게 될 것인데 말이다.”

“쇼히! 그런 말을 할 때가......”

“농담이니라. 여흥이 있을 텐데 놓칠 수도 없는 일......”


 

마다라의 어깨와 목을 열심히 주무르고 있던 요우키가 마다라의 어깨에 턱을 톡 얹으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재미있는 일? 무슨 일인데요? 불꽃놀이가 일찍 열리기라도 하는 건가요?”

“글쎄다.”


 

마다라는 그리 대답하며 카부토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카부토는 웃음기 하나 없는 눈으로 그 시선을 맞으며 살짝,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ㅡ어쩌면, 길 한복판에 말로만 듣던 유령이 나타날는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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