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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토/하시마다]염향(染香) 十七



十七

 

 



“생산지의 위치는 아직인가?”

“조사해 보니, 불의 나라에서는 자라지 못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재배가 가능한 지역은 아직.....”

“알았다, 나가보아라.”

 


토비라마는 손에 있는 보고서로 시선을 내렸다. 국외로 보냈던 세작들에게서 온 것이었다. 눈에 바로 보일 정도는 아니지만, 서서히 백아의 유통량이 줄어들고 있다는 말이 쓰여 있었다. 하지만 그런다고 이미 있는 중독자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기에 염독의 위험성은 암암리에 퍼져 있는 모양이었다. 불의 나라의 상황과 그리 다르지는 않았으나 그 정도는 다소 약했다. 토비라마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전염이 되지 않는 병이기에 망정이지......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아팠다.

위치를 알아낸 여섯 개의 거점 중 네 개를 부수고, 정제한 백아를 쌓아둔 저장소들을 상당수 찾아내 그를 압수하긴 했지만 안심할 수는 없었다. 백아는 불의 나라 안에만 퍼지는 것이 아니었다. 국외에도 저장고들이 있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일단 국외에 위치한 이상 자신의 권한 밖이었으므로 손을 댈 수 없었다. 지금까지의 조사한 활동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그들이 주로 활동하는 지역은 불의 나라에 속하는 곳들이었다. 찾은 거점 네 개가 불의 나라에서 발견된 것만 해도 그랬다. 그렇지만 이곳에서는 자라지 못한다......토비라마는 미간을 좁혔다. 타국에서 협조를 받을 수도 있겠지만, 내정간섭의 여지를 남겨둘 뿐더러 정보가 샐 위험도 있었다. 또한 백아 생산지와 가공장소를 파악해 없애는 것도 중요했지만, 더 중요한 것은 남은 『달의 눈』 간부들을 잡는 일이었다.

 


“공범인가......”

 


토비라마에게 있어 가장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목표는 『달의 눈』 자체를 완전히 없애버리는 것이었다.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두어선 안 된다. 갑자기 생겨난 조직도 아니고, 자본도 조직망도 어설픈 노상강도나 인신매매단과는 비교할 수 없다. 백아라는 수단이 없어진다 할지라도 이 정도로 부풀어오른 이상 다른 수단을 찾아 악착같이 조직을 영위할 가능성이 높았다. 때문에 조직의 간부들은 반드시 붙잡아야 했다.

 


“......선인(仙人)이라니.”

 


토비라마는 기가 찬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현재 남은 다섯 간부들에 대한 정보는 인상착의도 출신에 대한 것도 두루뭉술했지만, 한 가지 알려진 것은 그 중에 한 사람은 조직원들로부터 선인이라 불린다는 것이었다. 토비라마는 직감적으로 그가 조직의 우두머리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조직의 정연한 움직임을 보건대 이는 조직의 중심을 확실히 잡고 있는 자가 없다면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어도 잡아야 하는 상대였다. 그러나 문제는 공범이었다.

조직이 백아를 밀매하는 데 조력자를 가지고 있었던 것은 틀림없었다. 백방으로 유통경로를 탐색해 본 결과 확신할 수 있었다. 상단, 그것도 규모가 상당히 큰 상단의 관여가 있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리 능숙하게 행적을 지워 교란시키는 일이 가능할 리가 없었다. 상인들만이 알고 있는 불의 나라 곳곳의 길들을 이리 자유롭게 사용하며 돌아다니는 것도 포함이었다. 토비라마는 머릿속으로 이름있는 상단들의 목록을 죽 흝었다. 이 중 어느 쪽이 공범인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었으나, 상단주나 그 가문이 직접 유통에 가담하고 있을 것은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정도의 광범위한 뒷받침을 해주고 있는데 알지 못하고 있다면 그놈은 상단주란 이름을 붙이기도 아까운 호구였다.

 


“게 아무도 없느냐?”

“예, 토비라마 님. 부르셨습니까?”

“시무라와 카가미에게 따로 온 보고는 없느냐?”

“아직까지는 없습니다만......”

 


토비라마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가라는 손짓을 했다. 상단들을 감시하는 것이 들켰다간 의심과 악감정만 불러일으키는 최악의 결과가 나올 것이다. 그렇게는 안 되지. 특히 대상단일 경우 좋은 관계를 맺어놓지 않으면 후에 필요한 때 이용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 토비라마는 붓 끝으로 책상을 툭툭 쳤다. ......이 녀석은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지.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고,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문이 벌컥 열리며 기다리던 사람이 방 안으로 걸어들어왔다.

 


“사람이 있을 땐 문을 두드려야 하는 거 아닌가?”

“다른 사람이 있다면 그래야 하지만, 당신뿐이라면 그럴 필요는 없겠지요.”

 


칼같이 돌아오는 즉답에 토비라마는 피식 웃었다.

 


“늦어놓고 말은 잘하는군.”

“왔다는 사실에 의의를 두시지요.”

 


날카로운 검은 눈이 얼음처럼 예리하게 빛났다. 하여간 한 마디도 안 지는군. 토비라마는 턱을 만지며 눈 앞의 남자를 응시했다. 정말 귀염성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다.

 


“그래서......그쪽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지?”

“곧 있으면 잡아낼 수 있을 듯 합니다. 다만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합니다.”

“이왕 실마리를 잡는 거라면 끝까지 잡아당겨봐야겠지. 사쿠라마치에서 알아낼 수 있는 것이라면 놓치지 마라. 중요한 저장고이니 간부가 직접 모습을 드러내진 않더라도 꽤 자리있는 똘마니들이 드나들테지. 간부들이나 특히 그 선인에 대한 정보원을 얻을 수 있는 기회다.”

 


남자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이 토비라마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토양에 대한 것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생산지역을 정확히 잡아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불의 나라에서는 자라지 않는다는군.”

“바람의 나라는 국토의 절반 이상이 사막이니 논외로 치면, 물의 나라 아니면 흙의 나라로군요.”

“그렇겠지. 하지만 지금은 간부들을 잡는 일이 우선이다. 보다 줄 수 있는 타격이 큰 쪽을 노려야질 않겠나.”

 


남자는 눈썹 하나 까닥하지 않고 말했다.

 


“간부들과 생산지를 동시에 잡는다면 후의 수고를 덜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렇다면 더할 나위없지. 하지만 생산지를 알아내는 데 걸리는 시간이 만만찮고, 생산지를 알아낸다 한들 외교적 마찰을 피할 수 없을 거다. 게다가 조직의 뇌물을 먹고 그와 연관된 자들이 영주들의 주변에 포진해 있을 터......쉬이 협력을 해주지는 않을 것이다. 협력이 있다한들 시늉만 할 가능성도 있어.”

 


남자의 눈이 순간 통렬한 비웃음을 담았다.

 


“명분이 있다면 어떻습니까?”

 


남자는 품 안에서 서찰 하나를 꺼내어 토비라마에게 건네주었다. 종이를 펼쳐 읽은 그는 눈을 크게 떴다.

 


“......과연. 꼬리가 길면 밟히긴 하는군.”

 


『달의 눈』이 배후로 여겨지거나 그 조직원들의 소행으로 여겨지는 범죄 사례는 차고 넘쳤다. 그러나 확실한 물증이 잡힌 적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때문에 조직을 알고 있다 한들, 그를 뿌리뽑겠다는 공식적인 선언을 하기 위한 적당한 명분을 내세울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그들의 범죄를 명실공히 입증할 수 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백아와 토양에 대해서도, 꽤 믿을 만한 자에게 부탁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실력은 확실합니다.”

“......하지만 이거, 제대로 키울 수 있겠나? 그쪽에서 협박만 하면 입을 다물어 버릴지도 모르는 일일 텐데.”

 


남자의 눈이 얼음처럼 차갑게 빛났다.

 


“그럴 상황을 만들면 됩니다. 만에 하나 그 사실이 밝혀지더라도, 이쪽에서 잃을 것은 없습니다.”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토비라마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토비라마가 그의 바로 앞까지 다가와도, 그는 눈썹 하나 떨지 않았다. 토비라마의 손가락이 그의 복면을 살짝 끌어내렸고 눈 위에 새겨진 흉터와 동일한 붉은 선들이 마구 그어진 피부가 드러났다. 남자의 손은 토비라마가 그의 복면을 그 이상 벗기도록 두지 않았다. 딱 자르듯이 거부당한 손을 접으며 토비라마는 입꼬리를 조금 올렸다.

 


“넌 마치 집 안에서만 자란 영애(令愛)같군. 옷도 마찬가지고......아니, 이쪽은 비구니에 더 가까운 것일까.”

“오해 살 만한 행동은 그만둬 주십시오. 당신의 추종자들과 또다시 소모적이기만 한 싸움을 벌일 생각은 없습니다.”

 


토비라마는 눈썹을 슬쩍 찌푸렸다. 그 일에 대해서는 자신도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렇지만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듯 냉담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 그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거침없군. 무서울 정도야.”

“본디 한 가지만을 바라보는 자들은 그렇습니다.”

“넌 정말 숨김이란 게 없군. 경솔하다고 해야 할지 뭐라고 해야 할지......하긴, 그게 너라는 인간이겠지만 말이다.”

 


복면을 눈 바로 아래까지 끌어올린 남자는 토비라마를 향해 고개를 숙여보이고는 뒤로 돌아섰다. 토비라마는 불현듯 입을 열어 물었다.

 


“오오츠츠키, 휴우가.”

“.....!”

“네 생각엔, 어느 쪽인 것 같나?”

 


남자는 한동안 가만히 서 있다 마침내 입을 열어 대답했다.

 


“오오츠츠키입니다.”

 


토비라마는 꽤나 만족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걸어나가는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붉은 비단끈으로 묶인 남자의 검은 머리카락이, 하나로 묶여 흔들렸다. 역시 그 때의 거래는 할 만한 가치가 있었군. 토비라마가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너도 아마 그렇게 생각할 테지. 안 그런가?

 


“ㅡ마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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