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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토/하시마다]염향(染香) 十三






十三

 

 


‘좋아해요.’

‘좋아한다구요.’

‘좋아해요, 당신을.’

 

 


‘그러니까 제발, 날 두고 가지 말아요.’

 






눈가가 축축했다. 눈을 돌리자 축 늘어진 흰 가슴털들이 보였다. 몸을 일으키자 뭔가가 뺨을 타고 아래로 흘러내렸다. 마다라는 옷을 걸쳐 입으며 소매로 눈 밑을 눌렀다. 일어서자마자 정사의 찌꺼기가 다리 사이를 지나 종아리를 타고 흘러내렸다. 마다라는 널브러져 있는 옷을 아무거나 집어들어 불순물을 닦아내고는 낮은 장 위에 놓여있던 부채를 집어들었다. 금침 속에서는 비몽사몽으로 가지 말라며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방문을 닫고 나오니 하늘에는 달조차 보이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발을 옮기는 데는 아무것도 필요치 않았다. 이곳의 구조라면 이미 한참 전에 다 외운 상태였다. 아직도 붉은 불빛이 켜져있는 방이 있었다. 늦은 새벽인데도 연회는 계속되고 있었다. 누가 가장 열렬하게 술잔을 들이키고 있을지는 안 봐도 뻔했다. 밤새 이불 속에서 눈을 꼭 감은 채 떨고 있을 요우키를 생각하며 방에 돌아갈까 고민하던 마다라는 잠시만 앉아 쉬기로 했다. 희미한 여름의 숨결이 묻어오는 바람이 기분 좋았다. 바람은 그 사람을 떠올리게 한다. 그는 이런 바람을 좋아했다. 산들바람에 둥실둥실 떠다니는 나뭇잎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고 했었다.

왼손에 쥐어진 부채에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마다라는 눈을 감고 말없이 침묵을 지켰다. 자신에게 격정 따위는 아무런 도움도 안 된다. 감상에 빠지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생각한대로 움직인다면 그뿐이다.

『밑』에 가보고 싶었지만 지금 시간이라면 자물쇠로 굳게 닫혀 있을 것이다. 마다라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복도를 걸으며 머릿속을 가다듬었다. 지금 자신이 어디쯤에 와 있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었다. 일단 한 가지는 확실하다. 고토 미츠자네는, 자신에게 완전히 빠져 있다. 그는 요즈음 하루가 멀다하고 미우케(身請け)1를 받아달라 조르고 있었다. 물론 자신은 거절하고 있다. 이유를 대려 하면 한도 끝도 없다. 우선 하마츠의 신하들, 고토의 가신들은 이 일에 대해 절대 반대하는 입장에 있다. 고토에겐 현재 아내가 없었다. 집안의 힘이 있고 성을 안정시킬 수 있는 안주인이 없는 상황에서 첩, 그것도 사쿠라마치 출신인 남창(男娼)을 들인다는 것은 신하라면 누구나 반대할 만한 일이었다. 고토가 자신에게 빠져 영지의 재산을 마구 써대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자들은 더욱 심하게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그의 충신들과 원로들은 고토의 충실한 심복이자 오른팔인 쿠라마 나가히데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고토에게 간언하고 있었다. 그가 아직까지 자신의 거절을 받아주는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했다. 애초에 그가 멋대로 자신을 손에 넣도록 만들 생각도 없었지만. 그에게 가는 것은 아직 일렀다. 완벽히 준비되기 전까지 자신은 움직이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를 위해서는 『달의 눈』의 도움이 있어야 했다.

 



“같은 목적이라면......이야기가 빠르겠지.”

 



백아로 인한 세력 확장과 조직의 발전은 새로운 본거지, 확실하게 공식적인 세력으로써 자리잡을 수 있는 터에 대한 필요를 증폭시켰다. 다른 나라들이 백아의 위험성을 점차 눈치채게 되었지만, 그들의 행동은 조심스럽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럴 필요가 없었던 탓이다. 외인들과의 친밀한 관계, 백아를 공급하는 것으로 구축한 각국 인사들과의 관계를 방패로 삼고 있는 그들을 쉬이 건드릴 수는 없었다. 그들은 이용가치가 충분했다. 마다라는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아마 자신이 나설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인륜 따위는 옛저녁에 버린 자들이다. 그들에게 있는 것은 끝없는 물욕뿐이다. 그런 자들이 발광하며 죽어가는 것은 즐겁게 감상할 만했다. 마다라는 서랍 깊숙한 곳에 들어있는 초상화를 떠올렸다. 이제, 남은 것은.......

 



“ㅡ으읏.....!!”



 

또다시, 보이지 않는 화살에 머리를 관통당한 것 같은 아픔에 몸이 경직된다. 마다라는 몸의 중심을 잃고, 간신히 벽을 잡은 채 무릎을 끓었다. 눈 앞이 한순간 새하얗게 번쩍였다. 마다라는 한 손으로 이마를 움켜쥐듯 붙잡았다. 이번에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눈 앞이 흔들리는 것처럼 머릿속이 울린다. 그것은 경고하는 것처럼 들렸다. 쓸데없는 것을 기억해내려 하지 말라고. 그저 눈앞에 있는 것에만 집중하라고. 다 끝나면 모든 게 편해질 거라고. 아픔 뒤에 오는 어지러움 속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다른 목소리가 끼어든다. 너는 이 선택을 후회하지 않느냐고, 정녕 이 길 외의 다른 길은 없는 것이냐고 묻는다. 마다라는 미친 사람처럼 웃었다. 애초에 선택지는 정해져 있었다. 포기할 것인가, 포기하지 않을 것인가. 미칠 것인가, 미치지 않을 것인가. 쿡쿡거리는 웃음소리가 저절로 흘러나왔다. 미치지 않을 것인가, 라니. 그 누가 여기서 제정신으로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앞으로 한 발을 디디는 순간, 누군가의 손에 끌려 품 안으로 끌어당겨졌다. 정신이 들었을 때는 이미 깊게 들어온 혀에 입 안을 남김없이 유린당하고 있었다. 몸과 반대로 차가워지는 머릿속에서, 전혀 달랐던 입맞춤을 떠올린다. 단 한번, 입술에 잠깐 닿았다 떨어졌을 뿐인 입맞춤. 난생 처음, 주변의 모든 것을 잊어버릴 정도로 황홀했지만, 얼음 속에서 뛰고 있던 심장이 수백 갈래로 찢어지는 듯한 슬픔을 느꼈던 그 입맞춤.

 



‘미안하다.’

 



‘나를, 용서해다오.’ 



검붉은 살의의 안개가 온 몸을 자욱하게 채웠다. 너무나도 순식간에 맑아진 머릿속에, 위화감이 든다.



 

“너를 기다리느라 미쳐버리는 줄 알았다. 조금만 늦었다면 당장 방으로 쳐들어가서 그 늙은이를 죽여버렸을 것이다.”

“미치......안아 줘요. 이걸론 부족해......”



 

그가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을 덮어왔다. 눈 깜짝할 사이에 속옷이 벗겨지고, 거친 손길이 음경을 움켜쥔다. 쉰 지 얼마 되지 않은 몸이 다시 열기를 띠었다. 붉은 자욱들이 목덜미와 넓적다리, 엉덩이에 피어난다. 마다라는 다리를 벌려 고토의 허리를 감싸 끌어당겼다. 한쪽 다리가 그의 어깨에 걸쳐지고, 아래로부터 꿰뜷려 허리가 휘어진다. 이윽고 시작된 격렬한 추삽질에 마다라는 눈을 감으며 헐떡였다. 아아, 마다라는 신음소리를 내며 생각했다. 그 사람이, 내게 이렇게 해주길 바랐는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느냐?”



 

마다라는 눈을 들어 고토를 똑바로 쳐다보며 속삭였다.



 

“당신.”



 

어떻게 하면 당신을, 더 고통스럽게 죽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비참한 꼴로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당신을 더 절망 속에서 죽게 만들 수 있을지를 생각해. 결국 한 번도 날 수 없었던 그 사람, 그럼에도 어떤 것도 포기하지 않았던 사람, 마지막 순간에도 그저 슬프게만 웃었을 그 사람, 결코 얻을 수 없었기에 그토록 아프게 연모했던 그 사람. 그 사람이 맛보아야만 했던 지옥보다도 더한 지옥을, 어떻게 하면 당신에게 보여줄 수 있을까를 생각해.

 


그 사람을 내게서 빼앗은 너는, 죽어야만 하니까.








 




  1. 유녀의 몸값을 치르고 기적(妓籍)에서 그 이름을 빼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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