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내용으로 건너뛰기

[나루토/하시마다]염향(染香) 七






 

“하시라마 님, 토비라마 님, 대문에 도착했습니다.”



 

하시라마는 가마에서 내려 사쿠라마치의 붉은 대문을 올려다보았다. 활짝 열린 문 안으로 보이는 거리에는 그들이 걷고 있는 도원향을 맛보고, 음미하고 싶어하는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뭘 그렇게 보고 서 있어? 빨리 들어가자.”



 

토비라마가 어깨를 툭 치며 손가락으로 입구를 가리켰다. 하시라마는 문을 통과해 거리로 들어가며 이전과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고 생각했다. 이곳은 정염과 열락을 위해 존재하는 낙원이었고, 일반적인 ‘세상’과 단절되어 있는 장소였다. 하시라마는 고개를 돌려 방금 지나온 붉은 대문을 바라봤다. 저 문을 지나는 것만으로, 밟는 땅이 달라진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 날 샐 줄 모른다더니.”

“갑자기 무슨 말이냐?”

“형도 역시 사내는 사내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시카쿠에게 들었어. 광가회에 갔다왔다며? 갔다온 사람들 말을 들으니 굉장했던 모양이던데. 나도 갔으면 좋았을텐데 아쉽더군. 설마 그 쇼히가 춤을 출 거라곤 예상 못했거든.”



쇼히. 오로치마루가 말했던 그 유남인가. 주변에서 사쿠라마치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꼭 한 번 이상은 듣게 되는 이름이었다. 미소년에 가까운 유남들밖에 보지 못한 하시라마로서는 스이센카야의 가장 유명한 유남이라는 그의 모습 역시 빼어나게 수려한 소년으로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옆에서 토비라마가 그가 춤을 추는 일은 매우 드물고, 한번 그 춤을 본 사람은 예외없이 그의 포로가 되고 만다는 이야기를 줄줄 늘어놓아도 하시라마는 그렇구나 하고 말았다. 지나치게 덤덤한 그의 반응에 토비라마는 김이 샌다는 표정을 지었다.



 

“뭔 반응이 이렇게 심심해. 목상에 대고 얘기하는 것 같잖아. 형은 관심 없어? 사쿠라마치 최고라고 불리는 유남이라니까?”

“글쎄......나는 소년에는 관심이 없으니 말이다. 스이센카야는 왜 그렇게 유남들로 유명한 것이냐?”



 

토비라마가 즉답했다.



 

“그야 처음 유남이 생겨난 가게가 그 스이센카야니까.”

“유남이......생겨났다?”

“아아. 내가 듣기로는 사쿠라마치가 만들어졌을 즈음에는 가게에 유녀밖에 없었다고 했어. 아마 외인과 전쟁이 일어나기 전까지도 그랬던 것 같은데. 유남이 생긴 건 전쟁이 일어난 후였다고 하더군. 그게 아마......전쟁으로 부모를 잃고 스이센카야에 일꾼으로 팔려온 어린 남자아이가 있었는데, 그 남자아이가 꽤나 봐줄 만한 얼굴을 갖고 있었다지. 유곽을 찾아온 손님들이 그 아이를 힐끔힐끔 쳐다보는 걸 보고, 유곽 주인이 장난삼아 유녀처럼 꾸며 내놓았는데, 기대 이상의 효과였던 거지. 손님들이 너도나도 그 소년을 찾으려 들었다는군. 인기가 엄청났다는 거야. 그 후로 스이센카야에서는 어린 남자아이들도 사 와서 유남으로 키우기 시작했고, 다른 가게들도 그걸 따라하기 시작했다더군.”



 

토비라마는 생각에 잠긴 얼굴로 턱끝을 매만졌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스이센카야는 유남들이 많은 다른 고급 유곽들과 비교해도 특히나 뛰어난 유남들이 많아. 코우시 이상은 유남들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지금이야 쇼히가 사쿠라마치를 아예 먹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지만, 그 이전에 유명했던 유남이라면 역시 우치하류의 히스이(翡翠)지.”

“우치하류?”

“히스이는 웬만한 게이샤 이상으로 기예에 능한 유남이었거든. 특히 전대 오이란이 추던 부채춤을 스스로 수정해서 춘 춤이 유명해져서, 그 밑에 있던 카무로들한테 전승되었다고 들었어. 그걸 우치하류라고 부른다더군. 쇼히는 그 중에서도 정통 후계자에 해당하지.”



 

하시라마는 꽤 흥미로운 눈을 하며 토비라마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그 눈길을 눈치챈 토비라마는 아주 관심없는 것도 아니군, 이라고 생각하며 말을 이었다.



 

“히스이는 마이로우(舞郞)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춤추는 걸 좋아했는데, 쇼히는 전혀 딴판이야. 내막을 아는 사람이 아니면 춤을 아예 못 추는 유남인 줄 알 정도라니까.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이 청출어람이라고 하는 걸 보면 대단한 솜씨일 건 확실한데, 보지 못한 사람들 입장에선 답답할 노릇이지.”

“......”

“하지만 이번 연회에서는 기대해볼 만 해.”



 

토비라마는 눈에 즐거운 빛을 띠며 스이센카야 쪽을 바라봤다. 이번에 스이센카야에서 열리는 연회는 규모도 규모지만 참석하는 사람들도 고위층들뿐이었다. 유곽 입장에서 보면 큰손들만 모아놓은 연회가 열리는 셈이다. 뭔가 특별한 것을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된다. 잘만 하면 장래의 큰 이익을 따낼 수 있다. 토비라마는 그 능구렁이같은 오로치마루가 이 기회를 놓칠 리 없다고 생각했다.



 

“혹시나 해서 해두는 말인데, 형.”



 

문득 뭔가 생각이 난 듯 토비라마가 하시라마를 돌아보며 말했다.



 

“쇼히한테는 빠지지 않게 주의해.”

“토비라마, 난......”

“알아, 근데 가능성이란 게 있잖아. 그래서 미리 경고 해두는 거라고. 쇼히가 아무리 재주가 많고 뛰어나다고 해도, 결국 유남일 뿐이야. 진심이 되어버리면 어디까지나 손해보는 건 손님 쪽이야. 지위, 권력, 돈, 몸까지 다 날려버리게 될 거라고.”



 

토비라마는 손목을 뚝뚝 소리나게 꺾으며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어둑한 하늘을 가리는 색색의 천들 사이로, 수선화의 꽃모양을 형상화한 문양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유남들이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쇼히는 전적이 화려해. 지금까지 쇼히의 나지미가 되었던 사람들 중 파산하거나 자살하거나 빚을 갚지 못해서 살해당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이 없어. 곧 그렇게 될 예정인 사람들도 널렸지. 고토 놈도 그런 미친놈 중 하나고.”

“미츠자네 공이?”

“아무리 쓸데없는 소문엔 귀를 닫고 산다지만 이런 건 좀 알아두라고......그놈이 지금까지 쇼히한테 쏟아부은 돈만 해도 마을 몇십 개쯤은 우스울걸. 내가 볼 때 그 놈은 완전히 맛이 갔어. 한 번 당하고도 정신을 못 차리는 건 가망이 없단 소리겠지.”



 

토비라마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 정도로 돈지랄을 해대는 것도 그놈이 하마츠를 쥐고 있으니 그럴 수 있는 거지. 다른 놈들이라면 벌써 옛날 옛적에 나가 떨어졌을 테니까. 그놈은 자기가 쇼히를 함락시키고 말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글쎄, 모를 일이지.”



 

스이센카야 주변에서 대기하고 있던 마와시들이 일제히 고개를 조아렸다. 가장 앞에 서 있던 안경을 낀 젊은 청년이 다가와 입구 쪽으로 안내했다. 하시라마는 유곽을 둘러보며 발을 옮겼다. 유남들과 유녀들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격자 안에 갇힌 채 손님들을 끌고 있었다. 담배를 피우는 유남들의 얼굴은 무표정했다. 이따금씩 서로 속삭이며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는 그나마 표정이 살아나는 듯 했지만, 손님들을 돌아볼 때면 그런 모습은 감쪽같이 사라져 있었다.








 

 

 

“준비는 잘 되고 있나?”

“거의 다 되었습니다. 금방 끝납니다, 주인님.”



 

오로치마루는 안심이 되지 않는지 직접 들어와 일일이 방을 확인했다. 이미 며칠 전부터 대청소를 하며 쓸고 닦았던 커다란 방은 새것이나 다름없는 다다미가 빈틈없이 깔려 있었다.



 

“먼지 하나 발견되지 않도록 해. 모두 오늘의 연회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알고 있겠지.”

“주인님, 들어올 애들의 준비도 끝났습니다.”

“좋아, 옆방에 대기시켜 둬라. 쓸데없이 떠들지 않도록 하고.”



 

오로치마루는 나머지 일을 맡긴 채 유남들의 방이 위치한 윗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올라갔다. 어린 카무로들도 평소보다 더 신경을 쓴 옷을 입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오로치마루는 복도의 가장 끝에 있는 방으로 갔다. 조심스레 문을 두드리자 담뱃대로 재떨이를 내려치면서 나는 소리가 분명할, 귀찮음과 성가심이 가득한 응답이 돌아왔다.

 



“이제 곧 손님들이 모두 당도하실 겁니다. 준비는 다 마치셨는지요?”



 

마다라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오로치마루는 언제나 그렇듯이, 그를 골라낸 자신의 안목에 마음 속으로 끝없는 찬사를 보냈다. 주홍색, 청록색, 남청색, 흰색 등 다색의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겉옷은 밝은 주황색과 황금빛 실로 피운 국화꽃, 목련꽃의 무늬들로 눈을 뗄 수 없는 화려함과 아름다움을 더하고 있었다. 기모노의 카케에리에는 푸른 비단실로 정교히 수놓은 솔잎 무늬가 들어가 있었고, 어깨선 부분을 진하게 물들이고 있던 주홍색은 옷의 허리부분을 지나며 안료가 물에 풀어지듯 소매와 밑단에서 자연스럽게 청록색으로 변해 우아함을 부각시켰다. 암적색을 띤 오비 역시 금실로 수놓은 작은 꽃문양들로 빈틈없이 장식되어 있어, 마다라가 가진 그 특유의 미색(美色)을 한계까지 증폭시키는 데 공헌하고 있었다.


담뱃대를 빨던 마다라는 연기를 뿜으며 손에 들고 있던 종이를 오로치마루 앞으로 팽개치듯 던졌다. 종이에는 연회에 참석하는 사람들의 이름과 지위, 가문 등이 자세히 적혀있었다. 오로치마루는 그 종이를 받아들고는 얼굴을 살짝 찌푸리고 있는 마다라를 응시했다.

 



“이미 마치셨나 보군요.”

“애당초 볼 필요도 없었느니라.”

“새로운 얼굴도 있을텐데요?”



 

무표정하게 오로치마루를 바라보던 마다라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그가 내뿜은 담배연기가 허공으로 피어올랐다.



 

“차기 불의 나라 영주라는 애송이 말이냐?”

“그런 말을 쓸 정도로 어린 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우습구나. 나이가 혼기를 넘길 때까지 유곽도 한 번 가지 않은 샌님을 그럼 뭐라 부른단 말이더냐?”



 

오로치마루는 수긍한다는 듯 입을 다물었다. 마다라는 얼마 되지 않아 불의 나라 영주가 될, 겨우 몇 년 전 약관을 넘긴 센쥬 하시라마라는 청년에 대해 들었던 말들을 떠올렸다. 사쿠라마치의 단골인 불의 나라 중신들은 그에 대해 유약하며 결단성이 없다고 말했다. 한 나라, 그것도 다섯 나라 중 가장 풍요한 불의 나라를 맡기에는 그릇이 작다는 것이다. 나이도 어리지만 고집도 세 벌써부터 아버지뻘인 영주의 가신들과 충돌이 잦다, 고도 했다. 그 말을 듣고 마다라는 피식 웃었었다. 한 마디로 나이도 어린 주제에 건방지게도 주장이 뚜렷하고 굽히는 일도 드물어 다루기 까다롭다는 얘기다. 타국 손님들의 말을 들어보면 그들의 말과는 상당히 다른 데가 많았다. 전반적인 평은 영주가 되기에는 비교적 어린 나이지만, 나이답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긍정적인 평이었다. 결단성이 없다는 평가는 아마도 혈기 넘치는 나이대임에도 답지않은 신중함을 보여 나온 것일 게다. 거기까지 생각한 마다라는 담뱃대를 물며 오로치마루를 응시했다.



 

“저는 개인적으로 친분을 쌓은 일이 없습니다만, 얼마 전에 직접 만나 보았지요. 보기 드문 청년이더군요. 이름 있는 무가나 상인 가문의 자제들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꾸밈 없는 기품이란 것이 묻어나온다고 할까요.”

“중매쟁이 같은 수작질은 그쯤 해둬라.”

“당신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정보가 아닙니까. 저는 당신을 도와주고 싶은 것뿐입니다, 쇼히.”



 

마다라는 헛웃음이나 기가 막힌다는 얼굴 대신 낮게 웃었다.



 

“경험도 적고 내세울 건 힘밖에 없는 놈한테는 관심 없느니라.”



 

경험에서 지위를 무시할 수는 없다. 자리가 자리인 만큼 남자 경험도, 여자 경험도 있을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즐긴 것이 아닌, 단순히 자 보기만 했을 뿐이라면 경험으로 칠 수도 없다. 유남과 밤을 보낸 경험도 없는 자라면 말할 것도 없음이다.



 

“지금 상태도 네놈에게는 만족스럽지 못한 모양이로구나. 너 같은 놈은 전국시대(戰國時代)에 영주로 태어나야 했을 것을......그렇지 않으냐?”



 

자신이 나지미로 삼은 공식적인 연인만 따져도 다섯 명이었고 관계를 맺지 않아도 자신만을 고정적으로 찾는 고객은 수십 명이 넘었다. 오쇼쿠의 위치에 있는 자신을 찾는 사람들은 당연히 그에 걸맞는 재력과 영향력을 갖춘 사람들뿐이었다. 그 중에는 영주 가문의 친척, 명문 무가와 대상인들의 자식들도 허다했다. 그들이 자신을 찾을 때마다 오로치마루는 다른 유곽의 몇십 배에 해당하는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었다. 오로치마루의 찢어진 눈이 휘어졌다.



 

“덕(德)을 버렸다곤 해도 저는 상인입니다. 상인이란 자들은 본디 욕심이 많은 법입니다. 자신의 욕망을 숨기지도 않지요. 뭔가를 가지면 가질수록 더욱 욕심을 내는 게 사람의 본성입니다. 저는 그에 따르고 있을 뿐입니다.”



 

오로치마루의 붉은 입술이 호선을 그렸다.



 

“그러니 부디, 더 많은 사람들을 당신 아래 굴복시켜주시지요. 제가 바라는 건 그뿐입니다, 오이란.”






 



각주에 그림파일을 넣을 수가 없어서 덧붙입니다ㅎ



 


출처는 위키백과의 '기모노' 항목입니다^^ 

이제 카케에리가 어느 부분인지 아시겠죠?



다음 내용이 궁금하세요? 이 포스트를 구매하시면 아래에 이어지는 내용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댓글

    SNS 계정으로 간편하게 로그인하고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