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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토/하시마다]염향(染香) 二




 


한편 스이센카야의 반대쪽에서는, 남자들의 도원향에 처음 발을 들이민 초심자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이건......”

“어떻습니까 하시라마 님, 다섯 나라 제일의 천국에 들어오신 느낌은요?”


하시라마라 불린 남자는 말을 고르다 결국 가장 무난한 말을 뱉고 말았다.


“......놀랍군.”

 

자신들이 장차 군주로 모셔야 할 주인을, 마치 남동생에게 여자를 처음 알려주는 듯한 느낌으로 사쿠라마치에 끌고 오다시피 안내한 가신들은 그 지독히도 싱거운 감상에 실망을 금치 못했다. 차라리 주변 풍경에 취해 대답이 없는 것이 나을 뻔했다. 가신들은 자신들의 군주가 될 이 젊은 남자가 과연 풍류를 즐길 수 있는 남자 중의 남자일지 살짝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러나 가신들의 염려와는 달리 이 남자, 하시라마는 생전 처음 보는 거대한 사창촌(私娼村)과 그 속의 수많은 불빛이 만들어내는 말 그대로의 불야성(不夜城)에 감탄해 경외에 가까운 시선으로 풍경을 만끽하고 있었다. 너무나도 놀라웠기에 오히려 큰 반응을 하지 못한 것이지만, 덕분에 그의 가신들은 쓸데없는 오해를 하고 있었다.



“토비라마 님의 말 대로야. 우리가 이렇게라도 하지 않았으면 평생 이런 곳은 오지 못하셨을 게 아닌가. 아니, 아예 올 생각도 못하셨을 게 분명해!”

“어찌 이리도 성실하신 분이란 말인가! 진작에 알아봤어야 했건만......”

“가신으로서 주군의 행복을 비는 것은 당연한 일! 우리의 주군을 풍류도 없는 무미건조한 인생에 빠뜨릴 수는 없지. 이곳은 남자라면 지나쳐선 안되는 곳!”

 



부하들이 그를 위해 별 소용이 없는 열의를 불태우고 있을 때, 하시라마는 헤이와쵸의 벚꽃길을 발견하고는 얼른 발걸음을 옮겼다. 아직은 겨울의 잔상을 남기듯 약한 꽃샘추위가 남아있는 시기에 봄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것처럼, 벚꽃은 희미한 달빛과 다홍색 불빛 밑에서 부드럽게 꽃망울을 펼쳐가고 있었다.

 



“헤이와쵸의 벚꽃길은 다섯 나라의 어떤 곳과도 견줄 수 없다고 하지요.”

 



하시라마의 뒤에 서 있던 가신이 감탄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하시라마는 곧 만발할 벚꽃나무들을 바라보며 이를 본 것만으로도 사쿠라마치에 올 만한 가치가 있었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그의 가신들이 들으면 펄쩍 뛸 만한 생각이었지만. 하시라마는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사쿠라마치의 거리로 시선을 돌렸다. 간단한 주전부리나 음료를 파는 것은 다른 번화가와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다섯 나라 제일이라 불리는 벚꽃나무들이 있었고, 달콤한 향기를 따라 동실동실 떠가는 비눗방울들이 있었으며, 거리를 채운 사람들은 친우와 함께 신이 나서 뛰어다니는 아이들도 가족과 함께 바람을 쐬러 나온 노인들도 아닌, 이 마을의 열락(悅樂)에 몸을 맡긴 남자들과 그 여인들뿐이었다. 붉은 등불 밑의 인연은 하룻밤이면 끝나버리지만, 그 하룻밤은 이곳에서 영원히 붙잡혀 있다.

 



“뭔가 이상한 것이라도 보셨습니까?”

“아니......잠깐, 그러고 보니 이곳은 가마가 다니지 않는군. 칼을 찬 사람도 보지 못했고......분명 여기를 방문하는 사람들 중 절반 이상은 무사일텐데 말이네.”

“칼을 소지하고서는 대문을 통과할 수 없습니다. 제가 아까 하시라마님의 칼을 잠시 넘겨달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이곳의 수비병에게 맡겨놓은 것입니다. 저희들의 무기도 모두요.”

“......그게 그렇게 된 것인가?”

“이곳에서는 가마도 타고다닐 수 없습니다. 아무리 지체 높은 분이라 하실지라도 대문에 당도하면 가마에서 내려서 걸어들어가야만 하지요. 사쿠라마치의 규칙입니다.”

“규칙?”

“사쿠라마치의 대문을 통과하는 순간 신분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지지요. 어떤 사람이든 여기서는 다 같은 유곽의 손님일 뿐입니다. 하급무사든 영주든 평민이든 똑같이 말입니다.”

 



하시라마는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다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치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것 같네.”

“다른 세상이라면 다른 세상이지요. 이곳에서는 위도 아래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그러니 더욱 주의하셔야 합니다. 무릉도원에 머무는 자는 무릇 자기 도끼가 썩는 줄도 모르는 법이니까요.”

 

 








 

“쇼히, 우타마로 나리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마다라는 카부토의 말을 못 들은 척 붓에 먹을 듬뿍 묻혔다. 흰 바탕 위에는 잎 하나 들어갈 자리가 비어있는 난초가 그려져 있었다. 마다라는 신중하게 붓을 들어 팔을 고정한 후,한번에 여백을 훌륭히 채우는 데 성공했다. 감각은 있지만 아직 많이 배우지 못한 카부토가 보기에도 그 난초화는 매우 잘 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마다라는 붓을 내려놓자마자 종이를 집어들어 갈기갈기 찢어 방 안으로 던지듯이 뿌려버렸다. 당황한 카부토를 무시한 채 자리에서 일어선 마다라는 복도로 발걸음을 옮겼다.



 

“난화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까?”

“아니. 꽤 잘 된 거였다.”

“그럼 왜 찢은 겁니까?”

“완성된 것이니까.”



 

마다라는 카부토를 돌아보며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말했다.



 

“더 손댈 수 없는 그림 따위, 쓰레기에 불과할 뿐이니라.”

“나지미에게 선물할 수도 있잖습니까.”

“굶주린 개새끼들을 길들이는 데 그런 것은 필요없느니라. 방이나 깨끗이 치워두어라.”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카부토를 보낸 후, 마다라는 방문 앞에 무릎을 끓고 앉아 조심스레 문을 밀어 열었다.

 



“실례하옵니다.”

 



방 안에서 술잔을 들이키던 남자가 반색하며 그에게 방석을 내어주었다. 마다라는 보일 듯 말듯한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그의 옆에 앉았다.

 



“오늘은 꽤 늦게 왔군. 급하게 할 일이 있었던 거요?”

“난화를 완성하고 왔사옵니다.”

“난화를?”

“대당찮은 재주이오나, 어제 갑작스레 붓을 잡고 싶은 마음이 들었기에.”

“아무래도 그대는 군자의 길을 타고난 모양이군. 지난번에는 논어(論語)를 필사하고 있잖았소? 매난국죽(梅蘭菊竹)을 좋아하는 거요?”

 



남자는 경탄스러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마다라는 조용히 눈을 내리깔고 있었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척이야 식은 죽 먹기지만, 없는 겸손까지 떨어야 하니 짜증이 나 죽을 맛이었다. 하지만 이 남자를 낚은 이상 확실히 일을 끝내고 싶었다. 이미 나지미가 되고 마음을 주었어도 자신의 노예 위치까지 내려온 것은 아니었다. 무언가 계기라는 것이 필요했다.마다라는 이왕이면 오늘 확실히 넘어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남자를 면밀히 관찰했다. 남자, 우타마로가 자신에게 빠져있는 것은 확실했다. 마다라는 그가 자꾸 자신의 짐을 곁눈질한다는 것을 눈치채고, 자신에게 줄 선물을 건넬 시기를 가늠하고 있다고 추측했다. 마다라는 선물을 꺼내기 적당한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했고, 화공인 그가 이번에 맡을 그림에 대한 화제를 꺼냈다. 그는 매우 유명한 화공이었고 특히 초상화를 그리는 데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많은 귀족들이 그에게 초상화를 맡겼고 번개의 나라 영주의 전속 화공으로 일한 적도 있었다. 마다라는 그가 그린 그림을 보고 순수하게 감탄했다는 감상을 말하며, 실제인물의 분위기를 잘 살리는 초상화들의 느낌과 세심한 부분까지 섬세하게 표현하는 점이 좋다고 추켜세웠다.



 

“쇼히, 내가 직접 말하긴 좀 쑥스럽지만.......나는 이래뵈도 꽤 실력있는 화공이오.”

“겸손이 지나치시옵니다. 사쿠라마치에서 누가 우타마로 공의 이름을 모르겠습니까? 공께서 뛰어난 분이란 사실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사옵니다.”

“그렇게 말해주니 내가 몸둘 바를 모르겠군.......사실, 내가 그대에게 줄 게 있소. 언제 주어야 할지 적당한 때를 잡지 못해서 우물쭈물했군.”



 

우타마로는 자신의 봇짐에서 옥색 비단으로 만든 주머니를 꺼내어 마다라에게 건네주었다. 마다라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연기를 하며 주머니 속에 들어있던 두루마리를 펼쳤다.



 

“허락을 맡지 못해 미안하오. 하지만 정성을 다해 그린 것이니 받아주었으면 좋겠군.”



 

예상대로 두루마리는 마다라 자신을 그린 초상화였다. 심미안이 발달해 까다롭기로 유명한 마다라의 눈에도 그 초상화는 물감이며 종이 선정에 매우 고심한 것이 느껴졌다. 우타마로가 자신의 반응을 살피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며 마다라는 불빛이 조금 어두워 잘 보이지 않으니 호롱불을 더 가까이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마다라는 그림을 불꽃에 바싹 들이대 주의깊게 보는 척 하면서 그림에 불을 붙였고, 순식간에 타오른 그림은 회색 가루가 되어 바닥으로 떨어졌다. 마다라는 우타마로의 얼굴에 떠오른 당혹감과 분노를 보고,그가 자신이 일부러 그림을 태웠다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속으로 웃었다.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그냥 내게 말하면 될 일이오. 이렇게 모욕을 줄 이유는 없지 않소? 나는 당신에게 매우 실망했소, 쇼히.”

“소첩(小妾)이 무례한 짓을 했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사옵니다. 공께 손찌검을 당하더라도 할 말이 없을 것입니다. 소첩을 때려 기분이 풀리신다면 그리 하십시오, 하지만 그 전에,제 말을 들어주시옵소서.”



 

우타마로는 치밀어오르는 화를 참느라 울그락 푸르락해진 얼굴로 자신을 응시했다. 마다라는 그의 눈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이 자신이 한 일의 결과에 어쩔 줄 모르는 모습으로만 보인다는 것을 잘 알았다.



 

“공께서 소첩의 초상화를 그려주신 것을 보았을 때는 몹시 놀랐지만 기뻤사옵니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기 때문이옵니다. 이렇게까지 소첩을 신경써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제 재주가 대단치는 않으나, 공이 얼마나 신경을 써 이 그림을 그렸는지는 알 수 있사옵니다. 그래서 더욱 기쁘면서도......불안해진 것이옵니다.”

“무슨 말이오? 대체 무엇이 불안하단 말이오.”

“오쇼쿠라 할지라도 소첩은 그저 유남에 불과하옵니다. 유남의 정인은 흘러가버리는 시냇물과도 같은 것, 아무리 연심을 고백한다 할지라도 진정 마음을 나누는 사이, 함께할 수 있는 사이는 되지 못하옵니다. 소첩의 몸을 취해도 그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사옵니다.”



 

마다라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하지만 공께서는 소첩에게 초상화를 그려주셨습니다. 이전의 소첩을 취한 누구도 이런 것을 선물한 적은 없사옵니다. 용서하여 주소서. 미천한 소첩이.....공을 욕심내었습니다.혹여 공께서 이 그림만을 남기신 채 이곳에 발길을 끊으신다면 소첩은 버티지 못할 것이옵니다. 공께서 만약 소첩의 고의를 눈치채지 못하셨다면, 다시 한번 소첩을 그려달라고 청하려 했사옵니다.”

“쇼히......!”



 

마다라는 뺨 아래로 흘러내린 눈물을 소매로 누르며 붉어진 눈으로 우타마로를 바라보았다.



 

“소첩을 그리신다면 이곳에 아니 오실 수 없겠지요. 초상화가 완성될 때까지는 계속 소첩에게 오시게 되지 않겠사옵니까? 아둔한 머리에서 못된 꾀가 나온 것이옵니다. 하지만 역시 공을 속일 수는 없......”

 



마다라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우타마로는 감격한 얼굴로 그를 힘껏 끌어안았다.

 



“그대가 나를 이리 생각할 줄 몰랐소.”

“화내지 않으시는 것이옵니까?”

“물론이오. 그대의 마음을 알게 되어 오히려 기쁘오. 불안해할 필요 없소. 쇼히, 나는 당신의 것이오. 내 쪽에서 먼저 당신을 놓는 일은 없을 거요. 당신이 해달라는 건 뭐든 해주겠소.”

 



마다라는 우타마로의 품에 안긴 채 차갑게 웃었다. 그래, 그 말을 듣고 싶었다. 자신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해주겠다는 그 말. 이것으로 이 남자는 명실상부한 자신의 노예였다. 마다라가 어떤 행동을 하든 무엇을 요구하든, 그는 오늘의 자신만을 기억하며 끊임없이 자신이 특별히 여기는 연인은 자신뿐이라며 스스로를 세뇌할 것이었다. 죽기 전에는 눈치챌까, 어쩌면 빚쟁이들에게 맞아죽는 순간까지도 눈치채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건 그거대로 보기 좋겠다고 생각하며 마다라는 웃었다. 자신을 잡아먹을 듯이 난폭했던 입맞춤이 멎자, 열로 달아오른 수컷의 손이 자신의 오비를 풀어내렸고 입은 성급하게 목덜미를 탐해왔다. 등이 바닥에 닿고, 옷이 점점 빠르게 풀어헤쳐지는 것을 느끼며 마다라는 손을 뻗어 우타마로의 훈도시 속으로 집어넣었다. 이미 옷자락을 뜷고 일어설 듯이 서 있던 음경은 그의 손이 닿자 더욱 단단하게 솟아올랐다. 마다라는 살풋 미소지으며 그를 쓰다듬고, 남자의 허리에 양 다리를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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