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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토/하시마다]염향(染香) 一







 


순간, 또 이 꿈이구나 생각한다.

 


새빨간 동백꽃을 본다.

눈 속에 피어있는 꽃이 참으로 탐스럽구나 하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진짜 꽃이 아니다.

나는 희디힌 기모노 속에 진짜보다 더 붉게 피어있는 동백꽃을 본다.

금자수가 들어간 노란 오비는 흰 옷과 무척 잘 어울린다.

하지만 그 흰 기모노를 입은 미인의 얼굴은 도자기처럼 창백했다.

그가 이쪽을 돌아본다.

먹보다 더 새까만 눈동자가 넘실거렸다.

 


그의 입이 무언가를 말한다.

하지만 자신에게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꿈은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은 채 다음 장면을 보여주었다.

 


풍덩 소리와 함께 무언가 묵직한 것이 물 속으로 가라앉는다.

바닥을 알 수 없는 푸른 강물 속에 선명히, 연기처럼 번져나가는 붉은 선.

가라앉고 가라앉고 가라앉아서......위로 올라왔었던가?

강물 속에 검은 실타래가 흩어진다.

이미 흘러가버린 붉은 잔상만이 남는다.

누군가가 비명을 지른다. 그는 심장이 찢겨나가는 듯한 절규처럼 들렸다.

울음소리가 들린다. 바닥에 웅크린 어린아이가 오열하고 있었다.

그 아이가 고개를 든다.

 


동시에 머릿속에서 누군가가 자신의 귀에 속삭인다.

 


죽여.

 


그것은 그 아이가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모습은 어느새 사라지고, 용서없는 외침만이 남아 머릿속에 맴돈다. 죽여. 죽여. 마치 이른 아침 새가 지저귀듯이. 속삭임은 금세 커다란 아우성이 되어, 머리를 아프도록 울린다.

 


죽여,

죽여.

 


죽여!


 





마다라는 천천히 눈을 떴다. 바로 귀 옆에서 들려오는 듯했던 목소리는 눈을 뜨자마자 거짓말처럼 사라져 버렸다. 그렇지만 정신은 여전히 허공에 둥둥 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 마다라를 꾸짖는 것처럼,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반사적으로 창 밖을 응시했다.

 



“오이란, 그만 일어나시지요. 곧 해가 집니다.”

 



진홍빛과 분홍빛으로 물든 구름들이 검은색 지붕 위에 몰려있고, 하늘은 이미 남색옷으로 갈아입고 있었다. 마다라는 하품을 하며 손에 닿는대로 대충 주워 입기 시작했다. 어차피 이 방의 구조나 물건이 있는 장소는 눈을 감고도 다 알 수 있다. 방문 밖의 인기척은 사라져 있었다. 한갓 니카이마와시(二階回し)1가 오이란을 재촉할 수는 없다. 공들여 치장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치장은 손님을 위한 것이고 이곳, 유곽촌 사쿠라마치(桜町)는 손님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곳이다.

지나치게 잘 뻗치는 머리카락은 동백꽃에서 추출한 머릿기름을 발라 오랫동안 빗질을 해주어야만 한다. 손질을 끝낸 머리카락을 틀어올려 비단끈으로 단단히 묶고, 속옷 위에 섬세한 구름 모양의 자수가 놓인 진한 자홍색 기모노를 입는다. 보라색의 오비를 앞으로 매 고정시키고 나면, 소나무 문양으로 장식된 남청색의 겉옷을 걸친다.

 



“오이란, 손이 필요하지는 않으신지요?”

“필요없으니 꺼져라.”




원래 타유(太夫)2는 몸치장을 할 때 자신의 손을 거의 쓰지 않는다. 스스로가 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만한 대접을 받을 위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다라는 단장을 할 때 누군가 거들어주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피치 못하게 손이 필요할 경우가 아니면 신조(新造)들을 부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리를 비웠다간 당장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워질지도 몰랐으므로 신조들은 긴장한 채 계속 복도에 서 있었다.

마다라는 경대 서랍에서 은으로 만들어진, 조약돌만한 홍보석과 진주, 자개로 장식된 칸자시(簪)를 집어들었다. 틀어올린 머리 가운데에 칸자시를, 옆머리에도 은과 옥으로 만든 머리장식 몇 개를 꽂으면 대략의 치장은 끝난다. 경대 앞에서 눈썹먹을 집어들던 차에 문이 빼곰 열리며 조그마한 형체가 살금살금 들어왔다. 마다라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입술에 정홍색 연지를 칠했다. 뒤에서는 들릴 듯 말 듯한 안도의 한숨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얼굴 화장이 끝나자마자 마다라는 각종 장신구들이 들어있던 작은 함을 방문 쪽으로 집어던졌고, 상자는 그의 뒤에 서 있던 검은 머리 소년의 머리 바로 옆에 명중했다.

 



“몸단장 중에는 들어오지 말라 하였을 터인데......”

“히,히익......!”

“말해도 알아듣질 못하니 너의 귓구멍은 정녕 장식인 모양이로구나.”

“나,나, 날 죽일 셈이에요, 쇼히?! 저거 모서리가 쇠로 되어있잖아요! 여기, 여기, 머리 한복판에 맞으면 어쩌려고 그랬어요!!”

 



마다라는 경대로 자신의 모습을 점검하듯 살펴보고는 눈두덩이와 눈꼬리에 붉은 가루를 더 뭍였다. 눈화장을 고치는 손가락 끝은 최고급 거북기름을 발라 관리한 손톱 덕에 반짝거리며 빛났다. 그는 머리를 한 치 옆에 둔 것으로 간신히 미간에서 피가 철철 나는 사태를 피한 떽떽대는 카무로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소년은 고개를 아래로 떨구며 시무룩하게 중얼거렸다.

 



“......난 화장 안한 얼굴이 더 좋은데.”

“시끄러우니 입 닥치거라.”

 



마다라의 칼로 자른 듯한 대꾸에 소년은 축 처져선 입을 다물었다. 살짝 열린 문틈 사이로 안을 들여다보던 신조들은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마다라가 손짓을 하자, 소년은 비척비척 자리에서 일어나 마다라의 머리에 꽂힌 머리장식들이 잘 고정되었는지를 살폈다. 조그맣게 툴툴대던 소년은 마다라의 옷과 머리를 다시 확인해 주면서 그와 그의 화려한 옷,장신구에 감탄을 연발하며 금세 평소의 활발하다 못해 시끄러운 상태로 돌아왔다. 소년은 마다라의 단골 손님들이 다시 선물들을 한아름씩 보내왔고 그 선물들을 본 다른 오이란들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재잘재잘 떠들어댔다.

 



“아무도 쇼히처럼은 못 하는 걸요. 지금 쇼히가 한 칸자시 엄청 비싼 거래요! 주인님이 집 몇 채 값은 훌쩍 넘는다고 그랬어요. 아키하 오이란 얼굴이 볼만하더라니까요? 고토 나리는 정말 돈 속에 파묻혀 사나봐요. 이번에도 고토 나리 선물이 제일 많았어요. 옷감도 다 흙의 나라에서 직접 가져온 거고 보석들도......”

 



마다라의 손에 들려 있던 부채가 깔끔하게 소년의 정수리를 내리쳤다. 소년은 머리를 감싸쥐며 아구구구 소리를 냈고, 마다라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경대를 제 위치로 돌려놓았다. 창문의 붉은 격자 밖으로는 밤의 어둠 속에서 그림자의 숲처럼 보이는 유곽들의 지붕과, 갓 피어난 벚꽃나무가 그 아름다움을 내보이기 시작한 사쿠라마치의 중심가 헤이와쵸(平和町)가 보였다. 청남색에서 짙은 남빛으로 변해가는 하늘 아래에서는 하나 둘씩 주홍빛과 다홍빛의 등불들이 생겨나고 있었다. 그를 말없이 지켜보던 마다라는 몸을 돌렸다.

 



“방에 백단향(白檀香)을 피워놓고 지필묵을 준비해두어라.”

“백단......우타마로 나리께서 오시나요?”

 



마다라는 대답 없이 방문을 열고 복도로 나왔다. 그날그날의 예약 손님에 대해서는 모두 알고 있었고, 미리 준비를 해두어야 했다. 남는 것은 기다리는 일뿐. 마다라는 천천히 1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내려갔다. 치장을 일찍 끝마친 유녀와 유남들이 하나 둘 종종걸음으로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사쿠라마치는 지리적으로 불의 나라에 위치하고 있었지만, 사실상 흙의 나라, 물의 나라, 번개의 나라, 바람의 나라는 물론이고 불의 나라에서도 독립되어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거대한 사창(私娼)이었다. 과거에는 위치 탓에 불의 나라에서 관리를 파견해 감독하는 공창(公娼)과 같은 모양새였지만, 사쿠라마치에서도 손꼽히는 고급유곽의 보우하치(忘八)3들이 엄청난 부와 영향력을 가지게 되면서 관리는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마을의 치안과 유곽 내 문제도 많은 사병을 고용할 수 있는 고급 유곽에서 구역을 나누어 담당했다. 마다라가 있는 스이센카야(水仙花屋) 역시 이런 고급 유곽들 중 하나였다.

 



“정좌하시오!”

 



스이센카야의 입구에 선 마와시가 크게 소리쳤다. 사쿠라마치의 거리를 서성이던 사람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가게 앞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유녀들은 입가에 교태를 부리는 듯한 웃음을 띠우며 눈썹을 움직였고, 유남들은 몸을 부드럽게 움직여 백분을 발라 희게 빛나는 목덜미와 가슴, 털 하나 보이지 않는 매끈한 다리를 내보였다.

 



“어머 하마유, 오늘 뭐 발랐어? 얼굴이 완전 도자기 같잖아! 정말 새하얘.”

“지난번에 선물받은 백아(白芽) 백분이야. 최고급이 아닌데도 이정도야. 죽여주지 않니?”

“어머나, 품위 없는 말버릇하곤. 근데 그거 정말 백아 백분이야?”

“그 귀한 걸 어디서 구한 거니? 나는 그거 구하려고 상단이란 상단에는 다 물어본 것 같은데, 워낙 물량이 적어서 들여오기도 힘들다고 하더라.”

“요즘은 백아로 만든 물건 하나쯤 가지고 있지 않으면 무시당하잖아. 스바루에게 부탁했더니 하나 주던걸.”

“세상에나, 정말이야? 스바루, 스바루! 나도 남으면 좀 줘.”

“나도! 혹시 향이나 향유나 환약있으면 더 좋고.”

 



일단 손님들 앞에 나가면 살아있는 인형처럼, 말없이 앉아있는 것이 규칙이었지만 그를 지키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손님들을 끌기 위해 석상이라도 된 듯 딱딱하게 굳어있는 일만큼 재미없고 지루한 일도 없었다. 어차피 손님을 받아 들어가게 되면 그 때부터는 정말 헛말을 할 수 없게 된다. 마와시들도 얼굴을 찡그리거나 큰 소란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면 웬만한 잡담은 눈감아주고 있었다.

 



“나도 스바루처럼 외인(外人) 손님을 받으면 좋을텐데. 마유미, 너도 지난번에 외인 손님 받지 않았어?”

“으응, 그치만 그땐 그냥 이상하게 생긴 팔찌같은 걸 줬었어. 차라리 나도 스바루처럼 백아 백분을 받았으면 좋았을텐데......”

“힘 내. 그래도 요즘 외인 손님들 많아지지 않았어? 코하루 할멈 말로는 예전에 전쟁났을 때는 아예 찾아볼 수도 없을 정도였다는데.”

“맞아맞아. 그리고 그 사람들은 굉장히 신기한 물건들 많이 갖고 있잖아. 더 좋은 선물을 줄지도 몰라!”

“백아 화장품보다 더 좋은 거? 설마.”

“그럴 수도 있어, 지금 밖에선 외인들이 들여온 물건들이 유행타고 있다잖아. 백아보다 더 좋은 게 있을 수도 있어. 진짜 그러면 좋겠다!”

“맞아맞아!”

 



까르르 웃던 유남들과 유녀들은 순간적으로 입을 다물었다. 바늘로 찌르는 듯한 시선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마와시들은 이곳에서 태어나거나 오래 일한 자들이 많아 어느 정도 융통성이 있는 편이었지만, 꼭 한 사람만큼은 그렇지가 못했다. 바깥에서 대기하던 마와시들 가운데 안경을 쓴 남자가 날카로운 눈으로 그들을 노려보듯 쳐다보고 있었다. 카부토라 불리는 그는 젊은 마와시였지만 스이센카야의 보우하치 오로치마루의 오른팔이자 양자나 다를 바 없는 남자였다. 스이센카야의 유녀나 유남들은 그를 거스르는 일은 가능한 피했다.

카부토가 손님맞이 겸 정리를 하러 자리를 비우자 유녀들은 다시 소곤소곤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벽은 방음이 꽝이었고, 고개를 앞으로 빼면 얼굴을 볼 수도 있었기에 유남 유녀들이 여기저기서 조그맣게 떠드는 소리들은 각 구역에서 수다를 떠는 소리와 합쳐져 금방 시끌벅적해졌다. 유남들의 뒤에 서 있던 움푹 들어간 눈의 할멈이 크흠, 소리를 내며 회초리를 드는 시늉을 하자 떠들던 유남, 유녀들은 다시 입을 다물었다. 몇 명의 유남이 지명을 받아 나간 후, 마유미라 불린 유녀가 화제를 돌려 입을 열었다. 물론 소리는 한층 더 죽인 채였다.

 



“얘, 카에데. 아오이는 어떻게 됐어?”

“나도 몰라. 하지만 얼굴이 그렇게 됐으니 나올 수도 없을걸.”

“그럼 라쇼몬(羅生門)4에 가는 거야? 끔찍해~”

“어머어머, 그럼 걔, 아오이 옆에 붙어있던 껌딱지 있잖아.”

“아아, 야에인가 하는 애?”

“걔는 어떻게 된 거야? 갑자기 없어졌다고 했잖았어?”

“내가 알게 뭐야. 걔는 원래 비리비리했었잖아. 병 걸려서 나갔을지도 모르지.”

“......혹시 알아, 다카오 오이란처럼 도망쳤을지도?”

“뭐야~”

“싫다~! 농담을 해도 그렇게 하니. 그건 저주잖아 저주. 상상만 해도 떨린다 떨......”

 



순간 닫혀있던 문이 드르륵 열리며 자홍색의 옷자락이 보였고, 무심결에 뒤를 돌아본 유남들과 유녀들은 방으로 난입한 인물을 보고 돌처럼 굳어버리고 말았다. 동시에 붉은 나무창살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던 남자들은 너나할 것 없이 소리없는 탄성을 질렀다.

주변의 시선이 모두 자신에게 몰려있고, 이미 성황이었던 가게 앞의 인파가 그 덕에 엄청나게 불어나 흡사 정오 장날의 시장통처럼 되어버린 것을 보고도 마다라는 별 반응이 없었다. 그는 반쯤 넋을 잃은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남자들을 한 번씩 건드려보는 듯한 시선으로 흩더니 따분하기 그지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뒤로 돌아섰다. 운 좋게도 먼저 와 있었던 덕에 그를 가장 가까이서 본 남자들은 그가 돌아서는 모습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붉은 격자를 부서져라 쥐었고, 좁은 나무틀 사이로 얼굴을 밀어넣으려 애를 썼다. 마다라의 모습이 사라지고 장지문이 닫히자, 가게 바깥에 꾸역꾸역 몰려와 있던 예비 손님들은 한마음으로 아쉬움의 한숨을 뱉었다. 몇몇 남자들은 아직도 그가 서 있다고 믿는 것처럼 멍한 시선으로 닫힌 문을 쳐다보고 있었다.

 



“......난 오늘 1년분의 운을 다 쓴게 틀림없어.”

“과연 스이센카야 제일, 아니 이 사쿠라마치 제일의 절색(絶色)이라고 불릴 만하군.”

“내 내로라하는 미소년과 수려한 청년들을 많이 보았네만, 저 쇼히와 비할 만한 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네.”

“그러니 지금껏 전설로 불리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렇지만 역시 스이센카야가 특별한 곳인 것 같습니다. 뭐니뭐니해도 사쿠라마치에서 최초의 유남이 탄생한 곳이니까요.”

“그렇지만 그 남자도 분명 쇼히만큼은 아니었을 것 같아.”

“암. 우치하류(団扇類)의 그 히스이도 지금의 쇼히와는 비교할 수 없어.”

 



손님들이 흥분을 지우지 못한 채 가게 앞에서 떠들어대는 사이, 굳어있던 유남 유녀들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눈빛을 교환했다.

 



“......살았다.”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어.”

“제발 오쇼쿠(御職)면 위에만 있으라구......”

“......다카오 오이란에 대한 얘기, 못 들었겠지? 그치?”

“안 그랬으면 그 성격에 가만 있었으려고. 네 얼굴에 칸자시가 꽂히고도 남았을걸.”

 



스이센카야의 유남, 유녀들은 다같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스이센카야의 오쇼쿠이자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오이란 쇼히는 다른 오이란들의 동경의 대상이기도 했지만 그 이상으로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 이유로 꼽히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그 폭군이라는 별명이 아깝지 않을 정도의 지랄맞은 성격이었다. 사쿠라마치 전체 유곽의 오쇼쿠라 불릴 정도이니 손님을 대하는 태도나 그 재주는 흠잡을 데 없었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에게는 손님이라도 행동이나 대접이 개판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수틀리면 손님이고 뭐고 없었다. 술을 상판에 끼얹는 것은 양반이고, 깬 술병을 들고 내리치려는 것은 물론이요 손님의 인중에 냅다 주먹을 날려 기절시킨 적도 있었다. 가장 귀히 대해야 할 손님들에게 그러니 자신의 후배격에 해당하는 다른 유남, 유녀들에 대한 태도는 말할 것도 없었다.

 



“쇼히 오이란은 적을 만드는 것 같아~”

“적이라고 말할 사람이나 있나 뭐. 이전엔 다카오 오이란이 있기라도 했지.”

“그래서 다들 수상하게 보는 것 아냐. 사실......”

“쉿!”

“요즘 뭔가 일어날 것 같긴 하더라. 노기쿠야(野菊屋)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던데.”

“왜?”

“왜긴 왜야. 지난 연회 때 쇼히 오이란 나지미(馴染み)5가 된 손님이 아키하 오이란이 찍어 놓은 사람이었대잖어.”

 



유녀들은 입을 모아 세상에, 라고 말했다. 그녀들에 비해 쇼히를 아주 조금 더 잘 알고 있었던 유남들은 그리 놀란 표정을 짓지 않았다. 이런 일이 처음도 아니고, 쇼히에게 쓴맛을 본 적 있는 유녀들을 포함해 대다수의 유남들은 손님을 뺏긴 노기쿠야의 오쇼쿠보다 그에게 걸린 남자가 진심으로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쇼히의 나지미가 되었던 남자들은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이 나락까지 떨어지거나 그 끝을 보고 와야 했으니까. 일단 그에게 빠지면, 헤어나오는 것은 불가능했다.






 






  1. 유곽의 심부름꾼으로 유녀나 손님의 뒤치다꺼리와 청소 등 잡일을 도맡아한다. 유녀가 도망치지 못하도록 감시하는 것도 일 중 하나. 보통 마와시(回し)라고 부른다.
  2. 유녀 계급 중 최상위.밑으로 코우시(格子), 산챠(散茶)가 있었다. 보통 산챠까지를 고급 유녀로 보았다.
  3. 유곽주를 이르는 말. 인(仁) · 의(義) · 예(禮) · 지(智) · 신(信) · 효(孝) · 제(悌) · 충(忠)의 여덟가지 덕을 잊은 자라는 뜻이 있다.
  4. 요시와라 동쪽에 위치했던 곳으로, 최하급 유녀들인 카시(川岸)들이 모여있던 구역. 앞뒤가리지 않고 난잡하게 손님들을 끌어들였기 때문에 귀신이 출몰하는 문을 뜻하는 나생문(羅生門)이란 이름이 붙었다
  5. 오이란과 세 번의 만남을 거쳐 밤을 보내고, 혼인한 사이로 인정받은 손님을 총칭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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