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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토/하시마다]Cineraria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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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나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멍청하게 반문해 버렸다.  

 

 

나는, 네 동생과 네가 둘 다 내 양자가 되어줬으면 좋겠다.  

 

 

양자......카가미 씨의 양자. 너무 갑작스러운 말이라 순간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건 대답이 정해져 있는 문제였다. 나는 최대한 정중하게 말하려고 노력했다.  

 

 

카가미 씨, 전...... 

네가 싫다면 거절해도 좋아. 최종결정은 네가 하는 거고, 나는 네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받아들일 생각이니까.

 

 

카가미 씨는 부드럽게 웃었다.  

 

 

하지만 그 전에 먼저 내 말을 들어줬으면 해. ......들어주겠니?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카가미 씨는 가볍게 한숨을 쉬고는 입을 열었다.  

 

 

병원에서 널 만나기 전부터, 난 널 알고 있었단다.  

......!

네 얼굴이나 이름까지 정확히 알고 있지는 않았지만, 어떤 아이인지는 알고 있었지. 어떤 배경에서, 어떻게 태어난 아이인지도 말이야.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었다. 무릎 위의 손바닥에서 땀이 나는 것이 느껴졌다.  

 

 

우치하 내에는 원래 비밀이 많아. 본가 내에서는  특히 더 그렇지. 그런 정보들은 밖에서 알아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면 돼. 하지만 본가 안의 사람들에게는 상대적으로 가드가 약하지. 네 이야기도 본가의 높은 사람들은 거의 알고 있었어. 그들 사이에서는 꽤나 공공연하게 퍼져 있던 사실이었고. 하지만 그들은 거기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었지. 아니,무시했다고 보는 편이 맞으려나.  

......

가주에 관련된 일인 만큼 함부로 떠들고 다닐 수도 없었고, 공론화하기에는 본인들도 켕기는 점이 있었기 때문이겠지. 현재의 가주는 예전부터 여자 관계가 복잡하기는 했지만, 직접적인 문제로 드러난 적은 없었거든. 가문 내에서 평판도 좋았고. 그래서 너와 네 동생에 대한 말을 듣고도 반신반의하는 사람이 많았어. 아예 믿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고.

 

 

요컨대 대외적인 이미지가 호감형인데다 자기 관리에 철저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박혀있어 굳이 안을 단속할 필요가 없었다는 거군. 그 남자답다. 지켜야 한다고 생각되는 선은 지키면서도, 그 안에서는 내키는 대로 행동한다. 그 남자라면 분명 숨기는 대신 슬쩍슬쩍 소문을 뿌리고 다니는 편을 택했을 것이다. 너무 숨기면 의심을 살 테고, 그렇다고 해서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면 밖으로 새어나갈 위험성이 있다. 우치하의 네트워크가 본가 내의 정보들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고 해도 조금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그 남자는 신뢰를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나도 처음엔 뜬소문인 줄 알았어. 나도......본가 사람이어서 가주에 대해서는 꽤 아는 편이었고, 누군가 일부러 퍼뜨린 소문처럼 보였거든.  

.......

그러다, 얼마 전에서야 그게 진짜라는 걸 알게 됐지.

 

 

나를 병원에서 만났을 즈음이다. 카가미 씨는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소리 없이 내려놓았다.  

 

 

나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사실을 알고 있어, 마다라. 네가 날 걱정하는 이유도 충분히 납득하고 있고.  

......!

솔직하게 말해서, 내가 너에게 이런 말을 하는 건 다른 게 아니라 네가 걱정되서야.

 

 

나는 놀란 눈으로 카가미 씨를 쳐다봤다.  

 

 

나는 네가 무척 마음에 들거든. 너는 어쩐지 혼자 내버러두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이기도 하고...... 

 

 

들은 적이 있는 말이다. 머릿속에 그 말을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오르려고 했지만, 나는 머리를 흔들어 털어냈다. 카가미 씨는 진지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카가미 씨는 진심이다. 하지만, 이건 나에게만 너무 좋은 조건이다. 지나치다는 말로도 모자랄 정도다. 카가미 씨의 양자가 된다면 생활비 걱정이나 치료비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 매일 아르바이트를 나갈 이유도 없었다. 다른 녀석들처럼 공부만 할 수 있다. 공부만......내게는 꿈만 같은 일이었다.  

 

 

......죄송합니다.  

 

 

그래도, 카가미 씨에게는 폐를 끼칠 수 없었다.  

 

 

지금까지 해주신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호의는 정말 감사하지만, 저 때문에 카가미 씨가 이렇게까지 하시는 건...... 

쿡....쿡쿡.......

 

 

나는 놀란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카가미 씨는 웃음을 참지 못해 힘겨운 것처럼 보였다. 끝내 웃음을 터뜨려버린 카가미 씨는 한참을 웃고 나서야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역시......내가 제대로 봤군.  

예......?

마다라, 네가 지금 좀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나도 자선사업가는 아니거든? 나한테도 이건 확실한 윈윈이란다.

 

 

내가 이해할 수 없다는 눈을 하자 그는 다시 차분해진 눈으로 나를 응시했다.  

 

 

내가 본가에서 나왔다는 이야기는 했었지?  

......네.

하지만 난 가문에서 보면 여전히 본가에 속한 사람이야. 게다가 내 위치는 다른 본가 안의 사람들에 비해 좀......뭐라고 해야 하나, 특별해. 나는 위치상 가문의 후계에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지.

!

 

 

후계라고? 어째서? 잠깐, 그럼......카가미 씨는 골치아프다는 표정을 짓다가 어렵게 입을 뗐다.  

 

 

현재 가주는, 우치하 타지마는......내 사촌 형님이거든.  

.....!!!

가능하면 네 앞에서 이 이름을 꺼내고 싶진 않았지만, 숨길 생각은 없었으니까 다 말해줄게. 나는 타지마 형님과 어렸을 때 함께 자랐었어. 그렇게 친하지는 않았지만, 예의를 따로 차리지 않는 정도까지는 됐지. 혈연으로 따져봤을 때도 나는 본가 안의 친척들 중에서도 가주와 가장 가까운 사촌이야.

 


카가미 씨는 얼굴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가업을 잇는 일은 가문의 중대사야. 능력이 중요하다곤 하지만 핏줄을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은 없지. 우치하 안에서는 특히나 더 그래. 가주와 가까운 친척들의 자식은 암묵적으로 차기 가주 후보가 되는 게 일반적이야. 내 자식이라면 말할 것도 없지. 내 부모님은 내가 가업과 동떨어진 대신 내 아이가 가문을 잇길 바라고 계셔.  

......!

그러다 보니 결혼이나 자식에 대한 압박이 강할 수밖에 없어. 유명 가문들의 본가 사람이라면 공통적으로 겪어야 하는 일이지만, 난......정말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야. 재혼의 ‘재’자만 들어도 소름이 돋아. 고작 3년이 지났을 뿐인데. 이미 3년이나 지나지 않았느냐고 말하는 걸 보면 기가 차지.

 

 

고요한 빛을 내고 있던 카가미 씨의 눈동자에 분노의 감정이 스쳤다.  

 

 

네 동생과 네가 내 양자가 된다면 더 이상 자식이 없다는 이유로 나한테 잔소리를 할 이유가 없어져. 오히려 이 일로 감사해야할 사람은 나야. 넌 날 이 지긋지긋한 압박에서 구원해주는 거나 다름없으니까. 나는......재혼할 생각이 전혀 없거든. 

 

 

카가미 씨의 시선은 책상 위의 사진에 닿아 있었다. 애잔한 눈으로 사진을 바라보던 카가미 씨는 다시 나를 응시했다. 그의 얼굴에는 여느 때와 같은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네가 내 양자가 되는 건 나한테도 좋은 일밖에 없어. 집안 어른들로부터 쪼일 이유가 없어지는 것도 그렇지만, 이 집은 혼자 살기엔 너무 넓기도 하니까......더 이상 적적하지도 않을 거고. 그리고 너도 아까 봤지만, 일손도 많이 부족한 실정이야. 지금은 나 혼자 이 집을 관리하고 있어서 말이지. 너라면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 여러 가지 일을 해 본 경험도 있고, 섬세해 보이니까.  

 

 

카가미 씨가 한쪽 눈을 찡끗했다.  

 

 

그래도 싫다고 한다면, 더 말하지 않을게. 아까도 말했지만 결정하는 사람은 너야, 마다라. 

......!

 

 

카가미 씨의 손이, 무릎 위에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던 내 손을 덮었다. 나는 눈을 들어 부드러운 눈길로 나를 보고 있는 카가미 씨를 바라봤다. 카가미 씨는 나를 안심시키려는 듯이 내 손을 힘있게 잡아주었다.  

 

 

......어떠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카가미 씨의 눈은 아무 걱정도 하지 말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말은,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었다. 카가미 씨는 내가 그 남자에게서 풀려나기를 바라고 있었다. 내가 스스로 나를 보호할 수 있게 될 때까지, 내게 안전한 장소를 제공하고 싶어했다. 양자와 양부 관계는 그를 견고히 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진심에서 우러난 호의가 담긴 권유. 손에 닿아 있는 체온은 눈시울이 뜨거워질 정도로 따스했다.  

 

 

마다라!? 

 

 

카가미 씨는 내가 눈물을 떨구자 깜짝 놀라며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이상하다. 감동을 받긴 했지만, 이렇게 눈물이 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속으로 허탈하게 웃었다. 언제부터 내 눈물이 이렇게 싸진 거지. 기쁘면서도 울적했다. 카가미 씨는 말없이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었다. 그 행동에, 더 눈물이 날 것 같아졌다.  

 

 

...... 

너는 대단한 아이야. 너를 만났을 때, 정말 강한 아이구나하고 생각했단다. 엇나가거나 포기하기 쉬운 상황이었는데도 이렇게 잘 자랐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어. 동생까지 있었는데 말이야......너무 기특해서, 한 번은 꼭 이렇게 해 주고 싶었어.

......

 

 

나는 눈물을 닦아내고 몸을 바로 했다. 카가미 씨는 웃음을 담뿍 띤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즈나가, 동생이 허락하면......카가미 씨 말대로 할게요. 이건 저 혼자 결정할 문제는 아니니까요. 

 

 

카가미 씨는 작게 웃으며 형제는 역시 형제구나ㅡ라고 중얼거렸다. 카가미 씨는 이미 이즈나를 만나봤다고 했고, 이즈나도 마지막에는 형이 허락한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나는 놀라 눈을 크게 떴다.  

 

 

네 동생과도 안면은 있는 사이야. 이즈나가 나한테 신세진 적이 있었거든.  

 

 

하지만 이즈나는 그런 말을 한 적이......내가 어리둥절한 얼굴을 하자 카가미 씨는 어깨를 으쓱했다. 형한테 말하기도 쪽팔린 일이 있었던 모양이지ㅡ카가미 씨는 쿡쿡 웃었다.  

 

 

......그럼, 문제 없지? 

 

 

나는 카가미 씨를 바라보다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카가미 씨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내 머리를 억세게 쓰다듬었다. 안 그래도 산발이었던 머리가 더 엉망이 되어버렸다. 나는 조금 당황한 얼굴로 카가미 씨를 쳐다봤다.  

 

 

언제 들어올래? 아니, 오늘 방을 정하고 갈래? 

자, 잠깐만요, 카가미 씨. 너무 갑작스럽......

빈 방은 많으니까 마음에 드는 곳에 들어가면 돼. 이즈나 취향은 네가 더 잘 알테니까 보고 가면 되겠구나. 음, 그리고......

 

 

카가미 씨!  

 

 

어른이 말하는 도중에 끊는 게 무례하다는 건 알고 있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으면 카가미 씨를 막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나는 한숨을 쉬며 진정하시라고 말했다. 카가미 씨도 자신이 흥분해 있었다는 걸 자각했는지 얼굴을 조금 붉혔다.  

 

 

일단은 시험도 얼마 안 남았고, 집을 옮기는 데는 시간이 걸릴테니까......시험이 끝날 때까지는 지금 집에서 지낼게요.  

그건 그렇구나. 얼마 안 남긴 했지.......편한 대로 해.

 

 

카가미 씨는 조금 아쉬운 얼굴을 했지만 이내 싱긋 웃었다. 카가미 씨의 얼굴에는 화색이 돌았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책상 위의 사진 쪽을 바라봤다. 카가미 씨의 미소는 사진 속 여성의 웃음과 매우 닮아 있었다. 

 

 

고마워, 마다라.  

......?

시즈에도, 내 아이도 기뻐할 거야.

아이도......있었어요?

 

 

카가미 씨는 조용히 사진을 어루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카가미 씨의 아내는 난산으로 죽었다고 했다. 원래 몸이 약했던 데다 초산이 난산이었던 탓에 피를 너무 많이 흘렸고, 산모는 물론이고 태아도 살릴 수 없었다고 했다.  

 

 

남자아이였어. 이름도 지어놨었지. 시스이, 라고.  

 

 

잔잔한 음성이었지만, 그 속에는 숨길 수 없는 씁쓸함과 해묵은 아픔이 녹아 있었다. 카가미 씨는 기쁜 날에 유쾌하지 못한 이야기를 해서 미안하다며 어색하게 웃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고개를 저으며 아닙니다, 라고 말할 뻔했다. 카가미 씨는 그런 나를 보고 부드럽게 웃으며 다시 내 머리에 손을 얹었다. 다시 눈가가 간질거렸다.  

 

 

이렇게 든든한 아들이 둘이나 생겨서 기뻐. 아들이라고 말하니까 어쩐지 두근거리는 걸? 아버지 역할은......상상으로밖에 안 해봐서 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좀 모자라더라도 잘 부탁해.  

 

 

카가미 씨는 쑥쓰러운 듯이 머리를 긁적였다. 내가 보기에 가장 걱정해야 할 사람은 카가미 씨가 아니라 나와 이즈나였다. 당장 카가미 씨를 아버지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엄청나게 어려운 퀘스트처럼 보였다. 아버지. 아버지라니, 생소하기 그지없는 단어다. 카가미 씨 성격으로는 편한 대로 부르라고 할 것 같긴 하지만......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새삼스레 어쩔 줄 모르는 나를 보며 카가미 씨는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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