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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토/하시마다]Cineraria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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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끊어지는 것은 의외로 쉬운 일일지도 모른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이 있었다. 아무리 오랜 시간 동안 만났다 하더라도, 하루하루를 공들여 만난 사람이라 하더라도 더 이상 보지 못하게 된다면 그 관계는 지속될 수 없는 것이다.  

 

나는 그 날 이후로 도서관에 가지 않았다. 하시라마가 올 시간이 되면, 머릿속으로 갖가지 핑계를 대며 어떻게든 교실 밖으로 나갔다. 며칠간은 하시라마와 마주칠까봐 학생식당에는 얼씬하지도 않았다. 노력을 한 보람이 있어서였을까, 일주일간 하시라마와 마주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나는 안심했다. 돌아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시라마와 만나기 이전의 생활로 돌아가면 된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이전으로ㅡ 

 

 

 

 

으음...... 

 

 

 

창문으로 들어온 햇살이 앞자리의 빈 책상에 내려앉아 있었다. 가을 기운이 물씬 나는 약간은 차가운 바람이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나는 책상에 엎드린 채 눈을 깜빡이고 있었다.깜빡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점심시간이라 빈 교실에는 먼지밖에 없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12시 40분. 눈동자가 제멋대로 움직여 반쯤 열려 있는 교실 문을 응시했다. 원래라면, 와 있었을 시간이다. 점심을 먹으러 가기 전, 시시한 잡담을 나누고 있었을......시간이다.  

 

 

 

오지 않는다.  

 

 

 

5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나도, 교실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멍하니, 교실 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지......않는다.  

 

 

 

나는 몸을 일으켰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식당 문이 닫힐 것이다. 그 전에 빨리 가야만 했다. 어제도, 그저께도 점심을 먹지 않은데다 오늘은 아침도 제대로 먹지 않고 나온 상태라 배가 고팠다. 지금 점심을 먹지 않으면 오후의 아르바이트 때 정신을 놓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런데도......왜 나는 여기에 서 있는 걸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내 시선은 계속 교실 뒷문에 못 박혀 있었다. 뭘 하고 있는 거지, 나는......?  

 

하시라마는 더 이상 오지 않는다. 피할 필요는, 애초부터 없었는지도 모른다. 두 번 다시 모습을 보이지 말라고 했던 것은 나였다. 녀석은 그 말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만족해야 한다. 더 이상 귀찮게 끌려다닐 일은 없다. 아르바이트가 끝나자마자 급하게 전화를 할 이유도 없다. 불만스러워하는 이즈나에게 변명하느라 진땀을 뺄 일도 없다. 쓸데없는 시비를 거는 놈들도 이젠 없었다. 나는 공부와 아르바이트에 매진하기만 하면 됐다.  

 

하시라마를 만난 지는 일 년도 채 되지 않았다. 그것도 녀석이 일방적으로 쫓아다녔기 때문에 생겨버린 관계다. 그동안 내게 한 일들도, 그 녀석이 좋아서 한 일이지 내가 시킨 일은 아니다. 어쩌면 녀석은 그 때부터 나를 그런 식으로 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면 잘 된 일이다. 나한테나 하시라마에게나, 이 관계는 지속되어서 좋을 것이 없었다. 그리고 언젠가 이렇게 될 일이었다. 마땅히 일어날 일이 조금 일찍 일어난 것뿐이다. 나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동요할 이유는 없다. 낯설어할 이유도 없다. 어차피 얼마 가지 않아 적응될 것이다. 하시라마 없이 보냈던 시간은 하시라마와 함께 보냈던 시간보다 열 배는 더 길었다. 며칠만 있다 보면, 그 녀석 없이 보내는 시간이 더 편하게 느껴질 것이고, 더 자연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분명......그럴 것이다.  

 

 

 

 

 

『♩』 

 

 

『마다라, 오늘 시간 있니?』 

 

 

 

 

 

나는 짤막하게 답장을 보낸 후 휴대폰을 닫았다. 점심시간의 종료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103  

 

 

 


 

 

 

나는 공책을 찢어낸 작은 쪽지를 집어들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내가 헤매고 있는 곳은 다름아닌 전통 가옥들이 모여있는 주택가였다. 카가미 씨에게 전화로 주소를 받아적었을 때는 일반적인 주택이 띄엄띄엄 있는 거리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는데, 막상 주소대로 와보니 눈 앞에는 나무로 지어진 고택들만이 줄지어 늘어서 있는 곳이었다. 나는 딱 한번 봤던 우치하 가의 본가 저택을 떠올렸다. 얼핏 봐서는 사람이 전혀 살지 않는, 보존과 관리만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구역 같아보였다. 하지만 걸어가는 도중 족족 보이는 집 안의 풍경은 일반 집들과 다를 게 없었다. 마당에 빨랫줄이 걸려 흔들리는 곳도 많았고, 마루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는 주민들도 꽤 보였다. 지나칠 정도로 정적만이 흐르던 우치하의 저택과는 판이하게 다른 분위기였다.  

 

 

 

여긴가...... 

 

 

 

나는 붙어있는 집들 중에서도 큰 편에 속하는 집 앞에 멈춰섰다. 저택이라고 부를 만큼은 아니지만 일반인이 살 수 있을 곳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나무로 되어있는 대문은 내 키보다 다섯 뼘은 더 높았다. 대문 옆에는 ‘우치하’라고 쓰여진 문패가 매달려 있었다. 나는 대문으로 다가가 손을 들려다 문이 열려있는 것을 보고 멈칫했다. 들어가도......된다는 건가.조금 망설이던 나는 마음을 다잡고 집 안으로 발을 들이밀었다. 깔끔하게 정리된 정원을 지나치자 크지만 소박하게 생긴 건물과 함께 신발 몇 켤레가 놓여있는 돌계단이 보였다.  

 

 

 

실례합니다. 

 

 

 

아무도, 없는 건가......? 이 정도면 결코 작은 집이 아닌데도 사람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 바닥을 내려다보니 금방 닦은 것처럼 윤이 나고 있었다. 방금 전에 지나쳤던 정원도 정기적으로 관리를 하는 티가 났다. 관리인이 따로 있는 건가......그렇지만 왜 문을 들어왔을 때 바로 나오지 않은 거지? 나는 손이 많이 탄 건지 반질반질해진 나무기둥을 만지작거리며 집을 둘러보았다. 전체적으로 깨끗하고, 단아한 느낌이 드는 집이었다. 집 안에는 부잣집이라면 으레 있을 법한 사치스러운 장식 대신 곳곳에 크고 작은 그림들이 걸려 있었다.자칫하면 정신이 사나울 수 있을 구조인데도 그림들은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카가미 씨는 심미안이 발달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집 안의 분위기는 어딘지 쓸쓸했다.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군데 군데 공백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 

 

 

 

기둥 옆의 작은 선반에는 손바닥보다 조금 큰 크기의 사진이 놓여 있었다. 사진 옆에는 물기를 머금은 싱싱한 안개꽃이 한 다발 꽂혀 있었다. 나는 고개를 숙여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사진 속에 있는 사람은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차분한 인상의 여성이었다. 꽃이 수놓인 흰 옷을 입고 있는 그 여자는 보일 듯 말 듯한 작은 미소를 지으며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자의 두 손은 배를 감싸듯이 위에 올려져 있었다. 나는 왜인지 그 사진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손을 뻗어 조심스레 사진이 들어있는 유리 액자를 쓸어내렸다.  

 

 

 

 

어서 와, 마다라.  

!!

바로 나가지 못해서 미안해. 청소 중이었거든.

 

 

 

 

카가미 씨는 먼지 털이를 들어보이며 멋쩍게 웃었다. 나는 카가미 씨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머리에도 하얀 손수건 같은 것을 묶고 있고, 앞치마도 입고 있었다. 내가 신기하다는 듯이 계속 보고 있자 카가미 씨는 먼지 털이를 바닥에 내려놓고 내가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나는 액자에 닿아 있던 손을 황급히 뗐다.  

 

 

 

괜찮아, 오랜만의 손님이니까 기뻐할 거야.  

 

 

 

카가미 씨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카가미 씨는 동의를 구하는 듯 부드러운 눈으로 사진 속의 여성을 응시했다.  

 

 

 

이 분은...... 

음? 아......내 아내야.

 

 

 

나는 놀란 눈으로 카가미 씨를 바라봤다. 카가미 씨는 쿡쿡 웃었다.  

 

 

 

내가 설마 결혼도 안 한 줄 알았어? 젊게 봐 주는 게 고맙긴 한데 나도 꽤 나이가 있는 편이야.  

아......그렇, 군요......

 

 

 

그렇게 서 있지 말고 들어와ㅡ카가미 씨는 가볍게 손짓하며 말했다. 정원이 보이는 넓은 방으로 들어온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방 안을 둘러보았다. 문이 열리고 앞치마를 벗은 카가미 씨가 찻잔과 찻주전자가 담긴 쟁반을 들고 들어왔다.  

 

 

 

오느라 수고했어. 아르바이트는 괜찮은 거야?  

괜찮아요. 오늘은 좀 늦는다고 말해놨으니까.

 

 

 

카가미 씨는 찻주전자를 기울여 컵에 차를 따른 후 내게 건네주었다. 후후 불면서 차를 입에 대자, 씁쓸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입 안으로 퍼져나갔다. 반쯤 마신 찻잔을 내려놓으려던 나는 낮은 책상 위에 방금 전에 봤던 여성의 사진이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같은 사진은 아니었지만, 사진 속의 여성이 입고 있는 옷은 똑같았다. 그녀의 얼굴에 떠올라 있는 미소는 평화로웠다.  

 

 

 

설마 내 아내한테 반한 거야? 

.....!!아뇨, 그게......

농담이야, 농담. 너무 열심히 쳐다보길래.

 

 

 

카가미 씨가 찻잔을 들어올리며 웃었다. 나는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무척, 행복해 보여서요.  

 

 

 

활짝 웃고 있는 사진도 아니고 활동적으로 보이지도 않는 사진인데도, 그 속에 서 있는 여성은 너무나도 행복해 보였다. 이 사진을 찍을 때, 이 여성은 분명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절을 보내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느 웃음과는 다른, 진정한 행복이 담겨 있는 아름다운 얼굴. 그래서인지 자꾸만 들여다보게 된다. 어째서 저렇게 행복해 보이는 건가 하고, 궁금증이 생기기도 했다.  

 

 

......3년 전에, 죽었단다.  

!

죽기 몇 달 전에 찍은 사진들이지.

 

 

 

예상은 했지만, 저렇게 솔직하게 말할 줄은 몰랐다. 집 안에서 느껴지던 묘한 공백은 저 사람의 것이었을까. 그럼 그 쓸쓸한 공기는......카가미 씨의 것인가. 카가미 씨는 조금 차가 남아 있는 찻잔을 쟁반 위에 소리 없이 내려놓았다. 나는 나도 모르게 긴장했다. 카가미 씨의 눈빛이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입가에는 웃음을 띠고 있었지만, 눈은 우물처럼 깊었다. 그 때, 카가미 씨는 내게 할 이야기가 있다고 했었다. 오늘 나를 부른 이유는 십중팔구 그 말을 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대체 무슨 말을 하시려는 거지......? 카가미 씨는 주전자를 들어 다시 차를 따랐다.  

 

 

 

......간단하게 말할게. 내 양자가 되지 않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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