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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토/하시마다]Cineraria 61


 

 

100 

 

 

제기랄!! 

 

 

나는 찢어발기듯이 점퍼를 벗어 방 한구석에 내팽겨쳤다. 안에서 문을 걸어잠가도 밖까지 소리가 들릴 것은 뻔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것을 걱정할 정도로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분을 이기지 못해 숨을 몰아쉬던 나는 벽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마다라.  

 

 

방금 전 하시라마의 목소리가 옆에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 나는 양 손으로 머리카락을 움켜쥔 채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목소리는 더더욱 또렷하게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었다.  

 

 

네가, 좋아.  

 

 

빌어먹을. 빌어먹을!!! 나는 참지 못하고 주먹으로 벽을 쳤다. 퍽 소리와 함께 손에 약한 얼얼함이 느껴졌다. 나는 계속 손으로 벽을 때렸다. 연신 벽과 부딪힌 손마디 부분은 이미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이까짓 아픔은 아무것도 아니다. 이 정도는......나는 쓰러지듯이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텅 비어버린 머릿속을 울리는 것은 조심스레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뿐이었다. 이즈나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나를 부르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냐고 묻는 이즈나에게 나는 지친 말투로 오늘은 혼자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고만 말했다. 이즈나는 머뭇거렸지만, 이내 뒤로 물러났다. 혼자 남은 나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몸을 웅크렸다. 가슴이 답답해서 미칠 것 같았다. 가슴 속에 단단한 응어리가 깊숙이 박혀버린 것처럼 묵직한 통증이 일고 있었다. 마치 끝이 날카로운 톱니바퀴가 몸 안에서 쉴새없이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 하시라마의 말 하나 하나가 지울 수 없을 정도로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왜, 왜? 하시라마. 대체 왜.  

 

 

 

동생 이즈나만 보고 살았던 내게 있어 하시라마와의 관계는 처음으로 맺는 타인과의 교류였고 연결이었다. 유일한 친구. 동시에 무슨 일이 있더라도 잃고 싶지 않은 사람이었다. 단순한 친구 이상이었다. 내게 무슨 일이 있을 때면 누구보다 빨리 달려와 걱정해주고, 상처를 보듬어준 하시라마다. 잊고 살 수 밖에 없었던 평범함을, 내가 그토록 바라고 있었던 일상을 가져다 준 하시라마다. 그 녀석의 웃는 얼굴을 떠올리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이즈나와는 비슷하면서도 조금 달랐다. 그렇지만 어느 쪽이든 나를 치유해준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인간관계를 맺는 데 서투른 내게 하시라마는 어쩌면 이즈나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사람이었다. 잠깐동안이지만 어깨를 빌릴 수 있고, 쪽팔리지만 응석도 마음껏 부릴 수 있는.....그런 친구였다. 녀석과의 관계를, 나는 이즈나와의 관계만큼이나 소중히 생각하고 있었다.  

 

단지 지금까지 해준 일과 행동으로만 그에게 호감을 갖는 것은 아니었다. 거기에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어렴풋이 느꼈던, 센쥬 하시라마라는 사람 그 자체에서 느꼈던 묘한 동경도 있었다. 어디서나 눈이 부실 정도로 빛나는 녀석. 내가 결코 가질 수 없을 재능을 타고난 녀석. 넘칠 정도로 가진 것이 많으면서도, 정작 오만함은커녕 타인에 대한 배려과 솔직함으로 똘똘 뭉쳐 있는 녀석. 어떻게 저런 사기같은 놈이 있을 수 있나 하고 세상은 역시 불공평하다는 삐딱한 생각도 했었지만, 마음 속으로는 몰래 부럽다고, 닮고 싶은 녀석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시라마가 내게 마음을 열수록 그런 마음은 더욱 강해졌다. 녀석에게서 어딘지 나와 비슷한 느낌을 받은 것도 있었다.  

성적이 비등하다는 것 외에 우리 둘에게 닮은 점이라곤 없어보였다. 성격, 취미, 심지어는 공부 방법에서도 우리는 적잖은 차이를 보였다. 하지만 나는 하시라마가 나와 닮았다고 생각했다. 하시라마는 항상 나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이 겉모습이나 배경에 상관없이 자신을 봐 주기를 원했다. 그것은 지금껏 내가 품어왔던 희망과 다르지 않은 것이었다. 하시라마의 주변에는 사람이 많았지만, 내게는 아무도 없었다는 차이만 있을 뿐이었다. 우리 둘은 같은 것을 바라고 있었다. 그걸 알았기 때문에 더더욱 가까이 가고 싶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조금만 더 하시라마를 빨리 만났더라면, 아마 내 인생은 지금보다 좀 더 밝은 나날로 차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봐 주는 녀석이었다. 무거운 일상에 치이고 밟혀 지쳐가고 있던 나를, 절망에 빠져 익사할 뻔했던 나를 구해준 하시라마를 동경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상냥한 미소와 부드러운 말투가 좋았다. 여느 사람과는 다른 섬세한 면이,다정하고 든든한 형 같은 모습이 좋았다. 의사가 되고 싶다는 꿈, 그 막연한 꿈을 듣고 박수를 쳐 준 하시라마의 모습이 눈부시다고 생각했었다. 내년에도 같은 대학에 들어간다는 사실에 기뻐하면서 웃었을 때는 가슴이 두근거렸었다.  

 

 

네가 좋아.  

 

 

제기랄!!!!! 빌어먹을......!!! 나는 귀를 틀어막았다. 그렇지만 머릿속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막을 수는 없었다. 하시라마의 눈이 떨어지지 않는다. 계속 나를 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나에게 고백의 말을 꺼낸 후 하시라마의 눈과 마주친 순간, 나는 가슴 속에서 혐오감이 솟구쳐 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를 바라보던 하시라마의 눈에는 희미한 욕정이 타오르고 있었다. 몇 번이고 봐 왔던 사람들의 더러운 눈동자. 내 몸을 원하고, 내 껍데기만을 바라는 사람들의 눈. 다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나는 방구석에 뒹굴고 있던 점퍼를 집어들어 머리에 뒤집어썼다. 이런 일로 우는 자신을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이 한심해서 창피할 지경이었다.  

 

하시라마만큼은 나를 봐 준다고 믿고 있었다. 한번 굴리면 말 뿐인 몸이 아니라, 깊숙이 묻어버린 내 마음을 봐 줄 것이라고 여겼었다. 마음을 연 만큼 보답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지금도, 그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슴이 허했다. 구멍이 뜷렸다거나, 비어버린 것 같은 느낌과는 전혀 달랐다. 날도 제대로 서지 않은 무딘 칼로 속을 후벼판 것 같았다. 형편없는 걸레짝처럼 되어버린 마음은 계속 따끔거리며 아파왔다. 하시라마가 원망스러웠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내게 그런 말을 한 걸까. 어쩌면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는지 모른다. 감정은, 특히 강한 감정은 이성보다 훨씬 빨리 움직이는 법이니까.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다. 설령 하시라마라고 해도, 이 틀에서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여전히 점퍼를 뒤집어쓴 채 바닥에 웅크려 누워 있었다. 몸에 기력이 빠져버린 듯 했다. 심한 가위에 눌리기라도 한 것처럼 보였다. 아니, 사실은 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은 것이었다. 생각의 스위치를 꺼버리고 싶었다. 다른 생각을 해보려고 해도 결국에는 하시라마의 모습으로 끝나버릴 것 같았다. 나는 점퍼 자락을 세게 움켜쥐었다.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깊은 실망감과 좌절감이, 우울하게 나를 감쌌다. 나는 억지로 눈을 감았다. 눈을 감아봤자 오늘밤은 뜬눈으로 밤을 지샐 것이 뻔했지만,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었다.  

 

 


 

 

 

 

 

101 

 

 

...... 

 

 

센쥬 카토는 기가 찬다는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앞에서 주섬주섬 짐을 풀고 있는 동갑내기 사촌을 응시했다. 전화나 문자 한 통도 없이 집에 쳐들어와놓고서는-그래도 초인종을 누르긴 했다- 한다는 소리가 밑도 끝도없이 당분간은 여기서 지낼게ㅡ라니, 그녀로서는 아닌 밤중의 홍두깨나 다름없는 대사건이었다. 자신의 멘션을 침범한 것 자체는 그렇게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친척 중에서도 몇 없는 동갑에 꽤 말이 통하는 사촌이었기 때문에-그들 사이에 성별의 차이는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이미 몇 번씩이나 멘션에 놀러온 적이 있었던 것이다. 그녀의 놀라움은 빈틈없기로 유명한 ‘그’ 센쥬 하시라마가 예상 밖의 행동을 했다는 데 있었다.  

 

 

뒷감당 어떻게 하려고 그래. 아니 그 전에, 너는 여기가 안전한 장소라고 생각해? 가출하려면 좀 더 제대로 된 장소를 찾던가.  

 

 

카토는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아마 내일쯤이면 집에서 난리가 날 것이다. 카토는 부츠마의 얼굴을 떠올리며 얼굴을 찌푸렸다. 아, 귀찮은 일은 질색인데. 나는 왜 남의 집 도련님 뒤치다꺼리를 해야 하는 거지. 하지만 정작 그 장본인인 센쥬 하시라마는 앞에 놓여있는 짐가방을 열심히 끄르고 있는 중이었다. 어떻게 저렇게 태연할 수가 있는 건지 미스테리였다.  

 

 

시험 얼마 안 남았으니까, 그때까지만 신세질게. 그 다음부터는 신경 안 쓰이게 할 테니까 걱정 마.  

아니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하시라마, 너 진짜 가출할 셈이야?

 

 

하시라마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 갓. 사춘기 때 다 끝내야 될 일을 넌 왜 지금 하고 있는 거야.......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어째 묘하게 마음이 가라앉았다. 하시라마가 대책없이 움직이는 사람이라고는 생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단 가출이란 걸 했다는 데서-그것도 충분히 도련님이라는 소리를 들을 만한 집에서- 쇼킹한 일이긴 했지만 욕지거리나 패닉보다는 뭔가 계획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뭐 그렇다고 치더라도 이미 기준치 이상의 충격적인 사건이지만.  

 

카토는 거실 한구석에 모여있는 하시라마의 짐가방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급하게 꾸린 티가 나기는커녕 지나칠 정도로 가지런하고 정리도 잘 되어 있다. ......고로 절대 충동적인 행동은 아니다. 가출의 동기는 짐작하라면 할 수 있을 것도 같았지만, 관뒀다. 옛말에도 이르듯이 남의 가정사에 깊게 들어가봤자 좋은 일따위는 안 생긴다. 친척이라고 다를 리 없다.어차피 남이니까. 카토는 복잡한 생각은 치워버리고 긍정적인 입장에서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후우......들어온 사람을 나가라고 할 수도 없고. 됐다 됐어, 맘대로 해. 그 대신, 집안일은 똑바로 해. 집안 어지럽히지도 마.  

 

 

네 아버지한테 쪼이는 일도 좀 없게 해줬으면 좋겠어ㅡ라는 말도 덧붙였으면 했지만, 해도 소용이 없을 부탁은 아예 하지 않는 게 나았다. 이럴 때는 뻔뻔한 낯짝을 보유해야만 한다. 당장 오늘 밤부터 조용히 보낼 수 있을까가 걱정됐지만, 시치미를 뚝 떼고 기계적인 대답을 하는 수밖에는 없다. 명색이 사촌이고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데-우치하를 보면 맞는 것 같기는 하다-, 나가라고 할 수도 없고 여기 있게 해달라고 하는데 제가 어쩌겠어요ㅡ라고 말하며 당황스러운 기색에 약간의 훌쩍임까지 첨가하면 완벽하다. 하시라마가 좀 심란해서 그런 것 같은데, 제가 잘 설득해볼게요-라는 말까지 덧붙이면 금상첨화다. 아무리 하시라마가 완전체라곤 하지만 전국의 모든 수험생이 대학 시험을 앞둔 민감한 시기란 걸 알고 계실 터-카토는 자신의 생일이 빠른 것에 다시 한 번 감사했다-, 더 말씀하시진 못하겠지.  

 

 

고마워, 카토.  

됐어. 그건 그렇고 아까부터 궁금했던 건데......얼굴은 누가 그런 거야? 설마 토비라마는 아니지?

 

 

본인은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고 있는 것 같아 처음부터 물어보지는 못했었다. 하지만 심하게 맞았는지 팅팅 부어있어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누가 때렸는지 참 실하게 때렸네.하시라마는 아무것도 아니라고만 대답했다. 정말 아무것도 아니면 그렇게 대답하지 않지. 카토는 여자의 직감이 촉을 세우는 것을 감지했다.  

 

 

너 나쁜 남자 코스프레라도 했어? 어쨌길래 그렇게 찰지게 맞았대. 그냥 맞은 것도 아니고 아주 분노의 일격을 제대로 먹은 것 같은데.  

......

미토는 싫다더니 엄청난 여자를 만났나보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너한테......대단하다, 대단해.

 

 

농담조로 말했지만 어째 더 그렇게 말하면 안될 것 같은 분위기였다. 하시라마는 고개를 푹 숙인 채 한껏 어두운 오오라를 내뿜고 있었다. 이, 이거. 보통 일이 아닌 것 같다. 하시라마에게 조울증 증세가 있는 거야 예전부터 알고 있던 거지만, 이렇게까지 낙담하는 건 본 적이 없었다. 설마 실연......일까?  

 

 

......고백하지 말았어야 했어. 

......!

그렇게까지 상처받을 줄은 몰랐어. 나는......그냥 말해주고 싶었을 뿐인데. 좋아한다고, 너무 좋아한다고......

 

 

하시라마는 괴로운 어조로 말끝을 흐렸다. 카토는 말없이 하시라마를 바라보았다. 중증이다. 이건 뭐라고 따질 것도 없다. 스스로를 컨트롤할 수 없을 정도로 단단히 빠진 게 틀림없었다. 카토는 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안타깝긴 했지만 이런 때일수록 사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야 해결책이든 뭐든 보이게 되니까.  

 

 

고백하지 않았어도 별로 안 달라졌을걸.  

......

네 마음이 그렇게 쉽게 숨겨질 거라고 생각한 거야? 게다가, 보아하니 그 사람은 원래부터 너하고 가까운 사람이었던 것 같은데. 그런 사람일수록 네 변화를 빨리 알아챈단 말이야.거기다 네가 감정을 숨기는 데 훈련이 되어있는 사람도 아니고. 끝까지 숨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멍청한 거지. 게다가......너 처음이잖아?

 

 

어지간히 독한 사람이 아닌 이상 감정을 완벽히 숨기는 건 불가능하다. 상황은 다르더라도 결국에는 같은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카토는 허리에 손을 얹은 채 담담하게 말했다.  

 

 

그래서? Yes야 No야? 그 사람이 뭐라고 했어?  

......다시 눈앞에 나타나면 죽여버리겠다고 했어.

 

 

 

카토의 눈썹이 올라갔다. 카토는 입을 열려다 다시 다물어 버렸다. 뭔가, 엄청난 것을 알아버린 것 같은 느낌이다. 동시에 몸에 약한 소름이 돋았다. 오 지져스......이건, 세다. 진짜로 세다. 하시라마가 저렇게 빠질 사람이라면 결코 평범하지는 않겠지 하고 생각하긴 했었다. 하지만 설마하니 이런 일이......묵념이 절로 나왔다. 갑작스럽게 알게 된 사촌의 비밀 아닌 비밀에 대해 그다지 충격을 받지는 않았지만 카토는 하시라마에게 진심으로 연민이 일었다. 이래서 세상은 공평한 건가. 아무리 금수저 물고 태어났다지만 이건 좀......많이 험난하다. 자신의 예상이 틀릴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러기엔 직감이 보내는 신호가 너무 강했다. 죽여버리겠다니. 살벌하기 그지없는 말이라고 생각했지만 카토가 생각하는 상황이 맞다면 그렇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오히려 욕을 바가지로 먹고, 정말 말 그대로 얻어터지고 왔더라도 놀랍지 않았을 것이다.

 

당황은 안 했더라도 조금 혼란스러운 것은 사실이었다. 카토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이건 자신이 충고를 해 줄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하시라마에게는 매우 유감스러운 말이지만......희망을 갖는 것 자체가 불가능으로 보일 수도 있는 상황이다. 설마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카토는 하시라마를 흘깃 쳐다봤다. 안 돼. 저건 주변 사람들이 말려서 막을 수 있는 선을 이미 넘어섰어.  

 

 

하시라마, 너...... 

......안 될 거야, 아마도.

 

 

카토는 한숨을 쉬었다. 이래서는 더 해줄 말이 없다.  

 

 

그래도...... 

.......!

포기, 해야겠지. 서로가 원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도 없으니까......

 

 

하시라마는 씁쓸하게 웃었다. 카토는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아직도 지금 들은 말이 사실인지 긴가민가했지만 저렇게 앉아 있는 하시라마를 보니 열받기도 하고, 딱하기도 했다. 되먹지도 않은 충고는 하지 말걸 그랬다. 당장이라도 손을 들어 머리를 한 대 맞아야 할 것 같았다. 이건 일반적인 남녀관계의 문제가 아니었다. 고백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는 엄청난 차이였다. 이런 상황이라면 침묵하고 있는 편이 더 나았을 것이다. 그러면 최소한 지금의 관계를 유지할 수는 있었을 테니까. 바보. 등신. 저런 얼굴을 할 거라면, 애초에 말을 하지 않았으면 좋았잖아.  

 

 

......대체 왜 고백한 거야? 

.......

너한테는 마이너스밖에 나올 게 없었어. 어느 쪽이든 플러스가 될 가능성은 없었다고. 좋아하는 사람이랑 조금이라도 더 같이 있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잖아! 지금보다 심한 꼴 당할 수도 있었다구. 네가 어린애도 아니고, 그 정도는 다 알고 있었을 거 아냐! 그런데 왜 그랬어?

 

 

화가 났다. 대외적으로는 사촌이라지만 명색이 친구다. 친구라는 놈이 제발로 고생길을 걸어가는데 좋아할 사람이 있을 리가 없다. 하시라마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나도 모르겠어. 그냥......어쩔 수가 없었어.  

 

 

 

『하시라마!』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던 마다라. 그 얼굴을 본 순간,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어졌었다. 하시라마는 카토를 보며 슬프게 웃었다. 

 

 

 

 

말하지 않을 수가,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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