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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토/하시마다]Cineraria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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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렇게 됐단 말이지..... 

 

 

정원으로 통하는 마루에 한가롭게 앉아 있던 타지마는 짙은 미소를 지었다.  

 

 

아직 센쥬에 별다른 일은 없느냐?  

아직은 문제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방 안에 끓어앉아 보고를 하던 남자는 말끝을 흐렸다. 타지마는 몸을 돌렸다.

 

그런데?

확실하지는 않습니다만, 얼마 안 가 약혼식이 있을 거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약혼식이라고?

예. 센쥬 하시라마와 우즈마키의 미토의......

풋.....!

타, 타지마 님?

 

타지마는 웃음을 참으며 이만 물러가라는 손짓을 했다. 혼자 남은 타지마는 소리내어 웃으며 옆에 있던 술잔을 집어들어 입가에 댔다.

 

산 넘어 산이로군 그래. 이런 상황에서 지켜보는 것보다 재미있는 일은 없지......하시라마 군, 시간이 별로 없네. 어떻게 할 거지?

 

 

타지마는 술잔에 남아 있는 술을 마루 아래로 쏟아부었다.

 

조금, 손을 써 줘볼까......어차피 일어날 일이라면, 앞당기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그가 손뼉을 치자, 문이 열리며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던 남자가 들어왔다.

 

무슨 일이십니까, 타지마 님.

방을 정돈할 사람을 들여보내라.

예, 지금 바로......

 

타지마는 대답따위는 아무래도 좋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그리고 히카쿠에게 내가 부른다고 전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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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어!

 

카가미 씨가 붕대를 풀면서 밝게 웃었다. 나는 붕대 때문에 눌려 있는 머리카락을 넘기고 상처가 있는 부근에 손을 가져갔다. 하지만 카가미 씨는 손대지 않는 편이 좋다며 내 팔을 잡아 내렸다.

 

아주 좋아지고 있어. 답답하겠지만 조금만 더 참아, 마다라 군.

그러니까.....그렇게 부르지 말라니까요.

예의 갖춰서 부른 건데?

 

 

카가미 씨는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런 예의는 안 차려도 되거든요. 내가 떫은 표정을 짓자 카가미 씨는 양 손을 들면서 알았어, 안 그럴게-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간호사들은 얼굴을 돌리며 작게 웃었다. 지난번의 담당의사하고는 분위기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쉼터에서 처음 만난 후, 나는 같은 장소에서 몇 번 카가미 씨와 만나 이야기를 하곤 했다. 병원에 있는 사람들 중에 그나마 말을 쉽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카가미 씨뿐이었다. 만나면 편해지는 사람이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아직까지는 어색함이 좀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어색함도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카가미 씨로 담당의사가 바뀐 것을 알고 나는 깜짝 놀랐다. 카가미 씨는 날 담당하던 의사와 친구사이인데, 그에게 사정이 생겨서 자신이 대신하게 되었다고 해명했다.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내게, 카가미 씨는 잘 부탁한다며 웃었었다.  

 

그는 잘 먹고 잠만 잘 자면 못 나을 병은 없다는 마인드의 소유자였다. 확실히 그 말은 맞는 것 같았다. 입원하고 처음으로 먹은 병원 밥에서는 소독약 같은 냄새가 확 나는 바람에 입맛이 뚝 떨어졌었다. 하지만 지금은 좀 적응되서인지 냄새도 나는 것 같지 않았고, 식욕도 좋아졌다. 몸이 하루하루 나아지는 것이 느껴졌다. 원래부터 평균 이상이었던 회복력에 가속도가 붙은 것 같았다. 게다가 진찰할 때의 카가미 씨는 굉장히 꼼꼼했고 상처나 몸 관리에 대해 세심한 조언을 해 주는, 말 그대로 좋은 의사 그 자체였다. 내 증상에 대해 하나하나 자세히 설명해주는 그를 보고 있자니 이상적인 의사는 이런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찰이 끝나고 병실에서 공부를 하던 나는 잠깐 바람도 쐬고 부족한 운동도 할 겸 병원 복도로 나왔다. 대학병원이라서 그런지 복도는 다른 병원보다 훨씬 넓었고, 하얀색의 벽에는 얼룩 하나도 눈에 띠지 않았다. 나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며 발을 옮겼다. 답답할 때마다 복도를 걸어다닌 일은 많았지만 병실 주변이 전부였기 때문에 다른 곳은 생소할 수밖에 없었다.  

 

 

『♪』 

......?

 

 

『뭐해?ㅋㅋ』 

『심심해서 병원 돌아다니는 중』

『몸은 어때? 많이 나아졌어?』

『ㅇㅇ오늘 붕대 풀었음』

『올ㅋ』

 

 

『♪』 

 

『야』 

『?』

『근데 지금 수업중 아니냐』

 

『♪』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뭐래ㅋㅋㅋ미친놈앜ㅋㅋㅋㅋㅋ수업하라곸ㅋㅋ』

『진짜ㅋㅋ지루해 죽겠다고ㅋㅋㅋㅋ내가 오죽하면 이러겠냐ㅋㅋㅋ시험공부 해야되는데ㅠ다른 책 못보게 함ㅠㅜ』

 

 

나는 혀를 찼다. 이 녀석도 이 녀석대로 고생이군. 나는 쉼터의 의자에 털썩 주저앉으며 씩 웃었다. 

 

 

『걍 땡땡이치고 여기와서 공부해라ㅜ』 

『......진짜?』

 

 

나는 피식 웃었다. 진짜일 리가 있냐. 

 

 

『ㅋㅋㅋㅋ7교시 다 끝나면ㅋㅋㅋ』 

『ㅠㅠ헐ㅠㅜ』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낚일 만한 일도 아니었던 것 같은데. 하시라마와 문자를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웃고 있을 때가 많았다. 빈틈없는 녀석이라고 생각하는데도 가끔씩은 허당처럼 보이기도 해서 놀려대다 보면 재미있는 반응이 돌아오곤 했다. 너무 놀리면 우울 모드가 되어버려서 주의가 필요하긴 했지만.  

 

나는 휴대폰에서 눈을 떼고 한산한 병원 복도를 둘러보았다. 대학 병원은 손님이 많을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아니면 이 층만 그런 건가? 나는 자리에서 일어서 쇠로 된 난간으로 다가갔다. 역시......아래층을 내려다보니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과 환자들이 섞여 북적북적했다. 위에서 보니 마치 개미떼처럼 보였다. 난간에 팔을 댄 채 밑에 모여있는 사람들을 흝어보고 있던 나는 순간, 익숙한 인영이 그 속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  

 

......?!

 

나는 눈을 감았다 떴다. 하지만 그 실루엣은 여전히 무리 속에서도 뚜렷하게 보이고 있었다. 틀림없다. 내가 저 모습을 잘못 볼 리는 없었다. 왜 저 남자가 여기에? 가슴이 차가운 사슬로 조여지는 것 같은 감각이 들었다.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나? 나를 찾으러 온 건가? 내게 무슨 말을 하려고? 나는 난간에서 뒤로 한 발짝 물러섰다. 하지만 시선은 그 남자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가슴이 뛰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

 

나는 반사적으로 휴대폰을 쳐다보다 군중 속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다시 밑을 봤을 때, 이미 그 남자의 모습은 사라져 있었다. 나는 멍하니 그쪽을 바라보다 비상구 쪽으로 달려갔다. 나는 거의 뛰어넘듯이 계단을 내려가다 아래에서 올라오던 사람과 제대로 부딪혔다. 발을 헛딛는 바람에 나는 의도치 않게 그 사람의 어깨에 얼굴을 박고 말았다. 목 바로 위까지 올라온 욕을 억지로 참고 다시 내려가려는데 그 사람의 손이 어깨를 세게 붙잡았다.

 

마다라! 어디 가?

......카가미 씨?

 

 

나는 멈칫했지만 잠깐 다녀올 데가 있다는 말만 한 뒤 등을 돌려 계단을 내려갔다. 숨이 약간 차오르는 것을 느끼며 아래층에 도착한 나는 사람들 사이를 두리번거렸다. 검은 머리카락과 수트, 그리고 싸늘한 빛을 띤 얼굴. 몇 번을 둘러봐도, 방금 전에 본 그 인영은 보이지 않았다.

 

  

잘못......본 건가?

 

 

왜 그래, 아는 사람이라도 봤어?

 

 

걱정이 됐는지 나를 따라 달려온 카가미 씨가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나는 망연하게 주변을 다시 둘러보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아무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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