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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토/하시마다]Cineraria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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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나는 한숨을 쉬며 손에 들고 있던 책을 옆에 내려놓았다.  

 

 

 

병원에 입원한 지 나흘이 지났다. 여전히 혼자 쓰고 있는 병실은 낯설기만 하고, 간호사들이 들어올 때마다 흠칫 놀라기 일쑤였다. 왜인지 수시로 드나드는 간호사들은 긴장하는 나를 보고 작게 웃으며 자기들끼리 소곤거리곤 했다. 뒷담......은 아닌 것 같았지만, 불편한 것은 사실이었다. 역시 그런 곳은 나한테 안 맞는 것 같았다.  

 

 

입원한 다음 날부터 정말 하시라마는 매일 같이 찾아와 감시 아닌 감시를 했고 겸사겸사 학교 수업 진도와 숙제도 알려주었다. 다행히 이즈나가 가방과 교재들을 바로 가져와 준 덕분에 공부를 하는 데 무리는 없었다. 입원한 지 이틀 째에는 내 담당의사라는 사람이 찾아왔다. 턱에 엑스 자로 칼자국이 나 있는데다 무뚝뚝한 말투 때문에 가운만 벗으면 당장 무뢰배처럼 보일 것 같은 사람이었다. 그는 젊은 사람이 골병 들고 싶냐며 첫 마디부터 독설을 서슴지 않았고, 10분 동안 기타 잡소리를 포함한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그는 뼈에 금이 가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알라며 못해도 일주일 동안은 몸을 함부로 움직이지 말라고 했다. 문이 닫히고 내가 질렸다는 표정을 짓자, 옆에 앉아있던 하시라마는 쿡쿡 웃었다.  

 

 

이즈나도 학교가 끝나면 바로 병실로 와 새벽이 될 때까지 계속 내 옆을 지키고 있었다. 들어가서 자라고 말했지만, 이즈나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시체같은 얼굴로 내게 연신 사과를 했던 날 이후로 이즈나는 거짓말처럼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랐지만, 이즈나가 다시 돌아온 것은 분명 기쁜 일이었다. 나는 이즈나에게 병실에 있으면서 있었던 일들을 줄줄 읊곤 했다. 

결국 나는 하시라마에게 병실을 옮겨달라는 말을 했다. 하시라마에게 지나치게 신세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이기도 했지만-나중에 어떻게 갚아야 하나 막막하기도 했고- 여기에 계속 있기에는 내가 불편했다. 하지만 하시라마는 고개를 저었다.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려면 조금 더 시간이 걸릴거야. 그 때까지는 참아줘. 

 

 

 

나는 그 날 내가 피칠갑으로 만들어버린 녀석들의 얼굴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 녀석들도 아마 나를 잊어버릴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런 행동을 한 것에 후회는 없지만, 내 입장에서는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사항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나한테 별다른 수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시라마는 그 문제는 자신에게 맡겨달라고 했었다.  

 

 

 

이번엔 날 믿어, 마다라. 그쪽도 함부로 떠들어대지는 못할 테니까.  

.....!

 

 

 

전교에서 내가 그런 녀석들의 샌드백처럼 살아왔다는 사실을 모르는 녀석들은 드물 것이다. 아마 직접 목격한 사람도 꽤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녀석들, 괜한 문제에 말려들기 싫어서라도 증언같은 건 안 하려고 했을 텐데......하시라마는 코노하 대학 병원의 소인이 찍힌 내 몸 상태의 진단서와 의사 소견서를 들어 보이며 CCTV자료도 확보했다고 말했다.

 

 

 

CCTV가 있는 곳에서 그런 일을 벌이다니 멍청한 녀석들이지. 게다가 여기엔 물증도 충분해. 증언할 사람도 널렸고. 징계위원회가 열리면 불리한 건 저쪽이야. 그렇지만 그렇게 되면 문제가 커지지. 너도 그건 바라지 않을 거고.  

 

 

 

하시라마는 학교장이 나는 피해자니 벌을 받을 이유가 없다는 말을 했다고 말해주었다. 나는 놀라 눈을 깜빡였다. 학교 쪽에서는 학교 이름 때문에라도 가능하면 조용히 지나가길 원했을 것이다. 학교 입장에서 가장 이상적인 결말은 나를 전학시키거나 퇴학 조치를 내리는 것일 거다. 최소한의 희생으로 사건을 매듭지을 수 있을 테니까. 대체 뭘 한 거지, 이 녀석......설마 협박이라도 한 건가? 하시라마는 대답 없이 씨익 웃었다. 다 방법이 있지ㅡ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학부모들과 학교 운영진들 사이에서는 이미 합의금을 뒤로 찔러주는 것으로 마무리 짓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이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일부 극성스러운 학부모들은 불복해서 소란을 피우고 있다는 모양이다. 피해자를 만나봐야겠다고 억지를 부리는 사람도 있는 것 같았다. 하시라마는 말을 하면서도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얼굴을 찌푸렸다.  

 

 

그런 사람들이 널 만나면 뭘 할지 뻔해. 소리지르면서 욕하고 난리가 나겠지. 그러면 병원이나 학교에 소문이 쫙 퍼지는 건 시간 문제일 테고. 

......

가능한 그런 상황은 막으려는 거야. 네 몸도 지속적인 안정이 필요하다고 하니까. 병원 쪽에도 얘기는 해 놨으니까 여기 있으면 걱정할 필요 없어.

 

 

 

그 때 옆에 있던 이즈나는 살기어린 표정을 지으며 설사 온다고 해도 나에게 무슨 짓을 하려고 한다면 후회하게 만들어 주겠다고 했다. 하시라마는 그 말을 듣고는 정말 걱정 없겠다며 싱긋 웃었다.

 

 

나는 벤치에 누워 하늘을 멍하니 쳐다봤다. 보기 드물게 맑은 하늘은, 새털구름이 흘러가고 있었다.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지만, 걱정거리는 계속 생기는 것 같았다. 2학기 중간고사가 얼마 남지 않았고 대학 시험도 코앞이었다. 천장의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은 부드럽게 쉼터를 어루만지고 있었다. 하시라마는 지금쯤 한참 수업을 듣고 있겠지...... 구부리고 있던 다리를 움직이던 나는 실수로 벤치 위에 뒀던 책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 

 

 

 

바닥에서 책을 막 주우려는 찰나, 나는 내 앞에 누군가가 서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검은 머리카락에 서글서글한 인상을 가진 남자가 조금 놀란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의사인지 백의를 걸치고 있는 그 남자는 책 한 권과 차가 들어있는 것 같은 종이컵 하나를 손에 들고 있었다.

 

 

저, 잠깐만!

 

 

책을 주워든 내가 벌떡 일어나 도망치듯이 병실로 돌아가려 하자 그 남자는 붙잡듯이 나를 불렀다. 내가 돌아보자 그는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들어 보였다.

 

 

방해했다면 미안해. 굳이 자리를 피할 필요는 없어.

 

 

 

한눈에 봐도 선한 인상을 가진 그 남자는 비켜줄까? 라고 물었다. 당황한 나는 고개를 저으며 괜찮다고 말했다. 남자는 입가에 미소를 띠우며 맞은편의 벤치에 앉았다. 이도저도 못하게 된 나는 어색한 눈으로 그 남자를 응시했다.

 

 

병실이 답답했던 모양이지?

......

 

 

보아하니 이 쉼터에 자주 오는 사람인 듯 했다. 그는 말없이 앉아있는 나를 보고 부드럽게 웃었다. 그는 생각지도 못한 낯선 말동무가 생긴 것에 매우 즐거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나도 답답할 때마다 여기에 나오거든. 병원 일이란 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 머리가 핑핑 돌 때가 많아서.

......

이름이 뭐니?

.....마다라요.

 

 

물어봤으니 대답은 해야겠다 싶어 말하긴 했는데, 여전히 껄끄러운 느낌이 들었다. 초면인 사람에게 아무 이유 없이 친절하게 대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왠지 이 상황은......하시라마와 처음 만났을 때와 똑같은 것 같았다.

 

 

나는 카가미라고 해. 이 병원 외과에서 일하고.

......알아요.

응?

가운 입고 계시잖아요.

 

 

그는 하긴 그렇구나-라고 말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시원한 느낌이 드는 그의 웃음소리는 굉장히 듣기 좋았다. 그는 내가 병실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라며 일어설 때까지, 병원에서 지내는 것은 어떠냐는 일상적인 질문부터 시작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내게 물었다. 처음의 어색하고 딱딱했던 말투가 자연스럽게 나오게 되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길게 이야기한 것은 아니었지만, 대화하는 중 내내 이유를 알 수 없는 편안함이 느껴졌다. 거기에는 붙임성 있으면서도 시종일관 연못의 수면처럼 잔잔한 말투가 한 몫 했다. 그는 내 상처들을 보고는 얼굴을 찌푸리며 담당의사가 누구냐고 물었다. 나는 약간 퉁명스럽게 까칠한 조폭처럼 보이는 담당의사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크게 웃으며 의사들은 환자에 대해서는 깐깐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해주었다. 계속 웃음을 참지 못하는 걸 보니 아무래도 담당의사와 잘 아는 사이인 것 같았다. 그는 겉으로 보이는 상처들을 유심히 살펴보더니, 정색하면서 몸은 기계가 아니니 함부로 굴리면 안 된다고 충고했다. 그는 혹시라도 심심하면 언제든 여기에 나와 있어도 된다며 웃었다. 나는 그가 속이 시커먼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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