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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토/하시마다]Cineraria 47


 

 

81 

 

 

 

 

하시라마는 한숨을 쉬며 침대에 누워있는 마다라를 바라봤다. 등 하나 켜지지 않은 방 안에는, 희미한 달빛만이 흘러들어오고 있을 뿐이었다. 하시라마는 침대 옆에 앉은 채 마다라의 방 안을 둘러보았다.  

 

 

텅 빈 것 같은, 방이다.  

 

 

방 안은 깔끔하다는 말보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것 같다는 말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았다. 깨끗했고 먼지도 없었지만, 이 곳 어디에도 온기는 없었다. 책장과 붙어있는 책상 하나와 의자, 옷장 같은 기본적인 가구들 외에는 침대가 전부인 방이었다. 하시라마는 고개를 돌려 다시 마다라를 쳐다봤다. 

 

환자처럼 창백한 얼굴에는, 탈진해버린 듯한 지친 빛이 짙게 배어 있었다. 이마에 식은땀이 맺혀 있는 것을 본 하시라마는 화장실에서 접은 수건을 가져와 꼼꼼히 땀을 닦아주었다. 마다라는 얼굴을 살짝 찌푸리며 하시라마 쪽으로 머리를 기울였다. 하시라마는 수건을 손에 든 채로 마다라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멍이나 자잘한 상처가 나 있지 않은 마다라의 얼굴은 희었다. 옅은 붉은빛을 내고 있는 얇은 입술은 날카로운 턱선, 높은 코와 어우러져 수려하다는 인상을 주었다. 하지만 마다라를 보는 사람들 중 그의 얼굴을 자세히 보는 사람은 없었다. 그를 둘러싸고 있는 분위기와 거칠어보이는 눈빛만 보고, 마치 마다라가 불량학생이라도 되는 양 피하는 사람이 태반이다. 하시라마는 가만히 손을 들어 마다라의 이마를 가리고 있는 앞머리를 조심스레 걷어냈다.  

  

달빛에 드러난 마다라의 맨 얼굴에 순간 하시라마는 흠칫 놀란 얼굴을 하다 작게 한숨을 쉬었다. 정말로, 이 얼굴이 어딜 봐서 깡패처럼 보인다는 걸까. 마다라는 자신을 보고 매일 도련님 도련님 놀려대지만 얼굴로 따지자면 마다라가 자신보다 더 도련님 같았다. 좀 더 많이 웃으면 훨씬 인상이 좋아질 거라는 말을 한 적도 있었지만 마다라는 들은 척도 안했다.하시라마가 본 마다라의 웃는 얼굴은 무표정한 얼굴에 입꼬리를 살짝 올리는 표정이 다였다. 하시라마는 술을 마시면서 연신 웃음을 흘리던 마다라의 얼굴을 떠올렸다. 마다라가 그렇게 웃는 것을 본 건 처음이었지만 어째서인지 전혀 기쁘지 않았다. 그런 웃음을 지을 바에는 차라리 인상을 쓰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다. 그런, 쥐어짜는 듯한 웃음은......우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웃음은, 보고 싶지 않았다.  

 

 

......! 

 

 

하시라마는 자신의 얼굴이 마다라의 얼굴과 너무 가까워졌다는 것을 느끼고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 순간, 마다라의 눈꺼풀이 서서히 열렸다.  

 

 

이즈나......? 

 

 

마다라가 눈을 뜰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한 하시라마는 자리에서 일어서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발을 옮기려고 하자마자 뒤에서 붙잡는 손길에 멈출 수밖에 없었다. 

 

 

가지 마...... 

.......

부탁이야, 제발......가지 마, 이즈나.......

......!

 

 

팔을 뻗어 자신을 더듬더듬 끌어안는 마다라의 행동에 하시라마는 얼어붙은 듯이 멈춰섰다. 굳어버린 하시라마가 팔을 잡자 떨어지려고 하는 줄 알았는지 마다라는 더 세게 하시라마를 끌어안았다.  

 

 

나한테는......너밖에 없어. 너까지, 날 떠나면 안 돼...... 

 

 

울먹이는 어린아이 같은 목소리였다. 하시라마는 마다라가 떨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다라가 얼굴을 묻고 있는 어깨가 젖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하시라마는 자신도 모르게 마다라의 등에 손을 올렸다.  

 

 

알아......나한테 실망했다는 거. 사실대로 말해주길 바란다는 거......다 내 탓이야, 이즈나. 그렇지만......그렇지만, 못하겠어. 너한테는 도저히 못 말하겠어...... 

......!

 

 

 

마다라가 천천히 얼굴을 들었다. 마다라의 얼굴은 눈물로 젖어 있었고 눈 주위는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하시라마는 순간, 머리를 세게 얹어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마다라의 얼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나도 말하고 싶어......말하고 싶어서 미칠 것 같다고. 한 사람한테만이라도, 사실대로 말했으면 좋겠어......그 녀석한테......그 녀석한테, 말했으면...... 

 

 

자신에 대해 말하는 마다라는 괴로워하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하시라마는 마다라를 안고 있었다.  

 

 

다, 다 털어놨으면 좋겠어......그럴 수 없다는 거 아는데......아무도 이해 못할 거라는 건 아는데......기대하게 되는거야, 이상하지.....그 녀석한테만......어쩌면 날 이해해줄지도 모른다고......이 녀석이라면 괜찮을지도 모른다고......그렇게 몇 번이나 생각했는데......너한텐 안 되니까, 그 녀석한테라도 털어놓고 싶었는데......정작 그 녀석 앞에 있을 때는......못 하겠는거야. 그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하하......병신같이. 

......

그 새끼도......마음에 안 들어. 내버러 두지. 불쌍하면, 동정이 가면, 저 녀석은 그런가 보다......그렇게 그냥 내버러 두지. 왜, 왜......날 건드려. 왜......자꾸 날 흔드는 거야......왜 자꾸......기대고 싶게 만들어.

 

 

외로움, 슬픔, 괴로움, 원망이 뒤섞인 목소리가 하시라마의 가슴을 때렸다. 가시가 촘촘히 박힌 공이 가슴 속에서부터 파고드는 것 같은 통증이 일었다. 마다라의 고통이, 자신에게까지 스며들어오는 것만 같았다. 하시라마는 자신도 모르게 마다라를 힘주어 끌어안았다. 마다라의 손이 등의 옷자락을 꼭 쥐는 것이 느껴졌다.  

 

 

여기 있어......날 혼자 두지 마, 이즈나......날, 버리지 마...... 

안 버려......못 버려. 그런 일, 할 수 있을 리 없잖아.

......

 

 

마다라가 가만히 안겨 있자, 하시라마는 고개를 숙여 조용히 말했다. 

 

 

걱정하지 말고 자.....네가 잠들 때까지는, 여기에서 나가지 않을테니까...... 

 

 

하시라마는 마다라를 안아들어 조심스레 침대에 눕혔다. 어느새 잠들어 버린 건지 옅은 숨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려왔다. 하시라마는 마다라의 머리맡에 앉아 머리카락을 옆으로 넘겨주었다. 마다라는 작게 신음하며 하시라마 쪽으로 돌려 누웠다. 하시라마는 말없이 마다라의 잠든 얼굴을 바라보다 나지막히 속삭였다.  

 

 

 

이번에는, 도망치지 마......마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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