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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토/하시마다]Cineraria 35

 

 

59 

 

 

좀 진정됐어?

.......

......마다라?

감상에 좀 빠졌을 뿐이야......신경쓰지 마.

 

 

나는 하시라마의 눈길을 피하며 중얼거렸다. 의아한 얼굴을 하고 있는 하시라마를 보고 나는 맥이 탁 풀렸다. 왜 저 녀석은 아무렇지도 않은 걸까.  


 

눈물이 멈췄을 때, 나는 우리가 꽤나 쪽팔리는 모습으로 서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밤이 늦은 시간이기는 했지만 여전히 지나가는 사람들은 있었다. 뒤늦게 찾아온 민망함과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힌 나는 하시라마를 끌고 황급히 그 자리를 떴다. 거기서 한참 떨어진 곳에 있는데도 아직 얼굴은 뜨거웠다. 나를 빤히 바라보던 하시라마는 편의점에서 사온 캔커피를 건넸다.  

 

 

왜......거짓말했어?  

 

 

우리는 집 근처 공원의 벤치에 앉아 있었다. 하시라마는 내 옆에 앉아 쥐고 있던 캔을 땄다.  

 

 

거짓말, 이라고? 

너 오늘 아르바이트 없잖아. 오늘은 오랜만에 집에 일찍 갈 수 있는 날이라고, 어제 그렇게 말하지 않았어?

 

 

나는 말없이 하시라마를 쳐다보다 시선을 돌렸다. 확실히 그렇게 말했다. 그 때 얼굴이 묘하게 들떠있던 건지 하시라마는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냐고 물었었다. 집에 일찍 들어가면 동생을 빨리 볼 수 있다고 대답했다가 ‘너 정말 브라더 콤플렉스구나.’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물론 그 뒤에 하시라마는 나한테 한 대 맞았지만.  

 

동생이랑은 왜 같이 안 간 거야? 난 네가 그럴 생각으로 온 줄 알았는데...... 

.....공연, 어땠어?

 

 

갑작스러운 질문에 하시라마는 잠깐 놀란 표정을 짓다가 대답했다.  

 

 

좋았어, 굉장히......특히 네 동생은 바로 알겠더라. 노래, 정말 잘하던데.  

 

 

하시라마의 말 속에는 공연 속의 열기와 흥분이 녹아 있었다. 박수를 받으며 고개를 숙이던 이즈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가슴 한쪽이, 아릿하게 아파왔다. 눈은 말라 있었지만, 마음은 여전히 구멍이 뜷린 것 같은 느낌이다. 나는 씁쓸하게 웃었다.  

 

 

그렇군...... 

왜 그래?

 

 

형제면서도 늘 다르다고는 생각했지만, 이렇게까지 확실히 느낀 것은 처음이다. 하시라마는 말없이 나를 바라보았다.  

 

 

......쓸쓸해? 

!

 

 

깜짝 놀란 눈을 하고 있는 나를 본 하시라마는 쓸쓸한 거구나, 라고 중얼거렸다. 나는 나도 모르게 입을 열어 말했다.  

 

 

그런 게 아니야. 난 그냥...... 

그냥?

그 녀석이......너무 커버린 것 같아서.

 

 

나는 말을 더듬거렸다. 순간 왜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말은 입을 떠난 후였다.  

 

 

너무, 멀어져버린 것 같아서...... 

 

 

뭔가 이상하다. 그럴 의도로 말한 것은 아닌데 어쩐지 푸념하는 것처럼 되어버렸다. 어린애처럼 굴고 있는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닌 나인 것 같았다. 스스로가 바보처럼 느껴졌다.  

 

 

뭔가 형이 아니라, 엄마가 말하고 있는 것 같네.  

.....!뭐......

그래도 네 동생은 좋겠다.

 

 

너 같은 형이 있으니까 말이야-하시라마는 엷게 웃으며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올렸다.  

 

 

......놀리는 거냐? 

아닌데? 진심이야. 너 같은 형을 둔 녀석은, 정말 운이 좋다고 생각해. 네 동생도 분명 그렇게 생각할걸?

......

 

 

어쩐지 쑥스러워진 나는 시선을 내려 아직 따지 않은 커피 캔을 바라봤다. 이즈나는 정말로 나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까. 내가 한 일을 알더라도, 나를 그렇게 생각해줄까. 나는 커피잔을 꽉 움켜쥐었다.  

 

 

하지만 너......의외로 외로움 잘 타는 성격이구나.  

 

 

하시라마가 말했다. 외로움......이라고? 내가? 부정하고 싶었지만, 어째서인지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외로움......고독. 나는 그런 걸 느끼면서 살아왔던가? 모르겠다. 애초부터 내 주위에는 사람이 있었던 적이 없었다. 타인과는 언제나 스쳐 지나갈 뿐이었다. 계속 내 옆에 있어주었던 사람은 이즈나가 전부다. 이즈나가 없었다면 나는 오래 전에 잘못되어버렸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즈나는 내가 지켜야 할 사람이었다.  

 

혼자 있는 것은 익숙했다. 익숙해지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익숙해진 다음에는 오히려 그것을 편하게 느꼈다. 혼자 공부를 하고, 밥을 먹고, 사람으로 가득 찬 거리를 걸었다. 아무렇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스스로가 약해빠졌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누군가 계속 옆에 있어주었으면 한다고, 나를 나로서 봐주었으면 한다고 줄곧 마음 속에서 바라고 있었다.  

 

이따금씩 가슴에 느껴지는 작은 통증을,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내가 옆에 있어줄 누군가를 필요로 할 때, 내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다라......? 

 

 

하시라마가 걱정스러운 눈을 한 채 나를 바라봤다. 내가 넋을 놓고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이상한 녀석. 처음 만났을 때나 지금이나, 정말 이상한 녀석이다. 그리고......너무 상냥해서 어떻게 대해야 할지 알 수 없는 녀석이다. 하시라마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가슴 속이 따뜻해진다고 느낀다.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하시라마에게서 시선을 떼며 말을 돌렸다. 

 

 

그것보다......이제, 말해봐.  

 

 

할 이야기가 있다고 했잖아-라는 말은 굳이 하지 않았다. 하시라마의 눈이 변했다. 뭔가에 집중하고 있을 때, 하시라마는 저런 눈을 했었다. 나는 아무렇지 않게 하시라마를 바라봤다. 하시라마의 시선이 내 얼굴에만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은 한참 전부터 느끼고 있었다. 

강한 빛이 담긴 부드러운 눈동자가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그 눈을 피하지 않았다. 설명을 바라고 있는 눈이다. 말하지 않아도, 하시라마가 묻고 싶어하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시라마도 물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알고 있었을 거 아냐. 

헛소문이라고 생각했었어. 너는, 그런 일을 당하고 가만히 있을 사람이 아니잖아.

 

 

하시라마의 입장에서 보면 그렇게 보이는 건가. 하긴......나는 피식 웃었다. 

 

 

상관없어. 그 녀석들도 이젠 마음대로 못 할 거고, 이 정도는 그렇게 대단한 것도 아니니까.  

 

 

사실이다. 지난번처럼 열이 펄펄 끓는 상태에서 두드려 맞은 것도 아니고, 거친 ‘손님‘을 상대할 때의 고역에 비하면 이 정도는 양반......은 아니더라도 평타는 된다. 게다가 당분간은 걱정할 필요도 없으니까, 괜찮다. 아무 문제 없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한 순간 하시라마는 내 어깨를 세게 움켜잡았다.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 너 지금 네 모습이 어떻게 보이는지는 알고 있어? 

무슨......

아까 거리에서 널 봤을 때, 난 네가 쓰러지는 줄 알았어. 지금도 마찬가지야. 얼굴에 핏기가 하나도 없다고!

 

 

하시라마의 눈동자가 떨리는 것 같다고 느꼈다. 화를 내는 것 같으면서도 안타까워하는 것 같은, 눈이다. 문득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건, 착각일까. 어디서.....? 양호실에 갔을 때 외에 저런 눈을 본 적이 있었던가? 나는 고개를 저었다. 하시라마는 여전히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가라앉은 눈으로 하시라마를 응시했다. 너는, 내가 무슨 말을 하길 바라는 거냐. 너에게, 전부 다 털어놓으라고 말하고 싶은 건가? 너에게......기대라고 말하고 싶은 거냐?  

나는 눈을 감았다. 대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나한테 말해줄 수는 없는 거야......? 

뭘.

마다라, 너.......

 

여기까지야, 하시라마.  

 

 

나는 눈에 힘을 담아 하시라마를 응시했다. 더 이상은, 안 된다. 나는 벤치에서 일어섰다.  

 

 

......이제 들어가 봐야겠어. 너도, 잘 들어가. 

 

 

집 쪽으로 발을 옮기려던 나는 몇 걸음을 걸어다가 멈춰섰다. 돌아서지는 않았다. 뒤돌아보지 않아도, 하시라마가 아직도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다시 앞으로 발을 내딛었다.  

 

 

손에는 여전히, 식어버린 캔커피가 들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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