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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토/하시마다]Cineraria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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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 밖을 바라보던 하시라마는 낮익은 실루엣을 발견하고는 흠칫 놀랐다. 잠시동안 유심히 그를 쳐다보던 하시라마는 기사를 돌아보며 말했다.  

 

......잠깐만, 차 세워요.

무슨 일이세요? 도련님, 시간이 얼마 안 남았는데......

 

하시라마는 기사의 말을 끊으며 소리치듯이 말했다.

 

차 세워요, 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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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에서 차가 멈추는 소리에, 나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검은색 차 하나가 버스 정류장 근처에 서 있었다. 뒷좌석의 차문이 열리고 긴 머리카락을 가진 남자가 밖으로 나왔다. 그 남자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내 쪽으로 달려왔다. 저 녀석, 은...... 

 

 

하시라마......? 

마다라, 너......

 

 

내 앞으로 달려온 하시라마는 순간 할 말을 잊은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하시라마의 시선이 내 얼굴과 몸, 다 잠기지 않은 와이셔츠 사이로 드러난 살에 닿았다. 그는 뭔가 말하려던 것도 멈춘 채 심하게 동요하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야, 마다라.  

......

얼굴은 왜 이렇게 됐어......!!

도와줘, 하시라마.

 

 

나는 다짜고짜 하시라마의 어깨를 붙잡으며 말했다. 지금은 다른 걸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시간이 없었다.  

 

 

무슨......? 

5분 내로, 이터널 가든 플레이스까지 가야 해. 갑자기 이런 말해서 미안한데, 나 정말 급해......부탁이야. 도와줘.

 

 

나는 필사적으로 말했다. 당황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던 하시라마는 입을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시라마와 나는 갓길에 세워져 있던 검은색 차에 올라탔다. 하시라마는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기사에게 말했다.  

 

 

이터널 가든 플레이스로 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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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헉대면서 공연장 안으로 들어갔을 때는, 이미 무대 조명 외의 불이 모두 꺼진 상태였다. 꽤 넓은 공연장에는 사람들이 북적북적 모여 있었다. 나는 숨을 고르며 무대 위를 살폈다.시작했나? 설마 벌써 끝난 건 아니겠지......? 

 

 

사람들 많은데......? 인기 많은가봐.  

 

 

뒤에 있던 하시라마가 말했다. 나는 한숨을 쉬었다. 

 

 

......괜찮으니까 가라고 했잖아.  

너랑 할 이야기가 좀 있을 것 같아서.

 

 

나도 이런 공연은 한 번 보고 싶었고- 하시라마가 주변을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내가 뒤를 돌아보며 말하려던 순간, 남아있던 조명이 꺼져버렸다. 검은 실루엣들이 하나 하나 무대로 올라왔다. 남아있는 좌석을 찾지 못한 나는 벽에 기대어 선 채로 무대를 바라봤다. 무대엔 다시 색색의 불빛이 들어와 그 위에 서 있는 사람들을 비췄다.  

 

 

이즈나...... 

 

 

이즈나는 무대 위의 다섯 사람 중 가운데에 서 있었다. 캐주얼한 옷차림에 마이크를 들고 있는 모습이, 무척 낯설었다. 다른 멤버들과 눈빛 교환을 한 이즈나는 가지고 있던 마이크를 기타를 메고 있는 옆 사람에게 넘겨주었고, 그는 이즈나에게 눈을 찡끗해보였다. 그는 한 발짝 앞으로 나와 인사를 했고 사람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를 했다. 머리를 어두운 보라색으로 염색하고 있는 그 남자는 박수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다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자자, 여러분. 여러분이 기뻐할 만한 일이 있어요. 

 

 

그는 뒤에 서 있는 이즈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밴드 멤버들 중에서 가장 폭발적인 인기를 자랑하는,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공연 중에는 말을 별로 안하는 우리 메인 보컬께서 오늘은 인사를 하신다고 합니다! 

 

 

말이 끝나자마자 방금 전의 박수소리의 두 배는 될 듯한 엄청난 환호성이 터져나왔고 마이크는 뒤에 서 있던 이즈나에게로 넘어갔다.  

 

 

안녕하세요, 우치하 이즈나입니다.  

 

 

그 말 한 마디로 또다시 함성소리가 울렸고 내 가까이에 있었던 여자아이들은 얼굴을 붉히며 비명을 질렀다. 나는 새삼 이즈나가 어디에서나 인기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즈나는 입가에 미소를 담은 채 자연스럽게 말하고 있었다.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것이 이제는 익숙해진 것처럼 보였다. 이따금씩 공연 때마다 쓸데없는 말을 너무 많이 해야한다고 투덜거리던 것이 떠올라 웃음이 나왔다. 이즈나는 차분한 어조로 최선을 다한 만큼 멋진 무대가 될 테니 즐겨달라는 말로 끝을 맺었다.  

 

스피커에서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기타와 드럼 소리가 공연장을 울렸다. 나는 이즈나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노래를 부르는 이즈나는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격정적인 노래를 부를 때도, 부드러운 발라드를 부를 때도 이즈나의 표정은 지금까지 내가 봐온 그 아이의 얼굴과 달랐다. 한 곡의 노래를 마친 뒤 이즈나는 상기된 얼굴을 한 채 웃음을 짓고 있었다. 저런 얼굴은.....처음 본다.  

 

 

저 아이가 정말 내가 아는 그 이즈나인가?  

 

 

문득, 이즈나도 이미 중학교를 졸업할 나이가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즈나의 긴 머리카락이 눈에 들어왔다. 중학교에 들어갈 때만 해도 목 언저리에 있던 머리는 이제 허리선까지 내려올 정도로 자라 있었다. 나는 이즈나의 키가 나와 많이 차이나지 않을 정도까지 훌쩍 커버렸다는 것도 알았다. 말랐지만 균형이 잡히기 시작한 몸도, 뚜렷해진 턱선과 깊어진 눈매도 나에게는 처음 보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고아원에서 내 손을 꼭 붙잡고 다녔던 커다란 눈동자의 작은 아이를 떠올렸다. 내가 언제나 보호해야만 했던 동생은, 이제 더 이상 어린애가 아니었다. 나는 멍하니 무대 위에 서 있는 이즈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마지막 곡입니다. 『Cineraria』 

 

 

이즈나는 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엷게 웃었다. 나는 이즈나가 틈이 날 때마다 밑에 모여있는 사람들을 둘러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틀림없이, 나를 찾고 있을 것이다. 나는 나도 모르게 무대에서는 보이지 않는 벽면으로 물러섰다. 옆에 서 있던 하시라마가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마다라, 왜 그래?  

 

 

나는 질문에 답을 하지 않은 채 벽에 몸을 기댔다. 이즈나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공연장 안에 울려퍼지고 있었다. 무대 위에서 빛나고 있는 이즈나의 모습은 눈부셨다. 나는 이즈나가 내 얼굴을 발견하는 일이 없도록 몸을 벽에 바짝 붙였다. 노래를 부르고 있는 중에도 분명 사람들 사이에 있을 나를 찾고 있을 것이다. 나를 발견하면, 그 아이는 나에게밖에 보이지 않는 밝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겠지. 하지만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귓가에 맴돌기만 하던 노랫소리는 공기에 섞여 공중으로 퍼져나갔다. 하지만 내 귀에는 어떤 소리도 닿지 않는 것만 같았다. 

 

 

외롭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한 것은 처음이었다. 가슴 속의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의 파도로 변한다. 그것은 서서히 느껴지는 큰 상처의 통증과 같았다. 쓸쓸함이라는 이름의 고통이, 나를 괴롭게 했다. 나는 반사적으로 눈을 가렸다.  

 

늘 함께라고 생각했었다. 나와 이즈나의 관계만큼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제나 한결같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즈나가 있는 한은, 나는 절대 외롭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틀렸다.  

 

 

공연장 전체에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번져나갔다. 무대 위에 서 있는 이즈나는, 누구보다도 당당한 주인공의 모습으로 한 손을 들어보였다. 그 아이의 미소는 언제나처럼 빛을 내고 있었다.  

 

 

 

이즈나는, 앞으로 나아간다.  

나는 여전히......이 자리에 멈춰서 있는데도.

 

 

눈가가 제멋대로 뜨거워졌다. 누구보다 가깝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나와 이즈나의 거리는 멀어져 가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밝은 곳으로 나아가는 이즈나. 아직도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나. 그 사이에 놓인 수많은 거짓말들. 이즈나를 위한 길이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할수록 나는 이즈나에서 더욱 멀어지고 있었다. 우리 두 사람의 사이에 메울 수 없는 강이 생겨 버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나는 출구가 열리자마자 도망치듯이 밖으로 빠져나왔다.  

 

들어왔던 문으로 나온 순간 휴대폰 벨이 울렸다. 나는 휴대폰을 귓가에 가져다댔다. 누군지는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형, 지금 어디 있어? 계속 찾았는데 보이질 않아서......』 

『밖이야.』

『에? 먼저 가면 어떡해! 같이 가는 거 아니었어?』

 

 

이즈나는 놀라면서 말했다. 전화기 너머로 급하게 짐을 챙기는 듯한 소음이 들려왔다. 말없이 휴대폰을 귀에 대고 있던 나는 나지막히 말했다.  

 

 

『급하게 나올 필요 없어.』 

『.....에?』

 

 

나는 마른 침을 삼켰다.  

 

 

『나 아르바이트 가봐야 해서. 공연, 잘 봤다. 수고했어.』 

『그게 무슨 말이야, 형! 오늘은......』

『사정이 좀 있어서 그렇게 됐어. 집에서 보자, 이즈나.』

 

 

나는 말이 끝나자마자 휴대폰을 닫고 주머니 깊숙이 집어넣었다. 가슴이, 욱신거렸다. 눈에 힘이 풀리면서 흘리고 싶지 않았던 것이 턱 밑으로 떨어져 내렸다. 여기서는 정말 울고 싶지 않았다. 나는 손을 들어 눈을 가렸다. 바보, 멍청이다, 나란 놈은......대체 왜 울고 있는 거냐. 기뻐야 하는데. 여기서는 기뻐해야 하는데. 웃으면서, 이즈나를 축하해주고 어깨를 두드려줘야 할 텐데. 왜 그렇게 기쁘지가 않은 거지. 왜.....이렇게 가슴이 아픈 거지......? 

 

 

마다라......? 

 

 

나는 무심결에 뒤를 돌아보았다. 하시라마가,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고개를 돌리고 밖으로 걸어나가려 하기도 전에 하시라마는 내 어깨를 붙잡았다. 나는 얼굴을 숨기려고 했지만 하시라마는 이미 내 얼굴을 본 후였다.  

 

 

...... 

 

 

나를 지그시 바라보던 하시라마는 내 어깨에서 천천히 손을 뗐다. 나는 여전히 멈추지 않는 눈물을 참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하지만 금방이라도 입 밖으로 새어나올 듯한 흐느낌을 참는 것이 고작이었다. 어딘가 텅 비어버린 것 같은 공허한 느낌이 가슴 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왼쪽 가슴의 저릿한 감각은 사라지기는커녕 더욱 강해져 묵직한 아픔을 주었다. 하시라마가 보고 있다는 것을 아는데도 눈물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나는 양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이런 모습은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누구에게도 약한 모습을 비친 적은 없었다. 누구의 앞에서도 꼴사납게 우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었다. 지금까지 그렇게 해 왔는데, 아무 문제도 없었는데. 왜, 지금은....... 

 

 

 

끌어당겨지는 느낌과 함께 이마에 단단하면서도 푹신한 것이 와 닿았다. 하시라마의 팔이 내 머리를 감싸고 있었다. 시야를 가리고 있는 것은 하시라마의 어깨였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당황해 굳어버린 나를 달래듯이 하시라마는 내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졌다. 머리를 감싸지 않은 다른 손은 내 등을 부드럽게 쓸어내리고 있었다.  

 

 

참지 마......울고 싶을 땐 울면 돼, 마다라.  

 

 

하시라마는 속삭이듯이 말했다. 멈추지 않을까 싶었던 눈물이 다시 흐르기 시작할 정도로, 하시라마의 손은 상냥했다. 나는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하고 하시라마의 어깨에 얼굴을 묻은 채 서 있었다.  

 

 

얼굴 보이고 싶지 않은 거지......? 

 

 

하시라마의 팔에 옭아매는 듯한 힘은 들어가 있지 않았다. 분명 내가 밀어낸다면, 하시라마는 금방 나에게서 떨어질 것이다.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이러면 안 된다는 것은 안다. 누구에게도 응석부려서는 안 된다는 사실 정도는......알고 있다. 알고, 있는데. 하지만, 조금이라면. 조금이라면 괜찮지 않을까. 되지도 않는 변명이라는 걸 알지만, 스스로에게 속삭인다.  

 

 

조금만, 이대로 조금만. 그 이상은 바라지 않을테니까...... 

 

 

이 녀석의 상냥함에, 기댈 수 있게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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