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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토/하시마다]Cineraria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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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카쿠.  

예.

요즘은 외출이 잦구나. 여자라도 생긴 것이냐?

 

 

넓은 방에는 두 사람이 앉아 있었다. 한 사람은 상석에 앉아 다기를 닦고 있었고, 다른 사람은 그 사람의 앞에서 끓어앉아 있었다. 끓어앉아 있던 남자는 조용히 대답했다. 

 

 

......아닙니다. 주의하겠습니다.  

신경쓸 것 없다. 노는 것이야 네 자유니. 너는 쓸데없는 문제를 일으킬 녀석이 아니지 않으냐.

......예.

이번에 센쥬 측과 만나기로 한 장소는 정했느냐.

늘 가시던 곳으로 했습니다. 혹시 다른 곳으로 하길 바라시면......

 

 

다기를 손질하던 남자의 손이 잠시 멈췄다.  

 

 

아니다. 중요한 비즈니스 상대에게 결례를 범해서는 안 되지.  

 

 

아래에 앉아 있던 남자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숙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히카쿠.  

예.

센쥬 부츠마의 장남과 차남이 코노하에 다니고 있다고 했던가?

예. 갑자기 그건 왜......?

 

 

남자는 비릿하게 웃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재미있는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이 드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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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바닥이 물컹거린다고 생각했다.  

 

 

우치하! 

 

 

앞에 있던 영어선생은 놀란 얼굴로 내게 달려왔고, 같은 반 녀석들이 내 주위를 둘러쌌다. 나는 내가 걸어가다 쓰러졌다는 사실을 알았다. 갑작스러운 현기증 때문에 다리에 힘이 빠져버린 모양이었다. 나는 머리를 붙잡으며 상체를 일으켰다.  

 

 

괜찮은 거냐? 너 요즘 안색도 안 좋은 것 같은데.  

괜찮습니다. 그냥 머리가 좀......어지러워서요. 죄송합니다.

 

 

계속 불안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선생에게 나는 잠깐 쉬고 나면 금방 괜찮아질거라고 말해 안심시켰다. 선생은 양호실이라도 가라고 했다.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교실 안에 있으면 현기증이 더 심해질 것 같았다. 누군가 따라가는 게 좋지 않겠냐는 말에 나는 혼자서도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수업이 거의 끝나려던 때라 그런지 복도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누군가 악을 쓰는 소리, 뛰어가는 소리, 음악 소리가 고막을 사정없이 때렸다. 양호실로 걸어가던 나는 벽을 짚고 멈춰섰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주머니에서 울리는 진동에 나는 무의식적으로 휴대폰을 꺼냈다.  

 

 

『♪』 

 

『형, 오늘 잊지 않았지?』

 

 

 

 

  

양호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나는 창가 가까이에 있는 침대에 몸을 눕혔다. 머리가 베개에 닿자마자 머리를 손가락으로 꾹 누르는 것 같은 아픔이 느껴졌다. 누워 있어도 현기증은 가시질 않았다. 나는 한 팔로 눈을 가렸다. 가끔씩, 이런 두통이 찾아올 때가 있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신경쓰는 일이 많을 때 머리가 아플 수도 있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요즘은 꽤나 자주 이런 상황이 된다. 예전에는 꽤 텀이 길었던 것 같은데. 몸이 약해지기라도 한 건가. 나는 팔을 살짝 올려 창문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몸이 예전같지 않은 것은 맞다. 근육이 줄어들었다든가, 완력이 약해졌다든가 하는 그런 느낌의 말이 아니다. 지칠 대로 지쳤다......라고 해야 할까. 최근에는 맞다가 기절할 뻔한 적도 있었다. 금방 정신이 몽롱해지기도 하고, 이유없이 몸에 힘이 빠져 흔들거리기도 했다.  

 

 

몸도 이젠 지쳐버린 건가. 

 

 

하시라마와는 함께 다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얼마 전부터는 등교도 같이 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본관 앞에서 만나 같은 층에 있는 교실까지 올라가는 것뿐이지만. 녀석은 도련님 아니랄까봐 교문까지는 차로 오는 것 같다. 코노하 자체에 좀 사는 녀석들이 많아서 별로 특별하다고 볼 것까진 아니었다. 그렇지만 하시라마는 그게 어지간히도 싫은지 일주일에 두 번씩 이상 자전거로 등교하고 있었다. 둘 다 일찍 학교에 오는 편이라 어쩐지 같이 등교하는 것은 일상화되어버렸다.  

 

덕분에 내 몸에 나는 상처도 줄어들었다. 등교하다 다른 패거리를 만나 린치를 당하는 일도 심심찮게 있었고 아침부터 학교 뒤편으로 끌려가 맞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하시라마와 함께 등교하게 된 이후로는 그런 일이 줄었다. 몇 번은 그 패거리들과 눈이 마주친 적도 있었지만, 그 녀석들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시선을 던지며 돌아서곤 했다. 그 녀석들의 시선은 하시라마를 향해 있었다. 아무래도 학생회장 앞에서 폭력을 행사할 배짱은 없는 모양이었다. 

 

그렇지만 도서관에서 나오는 길은 여전히 험난했다. 아니, 더 심각해졌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횟수가 줄어든 만큼 린치의 강도는 강해졌다. 예전에는 대충 맞고 끝날 일도 한참동안은 일어나기 힘들 정도로 얻어맞는 일이 늘어났다. 아무리 맞는 것에 적응이 되었다곤 하지만, 한계란 게 있다. 나는 한숨을 쉬었다. 

 

어렸을 때부터 수없이 맞다 보니 ‘잘‘ 맞는 법은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 하지만 내 몸은 그래도 지쳐가고 있었다. 아르바이트를 안 하면 괜찮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었다.  

 

 

머리 아파...... 

 

 

만약 하시라마가 여기 있었다면, 날 양호실에 끌고갔을 때와 똑같은 표정을 짓겠지. 바보같다고 타박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묻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겠지. 온화한 빛을 띠고 있는 하시라마의 검은 눈이 떠올랐다.  

 

 

나를 걱정해줬던, 그 얼굴이.  

 

 

나는 이내 고개를 저으며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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