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내용으로 건너뛰기

[나루토/하시마다]Cineraria 30

 

 

50 

 

 

『뭐해?』

 

 

나는 휴대폰에 뜬 문자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이제는 익숙해져 버린 것 같다. 휴대폰을 열면 텅 빈 화면이 떠 있는 때가 별로 없었다. 이즈나의 문자가 와 있거나, 하시라마의 문자가 와 있다. 문자가 온 시간은 한참 전인데도, 답장은 하지 못했다.  

 

 

상당히 어이없는 과정으로 하시라마와 친구가 되면서, 나는 도서관에서 혼자 있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사실대로 말하면 거의 없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내가 늘 앉는 열람실 안쪽으로 들어가면, 그 맞은편에는 하시라마가 앉아 책을 보고 있었다. 시험기간이 다가오다 보니 일을 하는 시간 외에는 도서관에서 진을 치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자연히 하시라마와 함께 있는 시간은 늘어났다. 우리는 시험 예상문제를 함께 풀면서 서로의 풀이를 비교하곤 했다.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는 하시라마를 보면 이 녀석이 전교권에 있는 녀석이기는 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각자 다른 답이 나올 때면 미묘한 신경전이 일어나기도 했다. 어차피 정답은 내 답이나 하시라마의 답 둘 중 하나였지만 누구의 답인지가 문제였다. 하시라마는 내 답이 틀리면 속을 긁는 말을 해 내 화를 돋구기도 했다.  

 

하지만 조회시간부터 종례가 끝날 때까지는 거의 하시라마를 볼 수 없었다. 우리는 다른 반이었고, 나는 교실을 벗어나는 일이 드물었다. 하지만 하시라마는 내가 점심을 먹으러 갈 시간이 되면 귀신같이 교실로 찾아와 날 깨웠다. 텅텅 비어있는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서 하시라마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정신없이 바쁜 것 같아, 요즘은.  

 

 

하시라마는 힘이 빠진다는 듯이 말했다. 학생회장은......아무래도 날로 먹는 자리는 아닌 듯 싶었다. 참여해야 하는 회의도 몇 개나 되고, 왔다갔다 움직이는 것도 적지 않은 모양이었다. 얼굴을 구기는 걸 보니 귀찮아도 빠짐없이 참석은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교장 훈화나 조회가 있을 때 종종 하시라마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었다. 보면 볼수록, 하시라마는 정석적인 모범생이었다. 인상 자체도 온화해 보여서 도와달라는 말을 하면 바로 손을 걷어붙일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의지가 될 만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라고 할까. 새삼 발렌타인데이의 소동이 이해가 갔다.  

 

 

너......진짜 도련님이야?  

 

 

시험 일주일 전, 나는 하시라마에게 지나가듯이 질문을 던졌었다. 하시라마는 잠깐 놀란 얼굴을 하다 낭패라는 표정을 지었다. 답을 기대하고 던진 질문은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그 녀석은 다르게 받아들인 것 같았다. 하시라마는 한숨을 쉬며 도련님이란 말은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시라마의 아버지는 업계에서 유명한 경영 컨설팅 회사의 사장이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센쥬』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 것도 같았다. 하시라마의 말을 들어보면 회사가 대를 이어온 것은 맞지만, 성장하기 시작한 것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하시라마는 자신을 무슨 대단한 사람을 보는 것처럼 대하는 태도가 불편하다고 했다. 처음에는 자랑하는건가 생각했지만 정색한 표정을 보니 정말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았다. 어렸을 때도 주변에서 하도 그런 모습들만 보여서 거부감이 들었다고 했다. 하시라마는 얼굴을 찡그리며 될 수 있으면 그런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여자아이들이 계속 떠들어대길래 헛소문이겠지 싶어 물어본 거였는데,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뜻밖이었다. 솔직히 사실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시라마의 깔끔한 얼굴이나 단정한 옷차림은 다른 사람에 비해 눈에 띠는 편이긴 했다. 하지만 같이 있어보니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도련님」의 이미지와는 반대였다. 그냥 어른스러운 학생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렇지 않게 농담을 하거나 갑자기 침울해지는 모습을 보면 마냥 어른스러운 것도 아니었다. 밥 먹는 걸 보면 특별히 가려 먹는 것도 없었다. 매점 주인과 넉살 좋게 이야기하는 걸 보면 그냥 그 나이대 청소년이었다. 나는 새삼 신기한 눈으로 하시라마를 쳐다봤었다.  

 

 

그래도......도련님이기는 하다는 거군.  

 

 

시험이 있는 주는 다른 때보다 유난히 빨리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시험기간이 좋은 것은 수업이 일찍 끝난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나는 도서관에 있을 수 있는 시간이 많았고,공부를 더 할 수 있었다. 한 시험이 끝나면 나는 하시라마와 시험지를 교환해 답을 맞춰보면서 점수를 체크했다.  

 

 

마다라, 이거 틀렸는데? 

뭐? 어디.

이 문제. 이 부분 해석 잘못한 거 아니야?

 

 

틀린 문제는 모두 한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였지만 실수가 대부분이었다. 하시라마도 비슷했다. 우리 둘 다 그런 문제는 그냥 넘기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우리는 시험이 끝나는 날에도 도서관에서 그 날 본 시험지를 붙잡고 있었다. 여느 때처럼 하시라마와 나는 문제를 풀다가 시시껄렁한 말싸움을 벌였었다.  

 

 

나는 서서히 어둠이 지고 있는 번화가를 걸었다. 휴대폰은 여전히 손에 들고 있었다. 거리에는 오늘따라 유난히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많았다. 시험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가 싶었다. 갑자기 휴대폰에서 벨소리가 울렸다. 화면에는 『센쥬 하시라마』라는 이름이 떠 있었다. 

 

 

『여보세요, 마다라?』 

『듣고 있어. 왜.』

『지금 뭐해? 문자했는데 못 받은 것 같아서.』

『일이 좀 있었어......지금은 집이야.』

 

 

『......정말이야? 아닌 것 같은데?』 

 

 

바로 앞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나는 나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앞을 응시했다. 나는 눈을 크게 떴다. 하시라마가 손에 휴대폰을 든 채 웃으며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자켓의 윗부분을 움켜쥐었다. 하시라마가 내 쪽으로 걸어오며 말했다. 

 

 

집이라면서?  

......가는 중이야.

 

 

하시라마는 납득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얼굴에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나는 당황하고 있었다. 하시라마를 이런 거리에서 만날 줄은 몰랐으니까. 그것도......일이 끝난 다음이라니. 나는 자켓을 더욱 세게 쥐었다.  

 

 

넌......여기서 뭐하는 거야? 

그냥 바람 쐬러 나왔어. 좀 답답해서.

 

 

하시라마는 목을 풀면서 말했다. 하시라마는 얇은 코트에 베이지 색의 와이셔츠를 입고 있었다. 매일 교복 입은 모습만 봐서 그런지, 다른 사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뭐라고 할까......더 도련님 같은 인상이 된 것 같다. 나를 바라보던 하시라마가 대뜸 물었다.  

 

 

마다라, 너 혹시 이 다음에 뭐 해야할 거라도 있어?  

집에 가서......공부하려고 했는데.

 

 

중간시험도 끝났고, 시험기간 동안에는 수업도 없었으니 과제같은 게 있을 리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공부를 해야 했다. 대학 시험은 6개월도 안 남은 상태였다.하시라마는 순간 충격을 받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놀랄 일인가......?  

 

 

......그거 말고는 없어? 

아마......?!하시라마, 이번엔 또 뭐야?

 

 

왜 또 이 패턴이......하시라마가 씨익 웃으며 내 팔을 붙잡고 있었다. 어쩐지 안 좋은 느낌이 들었다.  

 

 

별 일 없으면 놀러가자. 마침 시험도 끝났고......  

놀러......?

마다라, 넌 심각해. 공부만 하면 머리가 썩는다고. 가끔은 쉬는 것도 필요해.

 

 

하시라마는 농담이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 하지만 하시라마는 나에게 생각할 틈을 주지 않았다. 나는 하시라마의 발에 맞춰 끌려가듯이 걸었다. 그는 나를 돌아보며 빙그레 웃었다.  

 

 

 

어디 갈래? 

 

 

 

 

바라기눈 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

댓글

SNS 계정으로 간편하게 로그인하고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