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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토/하시마다]Cineraria 26


46 

 

 

어둡다. 주변에는 온통 어둠뿐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몸을 움직이려고 해도, 이내 손발은 벽에 부딪히고 만다. 두 손이 모두 벽에 닿을 수 있을 정도로 좁은 폭의 방에 갇혀 있었다. 온몸이 아프다. 목도 어깨도 다리도, 감각 없는 아픔이 느껴졌다. 후들거리는 다리로 일어서자마자 머리에 천장이 닿는다. 나는 내 앞에 있는 벽을 손으로 더듬다가 무심코,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깨닫는다.

 

 

그 여자.  

 

 

그 여자의, 벽장이다.  

 

 

멀리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리고, 또각또각 구두 소리가 공기를 울린다. 소리없는 발걸음이 바로 앞까지 다가온다. 나는 공포에 질려 있었다. 문을 열면, 그 여자가 있다. 밖에서 기분이 상하는 일이라도 있었다는 듯, 늘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벽장의 문을 여는 그 여자가.  

 

그 여자는 내가 맞다 기절할 때마다 귀찮다는 듯이 벽장에 가둬놓곤 했다. 나는 또다시, 기절을 한 모양이다. 이즈나는 어디 있지......? 그 아이는 무사한 걸까? 하지만 그런 생각에 잠기기도 전에 얇은 세로선 사이로 빛이 들어왔고 나는 머리가 하얗게 된 채 덜덜 떨었다. 그 여자는 다시 나를 때릴 것이다. 주먹으로, 발로, 손에 잡히는 거라면 뭐든 들고 나를 때릴 것이었다. 밀려오는 두려움에 나는 어두운 주변을 필사적으로 살폈다. 하지만 도망갈 곳은 보이지 않았다.  

 

 

제발, 도와줘...... 

 

 

그 여자가, 문을 열려고 한다. 언제나처럼 가슴이 파인 검은 옷을 입은 그 여자가. 눈 주위를 새카맣게 물들인 그 여자가.  

 

 

저 여잔, 마녀야.  

 

 

이즈나는 그렇게 말했다. 마녀. 그래, 저 여자는 마녀였다. 어린 나에게는 죽음의 마녀였다. 사신이나 다름없었다. 맞을 때마다 나는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지독할 정도로 많이 맞았는데도, 늘 맞기 전이면 벌벌 떨었다. 문 너머에서 그 여자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나지막한 욕설이 들리고, 딸깍 하며 자물쇠가 열렸다. 한 순간에 문이 벌컥 열리면서 형광등의 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갑작스러운 빛에 새하얗게 보이는 시야에는, 그 여자의 커다란 실루엣만이 선명한 검은색으로 박혀 있었다. 그 여자의 손에는 막대기가 들려 있었다. 얇고 긴 그림자가, 내 머리 위로 올라간다.  

 

 

살려줘.  

부탁이니까......누가, 날 좀......살려줘.

 

 

제발......!! 

 

 

 

 

 

 

헉......헉....... 

 

 

나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눈을 떴다. 급하게 몸을 일으킨 탓인지 머리를 둘로 쪼개는 듯한 통증이 일었다.  

 

 

마다라.....? 

!!

 

 

하시라마의 얼굴이 눈 앞에 있었다. 하시라마는 당황한 빛이 역력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시라마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던 나는, 내가 손이 하얗게 될 정도로 강하게 하시라마의 멱살을 잡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미, 미안. 

 

 

나는 재빨리 하시라마의 옷을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하시라마가 옆에서 뭐라고 말하는 것 같았지만, 지금 나에게는 어떤 말도 들리지 않았다.머릿속은 완전히 공황상태였다. 침대 위에 올려져 있는 손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진정해, 진정하라고. 그냥 꿈이다. 악몽을 꿨을 뿐이야. 그 여자는 이제 오지 않는다. 더 이상 나를 벽장에 가둘 수도 없고, 내가 기절할 때까지 때릴 수도 없다. 그러니까, 진정해라...... 

 

 

마다라......너, 괜찮아?  

 

 

나는 넋이 나간 채 하시라마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하시라마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개 같은 여자. 빌어먹을......마녀. 10년이다. 그 여자의 손으로부터 벗어난 지 10년이 지났다. 그런데도 나는 여전히 그 벽장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그 기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몸이 굳어버릴 정도로. 정작 울고 싶을 때는 울지도 못했던 주제에, 그 여자의 꿈을 꾼 것만으로 이렇게 되어버린다. 내 자신이 한심해 견딜 수가 없었다.  

 

나는 한 손으로 빠르게 눈물을 닦아냈다. 옆에서 하시라마의 시선이 느껴졌다. 쪽팔리기도 했고, 부끄러웠다. 얼굴에 열이 오를 것 같았다. 왜 저 녀석 앞에서는 꼴사나운 모습만 보이게 되는 건지 모르겠다. 도서관에서 처음 만났을 때도, 오늘 점심시간에도, 타인에게는 절대로 보이고 싶지 않은 것들만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았다. 무심코 하시라마에게 욕을 쏟아붓고 싶어졌다.  

 

 

미친, 애냐......? 아무 상관 없는 녀석한테 화풀이를 해서 어쩌자는 거야.  

 

 

시선을 내리던 나는 하시라마의 발치에 놓여있는 낯익은 가방을 발견했다. 저건......? 나는 의아한 얼굴로 하시라마를 쳐다봤다.  

 

 

......다섯 시가 거의 다 돼서, 깨우려던 참이었어.  

 

 

평소의 얼굴로 돌아온 하시라마는 침대 밑에 놓여 있던 내 가방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아무래도, 내가 자고 있는 동안 교실에 갔다 온 모양이다. 나는 하시라마의 손에서 가방을 받아들며 어색하게 말했다.  

 

 

......고마워.  

 

 

하시라마는 말없이 나를 보고만 있었다. 나는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난감했다. 이런 분위기는 익숙하지 않다. 솔직히 말하자면 거북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이런 상황이 생긴 적은 없었으니까. 악몽을 꾼 적은 몇 번 있어도 이즈나 외의 사람이 알게 된 적은 없었다. 다른 사람과는 그렇게 가까워질 일도 없었고......이런 모습은 보일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이 녀석은......다르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이 녀석이 있으면 새로운 상황이 되어버려 당황할 수밖에 없어진다. 이 녀석한테는 대체 어떻게 대하면 되는지 모르겠다.  

 

 

마다라, 내가 이런 걸 물어봐도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

혹시 무슨 힘든 일이라도 있었어?

 

 

나는 흠칫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나를 보는 하시라마의 눈에는 걱정이 서려 있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이즈나의 눈을 떠올렸다. 순수한......걱정.하시라마의 그 눈은 이즈나와 닮아 있었다. 나는 시선을 돌렸다.  

 

 

그냥 악몽을 꿨어......그것 뿐이야.  

 

 

하시라마의 얼굴을 보는 것이 불편했다. 타인에게 걱정받는 것은 이상한 느낌이었다. 뭐라고 표현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좀 이상했다.조금 부끄러운 것도 같았다. 하지만 역시, 그렇게 편한 기분은 아니다. 나는 애꿎은 가방을 만지작대다 어깨에 끈 한쪽을 걸쳤다. 하시라마는 여전히 나를 염려하는 눈으로 보고 있었다.  

 

 

......그렇게 보지 마. 거슬린다고. 

너 정말 괜찮아?

......내가 안 괜찮을 이유는 뭔데.

 

 

그냥, 그런 느낌이 들어서. 하시라마는 그렇게 말했다. 감도 좋은 녀석. 양호실 벽의 시계를 힐긋 본 나는 한숨을 쉬며 침대에서 일어섰다.  

 

 

 

 

이마에 붙어있던 뭔가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나는 반사적으로 이마에 손을 댔다. 차갑다. 이건...... 나는 하시라마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시라마는 떨어진 수건을 주우면서 말했다. 

 

 

아까 양호 선생님이 돌아오셨을 때, 네 머리 짚어보시더니 해열제만으로는 안 되겠다고 하셔서 말이야.  

......

몸은......어때? 아까보다는 훨씬 낫지 않아?

 

 

확실히 부족한 잠이긴 해도 자고 나니 몸이 좀 가벼워져 있었다. 열도, 이마에 올려놓았던 수건과 해열제 때문인지 상당히 떨어진 것 같았다.내 표정을 본 하시라마는 다행이라는 듯이 웃었다. 어쩐지 민망했다. 이건 완전히 간호 받은 환자다. 몸 상태가 안 좋긴 했지만 어린애도 아니고......나는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빨리 나가는 게 내 마음에 편할 것 같다. 이 녀석이랑 같이 있으면 계속 이상한 기분으로 있게 될 것 같았다. 하지만 내가 발을 움직이려는 순간, 하시라마가 내 팔을 붙잡았다.  

 

 

......뭐하는 거야, 하시라마.  

휴대폰 번호는 알려주고 가.

뭐?

 

 

나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하시라마를 쳐다봤다.  

 

 

지금까지 간호해준 사람한테 그 정도는 알려줘야지.  

......하아?

얼른. 불러봐.

 

 

하시라마는 언제 꺼낸건지 휴대폰을 들고 내가 말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이없는 눈으로 하시라마를 보던 나는 할 수 없이 내 번호를 알려주었다. 꾹꾹 번호를 누르던 하시라마는 갑자기 조금 놀란 얼굴을 했다. 내가 의아한 얼굴로 쳐다보자, 별 일 아니었는지 하시라마는 다시 번호를 누르는 데 집중했다.  

 

 

『♬』 

 

 

벨이 울리는 소리에 나는 가방 속에서 휴대폰을 찾아 꺼내 들었다. 휴대폰 화면에는 모르는 번호가 떠 있었다. 내가 하시라마를 응시하자, 하시라마는 손에 있는 휴대폰을 흔들어 보이며 말했다. 

 

 

그거 내 번호. 

......

 

 

나는 질렸다는 표정을 지으며 새로운 번호 저장 화면에 「센쥬 하시라마」라고 적어넣었다. 확인 버튼을 누르자 저장되었다는 메시지와 함께 이즈나의 번호밖에 없었던 주소록에 두 개의 번호가 떴다. 내가 휴대폰을 주머니 속으로 집어넣자 하시라마는 싱긋 웃었다. 대체 뭐가 저렇게 좋은 거지. 나는 진심으로 궁금해졌다.  

 

가끔씩 짜증날 때가 있긴 하지만, 하시라마는 나쁜 녀석이 아니다. 사실은......좋은 녀석인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봐 온 행동들로 봐서는, 거짓말이나 위선 같은 것을 떨 만한 녀석도 아니고 타인에 대한 배려심도 깊은 녀석이다. 오지랖이 지나치게 넓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성격 자체도 온화하다고 해야 할까, 화도 잘 내지 않는 부드러운 성격인 것 같다. 게다가 입고 다니는 차림새를 보면 집에서 보통 애지중지하는 게 아닌 듯 싶다. 성적도 나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이다. 나는 하시라마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솔직히, 이런 녀석이 있는 건 좀 사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딜 봐도 완벽에 가까운, 이상적인 인간.  

 

 

그리고 무엇보다 이 녀석은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같은 교복을 입고 있어도 나는 될 수 없는, 말 그대로 평범한......고등학생. 그야말로 완전한 대척점이다. 나 같은 녀석과 접점이 있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나는 피식 웃으며 양호실 문을 향해 발을 움직였다. 문을 열고 나가려던 나는, 몸을 돌려 하시라마를 쳐다보았다.  

 

 

하시라마.  

......?

 

 

이름을 부르자 하시라마는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조용히 말했다. 

 

 

나랑 친하게 지내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니야.  

......!

듣는 편이, 좋을 거다. 

 

 

나는 말을 끝내고는 망설임 없이 복도로 걸어나왔다. 하시라마가 어떤 표정을 하고 있었는지는 보지 못했다.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지었을까.아니면 어이없다는 표정?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다. 쓸데없는 짓을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무시했다. 좋은 녀석이니까, 나에게 친절하게 대해 준 녀석이니까, 더더욱 알 건 알아야 한다.  

 

 

나하고 어울려서 너한테 좋을 건 하나도 없다고, 하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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