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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토/하시마다]Cineraria 25

 

 

44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귓가에 희미하게 들려왔다. 이미 수업은 종이 치기 전에 끝나있었다. 종이 치자마자 반에 있던 녀석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우르르 식당으로 몰려나갔다. 고개를 들지 않아 교실 안을 볼 수는 없었지만 인기척은 없었다. 가끔씩 복도를 통해 들려오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소리만 있을 뿐이었다. 그것도 이제는 더 들리지 않았다. 내 주변에 흐르는 것은 완벽한 정적이었다.  

 

늘 걸어오던 학교에 처음으로 버스를 타고 등교한 후, 나는 수업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기억할 수 없었다. 머릿속 군데군데에 어디서 온 것인지 알 수 없는 내용들이 꽂혀 있긴 했지만 그게 어떤 수업에서 나온 것인지는 전혀 기억이 안 났다. 머리를 굴려보면 나오긴 할 것 같았지만,지금은 그럴 기운도 없었다. 손가락 하나 까닥하는 것도 힘들었다. 나는 책상에 늘어진 채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다.  

 

 

몸이, 뜨겁다.  

 

 

바싹 말라버린 입술은 이미 핏기가 없어진 것 같았다. 머리도 몸도, 뜨겁지 않은 곳이 없었다. 이마에서 흐른 땀이 머리카락 속으로 스며들어갔다. 눈 앞에 늘어져 있는 머리카락은 땀에 젖어 책상에 끈적한 자취를 남기고 있었다.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지금은 뭔가 떠올리는 것도 귀찮았다. 그냥 학교가 끝날 때까지 이렇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나는 눈을 반쯤 감은 채 몸의 감각을 꺼버렸다. 유일하게 귀에 들리는 것은 내 숨소리가 다였다.  

 

 

....... 

 

......? 

 

 

.....-..... 

 

 

뭐야......? 안 들려.  

 

 

....ㅡ...! 

 

......뭐라는 거야? 누구......? 

 

 

......라! 

......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는 목소리인데. 누구......였지......? 

 

 

마다라, 정신 차려!! 

하시......라마......?

 

 

나는 멍하니 중얼거렸다. 하시라마가, 내 책상 바로 옆에 서 있었다. 어떻게 된 거지. 이 녀석 분명 나랑 다른 반인데......? 

 

 

너 여기서......뭐하는 거야? 

지나가다가 너 보고 들어온 거야. 혼자 엎드려서 뭐하는 거야? 계속 불렀는데 대답도 안하고.

 

 

하시라마는 옆 책상의 의자를 끌어와 자리를 잡으며 말했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 다시 책상에 엎어졌다. 어쩐지, 피곤해질 것 같은 느낌이었다. 평소에도 만나면 말을 하지 않은 적이 없었으니 이번에도 조용히 있지는 않을 것 같았다. 생각 같아서는 입 닫고 있을 게 아니라면 꺼지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몸이 움직이질 않았다. 하시라마가 뭘 하든 아무래도 상관은 없었지만, 최소한 아픈 사람이 늘어져 있는 것을 건드리지는 말았으면 했다. 체력 보충이라고 할 만한 것도 못 되지만, 안 하는 것보다는 나았다. 아직 종례가 올 때까지는 멀었으니까.  

 

 

...... 

......마다라? 자는 거야?

......시끄러워......

 

 

제발 좀 조용히 해. 내버러 두란 말이다. 지금은 널 상대할 기운도 없어. 나는 순간 말을 하지 않는 편이 나았을텐데 하고 생각했다. 모든 게 귀찮았다. 나는 입을 다물고 있기로 했다. 입을 여는 것도 짜증나는 일이었지만 이 녀석이 계속 여기 있는 것은 더 성가신 일이었다.  

 

 

...... 

 

 

......갔나? 말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고, 인기척도 있는 것 같지 않았다. 나는 속으로 안도했다. 이제야 좀 제대로 쉴 수 있겠군. 그러나 그렇게 생각한 순간, 손목에 낮선 체온이 와 닿았고 나는 깜짝 놀라 몸을 일으켜 세웠다.  

 

 

......무슨......! 

마다라, 너 감기걸렸어?

 

 

하시라마가 웃음기를 지운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다. 내가 뭐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하시라마의 손이 내 이마를 덮었고, 손바닥이 닿자마자 하시라마는 놀란 얼굴을 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하시라마가 내 손목을 끌어당기는 바람에 나는 책상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다리에 힘도 들어가지 않은 상태로 일어선 탓에 나는 하마터면 바닥에 이마를 찧을 뻔했다. 하지만 하시라마는 내 쪽을 보지 않은 채 나를 교실 밖으로 끌고 나갔고, 나는 영문도 모르고 끌려가야만 했다. 이 녀석, 대체 왜 이러는 거야......! 나는 별관과 이어진 복도로 나를 끌고 가려는 하시라마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  

 

 

......제길, 하시라마! 너 뭐하는 거야? 

몰라서 물어?

 

 

하시라마는 미간을 좁힌 얼굴로 나를 응시했다. 그 얼굴은 화가 난 것도 같았고, 나를 나무라고 있는 것도 같았다.  

 

 

내 몸은 내가 알아서 해.  

......신경을 썼으면 절대 그런 몸 상태는 안 나와. 조퇴 안 하고 대체 뭐한 거야?

이정도로......

 

 

하시라마는 얼굴을 찌푸리며 다시 내 손목을 붙잡았다. 이번에는 뿌리칠 수 없었다. 힘주어 잡은 손은,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 정도?  

윽! 알았어.....!! 알았다고! 내 발로 갈 테니까 이거 놔.

 

 

그제서야 하시라마는 내 손목을 놓았고, 나는 잡혔던 손목을 다른 손으로 감쌌다. 멍이 난 부분에서 약한 통증이 느껴졌다. 썩을 자식. 나는 욕을 퍼붓고 싶은 것을 참으며 손목에서 손을 뗐다. 하시라마는 내가 양호실에 가는 걸 보고 말겠다는 듯이 나를 보며 서 있었다. 나는 하시라마 쪽에는 시선도 주지 않은 채 양호실로 걸어갔다.  

 

 

......왜 따라오는 거야.  

 

 

뒤에서 들려오는 발소리에 나는 뒤를 돌아보며 짜증스럽게 말했다. 하시라마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대답했다. 

 

 

가자마자 바로 나오려고 할 거잖아? 아직 수업 남았으니까.  

......

그러면 굳이 양호실을 간 의미가 없잖아. 쉬는 건 확실하게 보고 오려고.

 

 

하시라마는 양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잘났다, 이 새끼야. 저 웃는 얼굴을 패주고 싶었다. 방금 전까지 웃음기 따위는 털끝만큼도 없었던 주제에. 아니, 그보다 저 녀석은 왜 날 못 건드려서 안달인 거지. 나는 한숨을 쉬었다. 더 귀찮은 일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몸은 여전히 정상이 아니고, 끌려나온 이상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몸을 돌려 다시 걸었다.  

 

 

 

 

 

 

 

45 

 

 

39.8℃.

 

 

양호선생이 보여준 전자 체온계의 숫자는 분명히 그렇게 떠 있었다. 차분한 인상을 주는 얼굴을 한 양호선생은 이런 몸으로 어떻게 수업을 들을 생각을 했냐며 혀를 찼다. 나는 침대에 앉자마자 해열제를 먹어야 했다.  

 

 

종례할 때까지 여기서 꼼짝 말고 있으렴.  

 

 

선생은 단호한 태도로 딱 잘라 말했다. 그녀는 담임선생에게는 따로 이야기해주겠다면서 누워서 잠이나 자라고 했다. 나는 별 수 없이 침대에 누워 이불을 목까지 끌어올렸다. 시계를 보니, 아직은 점심시간이 끝나기 전이었다. 성교육 수업을 하러 가야 한다는 양호선생은 내 옆에 서 있던 하시라마에게 절대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라며 엄포를 놓고 갔다. 양호실에는 나와 하시라마, 둘만 남았다.  

 

 

역시 양호실 침대는 쉬는 데 딱이야.  

 

 

하시라마는 신난다는 듯이 웃으며 비어있던 옆 침대에 털썩 누웠다. 나는 기가 찬다는 눈으로 하시라마를 바라봤다.  

 

 

너 수업 안 가냐?  

안 갈 건데?

.......뭐?

선생님이 너 감시하라잖아.

 

 

이거보다 좋은 핑계가 어딨겠어? 하시라마는 빙긋 웃었다. 저게 말로만 듣던 그 땡땡이......라는 건가. 순간 나는 저 녀석이 정말로 입학 수석으로 들어온 게 맞는지 의심스러워졌다. 난 저런 녀석한테 밀렸단 말인가? 갑작스러운 자괴감이 밀려왔다.  

 

 

마다라. 

......

마다라.

.......왜.

 

 

쉬라고 한 녀석이 누군데 자꾸 부르는 거지. 나는 몸을 옆으로 돌렸다. 양호실의 커다란 창문과 옆에 늘어서 있는 침대의 커튼들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눈을 감았다. 하지만 정신은 계속 부자연스럽게 맑은 느낌 그대로였다. 몸은 피곤한데도, 나는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이래도 괜찮은 걸까. 수업도 걱정되지만, 제 때 일어나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이 앞섰다. 오늘 오후에도 아르바이트가 있는데......지금 잠들어 버리면 내일 아침에서야 일어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제기랄, 이대로는 자고 싶어도 잘 수가 없다. 자지도 않고 누워 있을 바에는 일어나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일어나면 안된다니까.  

......!

 

 

어느새 침대 옆으로 다가와 있던 하시라마가 내 눈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얼굴에 닿은 손이 유난히 차갑게 느껴졌다. 내가 한숨을 쉬며 몸에 힘을 빼자, 하시라마는 시야를 가리고 있던 손을 뗐다.  

 

 

언제 일어나야 되는데? 깨워줄게.  

 

 

나는 하시라마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는 예의 그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나를 보고 있었다. 눈동자를 굴리던 나는 웅얼거리듯이 말했다.  

 

 

적어도 5시 전에는....... 

5시? 혹시 그 다음에 뭐 있어?

......아르바이트.

 

 

하시라마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만 오늘은 쉬는 게 좋을 텐데ㅡ하시라마는 염려하는 눈을 한 채 나를 쳐다봤다. 

 

 

안 돼.  

......휴우. 그 말 나올 줄 알았어.

 

 

하시라마는 한숨을 쉬며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얼굴을 했다.  

 

 

알았으니까 빨리 자, 마다라.  

......5시.

 

 

알았다니까ㅡ하시라마는 이불을 끌어올려 내 머리 위로 덮어버렸다. 이 자식이......나는 울컥했지만 입을 다물었다. 서서히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있었다. 아까는 자고 싶어도 잘 수가 없었는데. 마음이 좀 더 가벼워지기라도 했다는 건가. 눈을 뜨려고 해 봤지만 이미 눈꺼풀이 녹아내려 굳어버린 것처럼 눈은 뜰 수 없었다. 침대 가장자리에 기대고 있는 하시라마의 기척이 느껴졌다. 바로 옆 침대에 가서 누울 거라고 생각했는데,내가 잠드는 것을 확인할 생각인 듯 싶었다. 참 고생을 사서 하는 녀석이다. 오지랖도 이쯤 되면 능력이다.  

 

평소라면 누군가 옆에 있는 상황에서 잠이 들 수는 없었을 것이다. 신경이 쓰이는 것도 쓰이는 것이었지만, 타인에게서 느껴지는 불편한 공기를 어떻게 할 수 없었던 탓이다. 하지만 오늘은 몸이 아픈데다 피로가 쌓여서 그런지 잠이 밀려왔다. 게다가......어쩐지 조금, 편안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집 밖에서는 이런 느낌을 받은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설마 저 녀석 때문인가?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쓸데없는 생각 말고......잠이나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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