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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토/하시마다]Cineraria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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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으......

   

 

몸이 끓었다. 손도, 다리도, 얼굴도 속에서부터 타기라도 하는 것 같았다. 걸어가는 중에도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눈 앞이 빙글빙글 돌았다. 휘청거리려는 몸을, 간신히 세워 벽에 기댔다. 나는 약해진 숨을 가쁘게 내쉬며 소매를 걷었다. 새로 생긴 울긋불긋한 상처와 푸르스름한 멍이 팔 한쪽을 점령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어쩌면 타이밍이 나빠도 이렇게 나쁜 걸까. 입 안에서는 피 맛이 났다. 이대로 서 있으면 곤란하다. 움직이지 않으면...... 나는 머리를 흔들고는 다시 걸었다. 시야가, 금방이라도 하얗게 흩어져버릴 것만 같았다.

   

몸에 이상징후가 느껴지기 시작한 것은 오늘 아침이었다. 왜인지 거의 항상 차가웠던 손은 다른 날과 달리 열기가 느껴졌고, 머리도 조금 붕 떠 있는 느낌이었다. 그 때는 별 거 아니겠지 하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수업에 집중하기 어려울 정도로 머리가 무거워졌고,몸이 점점 떨려왔다. 나는 그제서야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내버러두면 귀찮은 일이 생길 것 같았다. 오늘은 도서관에 가는 것도 무리일 것 같아 학교가 끝나자마자 교문으로 나왔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을 하지 않을 수는 없어 집에서든 어디서든 조금만 쉬다 나와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교문을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나는 기다리고 있던 녀석들의 주먹세례를 한 차례 받아야만 했다.

 

평소라면 온몸이 욱신거리긴 해도 몸에 별 이상 없는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맞은 곳은 정말 살갗을 지지는 것 같았고, 당장 길바닥에 쓰러져 기절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몸은 쇳덩이나 다름없었고, 움직이는 것 자체가 고역이었다. 그나마 정신은 아직까지 멀쩡하다는 것이 다행이었다. 두통 때문에 어지럽긴 했지만, 그래도 판단능력이 떨어지거나 사고가 정지한 것은 아니었다. 이 정도면 괜찮다. 분명......별 문제는 없을 것이다.

   

 

하아......

   

 

나는 거리에 들어서자마자 가까이에 있는 벤치에 걸터앉았다. 머리를 비스듬히 기댄 채 늘어져 있으니, 침대에라도 누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정작 진짜 침대에 누울 때 나는 쉴 수 없다는 것이 아이러니였다. 나는 열이 오른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애초부터 운은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오늘은 좀 봐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이 받을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다른 날은 몰라도 지금 나에게 오는 ‘손님’만큼은 움직이지 않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으면 했다. 이마에 닿은 손이, 후끈하게 달아올라 있었다.

   

 

 

......

   

 

 

시선이, 느껴졌다. 나는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꼼짝하지 않고 있었다. 마치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것처럼. 뇌가 통째로 삶아지는 것 같은 지금도, 나는 그 남자의 시선을 확실히 느끼고 있었다. 내가 멱살을 잡았던 그 날 이후로 그 남자는 나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가끔은 인기척이 사라질 때도 있지만, 그것은 내가 일이 끝나 집에 들어갈 때나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있을 때 한정이었다. 그는 내가 거리로 나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멀지 않은 곳에서 나를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솔직히 나에게는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그가 보고 있든 말든, 나는 다가오는 ‘손님’들의 손을 잡고 그들을 은밀한 장소로 이끌었다. 그들이 숨겨진 욕망을 아무 거리낌 없이 쏟아낼 수 있는 장소로. 그리고 나는 그가 볼 수 없는 침대에서 몸을 움직였다. 그는 나에게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그 짓을 하고 있는 동안 밖에서 대기하는 일 뿐이었다. 마치 바람맞은 연인처럼 말이다. 나는 그 사실에 미묘한 쾌감을 느꼈다. 그가 나에게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사실이 기뻤다. 그의 뒤에서 모든 것을 바라보고 있을 그 남자, 그의 손에서 벗어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당신은 내가 더럽다고 생각하겠지.

   

 

나는 입꼬리를 올렸다. 열 때문에 제대로 몸을 가눌 수 없는 지금도, 나는 그 남자와 그를 비웃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다.

   

 

마음껏 경멸해라. 할 수 있는 데까지 나를 멸시하고 조롱해 보란 말이다.

   

 

나는 양 손의 주먹을 꽉 쥐었다. 끝까지 견뎌 낼 것이다. 나는, 견뎌 내고 말 것이다. 네 녀석들이 나를 지옥 밑바닥까지 끌어내리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아. 이미 더러워졌다면, 더 더러워지더라도 거리낄 이유는 없다. 더러워도 좋다. 한계까지 왔다고 해도, 버텨 내고 말겠다. 나는 이를 악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게 누구야?

   

 

고개를 들자, 히죽이죽 웃고 있는 낯익은 얼굴들이 눈에 들어왔다. 분명 본 적이 있는 얼굴인데,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어디서 봤지?

   

 

우치하 마다라......헛소문인 줄 알았는데 진짜였군.

   

 

나를 바라보며 삐딱하게 서 있던 두 명 중 앞에 서 있던 녀석이 빈정거렸다.

   

 

아주 오랜만인데. 얼굴이 그게 뭐야? 로쿠도에 있던 어느 미친 개하고는 딴판인데 그래, 응?

그러게 말이야, 무슨 마음을 먹은 거지? 빵에 갔다 오더니 쓴맛이라도 봤나?

   

 

빌어먹을. 이런 상황은, 좋지 않다. 흉 가운데서도......최흉이다.

   

 

이 녀석이 빵에 갔을 리가 없잖아. 이래뵈도 뒤에 빽이 있는 녀석이라고?

제길, 변함없이 재수없는 새끼구만.

   

 

뒤에 서 있던 녀석은 악의가 담긴 시선을 던지며 손마디를 꺾었다.

   

 

잘 됐네. 좀 늦긴 했지만 오늘은 좀 묵은 문제를 풀어야겠어. 사람을 패놓고도 빵에 안 간 대가는 치러야지?

   

 

그 때 네가 팬 놈들 중에는 아직 회복 못하고 있는 녀석들도 있다고ㅡ그 녀석들은 주먹을 쥔 채 앞으로 한 발짝씩 다가왔다.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어차피, 이런 몸 상태로는 몇 걸음 가지도 못할 것이다. 오늘은, 어쩌면 병원에서 밤을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다가오는 녀석들을 바라보며 한쪽 입꼬리를 들어올렸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군.

뭐라고?

그 놈들을 확실히 죽여버리지 않은 걸 후회하고 있었는데 말이야.

   

 

그 날 보았던 이즈나의 얼굴이, 다시금 눈앞에 선명하게 떠올랐다. 가슴 속에서는 시커먼 분노의 불길이 머리끝까지 타올랐다. 아직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을 들은 순간 입에서 절로 비틀린 미소가 지어졌다. 그래. 그 때, 왜 죽여버리지 않았을까.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거기서 전부 죽여버렸을 텐데. 그랬다면 이즈나에게 이렇게까지 미안하지 않았을텐데.

   

이렇게 괴롭지는, 않았을 텐데.

   

 

나는 쿡쿡 웃으며 가소롭다는 듯이 그들을 응시했다. 저 쓰레기들에게 맞는다고 해서 내가 조금이라도 아픔을 느낄까? 아니, 그저 몸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게 될 뿐일 것이다. 어쩌면 열 때문에 아픔을 제대로 느낄 수 없을지도 모른다. 나는 털끝만큼의 동요도 보이지 않은 채 그 녀석들을 노려봤다. 어디 팰 수 있는 만큼 패봐라. 얼간이 놈들.

   

 

이 개새끼가!!!

『탁』

   

!!

   

 

뒤에서 뛰어나온 녀석의 주먹이 내게 닿으려는 순간, 느닷없이 손이 튀어나와 그 주먹을 막았다. 녀석은 손을 빼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주먹을 강하게 움켜쥐고 있는 손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뭐지......? 나는 천천히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 곳에는 나를 감시하던 남자가, 무표정한 얼굴을 한 채 서 있었다. 그는 내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나를 폭행하려던 녀석들을 응시하고 있었다.얼굴과 마찬가지로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눈에는 고요한 살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가 손에서 힘을 빼자, 녀석들은 겁을 먹은 얼굴을 한 채 뒤로 물러섰다.

   

 

꺼져라.

   

 

그가 낮게 중얼거렸다. 그러자 녀석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반대편 거리로 도망쳐버렸고, 뒤에는 그와 나 둘만 남았다. 그 녀석들의 뒷모습을 말없이 바라보던 나는 그 남자 쪽으로 몸을 돌렸다. 표정 없는 눈동자가, 나를 응시했다.

   

 

쓸데없는 참견이었어.

......

그리고, 그 낯짝을 보이지 말라고 했던 것 같은데.

   

 

나는 차가운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이런 일을 해 줘 봤자 전혀 고맙지 않다. 오히려 짜증만 날 뿐이다. 아무 말 없이 나를 쳐다보던 그는 내 손목을 거칠게 잡아올렸다. 나는 순간적으로 신음소리를 흘렸다. 얻어맞아 다친 곳이 쓰려왔다. 그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눈에는 못마땅하다는 빛이 배어나왔다.

   

 

이런 몸을 하고 더 맞으면 몸이 버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그건 당신이 알 바 아니야.

   

 

나는 그의 손에서 팔을 빼려고 했다. 하지만 열과 피로 때문에 힘이 빠져서인지, 그가 내 손목을 세게 잡고 있어서인지, 그의 손을 뿌리치는 것은 불가능했다. 나는 있는 힘껏 그를 노려보았다. 나를 바라보던 그의 눈동자가, 조금 흔들렸다.

   

 

놔.

......

놓으라고 했잖......

   

 

순간 강하게 끌어당겨진 손목에 당황할 새도 없이, 그의 목소리가 귓가에 또렷이 들려왔다.

   

   

 

내가,

널 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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