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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토/하시마다]Cineraria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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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쥬.......하시라마?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이라고 생각하던 나는 순간적으로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기억들에 깜짝 놀라며 내 앞에 앉아 있는 녀석을 응시했다. 그 녀석 역시 놀란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다.

   

 

네가......그 센쥬 하시라마라고?

   

 

센쥬 하시라마. 코노하 고등학교 학생회장. 그리고 1학년부터 지금까지 전교 최상위권에서 떨어진 적이 없는 수재. 학교 안에서 돌아다니는 말들을 조합하면 대충 이랬다. 학교 안의 소문 따위는 쓰레기라고 생각하며 신경 쓰지 않고 살았지만, 2학년 때 그 이름을 처음 들은 이후 거의 하루에 한 번씩 귓가에 오르내리는 탓에 잊어버리고 싶어도 잊어버릴 수가 없었다. 게다가 입학 수석으로 들어왔다는 이야기를 들은 다음부터는 호기심까지 생기게 되었다. 성적표를 볼 때마다 어김없이 부딪히는 이름이기도 했다.

 

대체 어떤 녀석인지 궁금했지만 아는 것은 이름밖에 없었다. 교실에서 센쥬 하시라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는 자연히 귀를 기울이게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나는 꽤나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소문이란 것들이 늘 그렇듯, 들려오는 이야기의 반은 쓸데없는 이야기뿐이었다. 확실한 것은 학생회장이라는 것과 남녀노소 상관없이 인기가 많은 녀석이라는 점, 동생과 함께 엘리트로 이름이 알려져 있다는 점 정도였다. 발렌타인데이 때는 저 녀석에게 초콜릿을 준답시고 설치는 여자아이들 때문에 학교가 떠들썩해 잠도 제대로 못 잤었다.

   

 

이 녀석이, 센쥬 하시라마라니.

   

 

뭔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상당히 평범해 보이는 인상이었다. 센쥬 녀석도 놀란 얼굴로 나를 보며 말했다.

   

 

우치하 마다라가......너였어?

   

 

아무래도 이 녀석 역시 나를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아마 나와 똑같이 ‘이름만’ 알았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 녀석은 이제 놀란 표정 대신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내 얼굴을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었다.

   

 

......뭐하는 거야.

아니, 신기해서. 너 굉장히 눈에 띠는 인상인데......정말 학교에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 같아.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 생각했거든.

......나를?

   

 

어째서인지 센쥬는 기뻐 보였다. 나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 녀석을 쳐다봤다. 이 녀석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잘 부탁해, 우치하.

   

 

우치하. 나는 그 이름을 듣자마자 얼굴을 찌푸렸다. 거의 모든 사람이 나를 그렇게 불렀지만, 솔직히 그 이름으로는 불리고 싶지 않았다. 그 남자와 같은 이름. 그 여자와 같은 이름이다. 그 이름은 나에게 동생 말고는 준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선생들이나 다른 녀석들이 그 이름을 부를 때마다 마음 속에서는 왠지 모를 거부감이 솟아올라 견딜 수가 없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퉁명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그 이름으로 부르지 마.

응?

   

 

센쥬가 무슨 말이냐고 묻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나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성으로 부르지 말라고, 센쥬.

.......아. 그럼, 이름으로 불러도 돼?

   

 

나는 복잡한 얼굴로 센쥬를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내 이름을 불렀던 사람은 이즈나와 고아원에 있었던 몇몇의 선생들뿐이었다. 누군가에게 이름을 불리는 것은 어색했다. 하지만, 그래도 우치하라는 성으로 불리는 것보다는 기분이 나을 것 같았다. 동생에게만 들었던 이름을 남에게 듣는 건 뭔가......이상한 느낌이었지만.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센쥬는 싱긋 웃었다.

   

 

그럼, 마다라라고 부를게.

......

너도 날 이름으로 불러줬으면 좋겠는데, 마다라. 나도 내 성을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 그리고 서로 그렇게 불러야 공평하잖아?

   

 

뭐가 공평하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센쥬라는 이름은 어감이 별로라고 생각하던 중이었다. 하시라마라는 이름이 부르는 데는 더 나아보였다. 하시라마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음을 지었다.

   

   

만나서 반가워, 마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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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은 잘 돼?』

   

 

『♪』

『ㅜㅠ아니......나 망하면 어떡하지 형ㅠㅠ』

   

 

이즈나, 이 녀석도 왜 자꾸 이런 말만......나는 혀를 찼다.

   

 

『그러다 진짜 망하는 수가 있어』

   

 

너무 셌나?

   

 

『ㅠㅜㅠ흐엉엉 너무해 형ㅠㅜㅠ』

『그러니까 그런 말 하지 말라고......해서 좋을 거 없잖아』

『ㅇ.....』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오늘 연습 잘해』

『ㅇㅇ! ☆★형 오늘도 파이팅☆★』

   

 

 

누구랑 문자를 하길래 그렇게 싱글벙글이야?

   

 

나는 갑자기 옆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흠칫하며 고개를 들었다. 언제 왔는지 하시라마가 나를 보며 웃음짓고 있었다. 하시마라는 메고 있던 가방을 내려놓으며 내 앞자리에 앉았다.

   

 

......싱글벙글 안했거든.

아닌데. 방금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웃고 있었잖아.

   

 

하시라마가 손가락으로 호선을 그리며 말했다. 나는 얼굴을 찌푸리며 손에 들고 있던 휴대폰을 주머니 속으로 집어넣었다. 정말 쓸데없는 데만 집중하는 녀석이라고 생각했다.

   

하시라마와 처음 도서관에서 만난 뒤, 어째서인지 나는 몇 번이고 똑같은 장소에서 그 녀석을 보고 있었다. 이 녀석이 나를 미행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생각해 보면 그게 맞을 것도 같다. 수업이 끝나고 도서관에 올 때마다, 나는 멀지 않은 곳에서 내게 손을 흔들며 다가오는 녀석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거의 열에 아홉은 웃는 낯을 하고 있는 하시라마는, 마치 친한 친구라도 되는 양 내 이름을 부르며 내 앞자리에 가방을 내려놓곤 했다.

   

지금처럼.

   

 

벌써부터 중간고사 공부하는 거야? 아직 3주는 더 남았을텐데.

......!

   

 

나는 펴 놓았던 노트를 재빨리 닫았다. 하시라마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벌써 다 봤어? 어려운 부분인 것 같았는데......

   

 

네 녀석 때문에 제대로 집중이 안된다고! 나는 면전에 소리치고 싶은 것을 애써 억눌렀다. 하시라마는 여전히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 녀석은 자신이 방해가 된다는 것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나를 원망하고 싶어졌다. 차라리 둔감했다면 나았을 텐데, 쓸데없이 민감한 성격은 골치만 아플 뿐이었다. 사람이 많은 것도 신경쓰여 일부러 도서관 안에서도 가장 외진 곳에 앉아 있는 거였는데,저 녀석 때문에 그것도 소용이 없게 되었다. 눈 앞에서 다른 녀석이 나만 빤히 바라보며 말을 거는데 내가 어떻게 집중을 할 수 있을까. 제기랄,저 얼굴에 주먹이라도 날려 줄 수 있으면 좋을텐데.

   

 

......야.

하시라마야.

너......무슨 생각이야, 대체.

   

 

하시라마는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어이가 없었다. 몰라서 묻는 건가, 지금.

   

 

방해된다고.

......네가 집중하고 있을 때는 말 안 거는데?

미친......너 같으면 누가 앞에서 계속 보고 있는데 제대로 집중할 수 있겠냐? 너 대체 뭐야. 왜 자꾸 나한테 말 거는 거야?

   

 

나를 가만히 바라보던 하시라마는 빙긋,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야, 친해지고 싶으니까.

   

 

친해지고 싶은 사람한테 말 거는 건 당연하잖아? 하시라마는 아무렇지 않은 듯이 말했다. 당연한 것을 왜 묻느냐는 얼굴이었다. 나는 할 말을 잊은 채 하시라마를 쳐다봤다. 이럴 때 나는 뭐라고 해야 하는 거지. 지금까지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었던 말이라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친해지고 싶다고......? 패버리고 싶다는 말을 돌려 말한 건 아니겠지, 설마. 그것보다......대체 왜? 왜 나 같은 녀석과 친해지고 싶다는 거지? 나는 이해할 수 없다는 눈으로 하시라마를 바라봤다.

   

 

......왜?

그냥.

   

 

뭐 이런......

   

 

그냥 네가 마음에 들었어.

   

 

하시라마는 나를 보며 빙그레 웃었다.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러니까 너무 그렇게 경계하지 말았으면 좋겠는데, 마다라. 난 그냥 너하고 친해지고 싶을 뿐이야.

   

 

부드러운 웃음을 담고 나를 바라보는 눈은,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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