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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토/하시마다]Cineraria 20

 

 

37

   

 

3학년 1학기의 중간고사가 다가오고 있었다. 나에게는 3학년의 첫 시험인 만큼, 기분이 남달랐다. 무엇보다 진로를 결정하고 난 후의 첫 시험이어서인지 평소에는 하지 않던 긴장도 조금 하고 있는 것 같다. 계절이 바뀌면서 해가 떠 있는 시간이 길어져 오후가 되어도 아직 해는 지지 않고 있었다.

 

나는 여느 때처럼 수업이 모두 끝난 후, 도서관에 들어와 공부를 하고 있었다. 나는 따로 시험 걱정을 하지는 않는다. 특별히 이제 슬슬 공부를 시작해야지 하고 계획을 세우는 것도 아니다. 공부는 나에게 거의 습관화된 것이어서 따로 다른 계획을 짤 필요가 없었다. 해야 할 과제나 복습은 그날그날 끝마쳐 버렸고 비는 시간에는 수업과 관련된 참고 도서나 의학 관련 잡지를 뒤적이곤 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코노하 고등학교에서는 명문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어서인지 몰라도 매 수업마다 심심찮게 과제가 나갔다. 과제 자체에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오히려 재미있다고 느낄 때도 많았다- 시간을 오래 잡아먹는 과제도 있어 때때로 귀찮게 느껴졌다.

 

오늘은 오랜만에 공부에 여유가 생긴 날이었다. 문학 과제와 수학 필기 복습을 끝낸 나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팔에 보려고 했던 참고 도서들을 찾아 도서관 곳곳을 돌아다녔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갈 때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었다.

   

 

뭐야 이거......대출 가능으로 뜨는데 왜 없는 거지?

   

 

나는 얼굴을 찌푸리며 다시 한 번 서가를 살펴보았지만, 찾고 있던 책은 좀처럼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모처럼 책을 볼 수 있겠다 싶어 조금 들떠 있었던 참이었다. 검색을 했을 때도 분명 내가 찾고 있는 책 모두 대출 가능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하지만 나는 벌써 3번째 허탕을 치고 있었다. 대출 가능으로 뜨지만 여기 없다는 건 지금 도서관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그 책들을 보고 있다는 것이었다. 왜 하필 내가 보려는 책들만......

 

나는 한숨을 쉬며 볼 책을 적어놨던 메모를 쳐다봤다. 이제 남은 책은 한 권 밖에 없었다. 그래도 찾아보지 않는 것보다는 낫겠다 싶어 서가에서 두리번대던 나는 거꾸로 꽂혀 있던 그 책을 발견했다. 혹시 잘못 본 것이 아닌가 살펴봤지만 내가 찾던 마지막 책이 틀림없었다. 그래도 아주 운이 없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공부하던 자리로 돌아온 나는 서가를 지나다 뽑아온 다른 책 몇 권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흐트러져 있던 교과서와 공책들을 모두 한 곳에 모아놓고 다른 손에 들고 있던 책을 내려놨다. 시간을 확인해 보니 서가에서 헤맨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았던 것 같았다. 나는 뻐근한 목을 몇 번 두드린 후 바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

   

 

거의 반 정도 책을 읽어가고 있을 무렵, 나는 누군가의 시선을 느꼈다. 고개를 들려던 나는 신경쓰지 않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해 계속 책에 정신을 집중했다.

   

 

저기.

   

 

비어있던 내 앞자리의 의자에는 어느새 누군가가 앉아 있었다. 언제부터 있었던 거지......? 나는 책에서 눈을 떼고 시선을 위로 올렸다.

   

 

검은 눈동자.

   

 

한 눈에 봐도 단정하게 생긴 녀석이 나를 보고 있었다. 소년이라는 말보다는 청년에 더 가까운 녀석이었다. 그는 나처럼 코노하 고등학교의 교복을 입고 있었다. 누군가 열심히 다림질했을 것이 분명한 와이셔츠의 칼라와 소매가 눈에 들어왔다. 매고 있는 넥타이와 입고 있는 조끼도 주름살 하나 눈에 띠지 않았다. 첫인상은 얼굴과 차림새 그대로 단정한 느낌의 청년이었다. 도련님. 갑자기 그런 단어가 머릿속에 떠오를 정도로,내 눈 앞에 앉아 있는 이 녀석은 내가 만나본 녀석들과는 다른, 이질적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왜 이런 녀석이 내 앞에 앉아 있는 거지. 그것도 날 뜷어지게 쳐다보면서......?

   

 

내가 미간을 좁히자 그 녀석은 내 얼굴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너, 코피 나는데.

......에?

   

 

나는 코 밑에 손을 갖다 댔다. 시선을 내리자 주름진 조끼에 선명하게 난 핏자국이 보였다. 코 밑에 댄 손바닥에는 여전히 핏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미친. 언제부터 나고 있었던 거지? 나는 당황한 얼굴로 급하게 코 밑으로 흐르는 피를 훔쳤다.

   

 

여기. 이거 써.

......!

   

 

내 앞에 앉아 있던 녀석이 휴지를 내밀고 있었다. 손으로 코피가 흐르는 것을 겨우 막고 있던 나는 머뭇거리면서 그 휴지를 받아들었다. 어쩐지 얼굴이 뜨거워졌다. 코에서는 아직도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제길, 왜 이렇게 멈추질 않는 거야.

   

 

뭘......그렇게 보고 있는 거야. 남이 코피 흘리는 게 재밌냐?

   

 

나는 눈 앞의 단정하게 생긴 녀석을 보며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그 녀석은 여전히 나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있었다.

   

 

아니, 설마. 그런 취미는 없는데.

   

 

그 녀석은 뭐가 웃긴지 입가에 웃음을 담고 있었다. 나는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몰라 입을 다물었다.

   

 

사실 아까 말하려고 했었는데 너무 열심히 하고 있어서 방해하기가 좀 미안했거든.

......

   

 

그 녀석은 웃는 표정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그 말인즉슨, 코피를 흘리는 것도 까맣게 모르고 책에만 열중해 있던 내 얼빠진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말이었다. 귀까지 열이 오르는 것 같았다. 굴욕이다. 오늘 처음 본 녀석한테 이런 굴욕적인 모습을 보여주다니. 나는 당장이라도 어딘가에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솔직히 너처럼 열심히 하는 사람은 처음 봤어. 깜짝 놀랐는걸. 3학년 같은데, 이름이 뭐야?

   

 

다짜고짜 통성명인가......? 뭐 이런 놈이 다 있지. 저 말은 칭찬이라고 한 건가. 나는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지 더더욱 알 수가 없게 되었다.

   

 

......보통 이럴 때 이름 물어보나?

글쎄. 나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서.

   

 

넉살 좋게 되받아치는 것도 수준급이다. 나는 기가 막혀 웃음도 안 나왔다. 그 녀석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너 3학년 아니야?

......그런데.

나도 3학년이야.

   

 

어쩌라고. 나는 이 녀석이 대체 나한테 뭘 바라는 건지 심히 궁금해졌다. 설마 이건 시비 걸기의 새로운 방법인가.

   

 

어쩐지 빨리 가줬으면 하는 얼굴인데?

......!

   

 

그 녀석은 여전히 빙글빙글 웃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솔직히 황당했다. 나한테 싸움 거는 놈들이야 널려 있었지만 이런 녀석은 처음이었다. 뭐 어쩌라는 거야, 이 녀석은. 신경을 써야 되는 건지 말아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조금 짜증도 나려고 했다. 아무래도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이 더 편할 것 같긴 했다. 그래, 너 말 잘했다. 알았으면 빨리 꺼져라 좀.

   

 

그런데 어쩌지. 난 그럴 수가 없을 것 같은데.

......뭐?

네가 보고 있던 그 책, 내가 찾고 있던 거거든. 다른 책들은 다 찾았는데, 그 책만 없어서 찾아다니던 중이었어.

   

 

나는 문득 그 녀석의 옆에 쌓여있는 책에 눈길이 닿았다. 무표정하게 책의 제목을 살펴보던 나는 깜짝 놀랐다. 방금 전까지 내가 찾느라 애를 먹고 있던 책들이었다. 그 녀석은 내 표정을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

   

 

설마 너도 이 책들 찾고 있었던 거야?

   

 

대체 뭐가 저렇게 재미있는지 모르겠다. 크게 한방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남이 골탕먹은 게 그렇게 웃을 일인가. 다른 사람들이 보고 있겠지 생각했지만 그걸 다 저 녀석 혼자 다 가지고 있었을 줄이야.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 녀석은 옆에 쌓아놨던 책들을 앞으로 밀면서 말했다.

   

 

방해 안 되면, 같이 공부 안할래?

......?

나 오늘 이 책 다 보고 갈 생각이거든. 너도 그렇게 읽는 걸 보니까 나랑 같은 생각한 것 같은데, 어때?

   

 

나는 손의 핏자국을 지워내면서 내 앞에 앉아있는 녀석을 바라보았다. 솔직히 저 웃는 얼굴은 전혀 마음에 안 들지만, 나쁠 것은 없는 제안이다.내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자, 그 녀석은 빙그레 웃었다.

   

 

나는 센쥬 하시라마. 너는?

우치하......마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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